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찬란히 그늘진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그림자들의 섬>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9일(일) 오후 4 상영 후

참석 김정근 감독, 은수미 전 의원

진행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배를 띄우며 죽은 동료를 보내는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현장에서 평범한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고, 또 무엇을 바꿨는지, 영화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획전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에서 <그림자들의 섬>을 만날 수 있었다. 김정근 감독과 은수미 전 의원, 그리고 진행으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하 김덕진): 우선 기획전을 마련해준 인디스페이스에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이야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근 감독님과 은수미 전 국회의원님 모시겠습니다. 


김정근 감독(이하 김정근): <그림자들의 섬> 만든 김정근입니다. 반갑습니다.


은수미 전 의원(이하 은수미): 은수미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덕진: 요즘 두 분 어떻게 지내나요? 은수미 의원님은 굉장히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은수미: 저는 광장에 가서 김덕진 사무국장님을 자주 뵙죠. 사회 보시잖아요.(웃음) 멀리서 자주 뵙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낙선하고 뭐하고 사냐는 질문인데요, 전국적으로 강의를 많이 다니고 있어요. 


김덕진: 감독님은 2016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요? 많은 찬사도 받았고요. 어떻게 지내세요?


김정근: 부산에서 촛불들을 기록하고 있고, 차기작이 지하철 관련 작품이어서 지하철 노조의 해고나 징계 상황을 촬영 중에 있습니다.


김덕진: 계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군요.


은수미: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힘든 일인데, 계속 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정근: 원래 배나 철도 같은 기계에 관심이 있어요. 또 거대하고 경이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게 작은 사람이라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기계와 사람의 대결구도, 이런 관계가 재미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찍을 것 같아요.


김덕진: 한진중공업이 현재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받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많은 찬사를 받은 이유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은수미 의원님은 영화 어떻게 보셨나요?


은수미: 처음 보고 너무 많이 울어서 다시는 안 봐야지 했어요. 여러분들도 많이 우신 것 같은데.(웃음) 조선업 노동자 20만 명 중 13만 명이 하청업체 노동자고, 대다수가 최근 대량해고 대상자잖아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또 조선소에서 해고된 청년이 생활고 때문에 막걸리를 훔쳤다고 기사도 났죠. 그 아픔과 절망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영화를 두 번은 안 봐야지 했는데, 막상 보니 잘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을 꿈 꿀 권리가 있으니까요. 또 울기는 했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김덕진: 영화에서 진심이 느껴져 집중해서 봤습니다. 흥미로웠던 장면은 노동조합 위원장 취임식 장면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아니고 지회장 취임식을 저렇게 크게 하나 싶었어요. 요즘도 그러나요?


김정근: 전국금속노동조합 단위가 워낙 커요. 당시 공장에 거의 3,000명 정도 있었고 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대장이어서 좀 성대하게 보여주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복수노조 상태고 조합원이 줄어 200명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크게 하지는 않습니다.


김덕진: 영화에 예전의 기록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입수를 했나요?


김정근: 미디어 활동가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당시 노조가 힘이 있는 시기여서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한진중공업 노조가 기록을 워낙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이라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촬영하는 분에게 기록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걸 입수해서 재구성을 한 거예요. 그 기록들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덕진: 많은 자료를 봤을 테고 직접 찍은 것도 많았을 텐데, 이 영화는 100분을 넘지 않는다는 미덕이 있죠. 딱 98분으로 마치는 미덕.(웃음) 그렇다는 건 찍은 장면들을 굉장히 많이 들어냈다는 거잖아요. 그게 쉽지 않은 건데, 대단한 것 같아요.


김정근: 제가 이 영화를 5년을 찍었고 한진 민주노조는 30년의 역사가 있어요. 이 영화는 쌓인 두께나 깊이보다는 너비가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대로 현장을 다룬 장면을 덜어내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는데, 다시 보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껴지네요.


김덕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상영은 블랙리스트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감독님은 혹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나요?


