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한줄 관람평


이지윤 | 풍경만으로도 참 곱고 풋풋하다

박범수 | 섬세하게 재구성된 서정적 아름다움의 세계

조휴연 | 원작과 해석 사이, 치열한 고민 끝에 제작진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순수한 감정들

이가영 | 우리의 추억으로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김신 | 여러 의미에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현 상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척도를 제공한다

남선우 | 오래 펼치지 않았던 동화책을 찾아 읽는 기분으로





 <소나기> 리뷰: 섬세하게 재구성된 서정적 아름다움의 세계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소년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를 어떻게 스크린에 옮길 것인가? 안재훈 감독의 중편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우직한 정공법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심히 들여다 보면, 동시대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손길이 여기저기에 묻어있다. <소나기>는 원작의 평이한 답습이 아닌, 섬세하게 재구성된 서정적 아름다움의 세계라고 불릴만하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내용이겠지만, 영화의 줄거리(이자 소설의 줄거리)를 한 번 간략하게 옮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소년은 등굣길 징검다리에서 윤 초시네 증손녀를 만난다. 하루는 소녀가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소년에게 돌멩이를 던진다. 소년의 무덤덤함에 괜히 새침해진 것이다. 며칠간 나타나지 않던 소녀는 다시 개울가에 나타난다. 대뜸 비단조개의 이름을 묻는 소녀에게 이끌려 소년은 산 너머로 향한다. 논밭과 무 밭을 지나 산자락에 다다른 소년과 소녀는 꽃줄기를 따고 송아지를 타고 놀다가 소나기를 맞는다. 둘은 원두막에서 간신히 비를 피한 뒤 징검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지만, 병약한 소녀는 앓아 눕고 만다. 며칠이 지나고 소녀는 개울가에 다시 나타난다. 스웨터에 든 물이 징검다리에서 업혔을 때 옮은 것이라고 말하는 소녀의 말에 소년은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이사 갈 소녀에게 줄 호두를 따 온 소년은 깜빡 잠이 들었다가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님을 통해 전해 듣게 된다. 여러 날을 앓던 소녀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자기가 죽거든 입은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는 말을 남긴 채 말이다.



<소나기>와 원작 소설의 차이를 짚어내기 위해 줄거리 요약을 옮겨 놓았다. <소나기>가 원작에서 덜어낸 것은 간결한 문장들 사이사이에 스민 어떤 서늘함이다. 가세가 기울어 이곳 저곳을 떠돌아야 할 소녀의 비극적 운명이나 소녀의 유언을 전하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기운은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영화 속 소년과 소녀의 감정 또한 첫 만남의 설렘이 주는 미묘한 긴장에 보다 집중하는 듯 하다. 감정묘사 대신 행동묘사에 집중한 소설의 문체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틀 안에서 짧은 대화와 행동만으로 숨겨진 뉘앙스들을 오롯이 표현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덜어낸 부분을 영화가 어떻게 채워 나갔는지에 대한 대답이 나올 차례다. <소나기>는 원작에서 묘사되지 않은 부분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원작과 완전히 다른 감상을 요구한다. 소설에서 생략되고 영화에서 부각되는 것들은 공간적 배경이 되는 시골의 정경이다. 밥짓는 연기가 굴뚝을 타고 오르는 정겨운 오두막집, 추수를 앞둔 황금빛 들녘, 징검다리 아래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이미지들은 그 예다. 보라빛깔의 도라지 꽃이나 빗물을 머금은 푸르른 녹음처럼 소설에 직접 등장한 것들도 한층 더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시각적 묘사들의 섬세함을 상찬하는 것만으로는 <소나기>가 전하는 감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 교정에 울려 퍼지는 풍금 소리와 송아지 치는 농부가 튼 상투는 어쩌면 그 설명을 위한 숨겨진 단서일 지도 모른다. 풍금과 상투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과 어울리는 지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2010년대를 사는 도시민들이 시골의 느낌을 명징하게 환기하는 데에는 더없이 적절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소나기>는 시골에 얽힌 우리의 어렴풋한 기억들을 환기하면서 그 안에 담긴 감성을 함께 불러낸다. 그 감성이란 때묻지 않은 순수에 대한 그리움이다. 수채화풍으로 묘사된 시골 정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색감이나 구도의 문제가 아닌, 그 아름다운 풍경이 소년 소녀의 이야기와 맞닿으면서 우리 내면의 잃어버린 무언가를 환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과한 표현일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나기>는 원작과 많은 부분에서 닮았지만, 그 무게에 과하게 억눌리지 않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신만의 길을 발견해 내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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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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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금) 13:00

9월 19일(화) 14:30

9월 22일(금) 14:40

9월 24일(일) 13:00

9월 25일(월) 14:40

9월 26일(화) 18:20

9월 27일(수) 10:20

10월 1일(일) 13:10

10월 3일(화) 18:20

10월 4일(수) 16:10

10월 5일(목) 12:50

10월 8일(일) 17:00

10월 9일(월) 18:10

10월 10일(화) 12:40

10월 11일(수) 16:10

10월 12일(목) 16:40

10월 15일(일) 18:20

10월 18일(수) 16:10 종영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다음 http://bit.ly/2qtAcPS

●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소나기> 인디토크

● 일시: 2017년 9월 7일(목) 오후 8시 상영 후

● 참석: 안재훈 감독

● 진행: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예매이벤트 





온라인 예매 후 <소나기>를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배지 3종 + 엽서 3종 + 색연필 세트 (10명) 를 드립니다.


● 기간: 9/13(수) 예매분까지 (온라인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9/14(목) 개별 연락







 INFORMATION 


제    목 : 소나기

감    독 : 안재훈

장    르 : 애니메이션

제    작 : ㈜연필로 명상하기

배    급 : 리틀빅픽처스

공동제작 : 한국교육방송공사

개    봉 : 2017년 8월 31일





 SYNOPSIS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 <소나기>,

정성 어린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나다!


매일같이 개울가에 나와 징검다리 한 가운데서 놀고 있는 소녀.

수줍은 소년은 소녀에게 비켜 달라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그렇게 며칠을 서성인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함께 비를 피하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

하지만 소녀에겐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8월, 그 여름의 첫사랑이 찾아옵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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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 : 소나기

감    독 : 안재훈

장    르 : 애니메이션

제    작 : ㈜연필로 명상하기

배    급 : 리틀빅픽처스

공동제작 : 한국교육방송공사

개    봉 : 2017년 8월 31일





 SYNOPSIS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 <소나기>,

정성 어린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나다!


매일같이 개울가에 나와 징검다리 한 가운데서 놀고 있는 소녀.

수줍은 소년은 소녀에게 비켜 달라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그렇게 며칠을 서성인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함께 비를 피하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

하지만 소녀에겐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있는데…


8월, 그 여름의 첫사랑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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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사려 깊게 마음을 쓰다듬는

 [필름 투게더]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1월 14일(토) 오후 3

참석: 안재훈 감독

진행: 김상훈 장학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 감동이 있는 빛깔’.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의 대표작 두 편이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났다. 인디스페이스 개관 8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기획전 [필름 투게더: 우리는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의 일환이다. 담백한 위로의 힘을 지닌 ‘연필로 명상하기’의 대표작 <소중한 날의 꿈>이 먼저 상영되고, 한국 근대문학의 결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긴 것으로 평가받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이어서 상영됐다. 두 편의 상영이 끝난 후 안재훈 감독이 직접 참석해 영화에 얽힌 후일담을 풀어내는 인디토크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 인디토크는 안재훈 감독이 직접 가져온 그림과 사진을 보며 제작과정에서 얽힌 추억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돼 더욱 특별했다. 오가는 이야기의 온기로 인디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상영관 안은 유달리 따뜻했다.



