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모든 오리배에게  <수성못>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28일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유지영 감독ㅣ배우 이세영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채영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화창한 날씨의 토요일이었다. ‘배우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13번째 작품으로 <수성못>이 상영되는 날이었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을 고민하다가 상업 영화 한 편을 찍으면, 독립영화 한 편을 지원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유지태의 관객 초대 이벤트는 올해로 벌써 7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수성못>은 대구에서 자란 필자에게 아주 반가운 영화였다.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도 친숙했지만, 마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이 그 곳에서 내가 했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수성못이 실재하는 지명인지 몰랐을 관객까지도 모두 영화 속 '희정'에게서 자신의 일부분을 발견했을 것이다. <수성못>의 마지막 장면이 주는 수수께끼와 여운 속에서, 영화저널리스트 이은선 기자의 진행으로 유지영 감독, 희정 역의 이세영 배우와 함께 하는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이세영(이하 이세영): 안녕하세요, <수성못>에서 희정 역을 맡은 이세영입니다.

 

유지영(이하 유지영): 안녕하세요, <수성못> 연출한 유지영이라고 합니다.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라면서 질문 많이 부탁드립니다.

 

이은선(이하 진행): 저는 진행을 맡은 영화전문 기자 이은선입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왜 대구의 수성못인가요?

 

유지영: 석촌호수여도 사실은 문제가 없는 스토리긴 하죠. 그런데 제가 대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거든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장소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20대 초반에 힘들 때마다 수성못으로 새벽에 산책을 많이 갔는데 그 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화 속 희정 같은 삶을 살면서 대구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독립하고 싶었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시기였거든요. 수성못을 대구라는 도시에 빗대어 말하면, 그 안에서 열심히 발버둥 치고 있지만 앞으로 가봤자 제가 못 안에 갇힌 오리처럼 느껴졌달까요. 그런 마음들이 작업노트에 기록이 되어 있었고 첫 장편 영화를 만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게 딱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 장편은 내 얘기였으면 좋겠고, 내가 나고 자란 장소에서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수성못>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행: 수성못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겠다는 결심을 한 후 처음 생각한 시나리오는 현재의 영화와 같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전에 생각했던 스토리가 혹시 또 있나요?

 

유지영: <수성못>이라는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는 대사가 많이 없고 장소 위주의, 말하자면 포토제닉한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전위영화에 가깝다고 할까요? 수성못을 배경으로 영상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구상 중에 저의 20대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면서 희정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여 그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서른다섯인 제가 보는 이십 대의 제 거울이랄까요. 처음엔 이미지 중심으로 구상되었던 영화가 희정의 등장과 함께 스토리 중심으로 나아갔던 것 같아요.

 

진행: 희정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치열하게 사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도 그 치열함을 강요하는 사람이기도 한데요, 솔직히 조금 피곤할 것 같기도 하죠?(웃음) 희정이라는 인물을 처음 대했을 때의 배우님의 마음이 어땠을 지 굉장히 궁금해요.

 

이세영굉장히 오지랖이 넓고,(웃음자기도 모르면서 쉽게 말하고, 자기 세상에 갇혀있는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한 편으로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을 할 때 저랑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요. 또 열심히 살고 있는 20대 청춘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허투루 보여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진행: 그 노력의 일환이 영화 속 대구 사투리겠죠? 사실 감독님이 이세영 배우에게 대구 사투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해요. 이세영 배우가 희정을 그 캐릭터처럼 치열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희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배우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부분이 있나요?

 

유지영: 이세영 배우와 제가 유머코드가 되게 잘 맞아요. 극 중 오리배 관리소장님한테 거짓말로 엄마 아프다고 하면서 뒷걸음질 치면서 나가잖아요. 그런 유머코드들이 세영 배우의 아이디어였어요. 가끔 스태프들은 그게 뭐냐고 핀잔도 주는데 저는 너무 웃긴 거예요. 각 씬, 각 쇼트마다 함께 논의하며 촬영했고 연기에 있어서는 제가 이세영 배우에게 의존한 것도 많았다고 봐요.


 



