*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지난 8월 20일 개봉한 <오늘영화>는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 4명의 감독들이 만든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오늘영화>는 우리 일상에서 포착할 수 있는 흔하지만 특별한 로맨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립영화에서는 오랜만에 나오는 로맨스 영화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있는 작품 <오늘영화>, 오늘은 ‘나만 알고 싶은 감독’, ‘뇌섹남녀’ 등으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오늘영화> 4명의 감독들에 대해 집중 탐구 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Ep1. <백역사> - 윤성호 감독
독립영화계의 발칙한 감독, 윤성호. 그는 2001년에 20대의 알 수 없는 무력감과 기대감과 뒤숭숭함을 성으로 풀어낸 영화 <삼천포 가는 길>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이후 <산만한 제국>, <우익청년 윤성호>(2004), <은하해방전선>(2007), <시선 1318>(2008), <썸남썸녀>(2014) 등으로 특유의 재치 있는 연출을 끊임없이 보여 왔다. 윤성호 감독의 독특함은 <하루 10분씩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코펜하겐식 이별 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2004),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2004) 등의 ‘작명센스’에서도 확연하게 잘 드러나지만, 영화 내용도 그에 못지않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만의 풍자와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단편 <우익청년 윤성호>를 꼽을 수 있다. 윤성호 감독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내레이션을 넣은 이 작품은 좌익과 우익이라는 정치적인 입장에 대한 비판을 빠르고 담담한 어조를 통해 반어적으로, 동시에 아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정치라는 무거운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함으로서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제목에서부터 자신의 실명을 사용하고 영화의 대부분을 감독 자신의 어릴 적사진으로 구성한 이 작품은 보고 있으면 끊임없이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윤성호 감독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바로 인디와 메인스트림의 경계에 있다는 점이다. 독립영화를 주로 찍어오던 그가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의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 <은하해방전선>은 윤성호 감독이 이러한 경계에 서게 해준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어증에 걸린 영화감독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실제로 실어증에 걸리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면 비율의 변화나 내레이션, 립싱크, 자막, 컷 전환 등 독특한 기법으로 특유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2007년 독립영화계 최대의 수확으로 꼽히며 그가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감독이 연출을 맡는 옴니버스 영화에 대해 "이어 달리기와도 같은 옴니버스 영화에 있어 혼자 잘 뛰는 것보다 바통 터치를 잘하는 게 중요한 걸 깨닫는 경험“이라고 말했던 윤성호 감독. 그의 새로운 옴니버스 영화인 <오늘영화>에서 그의 이어달리기 실력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오는 8월 28일 금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은하해방전선>, <오늘영화> 상영 후 윤성호 감독과의 인디토크가 준비되어있으니, 그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Ep2. <뇌물> - 강경태 감독
강경태 감독은 ‘지태경’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활동해왔다. 그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풍경화처럼 담은 단편 <하루>(1999)를 시작으로, 단편 <어느/모든 고문기술자의 베일>(2003), <마수로: 오렌지당에 닭은 울지 않는다>(2005), <매혈>(2006) 등으로 많은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2009년 <무덤가>로 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짧은 러닝타임을 이용하여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의 단편 <무덤가>는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함과 동시에 ‘용서’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열린 결말과 같은 ‘열린 주제‘를 주제로 한다는 것이다. 관객 모두가 한 가지 관점으로 보는 작품, 픽스된 앵글에 갇힌 작품에 대해 “왜?”라고 반문해야 한다는 강경태 감독의 말처럼, 그의 작품들은 매번 우리에게 여러 생각을 안겨준다.
단편 <무덤가>와 더불어 <누가 만들었을까?>, <아무것도>, <11월>까지 총 네 작품은 오는 8월 29일 토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모두 관람할 수 있으며 <강경태 감독 단편선>, <오늘영화> 상영 후 강경태 감독과의 인디토크까지 준비되어있으니,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그의 단편작품들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Ep3. <연애다큐> - 구교환, 이옥섭 감독
<오늘영화>의 유일한 공동 연출 감독들이다.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2013)로 주목받기 시작하여 배우와 감독 사이를 넘나들며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구교환 감독과 실시간 인터넷 개인 방송 ‘아프리카TV’의 BJ로 활동하는 트렌스젠더의 통쾌한 일상을 담은 작품 <라즈 온 에어>(2012)로 주목 받은 이옥섭 감독.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옥섭 감독의 <라즈 온 에어>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구교환 감독은 이후 그녀의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꼭 같이 작업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찰나에 이옥섭 감독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고, 둘은 <4학년 보경이>(2014)와 <오늘영화>,<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2015)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4학년 보경이>는 이옥섭 감독이 연출을 맡고 구교환 감독이 배우로 출연한 작품으로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인 보경과 덕우의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이옥섭 감독은 재미있는 기법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지루하지 않은 연출을 만들어 내었고, 선풍기와 쇼파, 문과 같은 소품에 상징성을 더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는 <4학년 보경이>와 반대로 구교환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이옥섭 감독이 배우로 출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옥섭 감독이 연출한 <방과 후 티타임>이라는 영화를 구교환 감독이 각색한 것으로, 매일매일 변화하는 연애에 대한 가치관, 즉 고정되지 못한 가치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작품들은 모두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종일관 깨가 쏟아지는 사랑이야기가 아닌,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연애담을 다룬 작품들이기에 관객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고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위에서 소개한 구교환 감독의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 그리고 이옥섭 감독의 <라즈 온 에어>, <4학년 보경이> 총 네 작품은 오는 8월 30일 일요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으며 <구교환, 이옥섭 감독 단편선>, <오늘영화> 상영 후 구교환, 이옥섭 감독의 인디토크가 준비되어있으니 그들의 톡톡 튀는 작품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가는 이런 좋은 감독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우리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계속해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독립영화계의 반짝이는 감독들이 모여 만든 영화 <오늘영화>. 이와 더불어 감독들의 전작들을 볼 수 있는 기획전 ‘<오늘영화> 감독들의 어제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인디스페이스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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