김정근: 리스트에 제가 없어서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가시방석입니다.(웃음) 그리고 블랙리스트 사안에 대해서 몇몇 분들은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저는 별로 놀라지도, 충격 받지도 않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보통 제작 지원을 받는데, 잘 되지 않는 사례를 계속 겪다보면 은연중에 알게 돼요. 논리적으로 이해한다기보다는, 짐작컨대 그런 게 있구나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놀랍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진짜 무서웠던 건 그게 내면화되면서 자체검열을 하게 되는 거예요. 외부 지원을 생각하면서 영화 내 사회적인 발언을 줄이고 중립인 것처럼 바꾸게 되는 것이 진짜 무서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덕진: 그 리스트가 굉장히 허술해요. 특정 인물이나 사안을 갖다 놓고 만든 리스트인데, 어느 정부든 그런 게 있을 거라는 짐작은 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충격이었던 게 문건으로 실존하고,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배제시켰다는 거였죠. 


은수미: 19대 국회에서 그래도 꽤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가짜 정치를 한 건가 싶더라고요. 나는 왜 그 중요한 최순실을 몰랐을까,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나는 뭘 했나 자괴감이 컸어요. 앞으로는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덕진: 영화를 보면 김진숙 위원님이 전혀 술을 못하는데, 박근혜 당선된 날 맥주 두 병 마셨다고 하잖아요. 그 날은 잊을 수가 없어요.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당시에 저는 대학로에서 밀양, 강정, 쌍용, 용산 농성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거의 3일에 한 번 추모식을 했어요. 박근혜가 당선된 후에 노동자 분들이 계속 목숨을 끊었어요. 대통령이 바뀌는 게 노동자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목숨을 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김정근 감독님은 그 때 영화 작업 중이었기 때문에 최강서 열사도 찍었을 텐데, 보다 가까이에서 어떻게 느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정근: 강서 형이 돌아가신 그 시점의 기억이 많지는 않아요. 솔직히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영안실의 공기, 시체를 촬영하던 기억을 떠올리기가 힘들어요.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라 영화 안팎이 구분이 안 됐어요. 김주익, 박재규 열사 분들은 면이 없는데, 강서 형은 계속 함께 술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던 사이였어요. 그런 사람이 한 순간 그렇게 되고 나니까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분향소를 꾸린 분들이 느끼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 같고요. 대답을 하기가 곤란스럽네요.



김덕진: 최근의 퇴진정국이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공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근혜 정권이 4년 동안 시민들에게 준 수많은 절망과 고통이 누적되었고, 그게 정유라의 부정입학 등을 계기로 분출 된 거죠. 그리고 이걸 가장 먼저 짐작한 사람들이 투쟁 노동자에요. 영화에서 김진숙 위원장님이 자신은 최강서 열사가 얼마나 절망스러웠을 지를 짐작한다고 하잖아요. 이미 한진 자본이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고, 강서도 알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본, 재벌은 정권과 너무 밀접하게 얽혀 있어요. 최근 촛불정국에서 이런 문제가 개혁과제로 많이 거론되는데, 은수미 의원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다음 정부에서는 재벌개혁이 가능할까요?