진행: 이 영화에서는 내가 모르는 것은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느껴져요. 특히 인물들의 마지막을 처리하는 방식이 그렇죠. 각 인물들에게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도 있지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결론을 모두 열어 준 것도 감독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이 난 섣불리 희망 같은 건 얘기 하지 않겠어라는 굉장히 단호한 의지인데요, 실제로 영화를 만들면서 가져가고 싶었던 목표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지영: 저는 미대를 나왔어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영화도 만드는데 이런 창작의 과정에서 항상 경계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예술로써 메시지를 던지는 거예요. 저도 희정이처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모르고 저에게도 인생은 한 번뿐이고 모든 것이 첫 경험인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예술의 몫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항상 예술이란 사회 혹은 개인의 거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 때도 ‘2015년도 대구의 어떤 젊은이의 풍경으로 큰 퍼즐 속 한 조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비전이 있었어요. 차이밍량 감독이 했던 말 중에 “세계의 미래를 걱정하면 상업 영화고, 나의 미래를 걱정하면 예술 영화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되게 와 닿아요.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 서툰데 영화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그나마 서툴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모르는 것까지 내가 말할 수 없고, 저 역시 어떤 사람에게 악한 사람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모호하다는 얘기를 듣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답을 내리는 영화를 만들진 못하고 오히려 질문을 드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진행: 감독님이 얘기하는 부분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는 생각에 드네요. 동시대를 얘기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나부터 스스로를 굉장히 열심히 들여다 봐야 하는 작업이거든요. 내가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아니면 내가 이 주인공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치열하게 해야 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상당히 깊숙하게 들어가는 작업일 수 있는데요, <수성못>이라는 치열한 과정을 두 분이서 통과하면서 각자에게 어떤 식의 위로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이세영: 희정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또 저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 사람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그런 과정을 지나면서 저도 제 스스로가 부족한 면을 좀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됐어요. 내가 희정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나도 착하지만은 않구나, 나도 오지랖이 넓은 스타일이구나, 그렇게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영화를 촬영하던 당시에도 희정이랑 너무 비슷하게 살아서 누가 연락하면 바쁜데 왜 전화해!” 이런 식으로 굴었거든요.(웃음) 모두 다르다는 걸 알고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유지영: 이 영화를 통해서 통과의례를 지난 것 같았어요. 단편을 6편 작업하고 이게 첫 장편작인데, 다 제 이야기를 했거든요. 저에 대한 이야기, 혹은 제가 투영된 이야기를 했는데, <수성못>을 찍고 나서는 이제는 내 이야기를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것 같아요. 또 개봉일에 <수성못>을 보면서 참 희정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20대 때의 저를요. 그 때는 정말 힘들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누구도 너 정도면 괜찮지 않니하며 저를 위로해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그 때는 힘들어서 몰랐지만 지금 영화를 보니 희정이를 안아주고 싶었어요. 그러면 제 자신에게도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진행: 이 영화는 청춘들의 얘기잖아요. 젊은 세대를 그려내는 영화에서는 그들을 둘러싼 기성세대를 묘사하는 방식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기성세대들은 주인공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구체적으로 미치지 않는 모호한 인물들입니다.

 

유지영: 강신일 배우가 연기한 박 씨라는 인물은 말씀하신 대로 이 젊은이들의 곁을 끊임없이 맴돌면서도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어른들이 없는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서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박 씨의 입퇴장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희정의 엄마 같은 경우는 희정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어른들이 없는 세계라는 것은 박 씨를 통해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어른들은 스치듯 지나가게 연출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빠도 있지만 없는 듯한, 대구의 가부장 같은 느낌으로요.

 





진행: 희정이가 서울에서 '퍽치기' 당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어쩌면 그 장면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는 관객 분들도 있을 거예요. 잘 해결해나가면 될 것 같은데, 왜 한 번 더 이런 시련을 만들까 하고요. 그런데 이런 방식이 감독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절대 순탄하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어쩌면 이 감독의 장기라고 느껴졌는데요, 편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상황들이 싫어요?(웃음)

 

유지영: 시나리오를 쓸 때 수정을 거치면서 여러 장면이 바뀌잖아요. 그런데 그 장면만은 처음부터 쭉 있었던 장면이었어요. 오히려 거기서 거슬러갔겠죠. 목표가 없이 인 서울만을 바라보고, 내가 무슨 과를 가고 싶은지, 왜 편입을 하고 싶은지, 왜 서울을 가야 하는 지 모른 채 가던 이 아이에게 네가 '뭣이 중헌지' 알아야 한다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영화에서 감독은 어쩌면 이 세계를 창조해낸 신이잖아요. 여기서 심리적인 타격이 있는 방식으로 각성을 한 번 주고 싶었어요. 너에게 세상이 녹록하지 않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이상 서울에 온 것만으로는 잘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진행: 그 씬을 중심으로 거꾸로 이 영화를 돌아보면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장치가 있어요. ‘영목이 만들고, 결국엔 희준까지 가세하게 된 자살클럽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중요한 축인데요, 나이브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들에게 죽음은 삶에 대한 예찬과 또 다른 방식의 매혹적인 소재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럼에도 작품 안에서 죽음을 다루려면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할 텐데요, 게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동반자살이라는 소재는 무겁고 대하기 어렵고 극으로 만들려면 난감한 이야기인데 자살클럽은 어떤 의도로 연출했나요?

