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도 새도 사람도 그렇게 살아가는 곳. <순천>(順天) 리뷰
영화: <순천>
감독: 이홍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진영 님의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 줄 관람평
윤정희: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배우다.
김은혜: 강하고도 여리던 여장부의 모습은 순천만과 닮았어라.
이윤상: 그곳에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찬 한사람 한사람들의 인생이 숨쉬고 있다.
윤진영: 새도 사람도 그렇게 사는 거라고. 인생이란 그렇게 사는 거라고.
순천順天, 따를 순에 하늘 천. 하늘에 따른다는 뜻이다. 자연의 섭리가 가득한 곳, 그곳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순천>이다. 순천이라고 하면 순천만의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너른 갯벌과 바다가 떠오른다. 국내 여행으로 손꼽히는 여행지이면서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와 정원박람회로도 알려진 곳이다. 이홍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순천>에서는 이런 화려한 모습을 걷어낸 민낯의 순천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하늘에 따르는 삶,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우리는 항공 촬영을 통해 찍은 아름다운 순천의 풍경을 보게 된다. 그리고 순천에 서식하는 새와 갯벌의 각종 생물들도 보게 된다. 바로 이어 나오는 끼익끼익 노 젓는 소리와 한 명의 여성. 칠순의 윤우숙 할머니이다. 대장부도 하기 힘든 뱃일을 50년 가까이 해 온 그녀의 모습이 깜깜한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와 그 안에 작은 배 하나.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고되고 무서웠을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남편은 무뚝뚝하고 뱃일에는 관심도 없지만 그녀는 그가 그저 건강하게 오래 살기만을 바란다.
<순천>은 조금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서사적인 전개를 이루고 있는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와 순천의 자연 풍경이 교차되어 펼쳐진다. 아마도 감독은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 또한 넓은 범위에서 보면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편집했을 것이다. 할머니의 인생은 순천의 자연과 어우러져 단순히 인생 이야기만 보여줄 때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그렇게 윤우숙 할머니의 일은 우리 모두의 삶으로 보편화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태도인 것 같다.
술 좋아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이렇게 가버릴 줄 알았으면 잔소리하지 말고 좋아하던 술 마음껏 먹게 놔둘걸.” 이라던 할머니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영화 <순천>의 영어 제목은 ‘Splendid but Sad Days’이다. 직역하면 ‘정말 좋지만 슬픈 날들’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은 늘 정말 좋지만 정작 그것을 잃고 나서야 느끼는 것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새들도, 게들도, 물고기들도, 마을 사람들도 지금 가장 빛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빛나는 그리고 가장 슬픈 헤어짐의 순간은 순천의 노을과도 닮았다.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윤우숙 할머니도 노을과 닮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노을의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나중에서야 노을을 보여준다. 영화 전체의 구성도 이야기와 상응한다. 그렇게 순천은 자연을 따르고, 영화도 그를 따른다. 그래서 64분의 짧다면 짧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한없이 마음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또, 이 영화를 이끄는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윤우숙 할머니의 이야기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힘든 삶을 살면서도 과장하거나 유난스럽지 않고 묵묵히 그렇게 또 바다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그래서 존경스럽다. 새나 사람이나 그렇게 산다고, 인생이란 그렇게 사는 거라고 조용히 보여주고 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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