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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도란도란인디토크후기] 명왕성|신수원 (with 신수원 감독, 배우 김권)

by 도란도란도란 2013. 8. 13.


영화 : 명왕성_감독 신수원

일시 : 2013년 7월 20일

진행 :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참석 : 신수원 감독, 배우 김권







진행: 영화 <명왕성>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감독: 교직에 있었던 98년도쯤에 소설로 쓰려고 했던 내용이에요. 당시 교사로서 학교라는 시스템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답답한 마음에 구상을 했는데, 2010년에 영화 <레인보우>가 끝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습니다.

 

진행: 감독님이 교직 생활을 했었다는 이력 자체가 굉장히 이슈가 되었는데, 이 <명왕성>의 세세한 부분까지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혹시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감독: 말을 안 들어서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로 혼나러 오다 친해진 학생이 있었어요. 여드름이 많은 친구였는데, 여러 가지 약들을 섞어서 치료제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때 참 특이하지만 과학에 재능이 있구나 생각했던 그 친구가 <명왕성> ‘준’의 캐릭터에 영향을 줬죠.

 

진행: 영화가 10대의 이야기인데, 어른들의 모습은 무모하다 싶을 만큼 속물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인물들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어른들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감독: 아이들의 세계에 집중하고 싶어서 어른들은 무기력하게 표현했어요. 은밀한 곳에서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무능력할 수밖에 없는 어떤 시스템 안의 어른들 모습이 반영된 것 같네요.

 

진행: 영화 속 주인공인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각각의 역할들은 어떻게 설정되었나요?

 

감독: ‘준’이 역할을 맡은 이다윗 배우의 경우 영화 <시>와 <고지전>에서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는데, 그 때 마침 <로맨스 조>라는 영화가 개봉했었죠. 배우 초청 관객과의 대화 때 시나리오를 직접 가져가서 건넸어요. 일주일 후쯤 관심이 있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고요. 

성준 배우는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의 어두운 이미지를 인상적으로 봤어요. 그런데 ‘유진 테일러’의 캐릭터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배우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을 영화처럼 괴롭게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워했어요.(웃음) 그렇지만 배우 스스로 욕심을 보여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죠. 

꽃비씨의 경우에는 제가 학교 앞으로 명왕성이 다가오는 우주 장면을 넣어서 시나리오를 건넸어요. 그 장면에 반해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제 미끼에 넘어간 것이죠.(웃음) 

김권, 경수, 미라, 남태부 배우들은 약 500대 1의 오디션을 뚫고 뽑혔어요. 특히 권이 같은 경우엔 리딩 때 안경을 씌워봤는데 제가 생각한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 때 ‘이렇게 저렇게 해봤으면 좋겠다’하면서 여러 가지를 요구 했는데, 따라오는 속도가 굉장히 놀라웠어요. 배우에게는 참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서 캐스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권이씨가 맡은 ‘명호’역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일 수 있지만,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악한 역할이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본인의 역할이 어떠셨나요?

 

김권: 저는 ‘명호’가 끝까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명왕성> 안에서 올바른 태엽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와 학교 시스템 안에서 명우 역시 피해자이기 때문에 공감되면서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죠. 우리가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분명히 놓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모습들을 제 안에서 극대화 해 표현하려 노력한 것 같아요.

 

진행: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할 것 같아요. 상황을 너무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마지막 장면은 처음부터 염두 해 두셨나요?

 

감독: 네. 처음부터 염두 해 뒀지만 촬영하기 전에 제가 좀 흔들렸어요. 결국 그 아이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준이가 풀어주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바꿨는데, 막상 촬영을 하려니 나중에 후회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전날 스케줄을 미루고 고민 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수정된 시나리오는 제 시각이었지만, 사실 ‘준’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준’의 시각에서 무모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유진이 준에게 악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순간 집에 초대하고 호의적으로 바뀌잖아요. 어떻게 감정이 갑자기 변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요.

 

감독: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유진이는 그 스터디 클럽에서 나오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준이가 악행을 일삼으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유진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으면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진행: 감독님이 교직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디렉션이 구체적이었을 것 같아요. 김권 배우님은 어떠셨나요?

 

김권: 감독님의 디렉션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에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사실 촬영 초반까지도 많이 혼란스러웠는데,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명우’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런 것들을 감독님과 함께 모니터 하다 보니 ‘아 명우가 이렇게나 치밀하고 치열한 인간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구체적으로 디렉션 해주셨던 것들이 제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행: 영화 촬영을 하면서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감독: 영화 속에 위험한 장면들이 좀 있었어요. 특히 옥상 촬영 때 다윗 군이 난간에 서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실 눈속임으로 촬영할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안전장치를 한 뒤 실제로 난간으로 올라서 촬영을 했었죠.

뿐만 아니라 극중 배경은 겨울임에도 여름에 촬영을 해서 복장부터 어려움이 많았어요. 학생들은 동복 교복을 입어야 했고, 학부모들은 한여름에 밍크코트를 입어야 했고요. 그때 가해자의 죄책감을 느꼈습니다.(웃음)

 

진행: 더위와의 싸움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김권씨는 어떤 장면이 가장 힘들었나요?

 

김권: 마지막 지하실 장면이 힘들었어요. 소음 때문에 에어컨을 켤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야말로 더위와의 전쟁이었죠. ‘비타민 워터’병으로 만들어진 폭탄도 은근히 무게가 있어서 허리에 그 물병들을 두른 상태로 무릎 꿇고 움직이는 장면들은 정말 아프더라고요. 그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관객: 저는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명왕성>을 보고 친구들과 ‘명왕성 팸’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기로 했었어요. 일주일 만에 파토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영화를 따라하는 경우가 있는데, 영화 속에 학생들이 보기엔 다소 위험한 장면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신 것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김권 배우님이 영화 속에서 2대 8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김권: 안경은 감독님께서 설정해 주셨지만 머리는 제가 직접 시도한 스타일이었어요. <리치리치>라는 영화에서 부잣집 아들로 나오는 맥컬리 컬킨의 캐릭터가 생각나 2대 8 머리를 해봤는데, 마침 감독님도 비슷한 머리스타일을 생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개인적으로 그 머리 스타일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웃음)

 

감독: 사실 <명왕성>은 개봉 전부터 등급 논의로 굉장히 이슈가 되기도 했죠. 이 앞에 앉아 계신 학생 분들은 보지 못할 영화가 될 뻔 했어요. 저는 현실을 모방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러나 현실은 더욱 폭력적이죠.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던져주는 영화에게 모방을 이야기 하는 것 보다 생각 없이 때려 부수고 사람들을 죽이는 영화들이 모방범죄의 위험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영화들의 등급은 거의 ‘15이상 관람가’니까요.

 

진행: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관객 분들이 자리해 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독: <명왕성>이 처음 개봉할 때는 약 87개관 정도로 개봉관이 많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상영시간대가 좋지 않았어요. 이른 아침 혹은 늦은 밤 시간이 대부분이었죠. 게다가 지금은 그마저도 많이 줄어든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6일 만에 1만 명이 넘는 관객 분들께서 관람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고요, 영화 잘 보셨다면 더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김권: 두 번, 세 번 보러 와주시는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명왕성> 많은 홍보 부탁드립니다. 10월 쯤 제가 출연한 <응징자>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명왕성>에서는 가해자였지만 <응징자>에서는 왕따 역할로 평생 맞을 것 다 맞았어요.(웃음) 그 영화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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