 

유지영이 영화는 희정을 중심으로 따라가는 플롯인데, 영목희정과 대비되는 위치에 있어요. 희정이 빛이고 삶을 의미한다면, 영목은 그림자, 죽음을 감염시키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희정과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죽음의 무게를 대변하는 입체적인 요소가 필요했는데 그 때 떠오른 소재가 동반자살이었어요. 항상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거나 혹은 충동적으로 죽으려고 하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서 나의 삶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살예방센터에 취재를 갔을 때 처음에는 기록일지들을 보면서 좀 더 드라마틱한 아이템을 시나리오에 끌어오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들은 내 옆에서 내일 죽는다고 해도 내가 알아채지 못할 만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평면적이고 피상적인 묘사는 피하려고 했어요. 이를테면 내가 지금 목을 매려고 자살을 시도하는 그 순간에도 바퀴벌레가 있으면 '왁' 하고 놀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저에겐 중요했습니다. 영목과 자살클럽은 관객에게 죽음을 상기시키는 기능을 같이 하길 원했죠.

 

진행: 마지막 장면 이후 희정의 모습을 관객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희정의 마지막 표정을 보며 쟤가 바로 집으로 갈까?’ 아니면 설마 수성못으로 걸어 들어갈까?’하며 아리송해지죠. 배우도 그 장면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요.

 

이세영: 마지막 장면 촬영을 앞두고 대사 수정을 계속 했어요. 그런데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은 저도 싫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에도 저는 5050이다, 희정은 살았을 수도 있고 금방이라도 물에 뛰어들었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습니다. 물에 뛰어 들어도 죽는 것조차 쉽지 않아서 다시 살 수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요라는 대사가 있잖아요. 수성못의 물을 바라보면서 정말 모르겠다는 감정으로 연기를 했어요.

 




관객: 영화 속 희정은 곧 제 모습이었어요. 저도 대구에서 어떻게든 서울에 오겠다고 졸업하고 올라와서 살고 있는데, 꼭 목표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요새 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동생 희준이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이 무슨 책인지 궁금했습니다.

 

유지영: '이방인'이라는 책입니다. 희준이 읽었던 부분은 마지막 구절인데요, 그 장면에서 희준이 도서관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잖아요. 그 장면을 희준이 이후에 자살클럽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복선처럼 생각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방인'이 계속해서 사회의 대열의 이탈자로 살면서 편입되지 못하는 사람이 대중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어주겠다며 조롱하는 내용이거든요. 그것이 희준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영목의 심리에 대한 갈피가 잘 잡히지 않았는데요, 영목이 왜 그렇게 자살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적극적으로 자살클럽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영상을 찍지만 그게 단순히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인지, 영목에 대해서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유지영저도 처음에 시나리오 쓸 때 굉장히 고민을 했던 부분입니다. 우선 희정과 영목은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인데, 둘의 공통점은 목표가 없이 실행한다는 거거든요. 영목 역시 자기가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죽고 싶은지 모르는 채로 중증 우울증을 가진 미루라는 여자친구한테 우울증이 감염이 된 거죠. 그래서 무기력하고 만성적인 죽음,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죽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희정도 맹목적으로 인 서울만 하려고 하잖아요. 그 둘이 그렇게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서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제 의도였습니다. 영목의 전사(前史)를 넣은 적도 있어요. 아픈 어머니가 있고, 요양원에 있고, 여자친구는 우울증이고, 삶이 너무 우울하고, 그런 내용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넣다 보니까 영목의 드라마가 너무 강해지면서 습관적으로, 또 만성적으로 자살에 젖어있는 모습에 방점이 찍히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작은 단서인 미루 하나만 남겨놓고 그 원인을 보여주는 대신에 자꾸 죽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주인공이 묻지마 폭행을 당한 후에 씩씩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와서 울어버리잖아요. 그런데 지갑을 뺏겼는데 어떻게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었는지(웃음)

 

이세영: 예리하시네요. 저도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가방 안에 굴러다니는 동전이라거나 바지 주머니에 천 원 몇 장이 있었겠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사 먹었다고 설정을 했는데, 사실 그때 당시 나온 신제품을 먹었거든요. 촬영이라고 좋은 걸로 주시더라고요. 감정연기를 하면서 햄버거를 먹는데 치즈가 막 늘어지고 이걸 후루룩 해서 먹을 수도 없고 우는데 치즈가 막 흘러가지고 더럽다고 NG나고.(웃음) 저도 햄버거에 굉장히 의문을 많이 가졌거든요. 왜 그랬나요?

 

유지영: 저는 항상 주머니에 천 원짜리를 갖고 다녀요. 지갑은 잃어버려도 집에는 가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너무 자연스럽게 그렇게 설정을 해버린 것 같고햄버거의 경우는 저희가 7000만원으로 만든 저예산 영화 아닙니까.(웃음) 가게를 섭외하는데 그 조건으로 신상품이 나와야 된다는 거예요. 근데 치즈가 쭈욱 늘어나고 우는데 질질 흐르고도저히 안 되겠어서 여섯 번 정도 찍다가 햄버거를 바꿨습니다. 그 햄버거가 아니면 섭외가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웃음)

 

 




