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켠에 고이 자리 잡은 세 편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나다! <>인디토크!

영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_감독 안재훈 한혜진

일시: 2014년 8월 23일

참석: 안재훈 감독, 박혜진 전 아나운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정희 님의 글입니다 :D





 한때 익숙했지만,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 단편 문학이다. 다양한 경로로 접했지만 이제는 찾아보지 않고서는 접하기가 힘들어졌다. 교과서에서조차 점점 사라지는 한국 단편 문학을 되살리고 원작 그대로를 그리며 읽는문학의 재미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한국 단편 문학 애니메이션 3편이 821일 개봉했다. 안재훈 감독은 1년에 3편씩 꾸준히 개봉하여 관객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하며 다음에 개봉할 작품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작품을 처음 접한 아이들에게는 신선함을, 교과서에 실린 소설을 보고 공부했던 20대에게는 추억을, 소설로 읽은 40대에게는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지난 823일 영화 상영 후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인디토크는 안재훈 감독과 함께 <소중한 날의 꿈>의 수민 역할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박혜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박혜진 아나운서(이하 박) : 제목과 상영 순서가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

 

안재훈 감독(이하 안) : 그림을 그릴 땐 메밀꽃, 봄봄, 운수 좋은 날 순으로 그렸다. 메밀꽃은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느낌으로, 봄봄은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운수 좋은 날은 많은 여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개봉 시엔 3개를 묶어 하나로 만들어야 해서 따로 제목을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홍보하기엔 그다지 적절한 제목이 아니어서 홍보 마케팅에 도움도 되고 또 많은 분들이 확실히 기억할 수 있는 제목을 하기 위해서 작품의 상영 순서와는 다른 부르기 편한 제목으로 바뀌게 되었다.

 

: 이 시기에 특별히 개봉한 이유가 있을까. 한국 문학 작품을 단편으로 만들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된 건가.

 

: 고리를 엮는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단편 문학을 통해 아이, 어른, 외국인들을 고리로 엮고 싶었다. 지금 한국 문학 단편들은 점점 교과서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그 말은 점점 문학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에겐 생소하지 않고 어른에겐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를 시각화하여 그림 맛으로 글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 그렇다면 먼저 세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 우리나라에 단편 문학이 꽤 많은데, 지금 먼저 개봉한 작품들이 먼저 선정된 이유는 교과서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작품들을 먼저 선정했다. 먼저 사라진다는 것은 같이 이야기할 거리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없어지는 것들을 먼저 하게 되었다.

 






: <운수 좋은 날>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료조사를 철저히 했을 것 같다.

 

: <운수 좋은 날>은 경성시대가 배경이다. 경성시대 자료들이 꽤 많은 편이라 작업 자체가 어렵진 않았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선교사나 일본인들이 찍은 사진을 토대로 그려나갔지만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든지 특수한 건물들은 거의 다 배제했고 되도록 우리나라 느낌이 들도록 건물들을 그려나갔다. 또 유럽의 화가가 한국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참고하기도 했다.

 

: <메밀꽃 필 무렵>2장 분량의 단편이다. 또 시처럼 함축적인데, 많은 여백을 어떻게 풀어내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그 여백을 풀어낼 때 부담이었나 아니면 약간의 짜릿함이나 쾌감이 있었나.

 

: 쾌감이라고 하니 무섭다(웃음). <메밀꽃 필 무렵>은 짧은 내용이지만 표현도 시적이고 애틋하기도 하다.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라는 단어에 제일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한 장 한 장 정성껏 조합하려 애썼고 그 여백을 잘 표현하려 했다. ‘무섭고 기막힌 밤이라는 말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표현이 시적이라 생각할 여지를 많이 두었다.

 

: <메밀꽃 필 무렵>의 장터씬을 보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디테일한 행동이나 제스쳐를 하기도 하던데, 혹시 안재훈 감독도 무의식중에 하는 행동이 있나.

 

: 보통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연필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니 연필을 이용한 행동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뭘 치우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고 코도 파고(웃음) 입에다 가져다 댈 때도 있다(웃음)

 





: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아니면 따로 모델이 있는 건가.

