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끝을 무사히 버텨내기를  <이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2월 1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조민경 배우, 전여빈 배우 김중현 감독

진행 변영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정민 님의 글입니다.




 

2, 날씨는 눈에 띄게 잠잠해지고 사람들의 옷가지도 얇아지기 시작한다. 절대 녹을 것 같지 않던 올 겨울도 어느새 입춘이 지났다. 이번 달만 어떻게든 잘 버텨내보면 추위도 불안도 외로움도 모두 이월되어 밀려날 것만 같은 때, 어떤 인물의 지독한 겨울을 포착해낸 영화 <이월>이 개봉했다. 21,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민경’ 역을 맡은 조민경 배우와 연출의 김중현 감독, 그리고 게스트 전여빈 배우와 진행자 변영주 감독이 영화 <이월>을 함께 맞이했다.

 





변영주 감독(이하 변영주): 2018년은 한국의 독립영화가 너무나 훌륭한 여성배우들의 보고라는 것을 증명한 한 해였다고 생각을 해요. 이제는 이곳저곳에서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이상희 배우나 김새벽 배우처럼 많은 배우들이 바로 독립영화를 통해서 우리들과 만남을 시작했는데요, 2019년을 시작하는 올해의 첫 발견 <이월>이라는 영화와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영화 <이월>의 배우인 조민경 배우님, 그리고 오늘의 게스트, 우리들의 전여빈 배우님입니다.

 

조민경 배우(이하 조민경):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이월>에서 민경 역을 맡은 조민경입니다.

 

전여빈 배우(이하 전여빈): 안녕하세요. 저는 <이월>을 응원하러온 전여빈입니다.

 


변영주: 여빈 배우님은 이 영화의 감독이나 제작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거의 뭐 응원단장 격인데요. 그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요?

 

전여빈: 특별히는 없고요. <죄 많은 소녀>가 처음 영화제에 선보였던 게 부산국제영화제였는데, 그때 이 영화도 있었어요. 영화평이 좋다는 것을 들었지만, 그때는 시간이 엇갈려 챙겨보지 못했어요. 그러다 서울독립영화제 때 변영주 감독님이 꼭 보라고 추천해주시고 권해효 선배님도 추천해주셨어요. 어떻게든 꼭 챙겨보려고 서울독립영화제 때 봤는데, 이 영화와 민경 배우님, 또 다른 배우님들한테 반했어요. 같은 동료로서 이 영화를 응원하고 싶었어요. 또 민경 배우가 저랑 동갑이더라고요. 친해지고 싶은 거예요. 이 배우가 어떤 생각으로 연기를 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심으로 관심을 갖게 된 영화고, 그런 마음을 표현하다보니 관계자 분들이랑 가까워졌어요.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건 아니지만 만나면 반갑고 민경 배우와도 내적으로 굉장히 친밀해진 사이죠.(웃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변영주: 영화제에서 경쟁작이라는 생각 없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감상평이랄까.

 

전여빈: 되게 어려웠어요. 영화를 보면서 민경이를 이해한다고 하기도 되게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민경이라는 인물을 싫어할 수도 없고,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가치판단을 하기가 되게 어려운 거예요. 근데 바라는 점은 있었어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까지도 응원을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변영주: 실제 이름도 민경이고, 영화 속에서도 민경이잖아요. 그건 의도된 건가요? 감독이 민경씨를 캐스팅한 이후에 이름을 민경이로 한건가요?

 

조민경: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저를 먼저 캐스팅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변영주: , 전설과도 같은 배우 얼굴 보며 시나리오를 썼다는 그런 겁니까?

 

조민경: 그런 것 까지는 아닌데, 감독님이 제 얼굴을 보시고 조금씩 바꾸셨다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제 얼굴의 이미지적인 부분을 다양하게 봐주셔서, 민경이라는 인물을 만드실 때 그런 부분들이 나왔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변영주: <이월>을 보면 민경 역은 민경 배우 밖에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이 캐릭터가 동정 받거나 사랑 받거나 마음을 주는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면서 되게 위악적으로 구는 캐릭터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고집스러운 느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저도 <이월>을 처음 봤을 때, 처음 10분 지나고 캐스팅 기가 막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경 배우에게 이 작품은 첫 장편이죠?

 

조민경: . 처음 찍은 작품입니다.

 

변영주: 어땠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조민경: 사실 맨 처음 받았을 때는 이 내용이 아니었어요. 처음 받았을 때 굉장히 당황을 많이 했었어요. 감독님이 제 이름을 배역 이름으로 써놓으셨고, 민경이가 말하고 행동하는 걸 쭉 읽었는데 너무 못돼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많이 당황했어요. 이걸 어떻게 연기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어렵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변영주: 시나리오를 받고, 이걸 할 수 있을까? 못하겠다 싶었던 부분이 있었어요?

 

조민경: 제 생각이 참 짧았던 게, 시나리오를 다 읽고 처음에는 제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웃음) 그렇게 생각을 하고 딱 들어갔는데, 첫 날 처음 컷 딱 찍고 그 생각이 완전히 박살났거든요. 처음 찍은 장면이 정말 별거 아닌 씬이었어요. 심지어 영화에서 잘려나갔는데, 도둑강의를 듣고 나와서 선생님한테 약간 애걸복걸하면서 질질 끌려 다니는 씬이에요. 촬영장에 갔는데 제 키만한 엄청 큰 카메라가 있는 거예요. 여기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난감했어요. 내가 어디를 봐야하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지, 제가 갖고 있던 자신감이 산산조각 났던 게 첫 촬영이었거든요. 그래서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변영주: 그러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컨테이너에 실려서 높이 떠올라가면서 바스트에서 클로즈업 사이의 쇼트에서 슬며시 웃는, 그 장면은 언제 찍은 거예요?

