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희와 녹양  한줄 관람평


이성빈 | 누구의 아들도 아닌, 보희

최승현 | 뛰어난 균형감각과 새로운 감수성을 지닌 성장영화

김정은 | 없이 나를 마주하고 찾아가는 모험과도 같은 인생에서 유달리 청량했던 순간들

김윤정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성장영화







 〈보희와 녹양  리뷰: 누구의 아들도 아닌, 보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빈 님의 글입니다. 




 

여름의 싱그러움이 잘 어울리는 영화가 찾아왔다〈보희와 녹양〉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두 명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담은 이야기이다. ‘보희녹양이는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닌 아이들이자 우리의 사춘기 시절과 똑같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보통의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아이들을 특별하고도 보통의 아이들로 만들어 주는 것일까?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성숙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마주하기로 정하고 카메라로 아이들을 담는다. 녹양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보희의 아버지 찾기 여행을 카메라로 담는다. 누군가 영상을 찍어서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녹양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꼭 뭘 해야 해요?”

 




우리사회는 규정하고 구속하기에 바빠 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곤 한다. 흔히 말하는 대로 구분하자면 보희는 여성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이며 녹양이는 남성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로 나온다. 그러나 도대체 여성적, 남성적이라는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영화 속에서는 젠더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보희와 녹양〉은 시종일관 젠더 개념의 고착성을 탈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는 성 고정관념을 지적하면서도 단순히 사회적인 성별의 특성을 바꾸는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보희는 섬세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지만,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용감한 행동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녹양이는 털털하고 행동파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는 가만히 위로를 받는 아이기도 한다. 이러한 연출은 성별 이분법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주체성을 쌓아가는 기로에 선 인물들이다〈보희와 녹양〉은 어쩌면 무거운 주제를 아이답게 풀어나가는 영화이다. 덕분에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보희와 녹양〉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보희의 아버지 찾기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은 '보희와 아버지'가 아닌 '보희와 녹양'이다. 보희에게 녹양이는 하나의 또 다른 자아이다. 보희 인생의 소울메이트이자 자신이 되고 싶은 강한 인물에 대한 이상향이다. 영화의 제목이 〈보희와 녹양〉인 이유에 대해서 감독은 보희와 녹양이의 관계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영화 속 보희를 이끌어주는 것은 녹양이다. 보희가 주저할 때마다 앞으로 나가고 해결책을 주는 것 또한 녹양이다. 마치 자동차의 바퀴 역할을 녹양이 해주는 것이다. 둘의 삶은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가끔 하나의 존재가 지금의 를 만들었다고 오해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히 틀렸다. 우리는 영화 속 보희처럼 엄마와 성욱 같은 인물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보희와 녹양〉에는 몇 가지 중요한 상징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처음으로 말할 것은 한강이라는 공간이다. 한강은 보희에게 어머니와의 과거에 대한 추억이 있는 공간이다. 보희는 수영을 하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보희는 옷으로 표현되는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보여지는 모습에 대한 것들을 내려놓고 한강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한다. 보희는 엄마와의 추억 속을 마음껏 헤엄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희가 수영을 꽤 자유롭게 한다는 점이다. 보희는 처음부터 수영할 줄 아는 아이였다. 그저 본인이 수영을 못한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수영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보희는 스크린 안에서 마음껏 수영한다. 우리는 액자 속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놓치며 살았나.

 

또 다른 상징성을 가진 것은 여름이다. 두 아이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빛나는 초록색 새싹처럼 아이들은 뜨거운 청소년기를 보낸다. 감독은 계절을 가져와 성장기를 이야기한다. 가장 푸른 계절이 가끔은 그리울 때가 있다〈보희와 녹양〉 유기농 그 자체인 영화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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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 소소대담] 독립영화의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한 때 


참석자: 김윤정, 승문보, 오윤주, 송은지, 이성빈, 이성현, 최승현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성현 님의 글입니다.





[리뷰] 한강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흐른다

[인디토크] 한강에게하나의 시집이 탄생하는 영화 <한강에게> 인디토크 기록


 

김윤정: 영화의 시작 자체도 광화문 장면이고, 개봉과 상영이 4월에 걸쳐져 있었잖아요. 먼저 영화를 보면서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그것에 대해 충실히 슬퍼하면서 그 감정을 온전히 느낀 후에야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였어요.