 

: 행동하는 부분은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모델이다. 자주 외출을 안 해서 가끔 외출하면 전철이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곤 한다. 주말에 종종 황학동 풍물시장에 가곤 하는데 그곳에서도 많이 관찰하곤 한다. 몇몇 캐릭터의 얼굴은 확실히 모델이 있다. <소중한 날의 꿈>을 할 때 초상화를 수없이 그려봤는데, 실제로 그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텍스트로 표현하지 못한 점을 애니메이션으로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

 

: <운수 좋은 날>을 예로 들고 싶다. 자동차나 사물을 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좀 더 입체감을 살리고 시간도 단축할 요량으로 3D를 넣었는데 완본을 보고서 우리 스탭들이랑 역시 사람 손이 더 낫구나.’하고 생각했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물의 흐름에 대한 모습도 잘 표현된 것 같다.

 

: <봄봄>은 해학적인 느낌이다. 점순이의 물동이 장면은 의도한 건가.

 

: 해학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판소리를 넣었고 좀 더 재미있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미리 판소리를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려나갔다. 특히 그 장면은 원래는 강아지가 없었는데,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원화 단계에 넣었다.

 

: <봄봄>에서 판소리를 하는 부분을 계속 듣다 보니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떠오르더라. 혹 다음 작품에서도 해설이 필요하다면 장기하 특유의 음색을 살리는건 어떨지.

 

: 깊이 있게 고민해보겠다.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한 작품 정도는 어울리는 작품이 있지 않겠나(웃음).

 






: <운수 좋은 날>의 잿빛 하늘이 참 기억에 남는다. 하늘의 색을 보면서 애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김첨지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것 같았는데, 하늘의 색감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 배경을 담당한 스탭에게 자세히 물어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김첨지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메밀꽃 필 무렵>, <봄봄>의 색감 선정 후 <운수 좋은 날>의 색감을 정했다.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조금 어두운 편이라 조금 더 신경을 썼다. 김첨지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색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 원작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작업했다고 들었다.

 

: 맞다. 처음 소설을 읽고 나서 원고지에 필사했다. 대사도 바꾸지 않으려 애썼다. 원래 대사를 고치기가 제일 쉬운데 고치지 않고 다른 듯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씩씩하고 다양하고 새롭게 표현하고 싶다.

 

: 다음 작품들도 꾸준히 할 생각인가.

 

: 우리나라 단편이 굉장히 많다. 내 바람은 대한민국에 애니메이션을 하는 감독들이 단편 작업을 많이 하는 것이다. 본인만의 스타일로 한국 단편 문학을 표현할 기회를 주고 싶다. 일단 내가 먼저 10편 정도 하고 그 이후에 다른 감독에게 넘겨주려 한다. 우리 문학이 사라지지 않도록 문학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우선 유명한 것들은 내가 먼저 하겠지만(웃음).

 

관객 : <메밀꽃 필 무렵>, <봄봄>의 캐릭터는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근데 <운수 좋은 날>은 캐릭터가 아예 다른 느낌이 드는데, 따로 맡긴 것인지 궁금하다.

 

: 우리는 따로 분담하거나 세분화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작화팀이라 부르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스케치를 했다. <메밀꽃 필 무렵>, <봄봄>은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고 <운수 좋은 날>은 사실 같은 스탭이 그렸는데 일부러 다른 그림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첨지는 실제 모델이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프로듀서다(웃음). 그림은 그리다 보면 계속 비슷해진다. 그래서 얇은 주름 하나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관객 :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음영이 최소화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톤이 일정한 것 같기도 하고. 배경은 사실적인데 인물은 표면적이다.

 

: 그림자는 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다 보니 직접 그려야 한다. 형태에 따라 넣으니 다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과 비슷해지더라. 그래서 그림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조금 최소화되기도 했다. 보통 목 밑에 많이 치중하는 편이다.

