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그 때의 즐거움을 기억하는 <파티51> 인디토크
2014년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12월 20일 토요일 저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파티51>의 상영이 끝난 뒤 정용택 감독,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 영화에 출연하는 밴드 밤섬해적단의 멤버 권용만과 함께 영화에서 다 하지 못한 말,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이하 박) 감독님이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영화 속 인물들의 시선과 움직임을 따라가야 하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편집하며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었나요?
정용택 감독(이하 감독) 형식적인 원칙은 음악다큐멘터리이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수들이 듣는 음악장르를 다루다 보니 처음 제작팀에서 대중들에게 보여질 때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으니 대중적인 작업을 많이 하는 음악감독을 구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대중들이 잘 모르는 이들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박 ‘두리반’이라고 하는 당시의 사회, 정치적인 성격을 가진 운동이 영화의 주된 사건 중 하나인데, 그런 관점보다는 그곳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의 일상과 활동을 더 중요하게 보여주고 싶었나요?
감독 네. 처음 한받(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로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음악인)씨의 공연을 촬영하러 갔는데 홍대에서 밀려난 음악가들의 처지와 두리반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음악 다큐를 만들게 된거예요.
박 권용만 씨는 영화 속에서는 27살이었고 지금은 이제 서른이 넘으셨는데, 영화 속 27살의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밴드 밤섬해적단 멤버 권용만(이하 권) 돈 안되는 일을 참 열심히 했구나. 그 때는 젊고 피부도 좋았네 라고 생각했어요(웃음). 특히 영화를 보고 연행되었을 때 조사를 받았던 기억이 다시 나더군요. 부모님도 영화를 보셨는데 부모님은 제가 연행됐던 것을 몰랐었어요. 영화 보고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아마.
박 감독님이 한받씨를 사랑하는 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요. 영화를 제작하며 오랜 시간동안 지켜봤을 때 한받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감독 원래 오래 알던 사이여서 애정이 있었어요. 얼마동안 연락을 못하다가 영화를 찍으면서 연락을 다시 시작했는데 한받씨가 가정을 꾸리고 두 명의 아이까지 가지게 됐죠. 영화에 등장하는 유채림 작가도 생계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었다고 했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는 사이이니까 한받씨에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겠죠. 한받씨는 정말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음악을 하고 있고, 그런 측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 한받씨여서 영화에 출연시키기로 결정했어요.
박 홍대 앞 두리반에서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두 번째로 잠깐 명동 마리로 옮긴 공간을 보면 저 개인적으로 이건 조금 아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권용만씨가 생각하기에 두리반이 성공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권 젊음이 모이고 청춘이 모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두리반에는 용역이 침투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용산은 사람이 죽고 그러는데 여기 두리반은 밴드를 하는 입장으로서 정말 운 좋은 버스를 집어 탄 것과 같이 좋은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명동 마리에 갔을 때는 처음부터 불안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현실의 쓴맛을 보며 쫓겨났어요. 장비도 많이 부숴지고 힘들었죠.
박 영화 속에서 여러 밴드들이 나오는데 한받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20대 중,후반이었던 친구들은 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때 막 sns를 시작하던 시기에 트위터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바로 바로 모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공간이 홍대 앞의 두리반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때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당시의 트위터 내용들을 아카이빙 해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과연 두리반 이후에 과연 이 친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됐어요. 감독님은 이 밴드들에게서 어떤 다른 가능성들을 보셨나요?
감독 가능성을 크게 보진 않았고, 두리반 이라는 장소는 우연히 열린 유토피아같은 공간이었잖아요. 두리반이 없었다면 공연할 장소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었을 거예요. 이제 그 밴드들이 다른장소로 가게 되면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실제로 두리반과 같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은 문을 많이 닫았고 걱정이 많죠.
박 편집과 홍보비용 마련 등 많은 시간을 쓰셨잖아요. 영화를 개봉했을 때 반응에 대한 기대치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개봉 후 기분이 어떤가요?
감독 다시는 해선 안 될 작업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이런 작업들이 시장에서 성공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은 했었는데 제작후원이나 다시 돌려줘야 할 비용, 빚 등을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 관객수나 수치가 나와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요. 독립영화가 ‘대박났다’라고 하는 것은 최소 관객수가 만 명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것이 대박이 아니거든요. 손익분기점이 만 명일 거에요. 그만큼 독립영화로 만 명이라는 관객을 유치하기조차 힘들다는 거죠. 만 명도 안 되면 몇 년간 한 작업의 의미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그런 것들을 늦게 안 것 같아요.
박 그럼 계속 다큐멘터리 작업은 하실 거죠?
감독 <파티51>은 첫 촬영 날 중요한 공연이 시작되며 다큐멘터리 촬영도 같이 시작됐어요.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 같이 영화를 만들 준비기간이 없었는데 한 번 시작하면 빠져 나오기도 힘들더군요. <파티51>을 촬영하면서 최소한 제작과정에서는 아주 여유롭지는 않지만 기획단계나 준비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부터는 손해를 보는 지점은 피하면서 할 것 같아요. 차기작으로는 아파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생각하고 있어요. 돈이 많이 들겠지만(웃음).
관객 공연 장면이 난폭한 광경이 많이 보였는데, 공연 하면서 밤섬해적단 밴드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이 있나요?
권 난폭한 것이 아니라 관객들은 스포츠를 즐긴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음악이 원래 그런 장르라서 일상 인 것 같아요. 오히려 앉아서 한 곡 끝나면 박수치고 좋아하는 관객의 모습이 오히려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조용한 공연들이 더 충격적이었던 경험이에요.
관객 지금 생각해보면 두리반 때 있었던 기운들과 꽃당, 로라이즈 등과 같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활성화 됐을 때에 비해 지금은 그 힘이 다 빠진 것 같은데, 지금 시점 이후로는 어떤 식으로 살아 나아가야 할지 생각이 궁금해요.
권 지금은 각자 알아서 살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 같이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느끼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토록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밴드들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파티51>은 보여준다. ‘두리반’이라는 공간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했는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비록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생각이 있고, 삶이 있는 수 많은 인디 밴드들이 있다. <파티51>을 통해 변질되어 가는 홍대 문화와 그곳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길 바라는 정용택 감독. 그런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큐멘터리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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