김상훈 장학사(이하 김): 영화와 관련된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교육청 행사 때문에 관내에서 500명을 모시고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행사가 끝나면 관객 분들이 다 가시는데 다른 영화들과 달리 감독님 영화를 상영했던 행사만 수백 명이 남아서 감독님이 관객들에게 일일이 손 그림을 그려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안고 슬라이드를 하나씩 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작업실의 모습이 나와 있네요. 직접 가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창작자의 모습이 묻어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메밀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네요. 참고로 제가 국어를 전공했는데 영화의 시작부분이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첫 장면이 행인들이 시장을 지나가며 왁자지껄하게 시작하는데요. 그걸 보고 왜 그렇게 구성했나 싶었습니다.


안재훈 감독(이하 안): 원작에 보면 ‘콩 볶듯이’라는 표현으로 봉평장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을 보면 앞 속의 왁자지껄한 목소리 때문에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여기 성우 분들은 연기를 못하지 않아요. 베테랑들이신데도 약간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가, 보통 행인의 대사는 주인공을 받쳐주면서 흘려가는 정도로만 나오는데 저는 영화의 처음인 만큼 행인들 느낌조차도 이효석 선생의 작품의 느낌을 그대로 따오고 싶더라고요. 이효석 선생님을 나중에 봬도 ‘이렇게 까지 깊이 있게 연구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객 분들은 이북사투리가 약간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운수좋은 날>에서는 행인의 대사를 상황에 맞게 넣었습니다.


김: 이효석 선생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네요. 국어 교사들은 특히나 앞부분을 인상적으로 보던 것 같습니다. 다음 장면을 보겠습니다. <봄봄>의 한 장면입니다. 보시면서 느끼셨겠지만 판소리가 등장하죠. 판소리를 접목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판소리를 도입하자고 생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판소리를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 김유정 선생의 글에서는 리듬감이 느껴집니다. 이걸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판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우리 것이 내가 하는 길과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걸 억지로 넣으면 어색해지죠. 판소리라는 소재를 아껴두고 있었는데 <봄봄>을 만나니 딱 어울렸습니다. 김유정 선생이 젊을 때 국악 하는 사람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제 추측으로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결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작품에 판소리를 넣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김: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를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저도 김유정 선생의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하나의 작품을 만들 때 창작자가 얼마나 많은 고뇌를 하는지 알 수 있는 슬라이드인 것 같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운수 좋은 날>의 한 장면이네요. <운수 좋은 날>을 보면 ‘치통집’이 나옵니다. 거기는 주인공이 술을 한잔하는 곳이고 그 옆에는 ‘깃자집’이라는 설렁탕집이 있습니다. 이름에 어떤 사연이 있나요?


안: 현진건 선생은 술을 엄청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그 때 자주 드나든 술집이 ‘깃자집’, ‘치통집’이었다고 해요. 옛날에 동아일보를 다니셨으니까 여기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겠네요. 현진건 선생이 밤낮으로 술을 마시며 뭘 참아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손기정 선생 일장기 말소사건(현진건 선생은 동아일보 재직시절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1년 동안 실형을 살다가 출옥한 바 있다)을 겪었듯이 조선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술을 많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깃자집’, ‘치통집’ 이런 게 없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요즘에는 극장의 이름이 없습니다. 대전에 갔을 때 얘기인데요. 어떤 택시기사가 말하기를 요즘은 극장이 다 같은 멀티플렉스라 이름이 없어서 극장의 위치를 찾기 헷갈린다고 합니다. 저는 극장이 극장 고유의 이름을 가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현진건 선생이 다녔던 술집 이름들을 보면서 여기 함께 하시는 분들이 이름에 대한 기억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김: 가게 이름에도 다 의미가 있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감독님 말씀이었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도 <운수 좋은 날>이네요. 보시면 중앙에 행인이 있는데, 저는 저 분이 굉장히 낯익습니다. 누구시죠.


안: 이효석 선생입니다. 작품을 할 때 동시대에 사신 분들을 등장시켜 재밌게 하려고 합니다. <메밀꽃 필 무렵>과 <봄봄>은 다른 행인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서 <운수 좋은 날>에 다 넣었습니다. 전철이 등장하는 장면을 잘 보시면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분들이 전철에 다 앉아계십니다. 이런 게 애니메이션 하는 묘미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스튜디오 작품에서 우연히 그려지는 행인은 없을 겁니다.


김: 쉽게 말하면 현진건 선생 작품에 이효석 선생이 카메오 출연하신 거네요. 지금까지 우리가 본 이 세 편의 애니메이션은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꼭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면서 문학적 감각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부터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소중한 날의 꿈>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애니메이션 동호회 회장을 하기도 했죠. 일본에서 VHS 테이프를 받아서 직접 자막을 뜨기도 하고, 기다리던 작품이 상영하면 달려가서 보곤 했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오늘 많은 얘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첫 번째 슬라이드를 보면 비행기처럼 생긴 ‘비차’라는 게 나옵니다. 설명을 직접 들어볼까요.


안: <소중한 날의 꿈>에서는 비행기가 중요한 의미로 쓰입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성장의 길목에 선 주인공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장치가 ‘존재’에 대한 걸 생각하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고 ‘비행기’가 그런 느낌을 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고 있으면 ‘나는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렇게 큰 게 하늘에 뜨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인류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한 사람들을 통해 주제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첫 번째 비행기를 띄우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비행의 역사로 기록되는 거죠. 공교롭게도 비행의 역사에 한국에서의 일이 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찾다보니 임진왜란 때 비행선이 있었더라고요. 임진왜란 때 그 물체가 어느 정도 거리를 날았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왕실에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유산인데 과학 관련 자료 같은 건 그렇지 못합니다. 심지어 거북선도 기록으로 안 남아 있죠. 비차도 그랬습니다. 직접 항공학과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조사했습니다. 아무리해도 해답이 안 나왔지만 연의 형태가 가장 근접했던 것 같아 연 모양에 가깝게 그렸습니다. 작년에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 나온 비차도 모양이 비슷해서 이게 실제에 근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비차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뿌듯하고 이것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1986),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등의 작품에서 감독이 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끌어내곤 합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안재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작 단계에서 스태프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장면입니다. 잘 보시면 등장인물의 가방 뚜껑이 열려 있죠. 왜 열려있나요.



안: 이 장면을 우리 피디님이 꼽아주셔서 좋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단 한 장면도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제가 다 관여를 했습니다. 손가락 움직임 하나까지도요. 소품을 그릴 때 한두 개는 제가 그리고 나머지는 스태프에게 넘겼는데 제가 주문한 건 ‘가방만은 빼놓지 말고 그리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그린 걸 보니까 가방이 열려있더라고요. 보고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그냥 가방만 그리라고 했는데, 똑같이만 그려도 칭찬받을 텐데 다 똑같이 그리면서 하나만 디테일하게 열린 것으로 설정해 놓은 거죠. 실제로 70, 80년대 쓰던 가방들은 딱 저렇게 열려요. 사소한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너무너무 기억에 남는 일화입니다.