은수미: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분들 중에 제가 아는 선배님이 몇 분 있어요. 가끔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 물어보죠. 왜 그랬냐고. 예를 들면 KTX 승무원 문제, 혹은 왜 삼성에게 그렇게 관대하냐고 질문을 하면 여러 대답이 나와요. 그 대답을 들어보면 당시 개혁세력이 국정을 주도하는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잘 몰랐고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가 달라졌어요. 첫째로 역량과 능력을 가진 개혁세력들이 꽤 생겨난 것 같아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예산까지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본 거예요. 결단 직전의 순간까지 만들어놓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두 번째는 촛불입니다. 정말 달라졌어요.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사회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기 때문에, 너무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의식을 갖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시민들이 명령을 하고, 촛불을 들고, 내가 나를 대변한다고 나선 거죠. 이건 굉장히 큰 변화에요.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오든 시민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좀 다른 설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덕진: 사실 광장에 있는 분들은 의문도 가지거든요. 지금이야 촛불 들고 새로운 시대 얘기를 하지만, 막상 대선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은수미: ‘광장의 조울증’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광장에 있을 때는 세상이 바뀔 것 같다가도 다시 출근하면 절망스러워져요.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요. 바뀌어봤자 틈새와 여지 정도, 악어의 입을 여는 정도죠. 하지만 이젠 시민들이 추종을 하고 기대를 하는 위치에 있지 않아요. 화살을 쏘는 건 우리에요. 계획을 세워 낼만한 힘이 이제 좀 쌓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정치인들이 시간을 벌어들이면 광장의 시민들이 일상이나 현장에서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김덕진: 부산의 광장에도 변화의 희망 같은 게 느껴지나요?


김정근: 부산은 오랜 기간 동안 여당이 독점하고 있던 곳인데, 지난 총선부터는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최근 촛불집회에도 꽤 많은 분들이 와요. 달라지는 게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사실 여전히 보수적인 기운들이 있죠.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저울에 올려놓고 최소한 재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봅니다. 


김덕진: 탄핵 이후로 대선 등 방향이 갈라지게 되면서 광장에서 하나로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어요. 


김정근: 최근에 문재인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차별금지법 발언을 들어보면 사실은 후퇴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은 문제들을 짚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부산은 서울처럼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지는 못하는 공간이에요. 부산에서 광장에 가면 민주당 깃발이 쭉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저는 위험하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그 안에 분명 수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김덕진: 누가 되든 박근혜를 잇는 사람이 아닐 거라는 믿음과 바람이 있어요. 후보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까지의 소신으로 당당하게 해도 되는데, 자꾸 정치인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잖아요. 이제는 시민들의 수준과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갈게요. 보통 독립다큐멘터리와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어요. 바로 음악인데,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 완곡으로 나와요. 어떻게 이 노래를 삽입하게 된 건가요?


김정근: 노래를 가만히 들으면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라는 가사가 나와요.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을 참여정부에 와 기억을 못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뉘앙스로 넣은 노래에요. 노동자의 편에 서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현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늘 탄압과 진압의 대상이었던 기억들을 불러오고 싶었어요. 사랑 노래이긴 한데 묘한 아이러니가 있을 것 같아서 배치를 했습니다.


김덕진: 마지막에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도 나와요. 


김정근: 뮤지션 윤영배 씨는 같이 술 마시며 영화 잘 봤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시네마달 등의 얘기도 했고요. 독립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고 양산되는 게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인디 뮤지션으로서 공감되고 아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게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덕진: 이 영화가 소중한 이유는 노조의 아쉬움을 계속해서 얘기하기 때문이에요. 김진숙 위원님이 투쟁의 성과가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 집행부 소수의 것이 되어버렸고 결국 오만해졌다는 얘기를 하죠. 


은수미: 영화에서 우리가 배불렀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배 좀 부르면 안 되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배 좀 불러서 뭐가 나빠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위험한 현장에서 목숨 걸고 삼사십년 열심히 일해서 일억 버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의 책임을 노조에게 떠넘기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한국은 독특한 법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9조에 따르면 노조는 근로자의 이익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만 교섭할 수 있어요. 전무후무한 법이에요. 예를 들어 정규직 노조가 하청이나 사업장이 다른 근로자를 위해서 파업하면 불법이에요. 우리나라는 이기주의 법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점점 불평등이 심해지다 보니 이 오랜 관행을 넘기 위한 노조의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했죠.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굉장히 취약합니다. 실제로 조합원의 전체 조직률이 굉장히 낮아요. 금속노조 산하의 조합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3퍼센트를 넘지 않습니다. 말이 안돼요. 모두가 배부르고,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 일해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것을 희망이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기본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 정도는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다면 각자 뭘 해야 하나 생각해요. 그래서 노조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김덕진: 일부 노조가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면 또 대서특필되죠.