관객: 희정이 엄마랑 싸우고 나서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희준에게 듣는 말은 여자라서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인데요. 영화 속 희정은 여성을 향한 폭력에 다양하게 노출되지만 남자형제에게 여자라서 편하게 사는 거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장면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지영: 그 상황에서 보면 희준이란 인물은 군대 문제로 정체가 되어있는 인물이잖아요. 희정영목은 그냥 목표가 없이 달려나가고 있다면, 희준은 그 중간에서 머무르고 있고 그런 상황들이 숨막혀오는 인물인데, 자기 입장에서 보기에는 달려나가는 사람이 부러운 거죠. 그게 순간 자기 안에서 꼬인 거였어요. 그 씬은 희준의 감정에 제가 이입을 해서 썼는데, 희준의 입장에서는 그 순간만큼은 누나가 부러운 거예요. 누나의 모든 걸 알지도 못하니까요. 누나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희정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른 채 얘는 목표도 있고, 달려나가고, 꿈도 있는데 나는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주인공이 호수에서 헤엄치면서 날갯짓을 해야만 바다로 갈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자각한 오리배처럼 느껴졌는데요, 혹시 지금의 두 분이 극 중 희정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유지영: 달리다가 넘어져도 되니까 그냥 너무 힘들 땐 콱 넘어져버려서 옆에 뭐가 지나가는 지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고속도로를 달리면 풍경들이 쌩쌩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들꽃도 보이고 하늘도 볼 수 있고 창을 내려서 향기도 맡을 수 있죠. 그렇게 비포장도로 가듯이 좀 천천히 가고, 힘들면 좀 세웠다 가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이세영: 저는 희정과 굉장히 비슷했어요. 맹목적으로 발버둥치고 열심히 하면서 목표가 여기서 벗어나자인 거요.(웃음) 다이어리 앞장에 항상 한 해를 다짐하면서 쓰는 글이 있는데, 2015년에 써놓은 걸 보니 가끔 앞만 보고 가면 맞게 가고 있는지 모른다. 잠깐 멈춰서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주변을 좀 돌아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도 된다는 말을 썼더라고요. 누가 쫓아오는 거 아니니까 좀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진행: 우리는 관성적으로 젊은 세대들은 꿈 꿔야 하고, 도전해야 하고,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잖아요. 뭔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스스로 굉장한 실패자가 된 것처럼 생각하고 매체도 그런 것들을 강요하죠. 최근 젊은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면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반가운 시선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유지영: 많은 관객분들이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다 눈에 담아서 가겠습니다. 저희 영화와 배우들, 영화 속 희정, 영목, 희준을 마음에서 오래오래 안아주시길 바라며 조심히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이세영: <수성못> GV를 하면서 가장 많은 관객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고, 저희 영화 오래오래 기억해주세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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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달려온 여배우의 오늘 

 2018 으랏차차 독립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2월 10일 오후 5시 30분 상영 후

참석 문소리 감독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토요일 오후, 배우 문소리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가 되었던 <여배우는 오늘도>가 관객들과 다시 만났다. 상영이 끝난 후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의 인사말로 시작된 인디토크에는 첫 연출작에서 배우로도 활약한 감독 문소리가 함께했다. 바깥의 날씨와는 상반된 따뜻한 분위기에서 부지런히 달려온 그녀의 수많은 오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진행): 개봉 직후부터 동료 여배우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은 영화다. 여성들이 영화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된 게 멋지고 기쁜 풍경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개적으로 나누었던 대화의 경험들은 어떻게 의미가 남았나?

 

문소리 감독(이하 감독): 많은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아직까지도 그 내용들이 다이어리에 적혀있다. 다 갚지 못한 마음이다. 최근 영화계에 시끄러운 일들이 많지 않나. 미투 운동(#MeToo)도 있고. 나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배우들은 자주 모이지 않는다. 같이 작품을 하거나 미용실에서 오가면서 만나지만, 작품이 없으면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내 영화를 도와주고자 많은 선배들이 와줘서 마음 안에 연결된 끈이 조금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 극중 문소리를 연기하는 배우 문소리를 보는 기쁨이 있었고 그것을 연출하는 감독 문소리를 보는 기쁨이 있었다. 그것이 보는 사람과 문소리라는 배우의 거리를 좁혀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후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그 거리의 폭이 조금 더 줄어든 것 같다. 감독님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감독: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로 데뷔하고 임상수 감독님의 영화로 작품을 이어가면서 처음부터 친숙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었다.(웃음) 무겁고 힘든 작품들이 많았다. 시작이 그래서 그런지 좁혀지기가 어렵더라. 그런데 영화를 만들며 내가 나한테 거리를 두고 보았더니 그 거리만큼 관객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과 더 많이 공감하게 된 것 같다.