 

조민경: 그건 딱 중간이었어요. 그때도 잘 몰랐어요. 컨테이너 앞에 커다란 녹색 스크린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여기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구나,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생각하다가 또 내려놓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해리포터' 촬영할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고. 흔드는 것도 직접 흔들어 주셨거든요, CG가 아니라.

 

변영주: 무슨 생각하면서 그 연기를 한 걸까요? 엔딩에서.

 

조민경: 감독님 디렉션이 있었어요. ‘엔딩이 이렇게 됐다고 말씀해주시지는 않고, 민경이가 창밖을 내다봤을 때 민경이랑 성훈이랑 같이 걸었던 길들, 여진이랑 같이 걸었던 시골길, 이런 것들이 보이고 선물 받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연기했어요.

 

변영주그 마지막 장면은 민경 배우의 표정이 되게 좋았어요. 굉장히 모호한 엔딩이고 판타지 같은 엔딩이죠. 이 영화는 한 번도 판타지같은 순간이 없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엔딩에서 판타지가 되잖아요. 그게 배우의 얼굴 힘으로 엮어지는 것 같아서 되게 놀라웠어요. 여빈 배우는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씬이나 쇼트가 있나요?

 

전여빈: 민경이 우물에 막 돌멩이를 집어넣잖아요. 저는 그 장면이 되게 좋아요.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그게 왠지 그 친구를 생각해서 웅덩이를 채우는 것 같기도 하고, 또는 자기 자신의 두려움도 있으니까요. 되게 중의적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많이 남더라고요. 민경이가 그런 식의 행동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한테도 그렇고, 아저씨한테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친절일 때도 있고, 친절이 아닌 것 같을 때도 있는 행동들이 있잖아요. 그 왔다 갔다 하는 마음들. 그 웅덩이에 돌을 막 끌어와서 집어넣었을 때, 그런 것들이 포괄되어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그 장면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조민경: 그때는 연출이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돌이 몇 개 안 들어갔었나 봐요. 너무 무겁지 않게 찍혔다고, 감독님이 밭에 있는 모든 돌을 끌어오셔서 그걸 다 넣었어요. 어떻게든 그걸 질질 끌면서 몸보다도 훨씬 무거운 돌을 마구잡이로 붓는 건데. 두려움의 포효라고 말씀하진 않았지만 그때 되게 화가 났던 것 같아요. 너무 춥고 무거운데 감독님이 계속 너무 큰 돌을 주셔가지고 되게 힘들게 찍었어요.(웃음) 그래서 던지는 장면은 신나게 했던 것 같아요. 정신없이 화풀이처럼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변영주: 이 영화는 궁지에 몰린 여성이 관객과 손을 잡으며 그 다음 행보를 걷는 뻔한 행보는 결코 걷지 않잖아요. 특히 여진의 집에 가서 굉장히 위악적이고, 민경이가 여진이로부터 상처를 받고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처받기 전에 쓱싹해버리고 튀는 그런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흔히 보는 궁지에 몰린 여성의 이야기에서 본 적이 없는 캐릭터예요. 놀라운 건 마지막까지 민경이 밉지는 않은 거죠. 생존하는 무언가를 보는 느낌. 좋은 예는 아닌 것 같지만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가해를 하잖아요. 방어를 위한 가해를 하는 들짐승을 보면 처음엔 으악, 저렇게 물어뜯다니’ 하지만, 나중에는 그것자체가 굉장히, (전여빈: 하나의 섭리처럼.) 맞아요. 여진 역의 김성령 배우도 굉장히 어려운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영화가 여진이란 캐릭터를 많이 설명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굉장히 힘없고 나약한 것 같지만 사실은 독기도 있어 보이는 캐릭터가 여진이죠. 그래서 이 영화는 배우들이 다 굉장해요. 성훈 역도 천연덕스럽게 잘하고

이 영화를 만든 김중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시>(2011)라는 영화를 보신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그 영화는 엄태구라는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가를 알려줬던 작품이거든요. <가시>라는 영화 속 엄태구의 캐릭터도 그야말로 민경처럼 궁지에 몰린 남자 캐릭터예요. 근데 <가시>에서의 캐릭터가 현실세계와 부딪혀서 상처받고 조각나는 캐릭터라면, <이월>의 민경은 나는 어떤 경우도 조각날 일이 없어라고 스스로 결심한, 훨씬 더 강한 캐릭터예요. 조민경 배우는 <가시>를 보셨겠죠. 이 감독이 사기꾼일 수도 있잖아요?(웃음) 영화 찍어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장편 주인공을 시켜준다고 하고 말이야. <가시>를 보고 어땠어요?

 

조민경: <가시>를 보면서 약간 감독님을 의심했던 것 같아요. 나도 이런 인물로 나오는 건가 걱정은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그럼에도 당시에는 영화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사실 <이월>을 찍고 나서 더 많이 생각했어요. <가시>라는 영화는 인물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 당시에는 엄태구 배우가 했던 역할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이월>의 민경도 제가 연기했지만, 완벽하게 이해를 했다고 생각 못했거든요. 근데 개봉까지 오면서 더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 인물들인 것 같아요.

 




변영주영화를 찍을 때, 그 캐릭터가 100퍼센트 이해된 상태에서 하나요?