은수미: 물론 노조도 부도덕하면 안 되지만, OECD 중 우리나라는 산재, 자살률, 그리고 사기범죄 1위에요. 저는 삼성 같은 경우는 사기집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구속이 된 것이고 롯데나 현대 할 것 없이 굉장히 위가 많이 썩어있어요. 그러면 아래에서는 당연히 나 하나쯤이야, 먹기 살기도 힘든데,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기업의 부도덕함이 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해요.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새로운 지표를 만들고 시도를 해봐야 되겠죠. 시민,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다른 시도가 정치에서든 노조에서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덕진: 김진숙 위원님도 그 때 하청 문제 해결 못 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영화에서 해요. 예전에 현대자동차 노동 현장에서 정규직은 이름표를 가로로, 비정규직은 세로로 다는 방식으로 구분을 지었어요. 노동자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구도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거죠. 그래야 기업에서도 통제가 쉬우니까요. 이런 걸 깨고 변화시키려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촛불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얘기하는 자리에서 왜 성과연봉제 얘기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게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하죠. 박근혜 퇴진 후 뭐 할지 얘기 하자는 건데. 퇴진 이후를 얘기하지 않으면 결국 또 우리의 삶이 어렵고 처참하지는 거잖아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하게 퇴진 시위를 나온 건데 왜 자꾸 운동권들이 이슈를 가져오냐고 하죠.


은수미: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와는 엄청 달라요. 당시 비정규직 분들과 같이 시위에 나갔는데, 아예 시민 분들이 깃발을 내리라고 했어요. 광우병과 관련 없는 시위는 아웃이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깃발이 허용되잖아요. 물론 지금도 목소리를 너무 키우지는 말라는 식이기는 하지만요. 서로를 계속 짓밟는 8년을 겪었지만, 우리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자신의 목소리를 얘기 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 것 같고요.


김덕진: 맞아요. 특히 차별 없고 평등한 광장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연사가 성차별적 발언을 하면 즉각 사과하고 조취를 취하는 모습은 사실 대규모 집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에요. 즉각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건 많은 변화가 있다는 뜻이에요. 박근혜 이후, 정치도 시민을 믿고 시민도 정치를 계속 견인하고 힘을 실어주는 관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제 촛불집회에서 두 분의 발언이 있었는데, 이재용이 구속돼서 너무 좋은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와 최경희가 구속돼서 너무 좋은 이화여대 학생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되게 비극이죠. 자신의 사장과 총장이 구속돼서 신난다는 것이요. 시네마달이라는 배급사 하나를 살린다고 해서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시네마달이 망한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네마달이 없어지면 <그림자들의 섬>과 같은 영화를 이런 공간에서 볼 수 없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문화향유의 권리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고 다음에서 진행 중인 스토리펀딩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김정근: 시네마달 같은 배급사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지해주시고 함께해주시고 후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수미: 저는 다양한 의견이 세상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국회에 있을 때 인권이나 존엄 이야기를 하면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월북하라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었어요. 오직 하나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저는 국회에서 경험했습니다. 여러분도 겪어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색, 꿈, 욕망이 사라지는 공포를 박근혜 정권에서 경험했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 시네마달 같은 배급사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지지하고 누구는 반대할 수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있기를 원해요. 살아있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바꾼다고 생각해요. 시네마달을 후원하고, 스토리펀딩도 홍보하고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힘내십시오, 여러분. 우리가 이길 겁니다. 정말 소중한 한 걸음을 하고 있어요. 이 힘든 사회에서 기적과도 같죠.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덕진: 이렇게 좋은 영화를 제대로 느끼면서 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서울이 크다고 해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의 수가 몹시 적어요. 이런 공간 또한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들이 계속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수자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왜곡되지 않고 전해지기 위해서는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고, 그 작품들을 제대로 상영할 수 있는 공간과 배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네마달 후원과 홍보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오늘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토리펀딩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 후원하기 >>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011


