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의 출구 없는 미로 <혼자> 인디토크(GV) 기록
일시: 2016년 11월 27일(일)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박홍민 감독, 이주원 배우
진행: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미선 님의 글입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거머쥔 화제작 <혼자>. 18개 해외 유수 영화제들의 초청을 잇달아 받으면서 궁금증과 기대를 동시에 자아냈던 이 영화가 마침내 국내 정식 개봉을 하여 상영 중이다. 한 남자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드는 90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인디토크에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하 남): 영화 <혼자>는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좋은 평가도 받았다. 우선 박홍민 감독에게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묻고 싶다.
박홍민 감독(이하 박): 2012년에 <물고기>라는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 갔고 2014년까지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2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잘 안돼서 힘들었다. 그후 조금 힘들어서 작업실에 계속 있었다. 영화 속 작업실은 실제 나의 작업실이었다. 여러가지 정리를 다시 해서 그 곳에서 영화를 찍었다. 작업실에 계속 있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적으로 더 약해지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졌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로 표현을 많이 했던 지라 이 시기에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남: 영화 속에서 이주원 배우가 고생을 많이 했다. 영화 내내 고통스러워하는 연기가 많고 헐벗고 있는 연기도 있다. 추운 겨울에 알몸으로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처음 시나리오 받아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주원 배우(이하 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영화의 기승전결이 잘 이해가 안됐다. 이게 내용이 어떻게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얘기를 해서 좀 더 구체화된 장면들도 많다. 이 영화를 하게 된 건 당시 나의 입장에서는 시켜만 준다면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변함없다.(웃음)
남: 작업실을 중심으로 한 달동네가 배경인데, 그것이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이 영화의 또다른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 속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인 ‘수민’이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감독 개인적으로 동네에 대한 각별한 느낌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박: 영화 속 달동네는 실제 재개발 진행중인 동네이다. 동네 맞은편에 있는 나의 작업실에서 항상 바라봤던 곳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고 평화로운 곳이다. 재개발이라는 개념이 한국과 중국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모든 걸 철거하고 새로운 것은 짓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 되다 보니 좋았던 기억이 분명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힘든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고 그것을 좀 잊고 싶었다. 그런데 기억이란 것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안고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상징, 기호에 대한 표현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남: 영화 속에서 마을이 수민의 뇌랑 비슷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런 생각이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돼서 이런 개성적인 영화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실제 독립영화를 보면 대체로 기술적인 실험을 도전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야간에 촬영했고 넓은 지역을 화면에 담고 있고 조명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등 촬영 방식 자체가 굉장히 특이한 것 같다. 특히나 연결과 분리의 구분이 인상깊다. 촬영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 전작처럼 이 영화도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것처럼 생각을 하시는데, 사실은 기본적인 관점은 반대다. 주로 감정적인 고민을 먼저 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다양한 연출 방식들을 다 펼쳐놓고 하나씩 고민한다. 이 영화의 경우 한 남자의 의식의 줄기를 한번에 쫙 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연출 방식들을 하나하나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우선 집에 있는 작은 카메라로 움직여봤는데, 많이 흔들려서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장비를 구매해서 테스트하고, 그것을 팔고 다른 것을 사서 테스트 해보고, 이런 과정을 3, 4개월 정도 반복했다. 촬영감독과 배우들과 계속해서 리허설을 했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계속 겪었다. 나는 영화를 계속 그런 식으로 했다. 마음에 닿는 것이 없으면 다른 것들을 계속 시도해보고 찾아봤다. 지금도 단축키 하나 모르지만, 이것저것 시도해본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남: 예전에 배용균 감독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 하나하나 직접 테스트 하고 매뉴얼을 보고 배웠다고 했다. 한번도 제대로 영화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홍민 감독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수공업 느낌이 많이 난다. 실제 살고 있는 동네에 하나하나 장치를 하고 카메라를 들고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 느낌이 들었다.
박: 늘 그랬듯이 CG를 최소화한다. 최대한 리허설을 많이 했다. 의식의 흐름을 한 줄기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매 장면에서 영화적 기호와 상징들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한 방향으로 향하게끔 고민을 많이 했다. 롱테이크 방식이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 편의점 장면의 경우, 하늘에서 시작해서 남자와 여자가 둘이 걷다가 골목에 들어가고 대화가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골목을 빠져 나오고 남자가 화가 나면 위압적인 구도로 여자를 바라보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이런 식으로 동선 구도를 짜놓았다. 필요 없는 장면을 최소화 하고 싶었다.