 

전여빈: 아닌 것 같아요. 민경 배우님이 말씀해주셨잖아요. 처음 촬영부터 매일매일 내려놨다고. 저는 그 표현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이런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전 되게 신기했거든요, 이 영화 보면서. 민경 배우의 연기가 너무 신기한 거예요. 어디서 보지 못했던 연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이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찍었을까 그게 너무 궁금했거든요. 작년부터 만나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못했어요. 그래서 오늘 들으려고 작정하고 왔어요. 제일 궁금한 건 ‘내려놓았다고 하셨는데 어떤 면에서 캐릭터를 내려놓으셨는지요. 한 가지 잡고 갈만한 포인트는 있었을 거 아녜요, 이거 하나만큼은 내려놓지 말고 가져가야겠다 싶었던 메인 키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조민경: 찍는 내내 어려웠어요.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해야 하는 불안감도 있었고 그럼에도 다행이었던 건 프리 프로덕션을 굉장히 오래했어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고 심지어 감독님이 제가 저만의 분석을 할까봐 시나리오가 몇 고씩 진행 될 때마다 한번만 읽게 하고 뺏어가셨거든요. 그 후 어떻게 읽었냐고 하시면서 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감독님이 얘기했던 부분이 시선이었어요. 민경이가 누구를 어떻게 보고, 상대가 이야기할 때 어떻게 쳐다보고, 이런 것들을 얘기를 하셨는데 진짜 어려웠어요. 민경이의 리액션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민경이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반응할까? 이게 잘 안보여서 굉장히 어려웠는데, 민경이의 감정은 제가 촬영을 진행하면서 민경이랑 같은 경험들을 하게 되니까, 그러니까 인물이 겪었던 걸 똑같이 겪게 되는 거잖아요. 어쩔 수 없이 감정이 쌓이더라고요. 또 감독님이 전사를 설정하지 않으셨어요. 전사 없이 이 상황에 놓인 인물이 하는 표현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셔서 그 상황에 집중을 많이 했거든요. 다른 배우들이랑 리딩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의 환경, 배우들이랑 같이 연기를 할 때 오는 반응들, 감독님이 했던 이야기들, 이런 것들이 촬영 현장에서 제가 느낀 것들로 나왔던 것 같아요.

 

변영주: 그렇대요. 되게 다르죠?

 

전여빈: . 서로 많이 다르네요. 민경 씨는 리액션에 대해서 되게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그 리액션이 너무 신기했어요. 일상적으로 추리할 수 있는 리액션이 아니에요. 또 한편으론 그 전에 영화 작업을 하신 게 없다고 하시니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고 표현했지 싶은 거예요. 관객으로서 그녀가 되게 궁금하고 같은 동료 배우로서는 그런 지점이 되게 부럽기도 하고요. 내가 만약에 이 상황에 놓였으면 나는 이런 리액션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고민해보면서 공부가 되게 많이 되었던 작품이에요

 

변영주: 연기가 다르게 보이는 건 영화가 달라서 그래요. 이를테면 여빈 배우가 <죄 많은 소녀>에서 보여줬던 건 어떤 처연함이잖아요. 근데 그 이 영화는 처연한 상태의 나를 관조하는 나를 실체화시켜버린 거거든요. 영화가 너무나 다른 거죠. 여빈 배우의 영화는 그것을 끊임없이 따라가면서 이 친구가 단호하게 결심하고 그 다음 길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고, 이 영화는 그 처연한 상태에 있는 나를 통해 머릿속에서 허상 하나를 만들어요. 그리고는 처연한 나를 바라보는 거야, 그러면 난 이미 처연하지 않죠. 처연한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인데 갑자기 실체화 되어버린. 어쩌면 민경이란 캐릭터가 세상을 뚫고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는 그런 방어벽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을 굉장히 잘했던 건 어쩌면 영화 경험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사실 민경 배우 입장에선 큰일이 난 거죠. 이제부터 다양한 캐릭터로 계속 배우를 해야 할 텐데 첫 영화에서 이미 사람들을 매혹시킨 얼굴을 보여줬단 말이에요.

 

조민경: 어려운 것 같아요. <이월> 이후 단편을 찍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 찍었을 때랑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제가 임하는 자세나 열심히 하는 마음은 똑같은 조금 더 어려워졌어요. 주위에서 선배님들이 걱정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이월>의 민경이는 처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이제는 좀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다, 힘들 수 있겠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저도 체감을 하고 있어요. 그게 요즘 고민이에요.

 

변영주: (전여빈 배우에게) 선배인 척 해.

 

전여빈: 민경씨, 두려워하지 마시고요.(웃음) 장난이에요. 저는 민경 배우를 잘 모르지만 민경 배우를 믿어요. 저도 요즘 되게 헤매고 있거든요. 근데 연기에 있어서 중요한 건 배우가 자기 자신을 믿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는 것 같아요. 요즘 제 마음속에 가장 큰 키워드는 용기예요. 용기, 그리고 함께’. 저도 <죄 많은 소녀> 끝내고 한동안 작품을 못했어요. 저도 거의 1년 만에 영화를 들어간 거예요. 근데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연기를 하는데 잘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서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하는 연기를 향해서 달려가지 않고 주변 배우들, 역할들이랑 잘 어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고 그게 현장에서 저의 과제였어요.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배우는 나를 격려하고, 그리고 모니터링해주는 스텝님들, 감독님을 믿고 가는 수밖에.

 




변영주제 소원은 작년부터 나타난 괴물 같은, 독립영화로 시작한 여성배우들이 십년 후, 이십년 후에도 나오는 거예요. <죄 많은 소녀><이월>도 그렇고 독립영화가 한국 영화 전반에 굉장히 큰 선물을 줬는데 이걸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고민이 됩니다. 객석으로 마이크를 옮기기 전에 배우님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나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아무 일도 안할 줄 알고 이 자리에 온 김중현 감독님을 무대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중현 감독(이하 김중현): 안녕하세요. 저는 <이월>을 연출한 김중현입니다.