 

진행: 독립영화계에 대해 구석구석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감독: 큰 영화로 데뷔를 했지만 단편영화나 저예산영화, 인권영화도 찍어서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가 가까운 느낌이다. <박하사탕>(1999)<오아시스>(2002) 사이에 일곱 편의 단편영화를 찍었는데, 나한테는 그게 데뷔작만큼이나 중요한 경험이었다. 그 당시 함께 작업했던 분들이 다 독립영화인들이었고 그들에게 너무 많이 배웠다. 그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들이 내 인생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낯설지가 않다. 마음이 많이 있었고 계속 인연이 있던 곳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배급을 하는 과정을 보며 독립영화의 배급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다. 한국 영화 전체에서 배급의 독과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도 더 절실히 느끼게 된 것 같고 공부하는 지점도 많았다.





진행: 지금에서야 보이는 작품의 한계나 단점이 있다면?

 

감독: 처음부터 장편으로 개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 한편 한편의 단편으로 시작했고 문소리라는 사람의 삶으로 세 이야기가 엮여있다. 그렇게 시작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극장에 와서 보시는 관객들에게 부족한 점이 느껴질 수 있겠구나 싶다.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찍은 영화다. 학생들이 영화를 만드는 평균 제작비에 맞춰서 찍으려고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에 맞춰서. 장소도 많이 왔다 갔다 했다. 2막에서는 장소가 너무 많아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3막에선 장소를 줄여도 보았다. 조명을 많이 못 썼던 것도 큰 화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진행: 다시 학생 문소리로 돌아간 경험이 어떤 용기, 혹은 자신감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감독: 공부했던 시간들이 지나보면 참 좋은 것 같다. 그때는 이 비싼 학비를 내고 지금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에서 애는 울고 있는데.(웃음) 공부를 하는 것은 무언가를 회복하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시도였다. 어떠한 일로, 무엇이 무너져서 무엇을 회복하려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부가 나한테 무언가를 줄 것 같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 당시엔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교정이나 강의실에 있던 그 순간들은 굉장히 평화로운 순간들이었다. 10여년 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 속에서 잘 쉬지 못했다. 하루 집에서 쉬라고 하면 꼭 가구를 옮기거나 김치 냉장고 안의 모든 것들을 꺼내보며 일을 만든다.(웃음) 잘 못 쉬는 사람인데, 그렇게 달려왔던 것들이 갑자기 조용해진 그 순간이 좋았다. 그리고 조금 자존감이 흔들렸던 시기였던 것도 같은데, 공부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교수님들이 좋은 가르침들을 많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영화적으로 더 전문가가 되거나 더 아는 게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계속 공부를 하는 과정인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조금 더 친숙해진 것 같다. 이걸 조금 더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경험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영화가 아니어도 될 것 같다. 누구에게든 어떤 공부가 그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진행: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여배우라는 개념으로 축소시켜서 생각을 해보자면, 작품이 여배우라는 존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선언하고 있단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작업 이후엔 여배우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하고 새롭게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감독: 새로 정립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없었던 것 같다. 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조금 진지해 보이고 까다로운 여배우로 생각했다면, 영화 이후에는 영화 일을 하는 사람이나 같은 동료로 더 많이 봐주는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보면 내가 여배우이기 때문에 갖는 마음들, 받는 시선들, 처해지는 상황들이 거의 죽는 날까지 여전할 것도 같다. 영화의 관계를 더 다양하게 평설하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진행: 지금 이 시점에서 영화인 문소리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

 

감독: 영화하고 사는 거다, 그냥.(웃음) 가장 큰 숙제 같기도 하다. 매일 밤 고민하며 잠들고 고민을 시작하면서 눈을 뜰 정도로 그런 숙제들이 많다. 그런데 그 숙제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스스로 하겠다고 한 것들이다. 그만큼 영화를 애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를 빼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만, 굉장히 텅 빌 것 같다. 부부 사이도 멀어질 것 같고.(웃음) 학교에서 영화 연기를 가르치고 있기도 한데, 거기서 영화를 빼버리면 내가 학교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영화를 안 하면 재미없어서도 못 살겠지만, 삶의 이유가 없어질 것만 같다.





관객: 1막에서 홍상수 감독 영화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독: 여러 감독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해외 영화제에서도 소주를 마시는 씬만 나오면 , 홍상수스러운 씬이었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1막 시나리오를 썼을 때, 여럿이 앉아 술을 마시는 씬이 나오니까 주변에서 홍상수스럽지 않을까하는 우려들을 했다. 그리고 촬영감독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찍었던 촬영감독이었다. 그 촬영감독에게 유일하게 주문한 것이 홍상수 영화 같지 않게 해줘였다.(웃음) 얼핏 보기에 술 마시는 분위기에서 홍상수 영화의 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 영화에서는 연애를 안 하지 않나.(웃음) 남자를 다시 만나 따로 2차를 가던가 해야 홍상수 감독 영화스러운 것이지 않겠나. 나는 딱 파하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집에 갔다.(웃음)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 세 가지 단편영화를 막()별로 배치했는데, 그 순서에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감독: 1막에서는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는 여배우의 삶이 중요한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통해서 문소리라는 여배우를 보았다. 1막을 만들고 났더니 발만 살짝 담근 것 같단 기분이 들었다. ‘확 들어가서 다 젖으면 어때, 들어가서 어떤지 파헤치고 더 봐봐!’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2막에서는 그 사람의 삶으로 직접 더 들어가서 그녀가 겪는 직접적인 심경과 일들, 그리고 그녀의 가족을 담아보려고 했다. 3막으로 가니 이렇게 영화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 사람이 결국 어디로 갈 것인가. 왜 이러고 사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장례식에 가 무언가를 보고, 겪고 나오는 이야기를 생각해낸 것 같다. 1막을 만들고 나서 2막을 만들고, 2막을 만들고 나서 3막을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그때마다 생각의 과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