그림자처럼 지워지고 가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자본의 그늘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고 절박한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그 투쟁의 역사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동료가 죽어도 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죽었구나 하며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것. 그 죽음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마음. 그들은 그 마음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30여년의 시간동안 반성하고 연대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림자들의 섬>은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뷰 형식을 통해 담담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잔혹하지만 결코 무기력하지 않게, 진득하게 응원하고 기록한다. 누구든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현 시점에서 노동과 인권의 가치는 더 이상 가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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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진: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덕진 이라고 합니다. 오늘 <두 개의 문>의 홍지유, 김일란 감독님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혁상 감독님,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님 참석하셨습니다. 용산참사 4주기로 오늘 남일당에서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을 하면서 추모대회를 했는데 2천여명이 와주셨죠. 4년이 지났음에도 기대이상으로 많은 분들께서 잊지 않고 참석해 주셨습니다. <두 개의 문>이 6월 20일 개봉해 공식 집계로 7만 3천 여명이 관람하시고, 공동체 상영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그 이상의 많은 분들과 만나며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 7개월여를 달려온 네 분의 소감을 들어보고 싶네요.


이혁상: <두 개의 문>을 통해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데(웃음) 제 전작이었던 <종로의 기적>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두 개의 문>을 통해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저는 비록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이 영화 덕분에 항상 마음속에 용산을 품고 용산에 대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상영은 끝나지만 다운로드 서비스는 계속 되니까 계속 관심 가져주세요.


홍지유: <두 개의 문>이 7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극장에서 관객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오늘이 종영하는 날인데,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두 개의 문> 때문에 안 울 것도 한 번 더 울고 반대로 힘이 나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함께 용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두 개의 문>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일란: 앞서 말씀하셨던 것과 비슷한 마음이에요. 많은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있는 반면 그 안에 아쉬운 점도 있는 것 같아요. 독립다큐의 배급환경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혹은 관객 분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주셨더라면, 비록 이번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도 어찌 보면 다 많은 관객 분들께서 동참해 주셨기 때문에 생기는 아쉬움이 아닐까 생각돼요. 저희가 처음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 중 하나가 다시 한 번 청문회를 열어 김석기와 같은 책임자들에게 그 날의 상황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네요.


김덕진: <두 개의 문>이 ‘연분홍치마’라는 집단에 다른 영화를 또 제작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나요? <두 개의 문>이 큰 화제가 되니까 ‘연분홍치마’ 부자 됐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웃음) 실제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나요?


이혁상: 아직 입금이 되지 않아서요.(웃음) ‘연분홍치마’가 10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활동해 오면서 부채가 없을 리 없죠. <두 개의 문>이 잘 된 것은 분명하지만 저희 생활은 계속 허덕이게 될 것 같아요.


김덕진: 이원호 국장님 역시 용산참사가 발생한 날부터 현장에 계셨었죠. 지금까지 누구보다 사건에 가까이 계셨는데, <두 개의 문>이 화제가 되면서 실제로 영화가 용산참사 진실규명 활동에 보탬이 되었다고 보시나요?


이원호: <두 개의 문> 배급활동을 하면서도 사실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큰 사회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는 안 했죠. 그런데 영화가 잘 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위기감이 느껴지면서 ‘우리가 활동을 더 열심히 해서 시너지를 높여야 하지 않나’하는 자책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많은 분들이 용산은 이미 끝난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두 개의 문>을 통해서 ‘용산이 끝나지 않았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구나’ 생각해 주시니까 오늘 4주기 추모대회 때 지난 3주기보다 훨씬 많은 시민 분들이 함께 해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덕진: <두 개의 문>과 관련해서 관객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아직도 감옥에 계시냐고들 물으세요. 당시 8명이었고 연말에 두 명이 나오셔서 현재 여섯 명이 계시는데, 언론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 8월엔 민주당에서 전원 서명 하에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기도 했었죠. <두 개의 문>이 아니었다면 그런 일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가 너무 화제가 되다보니까 이원호 국장님과 이러다 <두 개의 문>만 남고 용산 참사는 잊혀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오늘 추모대회에 참여해주신 분들만 봐도 <두 개의 문> 효과가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오늘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니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요. 홍지유 감독님, 이렇게 영화 만드신 것 뿌듯하시죠? ‘아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니’ 이런 생각해보셨을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이 <두 개의 문>의 어떤 장점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홍지유: <두 개의 문>을 7만 명의 관객 분들이 봐 주실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죠. 처음 이 영화를 보셨던 활동가 분들이 이 영화가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얘기를 해 주셨던 것이 생각나네요. 막연하지만 그 때 그 말들이 많은 힘이 된 것 같아요.