 

관객 : 인물마다 피부톤이 다양하다. 따로 구연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

 

: 배경이 정해지면 그곳에 맞춰서 색을 넣었다. 배경과 어울리는 느낌으로 가려고 애썼다. 앞의 두 작품은 한복을 입다 보니 톤을 조금 다양하게 넣었고 <운수 좋은 날>은 오히려 단조롭게 했다.

 

관객 : 대사를 그대로 복원한 탓인지 간혹 무슨 말인지 잘 모를 때가 많았다.

 

: 처음 대사를 그대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어른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사를 그대로 썼는데 실제로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대사를 놓치는 경향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더 연구해서 어색하지 않게끔 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다음 작품 <소나기>에서는 대사가 거의 없어서 보기가 편할 거다(웃음).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잊혀졌던 한국 단편 문학들이 다시금 빛을 발하길 바란다. 세 작가가 표현했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겨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내년 개봉작은 <소나기>, <무녀도>, <벙어리 삼룡이>.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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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의 안재훈 감독과의 인터뷰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 만나는 한국 단편문학, 새로운 화두를 던지다.



20대의 풋풋한 사랑 [봄•봄], 40대의 처참했던 슬픔 [운수 좋은 날]

그리고 60대의 아련한 추억 [메밀꽃 필 무렵]... 

슬퍼도 웃어야 했던, 고달퍼도 살아가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다!



 INFORMATION 

제목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작품        김유정 [봄•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감독        안재훈, 한혜진

제작        ㈜연필로명상하기, EBS, 김영사

배급        이달투

장르        옴니버스 감성 애니메이션

개봉        8월 21일

러닝타임   90분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8월 8일, 이화동에 위치하고 있는 ‘연필로 명상하기’ 사무실에서 안재훈 감독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영화 <소중한 날의 꿈>의 배경이 되기도 한 한적한 골목 끝에 위치한 ‘연필로 명상하기’ 사무실은 입구부터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그림들로 꾸며져 있었다. <소중한 날의 꿈>이 관객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문구가 사무실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누구든 반겨줄 것 같은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고, 읽어봤을 김유정의 '봄•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그리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국내 최초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제 18회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작과 영상물등급위원회 ‘좋은 영화'에 선정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8월 8일은 EBS에서 21일 개봉에 앞서 총 3편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 중 첫 편인 이효석 원작의 <메밀꽃 필 무렵>을 방영하는 날이었다.

 


                       ▲ '연필로 명상하기' 작업실 입구




Q: ‘연필로 명상하기’ 는 어떤 곳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다른 작업실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A: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스튜디오와 비교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와서 자기의 꿈도 발견하고 또 꿈만 꾸다 실패하신 분들이 책상에 앉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스튜디오가 오랜 전통을 가진다는 게 이상하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스튜디오를 가지는 게 꿈인데 나와 영원히 함께 한다는 건 어폐가 있는 것 같다. 이곳을 거쳐 간 애니메이터들이 자유롭게 스튜디오를 나가서 차리고 안 되면 다시 돌아오고 하는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Q: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많이 찾아오시는지 궁금하다.


A: 방학 때 외국에서 공부하시는 분들, 혹은 대기업을 다니다가 때려 치고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휴가 내기 전에 진짜 자기한테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신다. 그런 분들을 위해 두 자리 정도는 비워 둔다. 



Q: <소중한 날의 꿈>이 얼마 전에 3주년 상영회도 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 내가 볼 때 정말 대단한 것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소중한 날의 꿈>이 딱 그 모습인 거 같다. 아무리 자기가 소중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세상은 문제가 있다. <소중한 날의 꿈>이 독과점이라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가 꾸는 꿈이 결국은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정성을 다하는 것이고 그러면 한 순간에 부귀영화를 누릴 순 없지만 꾸준히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라는 것, 또 진심을 다하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다. 관객 분들을 보면 영화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 '연필로 명상하기' 작업실 모습. 작업실을 거쳐간 사람들과의 사진들, 그리고 <소중한 날의 꿈>의 한 장면을 표현한 피규어




Q: 어떻게 한국 단편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그리고 왜 이 세 작품인지.