 


관객: 감독으로서 다른 배우들에게 디렉팅을 하는 과정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는가?

 

감독: 제일 주안점을 뒀던 것은 어떻게 하면 편하게 해줄까?’였다. 배우로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 지금 배우의 심경은 어떨까, 지금 배우는 뭘 해야 할까, 배우에게 뭐가 필요할까에 대한 답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거기에 맞춰주려 했다. 오랫동안 배우로 일해 왔기 때문에 연출을 할 때도 그렇게 머리가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관객: 세 개의 막에 모두 걸쳐 나오는 것이 불편한 사람과의 술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2차를 가자고 말한다. ‘2가 감독님에게 배우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하다.

 

감독: 누가 2차를 가거나 3차를 가자 그러면 잘 거절하지 못한다. 그런 원래의 내 성격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2라는 것이 영화 안에서는 술자리지만, 우리는 계속 다음 영화를 찍어야 하고 다음 막을 살아야 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끝이 나지 않는다. 한 컷을 찍었으면 다음 컷을 찍어야 하지 않겠나.

 


관객: 자전적인 내용인데, 작품이 현실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감독: 적당히 반영되어있다. 수많은 감독님들과 가졌던 술자리들이 있다. 그것이 다 모여서 하나의 씬으로 만들어진 거다. 실제로 영화 안에서와 똑같은 일이 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전에 있었던 수많은 비슷한 일들이 조각조각 영향을 미치고 들어간 부분이 있다. 그래서 현실이 얼마나 반영되어있는지 수치로는 계산할 수가 없다. 굉장히 혼재되어 있다. 많은 것들을 섞어서 만들어놓은 것이긴 하지만, 만들어놓았다고 해서 허구라 생각하진 않는다. 기억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허구가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있지 않나, 확신을 못하겠는. 지금은 <여배우는 오늘도>를 많이 봐서 그 장면들을 내가 실제로 겪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살면서 팩트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그때의 느낌과 감정, 생각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나. 그것들을 담아내려 했다.

 


관객: 영화감독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감독: 배우도 굉장히 창의적인 직업이라 생각하는데, 감독이 해내야 하는 창의적인 어떤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배우가 연기를 하며 느끼는 책임감과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감독이라는 것이 부담스러운 직업이고 힘든 직업이라고 많이 느꼈다. 감독만 한 게 아니라 배우까지 같이 해서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다. 무엇을 먼저해야 하는지 순서도 모르겠는 경우가 있었고, 어떤 태도로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했. 바로 오케이를 못 내리고 다시 모니터 앞으로 돌아와 확인을 해야 하니 시간이 걸리는 점도 어려웠다. 둘을 병행해서 어려웠던 점들이 있었던 것 같다.

 


진행: 마지막으로 관객 여러분들께 끝인사 부탁드린다.

 

감독: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2018년도 힘차게 달리길 바란다. 작년에 너무 달려서 올해는 신발 끈 좀 묶고 재정비를 해야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웃음) 좋은 영화로 또 찾아 뵙겠다. 감사하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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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본 두 개의 거울에서 자라난 파국  <폭력의 씨앗>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4일(토)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임태규 감독 | 배우 이가섭, 정재윤 

진행 이은선 영화칼럼니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군 복무 중인 ‘주용’은 유난히도 긴 하루를 보낸다. 그의 하루는 온통 크고 작은 형태의 폭력으로 짓눌려 있다. 또 다시 다가올 폭력 앞에 주용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쉼 없이 발걸음을 옮기지만 서늘한 폭력의 세계에서 그는 벗어날 수 없다. 유난히 추웠던 바깥의 날씨와 달리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작품을 연출한 임태규 감독과 이가섭, 정재윤 배우가 함께했다. 





이은선 영화칼럼니스트(이하 진행):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시나리오 구성 과정에 대해 감독님께 먼저 여쭤보고 싶다.