김: 봉준호 감독은 디테일한 설정들 때문에 ‘봉테일’이라고 불리죠. ‘연필로 명상하기’의 스태프들도 디테일에 모두 일가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2002), <초속 5센티미터>(2007)를 좋아하는데 안재훈 감독님께 감독 한 명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작품도 혼자 할 수 없음을 강조하시더라고요. 스태프 전체를 소중히 여기는 감독의 면모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슬라이드에는 시 한편이 나옵니다. 출처가 어떻게 되나요?



안: 제가 고등학생 때 쓴 시입니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은 너무 생소했고,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시집을 내려고 시를 많이 썼죠. <소중한 날의 꿈>의 수민이가 그런 독특한 아이입니다. 33살이면 죽고 싶어 하죠. 그 내용은 실제로 제 고등학교 일기장에 쓰여 있던 것입니다. 33살쯤 되면 하고 싶은 거 충분히 다 해서 죽고 싶을 것 같았습니다. 수민이의 독특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시를 써야 하는데 어른이 되니 쉽지 않더라고요. 시를 써도 영화에 나온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과 비슷한 느낌으로 갈까봐 걱정이었습니다. 해답이 없어서 어릴 때 쓰던 시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수민이가 쓴 시로 작품에 넣게 되었죠.


김: 국어교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문단의 인재를 애니메이션에 뺏겼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다음 슬라이드에는 ‘송혜진 작가의 그림’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습니다. 여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안: 송혜진 작가는 <소중한 날의 꿈> 시나리오를 쓰신 분입니다. 제가 오랜 기간 글을 쓰고 작가에게 맡길 정도가 됐다 싶어서 섭외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에 가서 많은 영화들을 보는데 <안다고 말하지 말라>(2002)라는 작품을 보고 너무 좋더라고요. 그 분을 찾아가서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작품을 부탁하고 싶다고 했죠. 제 글을 다 읽고 나서 작가님이 쓰시는 글과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게 달라서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일기를 보여드리니 진짜 이야기는 일기에 있고, 이전에 보여드린 글은 마치 정치인이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 같더라고요. 보시는 사진은 그 분이 어릴 때 고등학교 풍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 그림에서 “지금을 기억하자”라는 <소중한 날의 꿈>의 대사가 떠올라서 작품에 꼭 넣고 싶었습니다. 제가 스캔본을 가지고 있어서 이랑이가 교실 풍경을 스케치 하는 장면에서 넣게 되었습니다.


김: 송혜진 작가는 <인어공주>(2004),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의 작품을 쓰시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분입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주인공들이 배드민턴을 치는 장면입니다. 보면 ‘남의 탓’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인가요?



안: 오늘은 관객 분들과 만나는 방식을 바꿨는데 예전 기억들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네요. 대사는 제가 먼저 쓰고 스태프한테 여기에 맞춰서 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스태프 분이 그러는 겁니다. “여기 애들은 왜 다 남의 탓만 해요?”라고요. 제가 쓴 게 다 남의 탓하는 내용이었던 겁니다. 그 말들을 보면서 왜 아이들이 그러나 싶었던 거죠. 그 말 듣고 대사를 다시 봤어요. 제가 남의 탓을 많이 하는 편이 아는데 무의식에 남의 탓을 하는 것들이 쌓여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 스태프의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 감독님은 스태프와 소통을 많이 하고 그 분들에게서 창작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연필로 명상하기’는 한국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제작 집단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독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튜디오를 가보시면 아늑하고 참 좋아요. ‘자유학기제’라고 해서 학생들과 직업체험을 가고 있는데, 학생들도 스튜디오를 참 좋아하더라고요. 분위기가 따뜻합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박신혜 배우입니다. 이 분이 왜 등장했나요.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안: <소중한 날의 꿈> 극장용을 만들 때 많은 분들이 성우 분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만드는 절차에서 전문 성우들, 혹은 지망생 분 등과 함께 극장에서 보면서 배역에 어울릴만한 사람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 분들이 등장인물이 캐릭터 적이라기보다 연기를 많이 요하기 때문에 배우를 추천해주시더라고요. 유명한 아이돌도 많이 지원해줬습니다. 참여하려는 분이 많았죠. 박신혜 배우와도 극장을 빌려 작품을 둘이 봤습니다. 저는 늘 작품을 할 때 함께 하는 성우나 배우가 꼭 스튜디오에 오길 원합니다. 애니메이터들은 자기가 하는 작품의 목소리 담당을 볼 일이 잘 없지 않습니까. 신혜씨도 스튜디오에 와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죠. 본인이 직접 그려보고 싶다고 해서 그림도 그렸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을 할 때는 박신혜 배우가 지금보다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는데 그 때부터 잘되길 바랐습니다. 오연서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행운처럼 그런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스태프들을 존중해주었습니다. 안 그래도 주변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부러움을 많이 삽니다. 어쨌든 더빙을 성우가 하든 배우가 하든 그림들을 그려낸 사람들과 최대한 눈도 맞추고 이야기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이 갖지 못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이죠. 영화에 나오는 표현을 따르자면 ‘공룡의 발자국’과도 같은 일입니다.


김: 일본 애니메이션은 성우들의 인기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목소리 연기에 대한 지적이 필연적으로 따라붙죠. <소중한 날의 꿈>은 목소리 연기가 안정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국내 애니메이션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데 손으로 그리는 애니메이션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따뜻한 손의 느낌이 담긴 그림입니다. 감독님이 흥행을 의도했다면 당시 인지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박신혜 배우가 아니라 좀 더 유명한 분들을 캐스팅했을 것입니다. 유명세 있는 분들과 함께 해보고 싶었지 않았나요?


안: 작품을 만드는 분들은 아마 아무도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생각을 못 할 겁니다. 배급과정에서야 어떤 것들이 도움 되겠다는 생각은 할지 몰라도요. 목소리가 어울리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김: 다음 슬라이드는 라디오 애청자들에게 너무 익숙한 이름, 고(故) 정은임 아나운서입니다. 왜 등장하는지요.



안: 오늘이 의미 있는 인디스페이스 개관 8주년 행사라서 공개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미 돌아가신 지가 오래된 분을 제가 하는 행사에서 보여드리는 것은 제 마음의 방향이 아닙니다. 고(故) 정은임 아나운서는 생존해계실 때 사회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내시는 분이셨습니다. 저 분을 그런 분인지도 모르고 우연히 처음 뵀던 게 인디포럼 뒤풀이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때 구석에 앉아있었죠. 정은임 아나운서도 제 테이블에 앉으셨습니다. 그 때 제가 애니메이션을 준비하는 게 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근사하게 하고 싶다며 그림을 보여드렸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완성이 되면 시사회 때 꼭 사회를 봐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이 주소(방송국 주소)를 써주시더라고요. 이걸 보고서야 그 분이 아나운서라는 걸 알게 되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게 되었죠. <소중한 날의 꿈>은 다들 완성될지 의심하던 작품인데 그 이후 더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저희 집에 저 글씨가 액자에 담겨 있는데 <소중한 날의 꿈>을 보고 또 저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한 분 한 분 다르게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김: 여러 가지 인연이 작품에 묻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오랜 노력과 시간이 투자된 작품입니다. 다음 슬라이드는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장면이죠. 저는 극장에서 이 장면을 놓쳤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느라 엔딩크레딧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보시면 삼촌이 수화를 하는데 자막처리가 안 돼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실수인줄 알았어요.