A: 누구나 자기가 가진 직업에 거창한 마음을 부여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내 직업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한 적 없는데 이 한국 단편문학에서만큼은 거창한 마음이 생긴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삶과 함께 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문학은 어쨌든 한 100년의 세월을 스스로의 힘으로 견뎌왔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나가는 모든 것들이 오히려 내부의 소중한 것들을 점점 더 없애는 것 같다. 이런 때에 우리 문학을 우리 애니메이션이 만나면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나라의 문화가 성장을 하려면 아이와 어른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교집합과 합집합이 우리 문화엔 없었다. 우리나라도 ‘허 생원’과 ‘김 첨지’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의 개막작으로는 어떻게 선정되었고 기분은 어떠셨는지.


A: 개봉시기와 흐름이 잘 맞아서 선정된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문학을 선택해준 데에 대한 기쁨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어찌 보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러 왔을 때 어른들도 볼 수 있는 게 개막작이라 좋은 것 같다. 사실은 작품을 만들어 보여줄 때는 기쁜 점이 없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기가 만족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 순간은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데 어쨌든 보여줘야 하는 거니까 마음 다잡고 앞에 서 있는 것이다(웃음). 마음속으로는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 마다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아마 한 작품도 못 만들 것이다.




▲ 안재훈 감독의 작업하는 모습




Q: 첫 상영이었던 것 같은데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A: SICAF 이래 개막작이 항상 매진이었던 건 처음 이었다고 하더라. 고마워하는 관객 분들이 많았다. 우리 문학을 문학으로 알게끔 애니메이션이 가치를 높여주니까 어른 분들은 굉장히 고마워하고 아이들도 의외로 우리문학에 의식 있는 학생들이 많더라.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서 묘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안재훈이 창작자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데 단편문학은 내 이름이 빠져도 돼서 너무 좋다. 아이들이 이효석과 김유정과 현진건 선생을 만나는 것이니 그냥 누구나, 함께 온 부모님들도 영화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할 수 있다. “저건 저 애니메이션이 잘못 표현했어.”, “저건 괜찮네.” 이렇게 얘기 할 수 있으니까. 아마 이 작품은 관객들과의 대화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들이 알아서 해주시지 않을까? 



Q: 영화 보고 좋았다고 생각했던 게, 공부랑 시험을 위해서 봤던 문학 작품이었는데 그게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니까 옛날엔 이렇게 봤던 작품을 다시 보게 되는 점이었다. 근데 지금 어린애들을 생각해보면 시험으로 배우기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하기 때문에 나중에 배울 때 또 다른 반가움을 느낄 것 같았다.


A: 작가 선생님들의 삶을 보면 요절하신 분들이 많다. 생활고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와중에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던 걸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과 똑같다.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고, 굶고 싶지 않은 마음들로 이런 고통들 속에서 작품들을 남기셨는데 우린 너무 무책임하게 밑줄 치면서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효석, 김유정, 현진건 등 정말 이름만 외웠다. 반면에 외국작가의 삶엔 관심이 많다. 빅토르 위고, 헤밍웨이는 어느 커피숍에서 뭘 마셨는지 까지. 정작 우리 시대를 담은 작가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뭉클뭉클하다. 너무 잘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이걸 안 읽은 사람은 없겠지만 다시 읽으면 정말 다르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아,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었고 너무 너무 달랐다. 말씀하신 대로, 반대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그럴 것 같다. 그 아이들은 처음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접하고 나중에 문학으로 읽으니 느낌이 다를 것 같다. 

 



▲ 안재훈 감독 인터뷰 하는 모습




Q: 이렇게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 받은 엄청난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다는 게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A: 너무 부담이 됐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역사가 짧진 않은데 우리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건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어, 이게 왜 처음이지?” 한다. 당연히 누군가가 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처음이다.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은 안 한 것이다. 외국의 명작은 각색이 그나마 쉽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많은 창작물들을 봐왔기 때문에 용서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단편문학은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Q :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다른 애니메이터 분들과는 어떻게 제작하고 소통하시는지.