김덕진: 그 때 인권활동가 분들이 그런 확신을 주셨기 때문에 기운차게 시작할 수가 있었죠. 김일란 감독님께는 다른 질문을 드리자면, 보통 행간을 읽는다고 하죠. 이 영화를 만들 때 ‘관객들이 이 이 부분은 꼭 알아주면 좋겠다’ 했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김일란: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많이 알아주신 것이 ‘철거민은 무죄다’라는 것이었어요. 일심재판이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 ‘철거민은 무죄다’라는 플랜카드가 바닥에 깔려 있잖아요. 수많은 사건 과정에 많은 증거들이 도출되는 상황에서도 유죄판결이 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철거민과 경찰특공대가 우리가 떠날 수 없는 국가라는 큰 틀 안에서 이렇게 희생자가 되어야만 했었는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하는 흐름의 과정 끝에 ‘철거민은 무죄다’라는 고민이 이어졌으면 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다행히도 그 부분을 잘 알아주신 것 같아요.


김덕진: 이혁상 감독님은 이 작품에 깊이 관여 하셨지만 김일란, 홍지유 감독님보다는 객관적으로 바라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아쉬운 점은 뭔가요?


이혁상: 김일란 홍지유 감독이 공동연출자로 세 명의 이름을 올리자고 했는데, 거부했던 것이 가장 아쉽네요(웃음) 아무래도 두 분이 현장에서부터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존경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점은 편집에 있어서 제가 주저했던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의 다큐와 달리 너무 확 나가버리면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주저한 부분이 있었는데, <두 개의 문>을 상영하면서 관객의 감정들과 소통하는 것을 깨우치게 됐어요. 다음 영화를 만들 때는 제 생각이나 느낌을 좀 더 밀고 나가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덕진: <두 개의 문>이 초반에 언론에서 담담한 시각으로 담았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그런 것들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는 말도 많았는데, <두 개의 문> 속편을 만들면 더 깊은 얘기를 할 생각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이혁상: 그것에 대한 답은, 마지막에 보셨던 추모영상을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들과 작업하면서 조금 더 제 느낌과 감정들을 살려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전략을 취했는데, 그런 것들이 앞으로 방향을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덕진: 이 엄청난 사건을 짧은 시간 안에 담는 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죠. 굉장히 찍어 놓으신 분량이 많은 걸로 알아요. 현장에 몇 개월을 함께 있으면서 한 순간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클텐데,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을 것 같아요.


김일란: 남일당 공간들이 다 없어지고 공터가 된 뒤 그 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쩌면 그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아닐까 해요. 원통한 영혼들의 죽음의 의혹. 그게 바로 진상규명이고 그 진상규명을 생각하는 과정이 명예회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그 분들의 원통함을 풀어주는 작업의 진행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추모영상을 만들게 됐어요. 그것이 아무래도 <두 개의 문> 후속의 발단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김덕진: 이원호 국장님은 <두 개의 문> 속편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원호: 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웃음) 사실 <두 개의 문> 처음 만든다고 감독님께서 시놉시스를 가져오셨을 때는 ‘연분홍치마’가 워낙 현장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했기 때문에 존중하는 마음은 있지만 ‘다큐가 지난 일을 어떻게 재현해 낼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만드는 과정에서는 저희가 도움을 많이 드리지 못하고 영화 배급운동을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만드는 과정에서도 어떻게든 적극적인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김덕진: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가 총 9편이 있어요. 그 외에도 책, 만화, 소설, 연극 등 지난 4년 동안 참 많이 나왔죠. 이 용산참사라는 참혹한 사건이 그만큼 문화 예술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봤을 때 ‘연분홍치마’ 멤버에서 홍지유 감독님이 가장 예술적 혼이 풍부하다고 보는데, 본인에겐 용산참사가 어떤 사건이었기에 이런 작업을 하신건가요?