안: 제가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가장 처음 가르친 분이 청각장애인입니다. 수화는 수화대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대로 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후 어느 순간부터는 웬만하면 종이로 소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에 소재를 쓰는 게 이해가 없이는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삼촌 캐릭터를 청각장애인으로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쨌건 제 인생에서 그 스태프분과 지내면서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조금이라도 제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밖에서 일들을 하고 스튜디오에 돌아오면 저 스태프에게 사람들 욕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차마 글로 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저 분이 수화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 사람의 행동과 모습만으로 관객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캐릭터의 모델은 손석희 아나운서인데 얼굴만 봐도 위로가 되죠. 용기 있게 넣었습니다. 수화의 실제 내용은 <소중한 날의 꿈>에 나오는 노래 가사입니다. 어른이 돼서 많은 해답을 요하는 순간에 놓일 텐데 답은 어린 시절에 있다는 내용입니다.


김: 한 장면 속에도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구나 싶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여러 번 봤었습니다. 관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죠. 명품이란 건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땐 작품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보면서는 감독님이 얘기하려는 감성을 생각해봅니다. 곧 <소나기>와 <무녀도>가 나옵니다. 많은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요. 인디스페이스를 찾는 관객들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께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안: 오늘 인디스페이스 개관 8주년 기념으로 한 번 더 상영하게 됐는데요. 단편 문학은 극장에 대한 저의 ‘운동’이 아니라 ‘참여’에 가깝습니다. 세상의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지만 이건 상업 애니메이션의 범주에서 싸워가야 할 것이고,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은 다른 의미입니다. 저는 제 방식, 제가 좋아하는 문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제 작품을 보러 왔다가 이 공간도 알게 된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런 것들이 다 연결돼서 10년이 지나면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과 이를 통해 알게 된 공간까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학교 선생님들, 부모님들도 멀티플렉스에 학생들과 자녀들을 우르르 넣고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조금 불편해도 이런 공간에 와서 우리 문학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고리들이 건강함을 전하면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저도 여기 좌석 앞이 아니라 선생님, 부모님들이 앉으신 관객석 쪽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김: 감독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도 감독님 덕분에 인디스페이스에 처음 와봤고 ‘인디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기 있는 어린 소년 소녀들이 오늘의 기억을 가슴에 묻고 감성을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소중한 날의 꿈>에 등장하는 달리는 코치님이 차범근 감독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엔딩크레딧 ‘도움을 주신 분’에 이름이 올라가더라고요. 차범근 감독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안: 차범근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 욕심 중 하나였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자료를 찾기 위해 옛날 신문을 남산도서관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 때 차범근 감독 기사를 읽으면서 혼자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지금은 외국에 나가 있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차 감독은 혈혈단신으로 독일에 가서 소시지와 햄을 입에 욱여넣으며 생활하셨습니다. 우연히 독일에 간 기자들이 한국에 오면 차범근 감독과 관련된 기사를 냈는데 그 기사들이 마음을 뭉클하게 하더라고요. 그런 걸 너무 미화하는데, 저는 순수하게 그걸 봤을 때를 말하는 겁니다. 그 시대에 그렇게 사신 분의 이야기가 뭉클했습니다. 한 번 더 기억됐으면 좋겠다 싶었고 제 요청에 대해 감독님이 허락하셨습니다. 조건은 감독님과 아드님 차두리 선수의 캐리커처 그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관객 분 한 분이라도 더 궁금해해주고 한 청년이 그렇게 했었다는 걸 기억해주는 데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문학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경우 수업시간에 문학을 가르치는 전형적인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으신지요. 두 번째 질문은,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중국 프로덕션에 관한 내용이 나오던데 함께 협력하여 작품을 만드셨는지요.


안: 교과서에 있는 교과목의 변화까지는 감히 생각을 못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연상’을 통해 문학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수업시간에 문학을 밑줄 치면서 배웠는데, 가장 좋은 건 머릿속에 그리면서 보는 것입니다. 연상을 할 수 없는 부분을 그림이 보탰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이란 건 그 나라의 정서가 녹아있는 것입니다. 우리 문학이 세대 간 연결을 할 수 있음에도 단절돼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대로 공감이 되면 언어를 비롯해 많은 것들이 교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을 통해 정서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릴 때 ‘뽀로로’ 같은 걸 보면서 정작 지성과 감성이 클 때쯤에는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을 보게 됩니다. 물론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도 봐야하지만요. 아이들이 <돼지의 왕>(2011)같은 작품들을 바로 볼 수는 없으니까 중간 단계에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국 스태프들과 작업을 많이 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의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긍정적이었나 부정적이었나 하는 건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미국, 일본과 작업하며 얻었던 상처들이 있는데, 중국 분들과 작업하면서는 OEM 방식이 아니라 그들과 우리가 하는 건 ‘문화’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창작자’로서 다가가야 교류가 되고 기회가 되는 거죠. 단순히 일을 주는 게 아니라요. 지금은 그 분들이 우리 문학을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그들의 문학을 하면서 교류할 수도 있습니다. 장춘에 가서 중국 애니메이터 분들을 두 세 달 만에 보면 붙들고 울기도 합니다. 교류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미국, 일본과의 OEM에서 중국과의 OEM으로도 많이 넘어가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대로 가면 중국이 훌륭한 시장이 아니라 위험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본보기와 길이 되고자 차분히 조금씩 가고 있습니다. 영혼까지도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김: 긴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문학 애니메이션은 국어과 교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추후 학교현장에 많이 보급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감독님을 존경합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온기 때문에 마음에 허전함이 찾아올 때마다 감독님 작품을 찾게 됩니다. 관객 분들이 집에 돌아가시는 길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추후 감독님의 작품이 나올 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온 이 풍경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자니 ‘황홀경’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맴돌았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는 연필의 힘만으로 관객들에게 이미 익숙한 문학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체험’토록 했다. 인디토크를 통해 그들의 작업과정에 담긴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연필로 명상하기’표 그림이 지닌 힘의 원천을 알 수 있었다. 소품 하나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장인의 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 등이 그 바탕에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감동과 치유가 있는, 우연히 건네받은 선물 같은 오후였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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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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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스페이스 개관 8주년 기획전 
필름 투게더: 우리는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기간 2015년 11월 13일(금) ~ 15일(일) | 3일간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주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주최 사단법인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후원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2007년 11월 8일 생,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한국 독립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해 온 인디스페이스의 여덟 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우리’와 ‘영화’가 함께하는 기획전 [필름 투게더: 우리는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이하 [필름 투게더])가 진행됩니다. 이번 기획전 [필름 투게더]에서는 작지만 단단한 21세기 한국 독립영화 제작 집단 다섯 팀의 작품 14편을 준비했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영화를 찍었더니 감독이 되었다는 ‘11월’의 <별일 아니다>, <그들이 죽었다>,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으로 영화를 만드는 ‘연필로 명상하기’의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친구들이 뭉친 ‘겜돌이들(GameBoys)’의 <라오스>, <아누크의 전설>, <슈우웅>, <폭력의 틈>, <로보트:리바이벌>,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지닌 ‘광화문 시네마’의 <1999, 면회>, <족구왕>, 부산의 젊은 독립다큐멘터리 집단 ‘탁주조합’의 <할매>, <할매 – 시멘트 정원>, <범전>을 상영합니다. 작품을 함께 보며 집단과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극,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독립영화 제작 집단 다섯 팀의 장·단편들을 인디스페이스 8주년 기획전 [필름 투게더]에서 만나보세요.