 

변영주하나만 여쭤 볼게요. 왜 민경 배우를 캐스팅 한 겁니까? 시나리오도 정말 제대로 된 게 아니었어요?

 

김중현: 제가 느끼기에 완벽한 시나리오는 아니었어요. 미비하기도 하고 추상적인 상상으로 인물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입체감이 없다는 생각, 단순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민경 배우를 만났는데 표정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보는 위치마다 느낌이 달라지고 어딜 보고 있는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변영주: 표정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 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네요.

 

김중현: 그렇죠. 이 친구가 제 수업을 듣던 학생이었는데, 자리를 옮겨가며 앉잖아요. 처음에는 어제는 저런 얼굴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왜 이런 얼굴이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처음에는 인상을 보고 캐스팅했다가 그 다음에 시나리오를 확 고치기 시작했어요. 이름도 그냥 민경이라는 이름을 쓰자고 양해를 구했어요.

 

변영주: 그러면 민경 배우는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학교에서 하는 연극 정도의 경험만 있었던 거죠?

 

김중현: . 3년 동안 거의 연극만 했던 친구고 막바지에 영화과 수업에 들어온 거예요.

 

조민경: 그때 심적으로 안 좋아서 무대연기를 당시에 좀 무서워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수업을 신청을 했죠.

 

김중현: 그게 인연이 되가지고 캐스팅을 했어요. 원래 오디션에 떨어져서 수업을 못 듣게 됐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 영화 찍을 것 같은데 나랑 하게 되면 수강신청 받아줄게.’라고 했는데(웃음) 안 올 줄 알았어요. 오디션에 떨어져서 기분이 상했으니 안 올 줄 알았는데, 왔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얘기도 나누고 책이나 영화를 권했는데 자기가 읽었던 책, 봤던 영화들과 너무 다르다고 힘들어 했었어요. 저도 민경 배우랑 얘기하면서 바뀐 부분도 있고. 이 친구도 아마 저랑 얘기하면서 고민해 본 부분들도 있었을 거고요.

 




관객: 이 영화에서 보면 민경이 여진 얼굴에 바람을 후 부는 장면이 두 번 있잖아요. 처음에 오프닝 시퀀스에서 쓰러져 있는 여진에게 후 부는 장면이랑 마지막 싸울 때 후 부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생각할 때 두 장면의 의미가 똑같았는지, 배우분이 연기하실 때 어떤 의미로 연기했는지 궁금합니다.

 

조민경: 당시에는 그 부분도 사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해주셨던 이야기를 그냥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굉장히 이상한 상황이긴 한데, 친구가 쓰러져 있는데 바람을 불면서 여진이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살았는지 죽었는지, 불면 깨어나는지. 사실 조금,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긴 했는데.(웃음) 나중에는 그냥 이게 이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민경이는 이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인물.

 

김중현사실은 세 번 나오거든요. - 부는 장면이. 처음에 오프닝에서 쓰러져 있는 여진한테 불고, 중간에 여진의 집에서 자고 있는 여진에게 불고, 마지막에 악의를 내비치고 나서 다 털어놓고 불잖아요. 처음엔 단순하게 살았는지 죽었는지, 두 번째엔 내가 그렇게 했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지를 보려고. 마지막은 너 정말 기억 못해? 나 너 죽는 걸 보고도 널 살려주지 않았어. 죽는 걸 지켜봤을 뿐이야라고 알려주는 거예요. 그렇게 반복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런 장면이 없었다가 민경배우랑 얘기하면서 생겨났어요. 민경 배우를 보면 어느 순간 나를 정말 싸늘하게 볼 때가 있어요. 지금도 그렇게 보는데.(웃음) 싸늘하게 볼 때가 있는데, 되게 겁나거든요. (변영주: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죠.) 하하. 근데 그게 의도 없이 싸늘한 얼굴이라서 더 덜컥하더라고요. 그런 느낌으로 보면서 바람을 불면 되게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관객: 2월 첫 날 <이월>이란 영화를 보게 돼서 정말 감사하고요. 영화 제목을 <이월>로 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중현: 2월달을 생각하고 했어요. 겨울의 끝, 겨울의 마지막을 보내는 느낌. 2월을 버티면 봄이니까 2월을 무사히 견뎠으면 좋겠다. 3월도 추운데 왠지 3월만 되면 가벼워질 것 같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피디와 촬영감독이 숫자 2보다는 그냥 로 하자고 그랬어요. 이월된다는 것도 민경의 느낌과 맞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제목이 약간 촌스럽긴 해도 민경이를 가장 많이 설명할 수 있는 느낌이었어요. 겨울의 가장 끝이라는 느낌, 희망이라는 느낌도 붙어있으면서도 견뎌야 하는 고된 느낌도 있고. 또 다른 달에 비해 약간 일 수가 모자란 달이잖아요. 그런 것이 종합적으로 민경이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관객: 마지막 장면에서 민경이가 이월을 버텼고 봄이 올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민경이가 이월을 나도록 겨울을 버티게 해준 인물을 꼽자면 누가 가장 생각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민경: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아무래도 성훈이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것도 아주 잠깐일 거예요. 민경이는 길 위를 전전할 때 민경이가 가진 걸로만 해나갈 것 같아요.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변영주: 민경이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봤어요.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순간 방어벽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성훈이도 그 순간만 그랬을 뿐 사실은 버리고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만나는 캐릭터, 위악적이거나 악의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 캐릭터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관객: 여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궁금한데요. 여진이를 보면서 민경이보다 더 불쌍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보통 영화에서 친구 사이의 여자 두 명이 있으면 늘 풍족한 곳에서 자란 친구와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가 대비가 되면서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가 주인공이 되는데, 여진이라는 캐릭터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중현: 제가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말씀하신 부분이에요. 이 영화는 여진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민경이를 위한 영화였는데, 왠지 다른 캐릭터들의 사연이 부각되는 순간 밸런스가 깨져서 복잡해질 거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민경이한테 스트레스를 많이 줬는데네가 좀 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많이 했어요. 미안한 얘기지만, 배우들에게 민경이만큼 많은 얘기를 해주지 않았어요. 여진이는 어떤 아이예요? 왜 자살을 하려고 해요? 진규는 왜 이혼을 했어요? 왜 돈이 이렇게 많아요? 왜 맨날 오 만원을 줘요?(웃음) 배우분들이 궁금해 하셨는데 자세히 얘기를 안했어요. 배우분들이 그래서 되게 답답해 하셨어요. 민경이한테도 외부 캐릭터에 대한 정보는 전달하지 않았어요. 민경이 얘기만 했어요. 저는 연기를 배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삶을 기반으로 디렉팅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내가 아는 만큼만 보는 거예요. 그런데 배우들은 그 이상을 알고 싶어 해요. 내가 모르는 만큼, 네가 모르는 만큼, 그 만큼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을 하고 그 전체를 제가 아우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여진이한테도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여진은 우울증이 있고, 죽음으로 어떤 신호를 보내는 사람 같다. 정말 죽을 사람은 아닌데 자살이라는 행위로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고, 민경이는 그걸 안다. 민경이가 널 싫어하는 이유는 딱 하나. 너는 가진 게 많은데 죽으려고 하고 나는 가진 게 없는데 살려고 한다는 것에서 오는 억울함이 아니겠냐고 그 정도만 말해줬어요. 이 말 저 말 하면 캐릭터가 너무 커지고, 디테일이 커지면 민경이에게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이 영화는 오직 민경이라는 인물이 이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가 중요한 거였거든요. 만약에 이 영화가 좀 더 돈이 많고 규모가 크게 찍었으면 꼼꼼하게 인물 하나하나 다 챙겨가면서 영화를 찍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럴 영화가 아니었거든요. 기간 안에 찍어야 하는 제한적인 상황이 큰 영화였기 때문에 어떤 인물에 확 집중해서 찍은 것 같아요.