A: 우선은 선생님들의 작품을 원고지에 똑같이 쓴다. 이번에는 나 혼자 했는데 아마 다음 작품부터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원고지에 다 쓰라고 시킬 것이다. 그 순간이 사실은 내가 애니메이션을 한다는 것을 넘어서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그 다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료를 모으는데 우리나라는 워낙 기록이 많이 안 남아있다. 2~30년대에 카메라가 많지 않으니까 외국 선교사분들이 찍은 사진을 긁어 모으거나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하나하나 진행한다. <소중한 날의 꿈> 같은 경우에는 내가 창작자이니 스태프들이 나에게 잘 못 따졌는데, 단편문학 같은 경우에는 작품을 본 느낌들에 대해서 당당하게 서로 이야기하며 진행했다. 




▲ '연필로 명상하기' 의 또 다른 식구 '나동이'를 안고 있는 안재훈 감독




Q: 인상적이었던 것이 블로그에 작품을 필사한 것을 올려놓으신 거였다. 홈페이지 보니까 시부터 메모들도 직접 손으로 쓰신 게 많던데, 좋은 작품을 필사하거나 글씨를 쓰는 일이 감독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나는 일단 친구가 없고 사회생활을 안 하기 때문에 그 순간이 나를 가장 사람으로 예뻐 보이게 하는 순간이다. 애니메이션 하면서 친구가 없는 게 도움이 됐는데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으니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사무실에 일요일에 혼자 나와서 글 쓰는 것. 근래에는 ‘명함’에 대해 써놓은 글이 있다. 명함을 너무 많이 받는데 어느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옛날에는 명함에 그림도 조금 그려놓고 했다. 명함은 쌓여 가는데 내가 이 사람들을 사람으로는 알지는 못해서 그게 너무 무섭더라. 이제부터 명함을 안 받고 여태까지 받은 사람들을 한 번씩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이래가지고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갔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도 이렇게 우리들이 같이 앉아있지만 이 순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백 년이 지난 뒤에 2014년 8월 언제, 이 다섯 명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건 아무도 기억 못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쓰는 게 참 행복하다.

 


Q: 세 작품이 분위기가 다 다른 것 같다. <봄봄>은 판소리로 진행되고, <운수 좋은 날>은 그림 체가 다른 것 같다. 각 작품마다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들이 있다면.


A: 우선 작가 선생님들이 작품마다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을까 생각했다. <메밀꽃 필 무렵>은 거리에서 만났던 우리의 어른들, 사연을 가진 젊은이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봄봄>은 아무래도 해학적인 작품이니까 풍채나 느낌들을 조금 더 해학이 나올 수 있게 했다. <운수 좋은 날>은 조영각 프로듀서라고 ‘서울 독립 영화제’ 집행 위원장인데, 그 양반이 딱 모델이다. 저 사람 얼굴 느낌을 닮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또 경성시대 사람들의 얼굴느낌을 생각했다. 처음부터 세 작품 모두 분위기가 달랐으면 하는 게 바람이었다. 




▲ 이 날 안재훈 감독은 인터뷰로 작업실을 방문한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얼굴을 직접 그려주었다.



Q: <소중한 날의 꿈>은 배우들이 성우를 했었는데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작품을 만드실 때 따로 목소리 생각을 하셨는지.


A: 고어체나 문어체나 각 작품의 특성을 살려야 하다 보니까 시작부터 배우들이 힘들 거라는 것을 알았다. 이 작품은 원작의 느낌을 살려야 해서 성우 분들로 아예 할 때부터 생각했다. ‘김 첨지’ 같은 경우는 더 힘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배우 경험도 있고 성우경험도 있으신 장광 선생님이 가장 어울리겠다고 생각을 했다. 류현경씨는 이후로도 작품을 같이 하게 될 텐데, 발성이나 여러 가지 부분들이 어울리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류현경씨는 특이한 당당함 같은 게 있다. 역시나 <운수 좋은 날>을 하는데 감독이 생각했던 목소리를 넘어서서 자기 것으로 만들더라.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분들도 다 놀래셨다. 아예 대본도 다 외워서 오셨다. 이런 것은 굉장히 멋진 싸움이다. 감독이 이미 ‘김 첨지 아내’의 느낌을 갖고 있는데 그 느낌을 넘어서서 나를 설득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것이다. 대단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됐다. 성우 부분은 많은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이 나를 부러워하는 지점이다. 항상 하신 분들이 너무 열심히들 해준다. 