○ 상영시간표

*인디토크(GV)

(참석자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11월] 인디토크
일시: 11월 13일(금) 20:00 <그들이 죽었다> 상영 후
진행: 임정환 감독 (겜돌이들)
참석: 백재호 감독, 김상석 감독

[연필로 명상하기] 인디토크
일시: 11월 14일(토) 15:00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상영 후
진행: 김상훈 장학사
참석: 안재훈 감독

[겜돌이들] 인디토크
일시: 11월 14일(토) 20:00 <라오스> 상영 후
진행: 백재호 감독 (11월)
참석: 임정환 감독, 임철 감독, 정혁기 감독

[광화문 시네마] 인디토크
일시: 11월 15일(일) 14:40 <족구왕> 상영 후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참석: 우문기 감독

[탁주조합] 인디토크
일시: 11월 15일(일) 17:30 <범전> 상영 후
진행: 박경태 감독 (<거미의 땅> 연출)
참석: 오민욱 감독


*관람료
● 일반: 6,000원
 단체할인: 10인 이상 5,000원 / 30인 이상 4,000원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회원: 5,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 무료입장




○ 상영작

1. 11월
<별일 아니다> Ordinary Days 김상석 | 드라마 | 124분 | 2013
<그들이 죽었다> We Will Be Ok 백재호 | 드라마 | 102분 | 2014

2.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 Green Days 안재훈, 한혜진 | 애니메이션 | 95분 | 2011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The road called life 안재훈, 한혜진 | 애니메이션 | 90분 | 2014

3. 
겜돌이들(GameBoys)
<라오스> 임정환 | 드라마 | 71분 | 2014
- 단편모음
<아누크의 전설> Legend of Anuk 정원식 | 드라마 | 13분 | 2012
<슈우웅> Shoooo 임철 | 드라마 | 22분 | 2014
<폭력의 틈> A Crevice of Violence 임철 | 드라마 | 27분 | 2015
<로보트:리바이벌> Robot Revival 조현철 | 드라마 | 39분 | 2015

4. 광화문 시네마
<1999, 면회> The Sunshine Boys 김태곤 | 드라마 | 89분 | 2012  
<족구왕> The King of Jokgu 우문기 | 드라마 | 104분 | 2013

5. 탁주조합
<할매> Grandma 김지곤 | 다큐멘터리 | 53분 | 2011
<할매 - 시멘트 정원> Grandma-Cement Garden 김지곤 | 다큐멘터리 | 63분 | 2012
<범전> A Roar of the Prairie 오민욱 | 다큐멘터리 | 85분 | 2015



○ 이벤트


 



하나. 인디스페이스 '손가락 볼펜' 증정

기획전 회차별 선착순 다섯분께 앙증맞은 인디스페이스 볼펜을 드려요! 
영화관람 후 알찬 인디토크(GV)까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인디스페이스 볼펜으로 남겨보세요:-)









둘. 예매하고 선물받자

기획전 작품을 온라인으로 예매시 추첨을 통해 인디스페이스 '굿즈SET'를 드립니다. 온라인 예매로 기획전과 선물까지 함께 누리세요:-)
(맥스무비, 예스24, 다음 네이버 등에서 예매 가능_온라인 예매시 자동응모 됩니다.)

● 기간: ~ 11월 15일(일) 기획전 예매분
● 당첨자 발표: 11월 16일(월) 개별 연락






셋. 인디토크(GV)! 질문하고 선물받자!

기획전과 함께하는 알찬 인디토크(GV) 시간! 
감상, 질문 등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인디스페이스 머그컵 받자!

● 기간: ~ 11월 15일(일) 기획전 인디토크 시
● 당첨자 발표: 현장 제공





 




넷. 수험생 무료입장

2015  수능 수험표를 제시하시면 기획전 상영작 무료입장!
동반 1인까지 천원 할인 됩니다. 

● 기간: 11월 13일(금)-15일(일) 기획전 상영작에 한해 적용















○ 상영작 정보


1. 11월

<별일 아니다> Ordinary Days 김상석 | 드라마 | 124분 | 2013

“너를 위해 네가 나빠지는 영화를 썼어.. 우리 영화 찍을래?”

상석의 친구이자 미소의 남자친구인 정우가 자살시도를 한 날, 상석은 정우보다 미소가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다. 마음이 불편해서 집으로 갈 수가 없다는 미소와 함께 밤을 지샌 상석은 그날 이후로 정우와의 연락을 끊는다. 얼마 후 우연히 만나게 된 정우의 곁에 미소가 함께 있는 것을 본 상석은 질투와 배신감을 느낀다. 자신과 미소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음을 깨달은 상석은, 미소가 정우를 버리고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미소에게 여주인공역을 제안한다.

늘 선택되어지길 기다리기만 해왔던 무명배우 상석과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았던 아역 탤런트 출신의 여배우 미소가 함께 만드는 영화는 그들에게 좀더 특별한 시간들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그들이 죽었다> We Will Be Ok 백재호 | 드라마 | 102분 | 2014


2012년, 서른살 상석은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그저 허황된 꿈만 꿀 뿐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친구 재호, 태희와 함께 스스로 영화를 찍어보려고 하지만, 비슷비슷한 녀석들끼리 모였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 짝사랑하고 있는 미소에게도 그저 문자 보내고 전화하는 게 전부입니다. 영화는 점점 산으로 가고, 상석은 자신에게 무심한 미소보다 자꾸 우연히 마주치는 한 여자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2. 연필로 명상하기

<소중한 날의 꿈> Green Days 안재훈, 한혜진 | 애니메이션 | 95분 | 2011


달나라에 인간이 도착한 그 해
나에게는 첫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김일의 박치기에 환호하고, 달나라에 간 우주인을 신기해 하던 그 때. 
달리기 실력 외에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여고생 ‘이랑’은 영화 <러브 스토리> 보다 더욱 아름다운 사랑을 하겠노라 꿈꾼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녀는 그저 헐렁한 교복이 불만인 인기 없는 소녀일 뿐이다.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심지어 교복까지도 몸에 딱 맞게 입는 세련된 서울 전학생 ‘수민’과 친구가 되고 초라해진 자신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민을 보기 위해 교실로 몰려든 남학생들 틈에서 우연히 ‘철수’와 마주치게 된다.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 철수는 학교 옥상에서 비행실험을 하다 추락하는 사고를 겪게 되고 이랑은 이런 엉뚱한 철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라디오를 고치기 위해 전파상을 찾은 이랑은 삼촌 대신 수리를 맡고 있는 철수와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급격히 친한 사이가 된다. 자신의 발명품으로 가득한 아지트를 공개하고, 라디오를 가져다 주기 위해 직접 집까지 찾아오는 철수에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가지게 된 이랑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설레임에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연히 수민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철수를 보게 되고, 수민 앞에서 몹시 긴장하는 철수를 보고 이랑은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되는데….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The road called life 안재훈, 한혜진 | 애니메이션 | 90분 | 2014