 

변영주: <가시>때는 세 명이 공평하게 롤을 가졌죠.

 

김중현: 그때는 그게 가능한 상황이라고 제가 착각을 하고 있었고.(웃음) 이걸 찍으면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느껴서 처음부터 디렉팅도 그렇게 했어요. 지금도 약간 성령 배우가 저한테 앙금이 있을 거예요. 왜 나를 이렇게 답답하게 했지, 하는 찝찝함이 있을 거예요.

 

변영주: 민경 배우에게 잠깐 말씀드리면, 배우님들이 가끔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전설의 연기론 같은 게 있잖아요. 이를테면 내가 연기를 하는 동안 어떤 캐릭터처럼 지내야 되고, 살아야 되고. 저는 이런 것이 사실은 허구라고 생각을 많이 해요. 영화는 연극과 달라서 얘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찍는 것이 아니고 애초에 씬 또는 쇼트의 연기를 하죠.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연기를 하는 거지, 내러티브를 만드는 연기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처음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자기 캐릭터를 맡았을 때 그 캐릭터의 전사를 상상해오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그게 굉장히 위험하기도 해요. 김중현 감독은 아마도 서로 상대방의 캐릭터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걸 경계했던 거겠죠. 끊임없이 상대방을, 또는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차단함으로 인해 그 순간의 어떤 표정을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김중현: 제가 시나리오도 뺏은 이유가, 분명히 이 친구가 분석을 해서 올 거 거든요. 계속 읽으면서 꼼꼼히 체크를 하고. 그럴 것 같아서 부러 직관적인 얘기를 했어요. 이게 어떤 얘기인 것 같은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는지, 이런 식으로.

 

조민경: 감독님이 미리 얘기를 해주셨어요. 여진이라는 역할을 생각할 때 기본적으로 설정이 되어있었거든요. 여진이랑 진규처럼 자기한테 우호적으로 해주는 인물들을 이용하는 인물이다, 민경이가. 근데 민경이가 여진이를 볼 때 여진이의 어떤 불행을 보면서 굉장히 위안을 얻고 그걸로 어떻게 보면 힘을 얻는 인물인데, 여진이가 불행하지 않고 안락한, 따듯한 집에서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행복하게 사는걸 보면서 오히려 상처를 받는, 그걸 깨뜨리고 싶어 하는, 그런 걸 가지고 연기를 해서 여진이가 행복한 모습을 볼 때 여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렇게 삐뚤게 바라볼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관객: 마지막에 컨테이너가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서 민경의 자존감이 좀 올라간 것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을 했거든요. 그나마 영화에서 민경을 동정하지 않는 게 성훈인데 이 영화 이후에 과연 민경이가 성훈에게 돌아갈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변영주: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다양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중현: 고민을 진짜 많이 한 장면이었어요. 고민을 너무 많이 하다가 결국엔 저도 오마주를 하게 된 건데. 말이 좋아 오마주지, 제가 김태용 감독님 연출부를 13년 동안 하면서 날아가는 장면을 이해를 못했는데.

 

변영주: 여러분 <가족의 탄생>(2006) 기억나시죠? 마지막에 노래 부르면서 날아가잖아요. 김태용 감독은 모든 영화에서 한번씩 날아가요.

