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한줄 관람평
이다영 | 우리를 나누는 것은 결국
상효정 |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채우기 위한 도올의 토로
이형주 | 강의라기보다는 도올 선생님과의 여행 동행기
최미선 | 도올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학여행
홍수지 | 고구려, 지금은 먼 곳
<나의 살던 고향은> 리뷰: 시간을 초월한 숨결을 따라
*관객기자단 [인디즈] 상효정 님의 글입니다.
신발 끈을 질끈 맨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 산 위로 걸음을 옮긴다. 그곳에서 발견한 옛고구려의 성벽. 그는 그 흔적의 자취 안에서 고구려의 숨결을 찾아낸다. 그렇게 영화는 도올의 목소리를 따라 역사 기행을 하듯 흘러간다. 그 가운데에서 도올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 - “역사는 ‘감(感, 거울鑑)’이다”를 해설하며 시원시원한 열변을 토해낸다.
<나의 살던 고향은>은 류종헌 감독이 도올의 저서 ‘도올의 중국일기’를 바탕으로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를 스크린으로 옮겨낸 다큐멘터리이다. 날짜별로 기록된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주몽이 도읍한 흘승골성과 발해의 터전인 만주벌판, 그리고 두만강과 압록강을 마주하게 된다. 수천 년의 시간을 초월한 채 남아있는 현장의 유적지들은 짐짓 태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높이 약 7m의 광개토대왕릉비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자리하며 오랜 세월 간직해온 기운을 뿜는다.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시종일관 분명히 한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고구려 패러다임를 통해 현재의 난관을 헤쳐 나가겠다는 직접적인 도올식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광활한 만주벌판 하늘의 끝에서 일어나는 파란색 소용돌이를 바라보며 태극의 형상을 발견한다. 이와 함께 지도를 거꾸로 돌려 한반도를 바라보며 동아시아 전체가 역사의 터전임을 제시한다. 만주벌판에서 펼쳐지는 우주와 대지가 본래 우리의 고향이자 삶의 영토임을 깨달을 때, 그리고 고구려의 실체가 우리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심장의 맥박으로 뛸 때 우리 삶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음을 말한다.
‘고대사’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고구려의 맥박을 현재에 환류 하는 것. 한반도의 울타리를 벗어나 우리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것. ‘옛 고구려의 기개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시점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도올의 표정은 질끈 맨 운동화 끈만큼이나 확고하고 단단하다. 여기서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 드러난다. 세월을 초월한 역사의 흔적들을 스크린에 펼치며 과거의 정체성으로 현재와의 간극을 채우려는 사상가 도올의 확고한 역사 인식을 느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도올의 역사여행에 같이 합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관객의 판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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