20대의 풋풋한 사랑 [봄·봄], 40대의 처참했던 슬픔 [운수 좋은 날] 
그리고 60대의 아련한 추억 [메밀꽃 필 무렵]... 
슬퍼도 웃어야 했던, 고달파도 살아가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다! 
김유정의 [봄·봄] 중에서...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박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 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중에서...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3. 
겜돌이들(GameBoys)

<라오스> 임정환 | 드라마 | 71분 | 2014


원식과 현철은 마침내 졸업영화를 엎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영화 찍으려던 돈을 들고 라오스로 날아간다. 한때 그들과 함께 영화를 공부했던 정환이, 그들을 맞이한다. 셋은 라오스에서 종합비타민을 팔아 돈을 벌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죽이는 장편시나리오를 완성해 고국으로 돌아가자 말한다. 그렇게 셋의 동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체불명의 택시기사와 북한사람이 일에 끼어든다. 이들의 이야기는 산으로 향해간다.



- 단편모음

<아누크의 전설> Legend of Anuk
 
정원식 | 드라마 | 13분 | 2012


아누크에서는 전설의 용사가 나타나 아누크를 구할 것이라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슈우웅> Shoooo 임철 | 드라마 | 22분 | 2014


누나, 할머니와 지내는 혁이는 나로호를 꿈꾸며 물로켓을 만든다. 본인은 쏘아 올리지 못하고 친구에게 뺏겨 망가지는 물로켓 때문에 화가 나지만 혼자 있는 할머니를 더 걱정하는 너무 빨리 철이 든 아이다.



<폭력의 틈> A Crevice of Violence 
임철 | 드라마 | 27분 | 2015


기혁은 중학교 때 어머니와 헤어졌다. 아버지는 의지할 구석이 없는 사람이다. 폭력으로 점철된 생활을 보내는 기혁.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기혁은 결국 소년 법정에 서게 되고, 판사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부탁을 한다.


<로보트:리바이벌> Robot Revival 조현철 | 드라마 | 39분 | 2015


프로야구 팀 엘지트윈스의 열렬한 팬인 다솜, 종필, 형근은 응원 로보트를 만들어 야구장에 가는 것이 꿈이다. 셋은 로보트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로보트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셋의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종필은 사채업자에게 쫓겨 두문불출이다,다솜은 유학을 간다, 형근은 결국 혼자가 된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달리던 엘지트윈스는 하위권으로 추락한다. 혼자 남은 형근은 로보트를 완성할 자신이 없다. 그 때, 다솜의 여동생 혁기가 찾아온다.  




4. 광화문 시네마

<1999, 면회> The Sunshine Boys 
김태곤 | 드라마 | 89분 | 2012 


시작은 명랑하고, 본론은 야릇했으며, 결말은 훈훈했다!?
본능충만 세 남자들의 1박 2일 군대 면회투어기
상원, 승준, 민욱은 고교시절 절친 3인방이었으나, 졸업 후 1년이 지난 지금은 좀 소원한 사이다. 상원만 대학에 가고, 승준은 재수생, 민욱은 군인이 되어 처지가 너무 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연말 어느 날, 승준과 상원은 집안형편 때문에 자원입대한 친구 민욱을 만나러 강원도 철원으로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부대에 도착하지만, 승준은 면회시간이 다가오자 자꾸 상원의 눈치만 살핀다. 승준은 민욱의 여자친구 ‘에스더’가 부탁한 이별편지를 민욱에게 전해줘야 했던 것. 결국 둘은 에스더의 편지를 숨기고, 친구 민욱을 위해 몸과 마음과 돈을 바쳐 1박 2일을 헌신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세상물정 모르는 스무 살 세 친구들 앞에 묘령의 한 여자가 나타나고, 잠자고 있던 그들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하는데…
과연, 세 친구들은 본능을 다스리며 면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족구왕> The King of Jokgu 
우문기 | 드라마 | 104분 | 2013


허세 0%+혈중 열정 농도 100% 슈퍼 복학생이 나타났다! 
이름: 홍만섭, 나이: 24세. 신분: 식품영양학과 복학생. 
학점: 2.1, 토익 점수: 받아본 적 없음. 
스타일: 여자가 싫어하는 스타일. 여자 친구: 있어본 적 없음. 
다시 읽어봐도 답 안 나오는 스펙의 주인공 만섭. 지금 당장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어도 모자랄 판에 캠퍼스 퀸 안나에게 첫눈에 반하질 않나,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하질 않나 아주 그냥 ‘족구 하는 소리’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만섭과 함께 영어 수업을 듣는 캠퍼스 퀸 안나가 요즘 남자애들 같지 않은 만섭의 천연기념물급 매력에 관심을 보이고, 만섭은 급기야 안나의 ‘썸남’인 ‘전직 국대 축구선수’인 강민을 족구 한판으로 무릎 꿇리기에 이른다. 
이 역사적 족구 경기를 촬영한 동영상이 교내로 퍼져 만섭은 ‘그저 그런 복학생’에서 순식간에 캠퍼스의 ‘슈퍼 복학생 히어로’가 되고, 취업 준비장 같이 지루하던 캠퍼스는 족구 열풍에 휩싸인다.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 속에서 드디어 시작된 캠퍼스 족구대회! 
누가 봐도 허술해 보이는 외인구단 만섭 팀은 복수심에 불타는 강민이 속한 최강 해병대 팀을 이기고 사랑과 족구 모두를 쟁취할 수 있을까? 
2014년 불타는 여름, 단 한편의 특급 코미디! 사랑과 족구를 그대에게 바친다!





5. 탁주조합

<할매> Grandma 김지곤 | 다큐멘터리 | 53분 | 2011


부산의 산복도로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 그 곳에서 50년 동안 살고 있는 할머니들. 부산의 산복도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라는 이름하에 대한민국의 ‘산토리니’를 꿈꾸고 있다. 그 꿈 속에는 산복도로 사람들의 ‘삶’도 포함되어 있을까?




<할매 - 시멘트 정원> Grandma-Cement Garden 
김지곤 | 다큐멘터리 | 63분 | 2012


부산 산복도로에 살던 할머니들은 마을 재개발 과정에서 이사를 해야 한다. 빈 집이 늘어나는 마을에서 그들은 떠나기 전까지도 이제까지 그들 나름 누려온 공동체의 온기를 끝까지 나눈다. 상실과 이별의 단계를 응시하는 카메라는 종종 그들 할머니들 못지않게 할머니들 주변의 공간을 물끄러미 포착한다. <할매>를 잇는 김지곤 감독의 산복도로에 대한 두 번째 연작이며 엄격한 미학적 태도로 공감을 껴안는 작품이다.