 

김중현: 엔딩을 고치는 순간에 갑자기 저는 민경이가 팩트로는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 같은 게 생겼어요. 민경이라는 아이를 내가 만들어놨지만 이렇게 하는 게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영화 마지막 장면을 쓸 때. 객관적인 시선을 놓쳐버리고 제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떻게든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 죽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이 들어갔어요. 마지막에 음악도 다들 반대했어요. 음악이 너무 안 맞는 것 같다고. 근데 저는 이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태어나는 듯 한 느낌. 음악 자체가 심장 뛰는 소리처럼 두근두근하면서 시작하거든요.

 

변영주: 219일 김태용 감독과 하는 GV도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사실은 그 마지막 장면은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바람일 수도 있고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나오는 판타지라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그녀는 죽음으로서 끝날 것이라고 상상하게 되잖아요. 길이 없으니까. 그녀가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바람이라는 판타지로 가는 것이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느낌이에요. 전여빈 배우가 이 영화의 평에 썼던 이월되기를 바라는그런 마음이 느껴져서 되게 좋았던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여빈 배우가 현재 준비하고 있거나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다음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여빈: 저는 <해치지 않아><천문>이라는 영화를 일주일 전에 끝마쳤고 그 다음에 또 소처럼 일하고 싶어서 작품들을 계속 만나려고 하고 있거든요. 연기를 진짜 열심히 하고 싶어요

민경이 처한 상황이, 그 환경이 마음을 얄팍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녀 자신조차도 동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나버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민경이를 미워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되게 이 영화를 지지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어요.

 

조민경: 저는 뚜렷하게 하고 있는 건 없고 영화를 상영하는 동안 만나는 분들이랑 잘 얘기하고 싶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깊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변영주 감독님과 여빈 배우와 같이 GV를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저도 방구석 1애청자고요.

 

전여빈: 감독님이 새 작품 들어가셔서 그만 두셨어요.

 

변영주: , 오늘부터 저 안 나와요.

 

조민경: 저도 마지막으로 나오신 거 시청했는데, 변영주 감독님이 내 작품의 GV를 하러 와주시다니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감사했고, 여빈 배우도 제가 이런 영화를 찍는 것 자체가 낯설고 익숙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재작년 부산에서부터 응원해줘서 알게 모르게 힘을 많이 받았거든요.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 함께 나누어서 너무 뜻 깊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변영주: 아까 민경 배우가 영화를 다 찍었지만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어요. 그런데 영화는 결국 만들어져서 상영을 하고 관객과 만나는 날 완성되는 것 같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이건 뭐였을까했던 것도 관객들의 감상을 통해 , 내가 했던 표정이 이렇게 보이는구나’, ‘나는 A라는 생각을 하려다 말았는데 나의 표정은 누군가에게 B로도 보이고 C로도 보이는 구나라고 인지되는 순간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자기 얼굴에 인장을 하나씩 붙이면서 그런 길을 걷는 공정들을 겪고 나면 그 뒤에 민경 배우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또 전여빈 배우의 다른 연기는 어떠할지 굉장히 궁금하거든요.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얼굴들을 계속 기억해 주신다면, 2019, 우리가 열광하는 여성배우들의 얼굴들과 만나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끝까지 앉아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오늘 감독님, 배우님, 그리고 함께해준 전여빈 배우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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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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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국경의 왕 (The King of the Border)

감독/각본: 임정환

출연: 김새벽, 조현철, 정혁기, 박진수, 이유진, 임철, 박상용, 임정환

제공: (주)콘텐츠판다

배급/마케팅: 무브먼트, 인디스페이스

러닝타임: 118분

영화제: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 초청

- 집행위원회 특별상 수상

제23회 인디포럼 신작전 부문 초청

제20회 대전독립영화제 일반/대학 경쟁 부문 초청 

- 일반대학 심사위원특별언급




 SYNOPSIS 


모든 모험은 조금 낯설게 시작되고 

낯선 경험은 모두 갑자기 출발한다


영화를 공부했던 유진은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폴란드에 왔다. 

영화를 공부했던 동철도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우크라이나에 왔다. 

그들은 홀로 유럽을 여행하다가 각자의 도시에 머무르게 되었고, 며칠 뒤 그곳에 오기로 했다는 각자의 대상을 기다린다. 기다림의 며칠간, 유진과 동철은 도시를 여행하며 낯선 거리와 뜻 밖의 사람, 맛있는 술, 피어나는 꽃, 오래된 예술품들 그리고 낯선 유령들과 만난다.

 

<라오스> 임정환 감독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모험담, <국경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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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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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목    히치하이크 (A Haunting Hitchhike)

감독   /  각본   정희재

제           작    영화사 브리드

    연     노정의, 박희순, 김고은, 김학선

배급 / 마케팅  무브먼트 .MOVement

개      봉     일  2019년 3월 14일

러 닝     타 임   108분

영     화     제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초청

제 43회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경쟁 장편 부문 초청

제 14회 유라시아국제영화제 장편 국제 경쟁 부문 초청

-심사위원상 수상

제 6회 롯데크리에이티브 독립영화부문 공모전 

-대상 수상

제 5회 나라국제영화제 장편 국제 경쟁 부문 초청

제 29회 뉴올리언스영화제 장편 국제 경쟁 부문 초청

제 13회 파리한국영화제 Paysage 부문 초청

제 9회 호주한국영화제 초청

제 5회 하노이국제영화제 초청

제 19회 아시아티카영화제 초청





 SYNOPSIS 


“아저씨, 저 사실 여기 누구 좀 만나러 왔어요” 


