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인디's Face - 독립영화의 얼굴들]
반가운 얼굴들의 응원<백야>인디토크(GV)
일시: 2015년 6월 5일(금) 오후 7시
참석: 이송희일 감독 | 김재흥, 원태희 배우
진행: 변영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양지모 님의 글입니다.
인디스페이스의 최다 GV 기록을 갖고 있는 ‘백지남’ 연작(<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의 이송희일 감독과 배우들이 인디스페이스 기획전 [인디’s Face – 독립영화의 얼굴들]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모였다. 3년 만의 재상영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었다.
변영주 감독(이하 변): 먼저 각자 인사 부탁한다.
이송희일 감독(이하 이): 지난주에 인디포럼2015가 끝나고 거의 8일 만의 외출인데 전철을 타보니 많은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메르스가 심각하긴 하구나. 관객이 없겠구나.’ 했다. 메르스를 뚫고 와주어서 감사하다.
김재흥 배우(이하 김): <남쪽으로 간다>의 기태 역을 맡았던 김재흥이다. 되게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오니까 떨린다. 반갑고,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원태희 배우(이하 원): <남쪽으로 간다> 엔딩씬 멋있다. (웃음)
변: 그럼 <남쪽으로 간다>는 처음 본 것인가?
원: 여러 번 봤는데, 볼 때마다 좋다.
변: 그럼 본인이 출연한 <백야>보다 나은가? <남쪽으로 간다>에 나올 걸 싶나? (웃음)
원: 내가 더 잘하지는 못했을 것 같은데, 하고는 싶다.
변: 이송희일 감독 영화는 짧을수록 좋다. (웃음) 사실 이송희일 감독에게 이런 농담을 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 참고로 현재 무주에서 무주산골영화제가 진행 중인데, 김태용 감독과 이해영 감독이 거기 가 있다. 누나도 빨리 오라고 하는데 안 된다고 했다. 이송희일 감독 <백야> GV 사회를 봐주기로 했다고 하니까 그럼 거기 가야 한다고 하더라. 이송희일 감독이 삐지면 무섭다고. (웃음) 굉장히 속 좁고 성질내기 유명한 감독이라 내가 언제나 농담을 함부로 못 건네는 후배였다. 언제부턴가 기력이 쇠해지고 조금씩 만만해져서 농담을 쉽게 하는 것이다. (웃음) <백야>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봤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이송희일이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했던 영화여서 사회를 보게 되어 기쁘다. 어떤가? 사실은 오랜만에 하는 GV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는데, 우리는 결국 개봉을 하고 어떤 일을 마치고 나면 그 영화를 지운다. 그 다음 일을 위해서. 그런데 가끔 이런 식으로 다시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는 일이 감독으로써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지난주에 끝났던 인디포럼에서 20주년 특별전을 했는데, 우연치 않게도 13년 전에 찍었던 <굿 로맨스>가 뽑혔다. GV를 하러 갔는데, 기억이 잘 안 나더라. 한참 멍하니 있다가 ‘아 그랬었지’하고 멋쩍어서 웃었다. <백야>는 사실 시기적으로 많이 지난 건 아닌데, 중간에 <야간비행>이란 영화도 찍고 다른 영화제도 하고 이러다 보니 굉장히 예전 일 같다. 인디스페이스가 개관한 이래 ‘백지남’이 최다 GV를 했다고 한다. 생각이 전혀 안 나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렇다.
변: 나도 8월 즈음이면 뜬금없이 <낮은 목소리> GV를 해야 할 때가 있다. 20년 전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내가 만든 영화의 GV를 할 때는 영화를 안 본다. 그런데 기억이 잘 안 나서 보게 된다. 배우들은 어떤가? 오랜만에 하는데 무엇보다 제일 궁금한 건 근황이다.
김: 열심히 살고는 있다. 이걸 찍고 나서 많은 작품을 하진 못했다. 이 당시에 조급했던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요즘에는 여행을 다닌다. 최근에는 제주도에도 다녀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5분 만에 다 친구가 됐다. 술 먹고 이야기 하고 그런 것들. 그런 소소한 것들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원: 알게 모르게 영화를 조금씩 찍고 있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변: 다들 성찰적이다. (웃음) 관객들의 질문을 받겠다.
관객: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어서 글을 쓰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 작품을 보다 보면 나도 나중에 이런 캐스팅을 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감독이 배우들을 설득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변: 질문을 이렇게 나누어보겠다. 이송희일 감독이 캐스팅할 때 배우들에게 사기 치는 방법, 그리고 배우들은 어쩌다 나는 이 영화를 하게 되었는가를 답해주면 좋겠다.