Q: 음악이 굉장히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음악 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A: 대부분 그리면서 큰 구성은 한다. 거기에 맞는 비슷한 음악들을 몇 곡씩 넣어서 음악 프로듀서랑 상의를 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우리 음악 느낌이 있는 퓨전 음악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고 <봄봄>은 그 많은 내레이션과 독백을 독창을 통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수 좋은 날>은 경성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집 앞’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집 앞을 지나가는 느낌은 사람들마다 다 있는데 가사가 너무 예쁘다. 딱 이 노래가 김 첨지와 김 첨지의 집 앞에 가장 어울리는 느낌이라 넣었는데 잘 어울려서 좋았다.

 



▲ '연필로 명상하기' 작업실의 모습




Q: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A: 너무너무 많다. 연상호감독, 장형윤감독 작품들 다 극장가서 혼자 본다. 누가 옆에 있음 방해 되니까 혼자 가서 보는 편이다. 연상호 감독의 씩씩함이 참 좋고 장형윤 감독의 재기발랄함을 좋아한다. 또 이대희 감독이 갖고 있는 쑥스러움도 너무 좋아해서 그분들이 자기만의 빛깔을 갖고 작품을 더 많이 만들고 이런 발자국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다 보면 거대하고 근사한 공룡 발자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누구 한 사람이 거창하게 떠안고 가는 게 아니라, <소중한 날의 꿈>이 이만큼 뛰면 <돼지의 왕>이 또 이만큼 뛰고, 연상호감독이 좀 더 젊어서 한번 더 뛰고, <우리 별 일호와 얼룩소>가 뛰고, <파닥파닥>이 뛰고, 이렇게 하나하나 가다 보면 나중에 이 그림이 근사한 한국 애니메이션 지도가 될 거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감독님으로써 꿈은?


A: 나는 아직 꿈을 못 정했다. 매번 말하다시피 사람이 어떤 목표를 내 꿈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슬프다. 꿈이 대통령이어야 하는 건 좀 웃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목표일뿐이고 대통령이 하는 일이 꿈이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내 꿈이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한다. 정말 그 꿈을 만나서 꿈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그 꿈이 정말 근사한 꿈이 됐으면 좋겠다. 꿈을 빨리 갖는 게 꿈이다. 지금 내가 따로따로 갖는 것들은 꿈이 아니라 목표인 것 같다. 



Q: 단편문학애니메이션은 계속 진행되는 건가.


A: 1년에 3개씩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이 맘 때쯤엔 그야말로 대단한 <소나기>를 만나실 수 있다. ‘이게 바로 소나기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콘티를 내가 아닌 스태프가 그렸기 때문이다. 내가 그렸으면 이렇게 자랑할 수 없다(웃음). 요즘 아이들의 요즘 사랑이 어떤지 모르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도 빨리 보고 싶다. 그리고 <벙어리 삼룡이>. <벙어리 삼룡이>를 다시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다. 단순하게 그냥 벙어리인 사람이 주인집의 아씨를 사랑한다는 얘기가 아니더라. 그 안에는 장애 아닌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자기에 대한 연민과 비하와 울분과, 이런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노트르담의 꼽추>나 <레 미제라블> 같은 대단한 서사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 문학을 몰랐는지 모르겠다. 내년 에 만나게 될 것이다. <소중한 날의 꿈>은 두렵게 기대됐는데 이 단편문학은 정말 기대된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질까 궁금하다.