열 여섯살 ‘정애’는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를 찾아야만 하고 친구 ‘효정’은 이름만 알고 있는 친아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다. 무작정 길을 떠난 이들은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이고 히치하이크를 하던 중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그때, ‘효정’ 친아빠와 똑같은 이름의 경찰관 ‘현웅’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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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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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목    히치하이크 (A Haunting Hitchhike)

감독   /  각본   정희재

제           작    영화사 브리드

    연    노정의, 박희순, 김고은, 김학선

배급 / 마케팅  무브먼트 .MOVement

개      봉     일  2019년 3월 14일

러 닝     타 임   108분

영     화     제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초청

제 43회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경쟁 장편 부문 초청

제 14회 유라시아국제영화제 장편 국제 경쟁 부문 초청

-심사위원상 수상

제 6회 롯데크리에이티브 독립영화부문 공모전 

-대상 수상

제 5회 나라국제영화제 장편 국제 경쟁 부문 초청

제 29회 뉴올리언스영화제 장편 국제 경쟁 부문 초청

제 13회 파리한국영화제 Paysage 부문 초청

제 9회 호주한국영화제 초청

제 5회 하노이국제영화제 초청

제 19회 아시아티카영화제 초청





 SYNOPSIS 


“아저씨, 저 사실 여기 누구 좀 만나러 왔어요” 


열 여섯살 ‘정애’는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를 찾아야만 하고 친구 ‘효정’은 이름만 알고 있는 친아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다. 무작정 길을 떠난 이들은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이고 히치하이크를 하던 중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그때, ‘효정’ 친아빠와 똑같은 이름의 경찰관 ‘현웅’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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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역사, 앞으로의 연대기  인디돌잔치 <피의 연대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1월 29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보람 감독

진행 셀럽 맷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정민 님의 글입니다.



 

여성들의 생리를 다룬 현대 다큐멘터리 영화. 하나쯤 있을 법도 한데,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개봉해 독립 다큐 영화임에도 전국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본격 생리 탐구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가 개봉 1주년을 맞아 인디돌잔치로 재상영되었다. 상영 후 이어진 인디토크를 통해 이 영화가 지난 1년간 여성을, 세상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화 시켜왔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진행 셀럽 맷(이하 셀럽 맷): 안녕하세요.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진행하고 있는 셀럽 맷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들이 투표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피의 연대기>가 개봉 1주년 재상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오늘 다시 한 번 김보람 감독님을 보시고 GV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보람 감독(이하 김보람): 안녕하세요. 김보람입니다. 반갑습니다. 시간이 진짜 너무 빨리 지났어요. 벌써 1년이나 됐어요. 오늘 최종 관객 분들이 120분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개봉당시에도 이정도 규모의 관객이 온 GV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 되게 뜻깊 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혹시 처음으로 <피의 연대기>를 보러오신 분이 계신가요? , 굉장히 많네요. 거의 다 재관람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셀럽 맷: <피의 연대기>는 다큐영화인데도 1만 관객이 넘었어요. 되게 유의미한 숫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동체 상영도 100회 이상 했다고 들었어요. 힘든 일이었을텐데요.(웃음) 지난 1년 동안 감독님과 같이 일하셨던 스탭분들이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가 저의 첫 연출작인데, 저와 함께해준 스탭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어서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었고, 다들 되게 잘 되었어요. 피디님도 활발히 프로듀싱 하고 계시고. 음악감독님은 올해, 혹은 내년 개봉을 앞둔 상업영화에 첫 입봉을 하시고. 애니메이션 감독님도 좋은 재단에서 지원을 받고 파리 레지던시를 다녀오셨고, 촬영감독님도 지금 저랑 두 번째 작품 같이 하고 계세요. 개인작업도 하고 계시고요. 개인적으로는 스탭들이 다 잘 되어서 뿌듯한 마음이고, 덕분에 저한테 좋은 경험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셀럽 맷: 음악감독인 김해원 감독님 외에는 다 여성스텝들로 꾸려져 있었잖아요. 저희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카메라 앞에도 여성이 많이 서야 하지만 카메라 뒤에도 여성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해요. 지금 이 작품을 통해 다음 기회를 많이 얻으셨다고 하니까 굉장히 기쁘네요. 그리고 영화에 어머님도 나오시고, 이모님들 나오시고, 할머님도 나오셔서 되게 좋았거든요. 그분들은 지금 잘 지내고 계신지도 궁금하더라구요.

 

김보람: 어머님은 열심히 살고 계시고. 할머니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엄마한테 <피의 연대기>가 보고싶다고 하셔요. 그럼 엄마는 노트북이 있는 게 아니니까, 집으로 모시고 와서 IPTV로 결제하고 보여드려요.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 하시니까 엄마가 효도하는 마음으로 하시는데. 할머니는 본인이 나오는 장면만 보시고.(웃음) 엄마가 할머니가 너무 자기애가 강하다고.

 

셀럽 맷, 손녀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니까 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나오는 장면이 보고싶으셔서.

 

김보람: . 그래서 무상생리대 장면까지 가면 다시 돌려서 앞으로.(웃음) 아마 최다관람객이실 거예요.

 

셀럽 맷개봉 중에도 여러 번 오셨죠?

 

김보람: . 여러 번 오셨고, 관객한테 꼭 인사를 하고 싶어하셔요.

 

셀럽 맷: 타고난 셀럽이시네요.

 

김보람: 저희 할머니가 양로원에 계신데, 봉사활동 하러 오신 대학생분이 할머니 영화에서 봤다면서 알아보기도 하시고, 그래서 되게 좋아하셨어요.

 

셀럽 맷: 작년에 GV를 총 60번 정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마지막 GV는 어디서 하셨어요?