이: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후회하지 않아> 이후로 캐스팅이 수월할 줄 알았는데 안 되더라. 오히려 더 재미있는 게 표면적으로 커밍아웃한 감독의 표상이 되니까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기획사들이 더 조심하게 된 측면이 있다. 봐서 알겠지만 작게 찍었던 영화들이고 크게 갈 영화도 아니었고 많이 알려진 배우들을 캐스팅 할 생각도 아니었다. 그런데 <백야>를 캐스팅하면서도 정말 난항을 많이 겪었고, <남쪽으로 간다>의 경우 봤겠지만 (인물들이) 벗고 뛰어다니기에 쉽지 않았다. 정말 짜증이 나서 당분간 퀴어영화 안 찍겠다는 것이다. 두 배우를 비롯해서 오늘 못 온 배우들에게도 고맙다. 캐스팅에 응해 주고,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김: 오디션을 본 건 아니고, 감독님이 연락을 줬고 한 번 보고 싶다고 해서 만나게 됐다. 처음에는 그렇게 썩 마음에 들어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웃음) 사실 나는 그 때는 뭐든 하고 싶었다. ‘내가 뭔가를 할 기회라는 게 생겼구나.’하는 생각에 좋았다. 당시에 욕도 많이 먹었는데 그 경험 덕분에 내가 아직까지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이송희일 감독에게) 연락하곤 한다.
원: 미팅하러 갔는데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약간 밀당을 하나 생각했다. 인상 깊었던 건 사무실에 담배 연기가 꽉 차있는데 그 끝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어서 상 남자 같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근데 회식 자리에서... 멋있었다. (웃음)
이: 좀 알려진 기획사의 준비된 배우들은 몸 관리가 되어 있다. 배우들한테는 육체가 자본일 수 있다. 트레이닝이 안 되어 있는 신인들을 캐스팅 하다 보니 촬영 당일에 벗은 모습을 처음 보는 케이스가 많았다. 영화 끝나고 ‘제발 몸 좀 만들자’고 이야기 했다.
변: 이송희일 감독의 <굿 로맨스>부터 시작해서 <야간비행>에 이르기까지 정념에 관한 영화이자 불안한 청춘에 관한 영화이다. 사실 외부의 시선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오랜 시간 투쟁을 하면서 만들어 온 영화라고 생각한다. 기나긴 활동 속에서 언제나 전위적인 영화, 장르적인 것 같지만 철학적인 고민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지금까지의 영화 다 포함해서 거기 나왔던 모든 캐릭터 중에 이상형이 있는가? 배우로 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캐릭터로 답해 달라.
이: ‘백지남’ 무대인사 다닐 때 이걸 누군가 질문한 적이 있다. 결국 수렴됐던 해석은 ‘이송희일은 자신의 성적 로망과 좋아하는 이상형을 영화에 나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군인, 학생, 승무원… 이런 식으로 쭉 나열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정말 정확하게 봤다. 맞는 말이다. (웃음) 그래도 꼽으라고 한다면 “안알랴줌”
변: 이송희일 감독의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이 되겠는가?
이: 기본적으로는 이성애자 멜로물이다. 시대극을 하나 쓰고 있다. 안타까운 건 4개월을 썼는데, 결국은 독립영화더라. 그거 말고도 두 가지 정도 겸해 추진 중이어서 어떤 걸 먼저 시작할지는 모르겠다. 그 중에는 SF도 있다. 아마 매번 떠들고 다닌 것처럼 <야간비행>까지가 이송희일 영화의 시즌1 정도가 되지 않을까. 다른 식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계속 머물러 있게 될 것 같아서 다른 도전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변: 각자 정리의 말을 부탁한다.
김: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메르스를 조심해야 한다. 날도 더워지고 하니까 휴가 계획 잘 세우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감사하다.
원: 지난 시간을 돌이켜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남쪽으로 간다> 엔딩은 너무 좋은 것 같다. (웃음) 그거 보려고 왔다.
이: 이전 인디스페이스 개관했을 때 변영주 감독과 내가 개관식 사회를 봤다. 그걸 잊고 있다가 어제 이야기를 들어서 알았다. 서울극장 이전 첫 날 영화 상영이 되고, 같이 사회를 봤던 변영주 감독과 GV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상영관이 크니까 좌석 점유율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크니까 미래가 기대되고 좋다. 잘 됐으면 좋겠다.
변: 이송희일의 다음 영화를 보다 더 즐겁게 보기 위해서는 이런 극장들이 잘 살아 있어야 한다. 감사하다.
인디스페이스가 서울극장으로 이전하고 갖는 첫 GV였다. 과거에 개관식 사회를 맡았었다는 이송희일 감독과 변영주 감독 모두 인디스페이스에 대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관객들의 박수가 여느 때보다도 뜨겁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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