임태규 감독(이하 임): 군대 이야기를 앞부분에 구조적으로 설정 해놓고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쓸 것인지, 아니면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쓸 것인지 고민했다. 예전에 군 생활을 할 때 외박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고참, 후임과 같이 나와서 밥을 먹었다. 흔히 있는 식사자리였다. 그날 고참이 ‘형’이라고 부르라는 것이 조금 재미있게 느껴졌다. 형이라고 부르기 싫은데.(웃음)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군대 안에서 구조적인 관계에 놓여있었는데 그걸 무너뜨리고 그냥 말을 놓을 순 없지 않나. 내일이 되면 다시 군대에 돌아갈 텐데. 군대라는 공간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것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고참을 편하게 부르기 싫을까, 그 마음은 도대체 뭘까, 그게 좀 이상했다. 그래서 외박을 나와 일어난 일을 설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진행: 작품은 주용의 뒷모습으로 시작해서 주용의 뒷모습으로 문을 닫는다. 카메라가 주용을 따라간다는 기본적인 규칙이 이 영화에 있었을 것 같다. 뒷모습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



임: 주인공을 따라가는 형식을 먼저 염두에 두고 그 인물이 사회 안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군대에 들어가는 순간 익명성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거기서 거기’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이 뒷모습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더 발전시키다 보니 인물이 누구인지를 애매모호하게 드러내며 작품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촬영방식을 통해 인물의 변화나 감정을 관객들이 보고 읽는 데까지의 시간을 조금 지연시키면 긴장감을 더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얼굴을 보여준다면 정보가 금방 읽혀버리니까 그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했다.



진행: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에 어떻게 적응해갔는지 궁금하다.



이가섭 배우(이하 이): 배우들보다는 촬영감독님의 고충이 더 컸을 것 같다. 롱테이크로 촬영이 되다보니 배우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했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순간적으로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재미있고 신기했다. 조금 연극적인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배웠다.



정재윤 배우(이하 정): 롱테이크 촬영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계속 연결시켜가며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배우들한테는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행: 많은 장소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동선을 짜는 데 있어서도 고심했을 것 같다.



임: 기본적인 골조는 컷을 하지 않는 대신 주용의 움직임을 담을 때 앵글을 변화시켜 컷을 한 것처럼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컷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공을 계속 움직이게 해야만 했다. 그게 의미적으로도 굉장히 맞았다고 생각한다. 주용은 어디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고참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술을 따르라면 따르는 능동적이지 못한 인물이다. 그래서 움직임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코드였다.



진행: <폭력의 씨앗>은 50개가 조금 넘는 숏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숏들이 전부 다 롱테이크로 촬영되었고 음악이 없으며 4:3 비율이다. 영화 형식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임: 그렇게 영화를 만드는 게 시나리오에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폭력의 씨앗>의 시나리오는 씬과 씬 사이가 많이 생략되어있는, 별로 설명적이지 않은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한 씬이 한 컷이기 때문에 한 컷을 굉장히 공들여 찍지 않으면 중간에 생략한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호흡이었기에 그런 형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진행: 배우들이 생각한 등장인물들의 전사는 어땠는가?



이: 어릴 때 누나와 함께 폭력에 노출되어있던 친구였을 거란 전사를 가지고 연기했다. 불안할 때 표출하는 스타일이 아니란 점 등에서 성격적으로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또 실제로 친누나가 있어서 누나의 상황에 대입을 해보고 상황 자체에 나 자신을 던져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항상 질문해보고 모든 상황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봤다.



정: 처음에 감독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전에 외국에서 살다왔고, 외국에서 살 때는 멀끔하게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고, 현재는 군대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다'부터 출발했다. 전사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이등병으로 들어온 상황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군대생활을 떠올려 보거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밖에서는 멀쩡한데 군대라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준비했다.



진행: 인물들의 여정에서 바깥세상의 많은 면들이 보이지는 않는다. 대사를 통해 사회의 만연한 폭력을 잘 심어두었다는 생각이다. 사실 사회적인 폭력은 굉장히 많다. 그런 폭력들을 영화에 드러내는 데 있어 어떤 기준점이 있었나?



임: 군장점 장면에서 주인이 자기 아들이나 조카를 대하듯 편하게 병사들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 겪었던 일이고, 잠깐일 뿐이야’라는 마음으로 병사들을 바라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투의 연기를 주문했다. 실제로 연기하신 분이 배우가 아닌 군장점 주인이다. 원래 어떻게 하시냐고 물어봤는데, 진짜 아들같이 생각하고 반말을 한다고 했다. 그 분은 나쁜 의도가 아니라 그들을 진짜 아들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내 의도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걸으며 이동하는 시간이 있지 않나. 그때가 그나마 휴지(休止)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간에도 이상한 아저씨들이 나와 이상한 말을 하는 게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택시에 군인이 타면 기사님들이 군장점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갑자기 “휴가 나왔어?” 이러신다. 그것도 이상하지 않나? 왜 군복만 입으면 반말을 하는지.(웃음) 그 분들도 아마 그것을 겪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주용과 필립의 미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의 관계라고 해야 할까. 그것이 그 사람의 과거일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한테는 미래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런 것들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행: 배우나 감독이 작품을 찍고 난 이후에 다시 보면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하더라. 지금쯤 다시 이 영화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이: 개봉을 하고 나서 긴장을 많이 했다. 감사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인디스페이스에 영화를 많이 보러 왔는데,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가 상영되는 것 자체도 영광스럽다. 스페인에서 열린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도 <폭력의 씨앗>을 봤다. 영화가 다 끝나면 관객들이 박수를 쳐준다. 덕분에 힘을 많이 얻고 왔다. 앞으로 더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정: 점점 더 많은 관객 분들이 <폭력의 씨앗>을 봐주시는 게 아직까지도 좀 쑥스럽다. 반응을 온전히 즐긴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부족한 부분들도 생각이 나고. 그래서 다음에 작업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에 다 같이 모여서 고생했던 보람도 느낀다.





