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툼>
SYNOPSYS
해방 이후부터 53년 휴전을 전후한 기간 동안에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그 속에는 지방 좌익과 우익의 보복 학살도 자행되었지만, 많은 피해자들은 남한의 군경, 우익단체, 미군의 폭격에 의해 학살을 당했다. 이 가운데 한국전쟁 초기 예비검속 차원에서 구금당하고 학살을 당한 국민보도연맹원이 있다. 전국적으로 23만~4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이들은 대다수가 농민이었고, 정치 이념과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이들은 국가가 만든 계몽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쟁과는 직접적인 상관없이 국가의 이념적 잣대로 인해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이다.
<레드 툼>한줄 관람평
양지모 | 학살의 현장에 없었던 카메라가 과거를 기록하는 방법
김민범 | 아파할 수 있을 권리와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할 의무
이도경 | 기억이 모여서 기록이 된다
전지애 | 매장되어선 안 될 진실들
<레드 툼>리뷰
<레드 툼> : 아파할 수 있을 권리와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할 의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EBS의 역사 강사가 독립 운동가들을 설명하다가 잠시 멈춘다. 지금 자신이 시험에 나오는 중요도에 따라 설명하고 있지만, 이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힘써 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시험에 나오는 빈도수와 다르게 모두 위대한 분이라고 설명한다. 교과서에서는 수십 년의 역사도 한 줄로 요약된다. 한 줄로 줄이기 위해 생략된 피와 땀, 눈물과 슬픔의 역사를 모두 배우기는 힘들다. 영화 <레드 툼>은 행간에 숨어 있던 오욕의 역사를 보여준다.
<레드 툼>은 한국전쟁 초기에 남한에 있던 공산주의자들이 적에게 동조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에 23만 ~ 43만 명을 학살한 국민보도연맹원 사건을 다룬다. 23살에 남편을 잃고, 당시 배 속에 있던 아이를 기르며 남편의 생사도 알지 못한 채 살아온 할머니, 몸이 안 좋아서 운이 좋게 살아남은 할아버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이웃을 묻었던 생존자까지 그 동안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한다. 이전까지 보복이 두려워 외부에는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한다. 생존자들 역시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완전히 알지 못한다. 풍문으로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이다. 2002년 9월, 마산 진전면 여양리에서 태풍 루사로 인해 흙이 쓸려 내려오면서 50년간 소문처럼 떠돌던 진실이 밝혀진다. 무너진 토사 사이로 보이는 유골들은 당시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역사 시간에 짧은 설명으로 들었던 ‘무고한 사람들도 죽었습니다’와는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뒤엉킨 유골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공포감이 느껴진다.
수습된 유골들을 보면 계층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학살된 것을 알 수 있다. 최초 국민보도연맹의 목적은 남한의 좌익세력을 전향하는, 선량한 국민 육성이었다. 이 후 목적이 변질되어 무차별적인 가입이 이루어졌고, 학살된 사람 중에는 아예 무관한 사람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평범한 국민이 한 순간에 반역자가 되어 골짜기로 끌려가고 물속으로 빠져야만 했다. 남은 이들에게도 세상은 여전히 가혹했다. 한 할머니는 좋은 세상이 된 것 같지만, 예전으로 돌아갈까 봐 두렵다고 연신 겁이 난다고 했다. 무고한 희생자의 자손들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오히려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진실 규명 요구는 유족회의 구속과 부관참시로 돌아왔다. 더는 이들의 이야기에 무감해서는 안 된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차마 말 할 수 없던 이야기를 듣고 유감스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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