<범전> A Roar of the Prairie 오민욱 | 다큐멘터리 | 85분 | 2015


부산의 범전동. 비가 내리는 가운데 민방위 훈련을 알리는 익숙한 사이렌이 들려온다. 비가 멈추고 바람이 느껴진다. 동해남부선 위를 달리는 기차가 일으킨 것인지, 아름다운 초원 ‘캠프 하야리아(Camp Hialeah)’에서 불어온 것인지 묘연하기만 한 그 바람은 ‘사라진 마을(돌출마을)’을 지나 ‘붉은 골목(300번지)’에 이르고 ‘굉음’으로 사라진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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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날의 꿈> 개봉 4주년 특별상영


● 일시 : 6월 24일(수) 18:00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 20:00 <소중한 날의 꿈>

● 인디토크: <소중한 날의 꿈> 상영 후 안재훈 감독님과 함께하는 인디토크(GV) 진행

● 부대행사: 추후공지









대한민국을 담은 감성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SYNOPSIS

달리기에서만은 한 번도 져 본적 없던 이랑은 계주에서 처음으로 상대에게 추월당하자 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넘어진다. 그 후, 이랑은 육상부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는 것이 두려워 달리기를 하지 않게 된다. 어느 날 이랑은 레코드 가게에서 서울에서 온 전학생 수민을 만나 친구가 된다. 수민은 얼굴도 예쁘고 어른스러워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랑은 항상 자신감 넘치는 수민을 보며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철수라는 남학생이 비행실험을 하다 추락해 다치는 소동이 일어나고 이랑은 철수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읍내에 고장 난 라디오 수리를 맡기러 간 이랑은 그 전파사에서 삼촌 대신 수리를 하고 있는 철수를 만난다. 두 사람은 비행실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철수는 비행과 우주탐사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고 이랑은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철수를 보며 설렌다.

 한편, 꿈과 재능이 넘치는 수민과 철수를 만나며 이랑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되는데…….
 

INFORMATION
제목: 소중한 날의 꿈
시나리오: 송혜진 <달콤한 나의도시><아내가 결혼했다>
제작: 연필로 명상하기
투자지원: SBA서울 애니메이션 센터/EBS
러닝타임: 95분
감독: 안재훈, 한혜진
목소리 출연: 박신혜, 송창의, 오연서 
공동제작: ㈜아이코닉스
배급: 에이원엔터테인먼트
국내개봉: 6월 16일 예정


공식웹사이트
http://www.studio-mwp.com
http://cafe.naver.com/dreamwp.cafe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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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 속 세 가지 이야기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리뷰

영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감독: [연필로 명상하기] 안재훈 한혜진

원작: 김유정 [봄•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진영 님의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 줄 관람평

윤정희: 현대 문학 작품과의 특별한 조우. 진작에 만들어졌어야 했다.

김은혜: 한국문학이 수채화풍 애니메이션과 만나 또 다른 문학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이윤상: 아름다운 문장이 살아 움직이는 기적같은 영화, 보고나면 마음이 착해진다.

신효진: 더 이상 암기를 위해 별표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작화와 연기에는 나도 모르게 밑줄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윤진영: 서정적인 장면의 아름다움, 판소리의 재치, 애잔한 음악의 3박자.




 세 편의 소설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영화가 되어 찾아왔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봄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선명한 이미지가 있다. 달 밝은 밤, 소금을 흩뿌린 듯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이나 심술궂은 장인님의 얼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설렁탕, 아이의 지친 울음소리와 비린내 같은 것 말이다.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들로 소설이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독립적인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메밀꽃 필 무렵’은 서정적인 이미지가 가장 아름다웠다. 영화는 봉평 장터의 활기 가득한 소란스러움과 함께 시작한다. 이 이야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메밀꽃이 끝도 없이 펼쳐진 달밤에 허생원이 지난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이다. 그 하룻밤의 추억을 오래도록 곱씹으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과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음악이 무척 잘 어울렸다. 마지막에 허생원이 동이를 바라보는 그 여운이 흩날리는 메밀꽃과 함께 마음에 오래 남는다.







 두 번째 이야기 ‘봄봄’은 김유정 문학 특유의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봄봄’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동력이자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를 잡는 것은 바로 판소리이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판소리는 앞의 ‘메밀꽃 필 무렵’을 잠시 잊고 슬며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심술궂은 장인님과 어수룩한 주인공의 싸움도 재미있고 토속적인 분위기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꽃가루가 코를 간질이고 마음이 괜스레 들뜨는 봄에 점순이와 주인공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비록 주인공이 눈치가 없지만 뭐 어떠랴. 







 세 번째 이야기 ‘운수 좋은 날’은 마지막 장면이 강렬하게 마음에 남는 비극이다. 근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제 강점기 서울, 전차가 다니는 곳에서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의 모습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이상하게 운수가 좋던 그 날의 처량한 분위기가 음악으로 정말 잘 표현되었다. 배우 장광과 류현경의 목소리 연기도 인상적이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면 몸이 가벼워지고, 인력거가 가벼워지면 이상하게 몸이 무거워지던 돈을 벌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초조해지던 비극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거친 말과 무뚝뚝함 속 김첨지의 투박한 애정이 안쓰럽고 애잔하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간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그 시대 우리나라의 모습이 너무나 다른 세 가지 이야기가 되었다. 1920-1930년대에 발표된 소설, 식민지 시대를 살던 작가들의 소설이 이 영화에서 하나로 묶였다. 장돌뱅이의 애환, 농촌의 풍경, 도시 하층민의 삶이 그려진 이 세 가지 모습의 영화를 보며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재치에 웃고, 비극에 애잔했다. 한국단편문학이 앞으로도 더 많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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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켠에 고이 자리 잡은 세 편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나다! <>인디토크!

영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_감독 안재훈 한혜진

일시: 2014년 8월 23일

참석: 안재훈 감독, 박혜진 전 아나운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정희 님의 글입니다 :D





 한때 익숙했지만,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 단편 문학이다. 다양한 경로로 접했지만 이제는 찾아보지 않고서는 접하기가 힘들어졌다. 교과서에서조차 점점 사라지는 한국 단편 문학을 되살리고 원작 그대로를 그리며 읽는문학의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한국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 3편이 821일 개봉했다. 안재훈 감독은 1년에 3편씩 꾸준히 개봉하여 관객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하며 다음에 개봉할 작품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작품을 처음 접한 아이들에게는 신선함을, 교과서에 실린 소설을 보고 공부했던 20대에게는 추억을, 소설로 읽은 40대에게는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지난 823일 영화 상영 후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인디토크는 안재훈 감독과 함께 <소중한 날의 꿈>의 수민 역할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박혜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박혜진 아나운서(이하 박) : 제목과 상영 순서가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

 

안재훈 감독(이하 안) : 그림을 그릴 땐 메밀꽃, 봄봄, 운수 좋은 날 순으로 그렸다. 메밀꽃은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느낌으로, 봄봄은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운수 좋은 날은 많은 여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개봉 시엔 3개를 묶어 하나로 만들어야 해서 따로 제목을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홍보하기엔 그다지 적절한 제목이 아니어서 홍보 마케팅에 도움도 되고 또 많은 분들이 확실히 기억할 수 있는 제목을 하기 위해서 작품의 상영 순서와는 다른 부르기 편한 제목으로 바뀌게 되었다.