관객: 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임: 문은 연출적으로 사용해보려 했던 소재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군대를 나가는 문이 나온다. 그 울타리를 나와도 행동양식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 뒤에 등장하는 문들은 사실 주용의 울타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울타리다. 또 다른 폭력이 시스템으로써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가해자든 피해자든 방관자든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 ‘이건 나빠’, ‘우리 그만두자’, ‘나갈까?’라는 말들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울타리에서 한 발자국 밖에 있는 사람은 주용이 누나에게 하는 것처럼 ‘너 나가, 왜 그러고 있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주용 자신도 이 울타리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 않나. 물론 군대라는 시스템은 법적인 테두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깨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드러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울타리 한 발자국 밖에 있는 사람들은 말을 조금 쉽게 하는데, 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그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그런 대화의 장이 열린다면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 두 배우 분들에게 질문이 있다. 주용과 필립이 후에 어떻게 되었을 거라 상상하는가?



정: 사건들을 겪으면서 필립이라는 인물도 결국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과 모순된 점들에 알게 모르게 빠져들 것 같다. 병장이나 상병에게 붙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계급이 올라가면 결국에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과연 군대 밖으로 나와서까지 필립이 그렇게 행동할지는 다른 문제 같다. 군대 안에서의 성격과 행동들이 밖으로 연관되는 경우도 많지만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군대에서만 그런 생활을 하고 밖에서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마지막에 통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전화를 한 사람, 혹은 받은 사람은 매형일 수도 있고 병장일 수도 있다. 만약 매형에게 전화를 했다면 다시 한 번 부러진 치아를 해결하고 돌아가려 전화를 했을 수 있다. 해결하지 못하고 병장에게 전화가 걸려왔거나 전화를 해서 부대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 두 선택지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어디에 전화를 해도 답답하고 불안했을 것이다. 두 개 다 선택하기 싫을 것 같기도 하다. 필립의 치아를 치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늦은 밤 다시 부대로 돌아가면 구타를 당할 것 같고, 해결하고 돌아가기엔 막차가 끊겨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답답할 것 같다.



관객: 감독님이 생각한 폭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임: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은 ‘주용이 왜 그렇게 되었나?’였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첫 번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것, 두 번째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사회적인 압박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양 극단에 있는 것이다. 그 사이의 나머지들에 대해서 고민했다. 혼재되어있는 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스펙트럼 안에서 어떤 정도에 치우쳐 찍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인물이 어떤 사람이란 걸 규정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둘 다라고 대답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폭력적인 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혼재되어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찍지 않으면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연출했다.





진행: 왜 인물들이 군인이어야 했는가?



임: 어쩔 수 없이 경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작품에 드러난 그런 상황에 놓여있진 않았다. 나는 원래 후회를 잘 안하는 편이다. 지난 일에 대해서 생각을 별로 안하는데, 군대 2년은 인생에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이야기를 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조금 더 확장해서 사회 저변에 있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앞부분에 군대 폭력을 놓고 뒷부분에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캐릭터나 플롯을 구조적으로 놓아 거울처럼 보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행: <폭력의 씨앗>이라는 영화가 감독과 배우들에게도 씨앗의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와주신 관객 분들에게 끝인사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임: 와주셔서 감사하다. 관객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두 배우가 너무 열심히 해주었고 앞으로 전도유망한 배우들이 될 테니 주목해주시라. 



이: 영화를 봐주시고 GV에 함께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영화가 좋으셨다면 주변 다른 분들께 많은 홍보 부탁드린다. 요즘 날씨가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셨으면 좋겠다.



정: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극장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이기 때문에 논문을 쓰느라 머리가 너무 아픈데, 이렇게 나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너무 고마운 것 같다. 주변에 <폭력의 씨앗>을 많이 홍보해주시라. 






휘몰아치던 폭력이 잠시 멎었을 때, 주용은 깊은 곳 어디엔가 자리 잡은 폭력의 씨앗을 발견한다. 이윽고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과 함께 적막이 찾아든다. 적막 속에서 영화가 보여준 폭력의 세계에 대한 인지는 스크린 밖 현실로까지 이어진다. 마주 본 두 개의 거울처럼 놓인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자라나버린 파국은 기시감이란 긴장으로 허공을 맴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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