 


▲ 인터뷰가 끝난 뒤 안재훈 감독과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기념촬영



인터뷰를 하는 내내 진심으로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감독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시작으로 앞으로 1년에 3편씩 한국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극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소식이 참 반가웠다. 여전히 꿈을 찾고 계시다는 안재훈 감독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연필로 명상하기’의 앞으로의 행보와 작품이 더욱더 기대된다. 



글: 관객기자단 [인디즈] 1기 이윤상

사진: 관객기자단 [인디즈] 1기 김은혜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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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28일(일) 12:20

29일(월) 12:20

30일(화) 18:00

10월 1일(수) 12:30

4일(토) 11:00

8일(수) 20:00





...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인터파크 http://bit.ly/LzoD1D         

● 네이버 http://bit.ly/OVY1Mk

● 다음 http://bit.ly/1srfYBx







::인디토크 (GV)::


● 일시: 9월 13일(토) 오후 3시 상영 후

● 참석: 안재훈 감독 외


-----------------


● 일시: 8월 23일(토) 오후 2시 10분 상영 후

● 참석: 안재훈 감독 외

● 진행: 박혜진 전 아나운서



::EVENT::


하나. <메.운.봄> 특별제작 엽서/포스터를 잡아랏!



매회 선착순 3명의 관객에게 영화의 잔잔한 여운을 그대로 담은 <메.운.봄> 특별 제작 엽서 

또는 <메.운.봄> 개봉포스터를 드립니다. (개봉일부터 소진시까지)



둘. 아이와 함께 만나는 <메.운.봄> 할인 이벤트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한국문학의 아름다움을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으로 알려주세요.

인디스페이스 초등학생 이하 <메.운.봄> 관람시 관람료가 5,000원!




 SYNOPSIS 


20대의 풋풋한 사랑 [봄•봄], 40대의 처참했던 슬픔 [운수 좋은 날]

그리고 60대의 아련한 추억 [메밀꽃 필 무렵]... 

슬퍼도 웃어야 했던, 고달퍼도 살아가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다!


김유정의 [봄•봄] 중에서...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박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중에서...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INFORMATION 

제목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작품        김유정 [봄•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감독        안재훈, 한혜진

제작        ㈜연필로명상하기, EBS, 김영사

배급        이달투

장르        옴니버스 감성 애니메이션

개봉        8월 21일

러닝타임   90분








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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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01 17:0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대의 풋풋한 사랑 [봄•봄], 40대의 처참했던 슬픔 [운수 좋은 날]

그리고 60대의 아련한 추억 [메밀꽃 필 무렵]... 

슬퍼도 웃어야 했던, 고달퍼도 살아가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다!



 INFORMATION 

제목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작품        김유정 [봄•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감독        안재훈, 한혜진

제작        ㈜연필로명상하기, EBS, 김영사

배급        이달투

장르        옴니버스 감성 애니메이션

개봉        8월 21일

러닝타임   90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따뜻한 한국적 감성이 그대로 영상에 묻어난 한국단편문학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언론시사회 현장



지난 6일 한국단편문학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되었다. 각 작품 당 1년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걸쳐 만들어진 이 값진 결과물은 각 단편 소설의 특징이 그대로 그림이 표현되어 원작의 감성이 애니메이션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안재훈 감독을 비롯해 작품에서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 장광, 전혜영, 국악인 남상일이 참석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읽어보았을 단편 문학들이 <소중한 날의 꿈>으로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의 본보기를 보여준 안재훈 감독의 작화와 만나 화제가 된 만큼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다.



- 왼쪽부터 안재훈 감독, 배우 장광, 배우 전혜영, 소리꾼 남상일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소감을 묻자 안재훈 감독은 “이렇게 다시 한 번 우리 문학이 알려지는 자리가 되어 기쁘다”고 답했다. <운수 좋은 날>에서 김첨지 역을 맡았던 배우 장광은 “성우로 활동을 시작해서 많은 작품을 했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봄봄>에서 도창을 맡은 소리꾼 남상일은 “이렇게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안재훈 감독