남: 카메라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동선 짜는 게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다. 그만큼 리허설도 많았을 것 같은데, 배우들에게 어려운 작업이기도한 반면 쾌감도 있었을 것 같다. 장면이 대부분 롱테이크고 전체가 37컷이었다. 이주원 배우는 이런 점들이 어땠나?
이: 리허설을 정말 많이 했다.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배우들이 편할 수 있게 연기에 맞춰서 촬영을 잘 해주셨다. 그래서 많이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롱테이크 방식에서 언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한번 NG가 나면 곤란한 상황이 많았다. 편의점 장면에서는 라면을 8번은 먹을 것 같다.(웃음)
남: 길게 찍는 것도 그렇지만, 굉장히 추울 때 촬영을 했다고 들었다.
이: 정말 추웠다. 특히나 벗은 날이 제일 추웠다. 그날이 제일 춥다고 해서 휴대용 가스 버너를 쬐려고 했는데, 불이 너무 크게 붙어서 사용도 못했다. 그래서 담요만 덮었다. 무엇보다 발이 너무 시려서 아팠다. 그런데 이상하게 촬영된 장면을 보면 하나도 추운 느낌이 안 나더라. 심지어 입김도 안 보였다.
박: 그 날은 실제 온도가 영하 9도였다. 카메라 배터리가 얼어서 자꾸 꺼졌다. 롱테이크였고 30번 가까이 촬영을 했다. 포기하려던 참에 마지막에 오케이가 났다. 배우들에게 미안했다.
남: 시나리오상에서 독백 장면 등 몇 군데 포인트처럼 내지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연극을 하셨는데 그런 장면들이 어떻게 다가왔나?
이: 그런 장면에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카메라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처음이라 감이 잘 안 잡혔다. 그런데 테이크가 길어서인지 무대에서 공연할 때의 느낌과 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몰입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만약 끊어서 촬영하는 식이었다면 오히려 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관객: 영화 속 1인칭 시점으로 나온 장면은 그렇게 한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암전되는 장면은 어떤 의미가 있나?
박: 이 남자의 감정으로 들어가는 과정 안에서 남자의 머리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카메라의 위치가 남자의 머리 위치이다. 1인칭 시점으로 남자가 보고 있는 것을 굳이 이야기 하면, 현실인 것 같은 장면에서 남자의 시점으로 함께 방을 둘러보는 식이다. 남자의 피해의식과 자기 중심적인 면을 보여주기 위한 기호들을 매치했다. 가령 여자친구를 자기가 죽였을 수도 있었음에도 마치 다른 사람이 여자친구를 죽인 것 마냥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자의 내면으로 차근차근 들어가는 구조를 생각했다. 그래서 앞 부분은 피가 많이 나오고 육체적인 행동들이 많은 반면 뒷부분은 오히려 감정적인 행동들로 배치했다. 남자가 점점 자신을 둘러싼 정황들을 관객과 비슷한 속도로 파악해 가면서 결국 자신의 치부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 느낌을 알았으면 했다. 마지막 장면은 판타지 같은 것이다. 동네가 남자의 뇌라고 상징됐을 때 동네의 입구에서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다시 돌아본다. 그러나 곧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남자가 주위 사람들을 다 잃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마저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남자의 죄책감과 여러가지 관점들이 드러난다. 그래서 남자는 결국 동네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불이 꺼지고 새벽이 온다. 이 전체가 판타지일수도 있다. 나의 관점에서 느꼈던 피해의식과 강박에서 스스로 깨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 영화는 나의 치부를 마주하고 내가 나를 다시 바라보는 감정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에 도달하고 인지했을 때 새벽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관객: 남자의 심리를 대표적으로 표현한 이미지가 작업실에 붙은 마을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마을이 대부분 밤으로 표현된 반면 사진은 낮으로 표현되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박: 사진이 파편적으로 쪼개져있다. 그리고 작업실 앞부분에는 넓은 마을 사진이 있는 반면 뒷부분에는 조각조각 쪼개져 있다. 그래서 낮과 밤이라기보다는 정신 없이 흩어진, 남자의 파편적이고 분열적인 모습이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관객: 남자와 여자가 손잡고 골목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대사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도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 그 부분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이 영화를 퀴즈쇼 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 장면에서 앞부분의 대사가 중심이 아니고 뒷부분에 중점을 뒀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재개발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해야하는 말이어서 들어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대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으면 했다. 앞부분에서 말하는 직설적인 내용들은 이미 영화에서 충분히 던져졌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불편해하신 분들이 많았다. 얼마전 김경묵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 남자의 대사로 혼자 알고 싶었던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킨 느낌이었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나는 그 대사를 영화의 솔루션으로 하려고 했던 의도는 아니었다. 감정과 상황의 링크를 위해서였다.