 

: 이 시기에 특별히 개봉한 이유가 있을까. 한국 문학 작품을 단편으로 만들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된 건가.

 

: 고리를 엮는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단편 문학을 통해 아이, 어른, 외국인들을 고리로 엮고 싶었다. 지금 한국 문학 단편들은 점점 교과서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그 말은 점점 문학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에겐 생소하지 않고 어른에겐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를 시각화하여 그림 맛으로 글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 그렇다면 먼저 세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 우리나라에 단편 문학이 꽤 많은데, 지금 먼저 개봉한 작품들이 먼저 선정된 이유는 교과서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작품들을 먼저 선정했다. 먼저 사라진다는 것은 같이 이야기할 거리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없어지는 것들을 먼저 하게 되었다.

 






: <운수 좋은 날>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료조사를 철저히 했을 것 같다.

 

: <운수 좋은 날>은 경성시대가 배경이다. 경성시대 자료들이 꽤 많은 편이라 작업 자체가 어렵진 않았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선교사나 일본인들이 찍은 사진을 토대로 그려나갔지만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든지 특수한 건물들은 거의 다 배제했고 되도록 우리나라 느낌이 들도록 건물들을 그려나갔다. 또 유럽의 화가가 한국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참고하기도 했다.

 

: <메밀꽃 필 무렵>2장 분량의 단편이다. 또 시처럼 함축적인데, 많은 여백을 어떻게 풀어내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그 여백을 풀어낼 때 부담이었나 아니면 약간의 짜릿함이나 쾌감이 있었나.

 

: 쾌감이라고 하니 무섭다(웃음). <메밀꽃 필 무렵>은 짧은 내용이지만 표현도 시적이고 애틋하기도 하다.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라는 단어에 제일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한 장 한 장 정성껏 조합하려 애썼고 그 여백을 잘 표현하려 했다. ‘무섭고 기막힌 밤이라는 말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표현이 시적이라 생각할 여지를 많이 두었다.

 

: <메밀꽃 필 무렵>의 장터씬을 보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디테일한 행동이나 제스쳐를 하기도 하던데, 혹시 안재훈 감독도 무의식중에 하는 행동이 있나.

 

: 보통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연필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니 연필을 이용한 행동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뭘 치우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고 코도 파고(웃음) 입에다 가져다 댈 때도 있다(웃음)

 





: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아니면 따로 모델이 있는 건가.

 

: 행동하는 부분은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모델이다. 자주 외출을 안 해서 가끔 외출하면 전철이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곤 한다. 주말에 종종 황학동 풍물시장에 가곤 하는데 그곳에서도 많이 관찰하곤 한다. 몇몇 캐릭터의 얼굴은 확실히 모델이 있다. <소중한 날의 꿈>을 할 때 초상화를 수없이 그려봤는데, 실제로 그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텍스트로 표현하지 못한 점을 애니메이션으로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

 

: <운수 좋은 날>을 예로 들고 싶다. 자동차나 사물을 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좀 더 입체감을 살리고 시간도 단축할 요량으로 3D를 넣었는데 완본을 보고서 우리 스탭들이랑 역시 사람 손이 더 낫구나.’하고 생각했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물의 흐름에 대한 모습도 잘 표현된 것 같다.

 

: <봄봄>은 해학적인 느낌이다. 점순이의 물동이 장면은 의도한 건가.

 

: 해학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판소리를 넣었고 좀 더 재미있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미리 판소리를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려나갔다. 특히 그 장면은 원래는 강아지가 없었는데,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원화 단계에 넣었다.

 

: <봄봄>에서 판소리를 하는 부분을 계속 듣다 보니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떠오르더라. 혹 다음 작품에서도 해설이 필요하다면 장기하 특유의 음색을 살리는건 어떨지.

 

: 깊이 있게 고민해보겠다.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한 작품 정도는 어울리는 작품이 있지 않겠나(웃음).

 






: <운수 좋은 날>의 잿빛 하늘이 참 기억에 남는다. 하늘의 색을 보면서 애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김첨지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것 같았는데, 하늘의 색감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 배경을 담당한 스탭에게 자세히 물어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김첨지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메밀꽃 필 무렵>, <봄봄>의 색감 선정 후 <운수 좋은 날>의 색감을 정했다.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조금 어두운 편이라 조금 더 신경을 썼다. 김첨지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색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작업했다고 들었다.

 

: 맞다. 처음 소설을 읽고 나서 원고지에 필사했다. 대사도 바꾸지 않으려 애썼다. 원래 대사를 고치기가 제일 쉬운데 고치지 않고 다른 듯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씩씩하고 다양하고 새롭게 표현하고 싶다.

 

: 다음 작품들도 꾸준히 할 생각인가.

 

: 우리나라 단편이 굉장히 많다. 내 바람은 대한민국에 애니메이션을 하는 감독들이 단편 작업을 많이 하는 것이다. 본인만의 스타일로 한국 단편 문학을 표현할 기회를 주고 싶다. 일단 내가 먼저 10편 정도 하고 그 이후에 다른 감독에게 넘겨주려 한다. 우리 문학이 사라지지 않도록 문학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우선 유명한 것들은 내가 먼저 하겠지만(웃음).

 

관객 : <메밀꽃 필 무렵>, <봄봄>의 캐릭터는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근데 <운수 좋은 날>은 캐릭터가 아예 다른 느낌이 드는데, 따로 맡긴 것인지 궁금하다.

 

: 우리는 따로 분담하거나 세분화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작화팀이라 부르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스케치를 했다. <메밀꽃 필 무렵>, <봄봄>은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고 <운수 좋은 날>은 사실 같은 스탭이 그렸는데 일부러 다른 그림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첨지는 실제 모델이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프로듀서다(웃음). 그림은 그리다 보면 계속 비슷해진다. 그래서 얇은 주름 하나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관객 :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음영이 최소화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톤이 일정한 것 같기도 하고. 배경은 사실적인데 인물은 표면적이다.

 

: 그림자는 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다 보니 직접 그려야 한다. 형태에 따라 넣으니 다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과 비슷해지더라. 그래서 그림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조금 최소화되기도 했다. 보통 목 밑에 많이 치중하는 편이다.

 

관객 : 인물마다 피부톤이 다양하다. 따로 구연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

 

: 배경이 정해지면 그곳에 맞춰서 색을 넣었다. 배경과 어울리는 느낌으로 가려고 애썼다. 앞의 두 작품은 한복을 입다 보니 톤을 조금 다양하게 넣었고 <운수 좋은 날>은 오히려 단조롭게 했다.

 

관객 : 대사를 그대로 복원한 탓인지 간혹 무슨 말인지 잘 모를 때가 많았다.

 

: 처음 대사를 그대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어른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사를 그대로 썼는데 실제로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대사를 놓치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더 연구해서 어색하지 않게끔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다음 작품 <소나기>에서는 대사가 거의 없어서 보기가 편할 거다(웃음).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잊혀졌던 한국 단편 문학들이 다시금 빛을 발하길 바란다. 세 작가가 표현했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겨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내년 개봉작은 <소나기>, <무녀도>, <벙어리 삼룡이>.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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