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게>  한줄 관람평


성혜미 |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최승현 | 시를 쓰는 일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자 하는 용기

승문보 | 무언가를 피하지 않고 직시한다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이자 힘

송은지 | 마주하지 않으려 애써도 상실의 감각들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김윤정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흐른다

이성현 | 시인으로 태어난 우리는 어떤 상실을 써 내려가나

김정은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성빈 정적임에서 흘러나오는 간들간들한 바람처럼







 <한강에게>  리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흐른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상실의 순간은 진아의 일상을 뒤흔든다. 오랜 연인 길우의 사고로 인한 아픔의 흉터가 아무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강에 흐르는 물처럼 그의 일상은 계속해서 흐를 수밖에 없다. <한강에게>는 상실의 상황 속에서 진아가 느끼는 그리움, 죄책감, 외로움, 쓸쓸함 등 그의 감정을 타고 따라간다. 시집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진아의 일상 속에 불현듯 끼어드는 과거 길우와의 이야기가 오가며 <한강에게>는 상실의 상황 속에 갇혀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길우와 함께 있었던 집에서, 이제 진아는 혼자다. 둘이 있으면 꽉 찼던 집은 텅 비어 보이고, 적막한 집 안의 공기는 진아의 온몸을 감싼다. 침대에는 여전히 두 개의 베개가 놓여있지만 길우가 있던 자리를 보는 진아의 시선에는 텅 빈 공간만 있을 뿐이다. 애석하게도 그가 일상 속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그 또한 자신의 일상에서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를 써야 하고, 시집을 내기 위한 미팅을 가야하고, 학생들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는 주변의 물음에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라고 대답도 해야 한다. 일상은 흘러가지만 그는 멈춰있다.

 

 



벗어나지 못하는 감정의 굴레

 

정지되어 있는 진아의 감정은 진아가 시를 쓰지 못하게 만든다. 학생들에게 시 쓰는 방법을 가르치며 진아는 끊임없이 ?’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만의 를 만들라고 한다. 하지만 진아가 시를 쓰기 시작하며, 그의 감정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엔 그 감정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겁다. 자신 때문에 길우가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과 그로 인한 감정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그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과거는 진아의 일상을 붙잡아 놓는다. 새로 시작될 수 있는 인연의 씨앗은 죄책감만 남을 뿐이고 결국 길우와의 사연이 담긴 한강을 마주하는 것조차 괴로워진다.

 

 



비극은 지나가지 않기도 해

 

진아의 친구는 그에게 비극이란 게 안 지나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프다고 멈춰주지 않는 냉정한 현실에서 괜찮냐고 묻는 위로보다, 현실에 대한 담담한 조언이 아이러니하게도 진아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충분히 슬퍼했고, 원망했고, 죄책감을 느꼈기에 이제는 그를 둘러싼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자격이 있다. 매몰차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진아는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인물이다갑작스럽게 일어난 비극에 대해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졌다는 말이 싫다, 운명이 거기까지 인 게 어디 있어라는 말을 낭독하며 진아는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 또한 인정하지 못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에게 비극이 일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완성된 그의 시집 한강에게는 관계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길우에게 말을 건넨다.


 

 


길우에게

 

길우와 사랑한 추억이 담긴, 상실의 순간이 담긴 한강이라는 공간은 진아에게는 곧 연인 길우를 뜻한다. 영화의 끝에 나오는, 한강에게로 제목을 지은, ‘길우에게쓴 진아의 시는, 그가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비극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비극에 대한 감정에 대하여 충분히 느끼며 아파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 것은 일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한강에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일상은 계속 흘러간다. 잔잔하게, 때론 매섭게 쏟아지는 일상의 속도 안에서 우리는 그 속도에 맞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어찌할 수 없듯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매서운 강물의 속도는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내리는 비는 한순간일 수도 있지만 계속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비에 강물이 넘쳐흐르기도 메마르기도 하겠지만 나의 일상에 내리는 비를 충분히 느끼며 산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내리는 비에 충분히 울고 웃으며 그다음을 향해 걸어가자.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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