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ver 2.0 연영석>은
문화노동자 연영석의 말과 노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비정규직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연영석의 말도 뜨겁고 노래도 뜨겁고 세상 역시 뜨거우니
영화마저 뜨겁지 않을 수 있으랴.
- 서정민갑(대중음악 평론가)
미등록이주노동자 검구릉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2003년도 고용허가제. 시행할 때부터 그 이후에는 자유가 없었어요.
한국에 온지 16년째인 네팔인 검구릉씨는 서울 삼양동 청바지 봉제공장에서 일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지만 그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건 미등록이주노동자로서의 불안정한 삶이었다. 검구릉씨는 그런 자신의 현실을 영화의 처음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보여준다. 목소리 높여 외치기 보다 차분한 목소리와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계란으로 아침을 때우고 산지 얼마 안된 빨간 구두에 두 다리를 의지한 체, 고단하지만 해야 할 노동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깊은 울림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 그를 지금 이 땅에서는 볼 수 없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2007년 10월.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표적 단속되어 결국 본국으로 추방당했다. 검구릉뿐만이 아니라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이주노조 간부들에 대한 집중단속과 추방은 그들을 친구라 생각했던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
여기서 또다시 막히면 다같이 죽는 겁니다.
우리 조합원들 살기 위해서. 이렇게 합시다 위원장!! 앉아서 말씀하십시다.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은 2007년 5월 노동조합을 결성한다. 비정규직법 발효를 앞둔 코스콤이 불법으로 사용해 왔던 파견 노동자들의 업체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이 노동자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것이다. 여의도 한 가운데 금융자본주의의 근간을 지키고 있던 젊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 각성해 간다. 대화를 거부하는 사측을 향해 협상을 하자는 호소는 6박 7일간의 총파업 농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들에게 놓인 벽은 교활한 회사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일을 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협상 방해와 외면이 있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갈등했고 그 모습은 지금, 여기의 ‘승리’는 무엇인가를 가슴 아프게 질문하게 한다.
*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은 증권거래소 앞 천막농성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왔다. 하지만 올 3월 천막은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 당했고 노동자들은 비닐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그들을 덮고 있는 건 얇은 비닐이지만 겨울 내내 차가운 시멘트바닥에서 겪었던 현실에서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아 나갔기에 따뜻한 바람과 함께 온 봄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KTX 여승무원노동자
옆에 있는 동지 믿고,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가서 반드시.
이 정복보다 더 좋은 정복 입고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하도록 합시다.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계약해지에 따른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다. 여승무원으로서 가졌던 꿈이 더는 지속될 수 없는 현실 앞에 그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싸웠고, 각박한 신자유주의 시대를 건너가는 많은 이들의 꿈을 대신해 싸우는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연대와 분노가 커져갈수록 세상의 공고함은 그들의 의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구호와 외침이 난무하는 집회현장, 연영석이 ‘더욱 커진다’가 흐른 후. 조용히 눈물을 삼키는 한 여성 노동자의 모습은 묵직한 현실의 비극과 이를 꽉 깨문 우리들의 다짐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 KTX 여승무원 노동자들은 전체 참여 인원이 70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정의였음을 알려내고 있다. 얼마 전 800일 투쟁 선포식을 치렀고 자신들의 청춘을 바쳤던 이 시기가 가치 있게 남기를 기대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이랜드비정규여성노동자
작년에 박성수 회장. 교회에 갖다 바친 현금만…130억입니다.
주식 배당금 얼마 받았습니까. 81억. 81억 받았습니다. 우리 임금 어떻게 했습니까
2007년 7월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사실 보호의 성과보단 자본가들의 해고의 핑계만을 제공한다. 그 맹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곳이 바로 이랜드의 뉴코아와 홈에버 계산업무의 외주화 조처였다. 홈에버 구월점에 근무하던 김정숙씨는 이런 조처를 앞둔 장기근무자 해고에 첫 해당자가 된다. 김정숙씨는 자신의 불행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또 담대하게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움직임에 불씨를 놓는다. 영화 속, 노동자들은 단결했고 어처구니없는 세상에게 ‘네가 시키는 데로 다 할 줄 아나’라며 저항한다. 단결된 노동자들의 즐거운 퍼포먼스가 주는 해방감. 연영석의 음악과 그의 노래가 쩌렁쩌렁 울리는 유쾌한 라이브 공간이 교차되며 우리들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지금 이곳의 권력은 우리편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버려졌고, 그들의 생명처럼 여겨졌던 노동의 공간에서도 버려졌다.
* 잊혀진 듯 하지만, 지금도 이랜드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은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랜드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다. 지치고 무기력해진 것은 우리들인 뿐... 언제가는 올 승리의 이유를 지금 이랜드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단단하고 찰진 나이테 한 줄이 그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레이크사이드 CC노동자
지금은...너 아직까지 왜 그러고 있느냐. 그러는 친구들도 있고. 뭐..
부모님들도 거기가 그렇게 니 목숨바쳐 할 만큼 좋은 회사냐.
아직 나이도 젊고. 충분히 다른 데로 이직을 할 수도 있는데.
레이크 사이드 CC 노동자들은 지금 이 곳 노동자들의 단결이 원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현장은 가진 자들과 아닌 이들의 충돌이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다. 노동자들은 항상 패배하고 다시 후퇴하는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올 최후의 승리를 상상할 수 있을 만큼 힘이 있음을. 연영석의 ‘돼지 다이어트’와 6개월 만에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레이크 노동자들과 이들에 연대하는 동지들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레이크사이드 CC 노동자들은 결국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결국 골프장내에 노조사무실을 만들지 못했지만 긴 투쟁과 이후 노동자들의 연대의 힘으로 지금까지 튼튼한 노동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명원
혼란스럽고 잘 안돼. 힘들더라고 작업이. 그 이후로 계속 힘들었지만.
그래서 영석이 형하고는 , 형님하고는 작업 못하겠다고.
이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작업 하겠냐고.
고명원은 연영석의 음악적 동지이다. 지금까지 연영석의 모든 앨범에 참여를 했고 연영석과 함께 그 창작의 고통을 함께 해왔다. 항상 지지하지만 때로는 얼굴 보기 싫을 정도로 싸우지만 연영석이 다시 음악을 할 때면 어김없이 찾는 이도 바로 고명원이었다. 고명원 고유의 기타사운드와 편곡 실력은 ‘간절히’에 생명을 불러 넣었고 ‘더욱 커진다’에 그 깊이를 더했다.
그의 기타연주가 주는 힘을 느껴보자.
* 고명원은 지금도 여전히 음악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민중음악가들의 공연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하며 곡 작업과 연주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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