관객: <혼자>라는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박: 영어 제목은 ‘Alone’이다. 내가 힘들다 보니 가까운 사람에게 하는 행동들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외로워질까’였다. 영화 속 인물들이 대부분 그렇다. 나는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면 뭉클한 부분이 있고, 어머니가 실제 한 말씀이 대사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예전엔 어머니가 미웠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힘들었던 그 시기에 사실은 어머니도 많이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버지의 이해되지 않던 행동도 생각이 많이 났다. 아버지도 나름대로 힘든 것을 가정에 푼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잘못된 소통의 방식이었지만, 나이 들어보니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당시 아버지에겐 외로움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행동들을 보고 스스로 고립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고 많이 외로웠다. 그런 고민에서 ‘혼자’라는 제목을 쓴 것 같다.
관객: 옥상 인터뷰 장면에서 처음으로 수민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언급한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모호한데, 그 속에 유일하게 명확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인터뷰가 끝나고 자신의 뇌라고 일컬어진 동네를 아름다우니 찍어달라고 표현한다. 동네가 주인공의 뇌라면 과거의 기억을 외면하고 싶을 텐데, 예쁘다고 한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박: 반어적 표현의 일부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민은 피해의식으로 가득 차있는 인물이다.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는 척 하면서도 결국은 자기의 피해의식만을 이야기한다. 계속해서 자기 말만 늘어놓고 남 탓을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때 그 남자의 무의식 속의 진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표면적으로 하는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관객: 영화 속 달동네는 실제 동네라기보다 세트장 느낌이 들었다.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어린 수민 역을 맡은 아역 배우가 연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의 접근을 어떻게 하셨는지?
박: 우선 그곳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영화 찍기 한 두 달 전부터 동네를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나 뵈었다. 따뜻하게 맞아주는 분들이 있는 반면 문도 안 열어주는 분들도 있었다. 재개발 지역이다 보니 예민하고 날카로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통장님과 알게 돼서 통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동네 분들도 통장님이 말씀하면 잘 이해해주었다. 주로 영화의 동선이나 촬영에 관해서 설득을 많이 했다.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장면은 후시 녹음으로 하기도 했다. 설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조명 같은 경우 전기를 끌어올 상황이 되지 않아 가까운 가정집에 부탁해서 전기를 빼기도 했다. 그곳이 재개발이 될 것이니 지금의 모습을 많이 남겨달라는 분들도 있었다.
어린 수민의 경우 아이가 표현하기 복층적이고 어려운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와 인물,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보다 어머니와 많이 대화를 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영화에 대한 디테일은 설명할 수가 없었다.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 부분이 내가 생각한 인물의 표정이나 질감과 유사한가 고민을 했다.
남: 감독님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두 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하다.
박: 영화라는 매체가 본질적으로 치유적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고민을 드러내고 나도 나 자신을 다시 관찰한다. 그 속에 나의 진짜 마음이 있다. 나의 고민을 말하는 진심이 있어야 보는 관객들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 찍었다고 하셨고 나에게 질문도 많이 하시더라. 어머니는 영화를 보고 울컥하셨다. 그때 뭉클함이 있었다. 영화로 치유를 많이 받았고 그런 점에서 나에게 참 소중한 영화다.
이: 이 영화를 찍은 지 벌써 2년 정도 됐다. 마침내 이렇게 개봉을 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 감사한 마음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운 좋게 상도 받을 수 있었다. 나에게 연기하는 데 자신감을 준 영화이다. 이 영화와 올해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억’이라는 단어가 맴돈다. 기억은 지우고 싶은 조각일수록 더 날카롭게 되돌아온다. 영화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 남자의 해체된 자아를 따라가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고립의 구렁텅이에 한없이 미끄러지는 남자를 보았을 때 묘한 불안이 맴돈다. 의식과 무의식의 거대한 분열을 강렬하게 이끌어낸 놀라운 연출 방식은 신선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도한 이 영화는 묻는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외로워질 수 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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