홍지유: ‘반복된다’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경험한 철거민의 어떤 죽음이 98년도였어요. 그리고 다시 2009넌 어느 날 다 같이 모여 아침밥을 먹는데, 속보영상으로 용산참사의 현장을 보게 되면서 그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는 갑갑함? 그 속에서 죽거나 혹은 살아남으신 분들의 외침이 십년 전과 똑같았어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과 죄스러움으로 한참을 바라본 것 같아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어떤 이야기를 이렇게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어서 지금 현재로써는 다행이지 싶어요. 반복되는 절망을 어떻게든 이겨보고 싶었습니다.


김일란: 저 역시 <두 개의 문>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사실 가장 많은 특혜를 본 사람이 저 자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봤던 <용서는 없다>라는 영화에서 마지막 나레이션에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용서다’라는 말이 나와요. 용산에 가기 전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들이 저를 갉아먹으면서 힘들게 하던 상황이었어요. 그런 감정을 갖고 용산참사 현장에 갔는데 유가족 분들이나 투쟁하던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저는 치유를 받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두 개의 문> 작업을 하면서도 힘들었지만 계속 치유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김덕진: 사실 <두 개의 문> 속편을 제작해 달라는 말이 ‘연분홍치마’에게 그 힘든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괴로운 감정의 골을 느끼게 하는 가혹한 일이 아닐까 했는데, 지금 치유가 되셨다고 하니까 한 편으로는 다행이네요(웃음) 이혁상 감독님, ‘연분홍치마’라는 집단의 역할이 무엇이죠?


이혁상: <두 개의 문>을 보시고 ‘연분홍치마’를 처음 알게되신 분들은 낯설으실 수 있는데,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입니다. 저희도 영상을 하게 될 줄 처음부터 예상하진 못했어요.


김덕진: 이전에 ‘연분홍치마’가 다뤘던 소재들과 <두 개의 문>이 좀 다르긴 하죠. 그래서 처음 <두 개의 문>을 제작할 때 ‘연분홍치마’ 내부에서 걱정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혁상: 이전 작품들은 모두 성 소수자를 다룬 내용들이었어요. 어떤 분들은 ‘소재의 범위가 넓어졌다.’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룬다’라고 하시는데, 사실 성 소수자이기도 하지만 저희 역시 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시민으로서 용산참사를 다룬다는 것이 딱히 특별하진 않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사회적인 소수자 시선으로 다른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데에 ‘연분홍치마’만의 특별한 시선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요. 경찰특공대의 시선을 통해서 용산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기존의 언론에서 놓치고 있던 ‘연분홍치마’만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특별함이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덕진: 공감이 갑니다. 감수성이 참 중요한 작품일 수 있는데, 담담한 시선이라고 평가되는 가운데 아주 섬세한 장점이 있는 작품이죠. ‘연분홍치마’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하는 영화평론가 같은 이야기를 해봅니다. 관객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도록 하죠.