 

최승현: 감독이 국문과 출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영화 자체가 문학적이었고 기존의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이성현: 길우의 사고가 있고나서 사람들 사이에 진아가 있을 때 지어내는 그 미묘한 표정과 태도, 그런 것을 통해 진아가 겪고 있는 상실감을 보여주는 게 좋았어요. 또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진아를 과하지 않게 표현한 방식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이성빈: 지나치게 감성적인 영화가 아닐까 우려했었는데 걱정을 뒤엎는 좋은 영화였어요. 화면이 전환될 때 페이드 인/아웃을 사용해서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 하잖아요. 그게 마치 시에서 행과 연이 나눠져 있는 것처럼 영화를 시적으로 풀어낸 것 같아서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송은지: 영화 내내 등장했던 플래시백 사용이 진아와 길우 사이에 어떤 서사가 있었는지 말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상실감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게 쓰인 것 같아요.

 

승문보: 저는 영화가 가진 직시하는 힘이 좋았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도 진아가 한강을 마주하며 끝나잖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게 결국에는 진정한 의미로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리뷰] 파도치는 땅: 국가 권력의 폭력으로 인한 현대인의 핑퐁 게임

[인디토크] 파도치는 땅: 국가로부터 상처받은 개인들의 이야기



김윤정: 국가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가족과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가족 안에서 폭력이 어떻게 세습되는지에 대한 서사적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봤는데 내러티브가 충실하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너무 많은 부분을 열어두고 모호하게 풀어나간 게 아쉬웠던 것 같아요.

 

승문보: 실험적인 패닝 숏 사용도 그렇고 카메라 기법으로 계속 뭔가를 표현하려고 하더라고요. 저는 무의식적으로 폭력을 세습을 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의 일종의 핑퐁게임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 부분은 아주 좋았던 것 같아요. 다만 내러티브를 가지고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카메라로 말하려고 해서 관객 입장에서는 불친절하고 모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김윤정이태경 배우가 연기한 은혜 캐릭터가 너무 소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영화일수록 더욱 소비되는 캐릭터를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승문보: 저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캐릭터를 소비한 것 같아서 영화 전반부가 아쉬웠어요.

 

오윤주: 인디토크 때 관객석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어요. 그때 감독님께서는 상처를 한 번에 다 불러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그 뒤가 흐지부지되었던 것은 캐릭터를 하나로 정의내리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답변하셨어요. 결국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다 각자의 상처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고 싶으셨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영화적으로 와 닿는지는 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승문보: 그런 의도였다면 관객에게는 전달이 잘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최승현: 저는 앞서 말씀하셨던 마지막 패닝 숏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이상해보일 정도로 갑자기 패닝을 하더라고요. 처음에 아버지를 비추다가 군산의 풍경을 한번 보여주고 또 아들을 보여주는데 그 풍경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간극처럼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어요.

 

승문보패닝 숏들이 굉장히 느리게 가잖아요. 그 속도 조절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 먼지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의 대비가 그 숏 두개에서 확연하게 드러난 것 같아요.

 





[리뷰강변호텔: 불화의 무대, 강변호텔

[인디토크] 강변호텔: 강변호텔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모든 것에 대해


 

김윤정: 멀어진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입을 빌려서 말하는 주인공이 김민희 씨고. 감독의 사생활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곳곳에 내재된 그런 포인트들이 되게 불편했어요.

 

승문보: 홍상수 감독이 배우의 입을 빌려 변명을 하는 것은 이젠 너무 익숙한 것 같아요. 이번 <강변호텔>에서는 죽음을 노골적으로 다뤘다는 것, 그리고 엔딩 방식이 놀라웠어요.

 

최승현: 예전에는 죽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작을 보면 확실히 감독의 심경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강변호텔> 되게 재밌게 봤어요.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도 있었는데 결말에는 혼란스러움을 주는 한방이 있더라고요.

 

이성빈: 홍상수 감독의 특징 중에 하나가 아름답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건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를 하고 그 여성은 감사합니다.’라고 대답을 해요. 이렇게 변함없이 여성을 소비적으로 보는 태도가 불편했어요. (일동 공감)

 





[리뷰] 오늘도 평화로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영화

 


송은지: 재미를 떠나서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대표적으로는 중국어를 흉내내는 부분은 시종일관 불편했어요. 다른 영화제라면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런 영화를 볼  때는 이 영화에 웃지 못할 소수자를 조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성현: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 바깥에서 재밌는 부분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백승기 감독이 중고나라에서 실제로 사기를 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거잖아요. 본인이 SNS나 이런 영화를 만들 건데 함께 찍을 사람을 찾는다.’라고 일종의 구인 글을 업로드해서 스탭을 꾸린 과정도 흥미롭고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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