‘어떻게 해서 이번 작품을 EBS와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안재훈 감독은 “개인적으로 내가 60살이 넘어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우리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한 관계자의 귀에 들어갔는데,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들 정도라면 지금 시작해도 전혀 문제없을 것이라 응원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 단편 문학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에 대해 안재훈 감독은 “이 작품들은 최근 교과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지금의 아이들은 한국문학을 읽어도 이를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가 없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의 옛 풍경과 시대를 다시 보았으면 한다. ‘다문화’나 ‘한류’ 등 한국문화의 넓이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우리’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내용과 연결고리들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한국단편문학을 통해서 연결고리를 하나씩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며 “대단한 의미와 가치보다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근사한 일은 우리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할 만큼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엔딩크레딧에 올라온 다양한 국적의 스텝 이름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안재훈 감독은 “의외로 중국에서 <소중한 날의 꿈>이 공동체 상영의 형식으로 중국 전역에서 상영되었다. 그때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작업을 같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스튜디오에 레바논부터 인도, 독일 등에서 온 외국인도 있고 외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있는 친구들이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안 배우러 오기도 한다”면서 “재능 있는 친구들이 전 세계에 나가 능력 있는 애니메이터가 되었을 때 여기서 그들의 손으로 만진 한국적인 감성이 그들의 밑받침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판소리는 만화책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이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판소리는 그 연장선으로 시각적인 것을 말이나 소리로 표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소리꾼 남상일



<봄봄>에서 도창을 할 때의 제작과정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소리꾼 남상일은 “사실 연습을 안했다. 예전에 오페라단과 함께 이 작품으로 도창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또 녹음하러 갔을 때 즉석에서 대사가 추가되거나 다른 연출을 요구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보여주다 보니 다들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더욱이 강상구 작곡가께서 음악을 정말 멋들어지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목소리 연기에 도전한 소감을 묻자 전혜영 배우는 “감독님께서 저를 생각하며 점순이를 그렸다고 하더라. 외모나 성격이나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발음이나 톤 등 목소리 연기가 일반적인 연기하는 것과 다른 점이 많아서 질문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감독님과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고 조언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답했다.




-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안재훈 감독은 “각자가 아는 영역에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부분이 단편문학이라 생각된다. 다시 한 번 우리문학이 화두가 되어 시험으로 읽히는 것이 아닌 감성으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답했다. 장광 배우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시작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짧은 기간 내에 빠른 속도로 성장한 한국 애니메이션을 이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혜영 배우는 “어렸을 적 외국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세대다. 내가 어렸을 적에 이런 작품을 보았으면 정서적으로도 정말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지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보기에도 정말 좋은 작품이고, 앞으로도 한국 애니메이션이 더 발전했으면 하는데 이 작품이 그 발단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남상일은 “전통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좋다. 나는 전통을 옛것을 전해 현시대와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섬세하고 우리의 정서가 듬뿍 담긴 ‘전통 애니메이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역사를 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불러만 달라”고 말해 웃음꽃을 자아냈다.







한 평론가는 “우리 문학이 가지고 있는 감성들을 애니메이션의 영상미와 만나 영상콘텐츠와 문학콘텐츠가 모두 활기를 가진 일거양득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국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의미 있는 작품인 만큼, 어른들은 학창시절에 읽었을 한국단편을 감성으로 다시 보는 계기가, 지금 청소년들은 영상을 통해 한국단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투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한국적인 작화를 만나게 됨으로써 한국 애니메이션에도 관심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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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NOPSIS 


20대의 풋풋한 사랑 [봄•봄], 40대의 처참했던 슬픔 [운수 좋은 날]

그리고 60대의 아련한 추억 [메밀꽃 필 무렵]... 

슬퍼도 웃어야 했던, 고달퍼도 살아가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다!


김유정의 [봄•봄] 중에서...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박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중에서...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INFORMATION 

제목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작품        김유정 [봄•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감독        안재훈, 한혜진

제작        ㈜연필로명상하기, EBS, 김영사

배급        이달투

장르        옴니버스 감성 애니메이션

개봉        8월 

러닝타임   90분




Posted by indie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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