관객: 영화 제목 <두 개의 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일란: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 날 경찰특공대가 얼마나 사전의 준비 없이 진압상황에 들어간 것인지 전달하고 싶었는데요. 그 단순해 보이는 사실 속에서 2009년 1월 20일 새벽 경찰특공대들의 진압이 철거민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얼마나 간과했었는지를 파생시키고 싶었어요. 그 간과된 안전은 철거민뿐만 아니라 진압에 들어가는 경찰특공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는 거죠. 안이 어떤 구조였는지, 몇 층이었는지 등의 남일당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고, 또 누가 뛰어내렸을 때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매트리스와 같은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압에 들어갔다는 것은 용산참사가 단순히 철거민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특공대의 문제이기도 한 거예요. 다시 말해서 용산참사라는 것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두 개의 문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진압에 들어갔다는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추측하고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상징적인 제목을 쓰게 됐습니다.


관객: 저는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홍지유 감독님께서 반복되는 것이 싫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부럽고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꼭 <두 개의 문> 속편을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덕진: 저와 같은 마음이시네요.(웃음) 대장정이었습니다. 처음 시사회를 한 것이 작년 3월이었죠. 거의 1년을 <두 개의 문>에 매달려 왔던 대장정이었습니다. 이원호 국장님도 전남 강진까진 전국을 돌며 GV를 다니셨고 김일란, 홍지유, 이혁상 감독님은 호주까지 다녀오셨었죠. 거의 전 세계를 돌았어요.(웃음) 일일이 크게 보도되진 않았지만 상도 많이 받으셨고요. 모두 여러분들의 애정과 관심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개의 문>으로 우리가 얻은 것이 있다면 ‘연분홍치마’ 뿐만 아니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도 이후의 활동과 영상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원호 사무국장부터 종영하는 소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원호: 4년이라는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문제는 2009년 1월 20일 당일에 있었던 일의 진실을 밝히자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폭력이라는 것, 무리한 개발이라는 자본의 폭력에 제대로 책임자들의 책임을 묻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폭력이 계속 이어져 오게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용산참사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고, 우선적으로 감옥에 계신 여섯 분의 철거민 석방을 외치며 계속해서 활동을 해 나갈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올 한 해 5주기가 오기 전까지 용산참사 관련 이슈들이 생기지 않고, 주목받지 못할지라도 저희는 꾸준히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니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혁상: 많은 분들이 속편 얘기를 해주셔서 뭔가 후련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두 개의 문>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디스페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디스페이스 관계자 분들과 특히 수고해주신 시네마달에 감사드립니다. <종로의 기적>은 계속해서 상영되니 ‘연분홍치마’의 전작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홍지유: <두 개의 문>에 짧게 나오는 장면인데 관객 분들께서 많이 기억해 주시는 장면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진압당하는 장면이에요. 저희가 배급위원 분들과 공식적으로 시사회를 가졌던 날 축하해주러 오셨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지부장님께서 연분홍치마가 쌍용과 관련된 노동자 다큐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는데, 지금 시작하고 있거든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일란: 이혁상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인디스페이스에서 있었던 정말 많은 일들이 갑자기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GV를 막 시작할 때는 마음이 많이 무거웠어요. 오늘 <두 개의 문>이 종영하지만 우리는 한편으로 계속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하잖아요. 그 두 마음이 엇갈리는 기분이 들었는데, <두 개의 문> 속편 얘기가 나오니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짐을 더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용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마음이 GV를 시작할 때보다 많이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관객분 말씀처럼 ‘무언가 반복되는 상황을 끊기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굉장히 기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용산을 잊지 않겠다고 결의해 주시고 도와주신다면 그 가운데서 <두 개의 문> 속편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덕진: <두 개의 문> 독립영화가 7개월 정도 극장에서 상영되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훌륭하고 그만큼 용산참사를 기억하려 애써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고 진상규명활동은 계속 이어집니다. <두 개의 문>도 오늘 끝나는 줄 알았더니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네요. 계속 관심 가져달라고 얘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실지 모르겠지만 기왕에 이렇게 함께 해 주신 것 계속 주변에 더 알려주세요. 길지 않은 미래에 이 곳에서 <두 개의 문> 속편 GV를 진행하는 날 다시 사회를 볼 수 있다면 무한한 영광일 것 같습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속편이 나오는 날 여러분 다시 정중히 초대해서 자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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