 

김보람: 지난 11월쯤에 서울에 있는 어떤 정당행사에서 부르셨어요. 굉장히 많이 오실 줄 알았는데, 같은 날 다른 행사가 또 있어서 다섯 분 정도 계시더라고요. 끝나고 내려가는데 그분들이 저한테 맥주한잔 하실래요?’ 하시고.(웃음)


셀럽 맷: GV를 많이 하셨으니까, 혹시 기억에 남는 관객분이 있으셨나요?

 

김보람: 기억에 남는 분들이 사실 굉장히 많아요. 좀 특별한 경험은, 지역 사회마다 지자체에서 하는 독립영화 상영회 같은 게 있더라구요. 그래서 독립영화 자주 보신 노년층이 많이 계셨어요. 그 날 갔던 곳은 유난히 70-80대 남성분들이 많이 오시는 곳이었어요. 갔는데 정말 그 분들밖에 안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되게 긴장했는데. 엄청 주의 깊게 들으시고 본인들 경험도 얘기하셨어요. 저는 항상 타겟 관객층이 20-30대 여성이라고 했는데, 다른 더 넒은 관객이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요.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은, 인천의 한 도서관에서 GV를 했는데, 저희 영화 보셨다시피 생리통, 월경통을 다루지 않거든요. 한 분이 왜 그 주제를 다루지 않았냐고 하셔서, 이유를 설명했는데 갑자기 그 분이 본인이 생리통을 한 큐에 없애는 방법을 알고 계시다는 거예요. 한 번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딱 앞에 나오시더니, 자기 손으로 여기 발목에서부터 딱 한 뼘을 재고, 무릎에서부터 한 뼘을 재서, 만나는 부분에다가 생리 3일 전부터 10원짜리 동전을 올려놓고 누워있으면 생리통이 사라진다는 거예요. 그분이 앞으로 나오셔서 그걸 보여주시는데 맞은편에 앉은 20대 여성분이 웃음을 참으려고 얼굴을 엄청 찌푸리고 계시는 거예요. 두 분 다 너무 귀여웠어요. 진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가 됐어요. 아직 그 방법은 안해봤는데, 그 분이 꼭 당부하시기로는 10원짜리가 굉장히 더럽기 때문에 치약으로 꼭 닦은 다음에 사용하라고 팁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셨어요.(웃음) 





셀럽 맷: 여러분, 해보시고 괜찮으면 후기 남겨주세요.(웃음) 이제 영화 얘기를 해보자면, 감독님이 해외의 친구한테 생리대 파우치를 선물로 주려고 하니 친구들이 생리대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생리용품에 대해 다뤄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신 거잖아요. 그 이전에는 생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도 궁금하더라구요.

 

김보람: “나도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이 지난 몇 년이었다라고 저희끼리 얘기를 하는데. 저도 이걸 만들기 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당연히 생리는 그냥 하는 거, 당연히 불편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한 번도 학교에서도 잘 가르쳐 준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항상 그러고 살았던 거 같아요. 엄마가 예전에 저한테 나쁜 피가 몸에서 나온 거라서 생리하는 게 좋은 거고, 생리가 끝났을 때 나는 너무 슬펐다이런 말을 하셨거든요. 저도 그런 막연한 미신 같은 걸 믿고, 생리 끝나면 피부가 좋아 보인다더라, 그런 정보만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2년 동안 이 영화를 만들면서 진짜 많이 변했고 공부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셀럽 맷: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을 하셨는데, 생리를 시작할 때는 떠들썩하게 케이크와 꽃다발 사다주면서 이제 너는 여자가 된 거다라고 하고는 그 이후부터는 말을 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있잖아요. 생리대를 손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언제나 숨겨야하고, 남녀 공학인 경우에는 진짜 불편해지고요. 저도 생리가 부끄러운 것이고 그냥 내가 참아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탐폰도 있고 생리파동 이후 월경컵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쯤에 생리를 시작할 텐데 그때쯤에는 사실 탐폰은 무서워해요. ‘처녀막에 대한 이야기도 있잖아요. 처녀막이 없다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 알았기 때문에, 저에겐 생리대가 유일한 월경용품이었단 말이에요. 저도 <피의 연대기>를 보고 생리컵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초반에는 생리컵 광고 영화냐는 오해도 좀 있었지만, 사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한테 사실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했던 거잖아요. 지금은 많은 분들 인식도 바뀌었고, 이 영화를 통해서 바뀐 것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김보람: 생리컵 광고였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돈도 좀 벌고.(웃음) 생리컵에 굳이 긴 시간을 할애한 건, 내 생리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거. 그런 도구적인 특성에서 좀 다르다고 생각해서 넣었어요. 저희가 시장조사를 해보니까, 실제로 생리컵이 이슈된 거에 비해서는 그렇게 판매량이 올라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여전히 장벽이 확실히 있는 것 같고. 저희 영화 때문이 아니라 2016년에 저소득층 깔창생리대 사용 이슈가 있었고. 2017년에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있으면서 페미니즘 리부트랑 맞물려 이슈가 커졌죠. 그 덕분에 저희 영화가 생리 다큐라는 말을 내걸었을 때 재밌을 거라 생각할만한 장르의 영화가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만 명이라는 숫자를 극장에서 만나게 되었던 것 같고요. 오늘이 정말 특별한 인디돌잔치 날이에요. 그런데 이게 오늘 밤 12시에 EBS에서 방송됩니다. “제가 고프로 달고 피 쏟고 그런 거 다 나오나요?”하고 물었더니 배급사분이 별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심의 관련해서 블러 처리한 걸 받아보니 그 장면은 블러 처리가 안 되어 있었어요, 그 정도만 해도 한국사회에서의 변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학부모님들이 안볼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웃음) 아무튼 유의미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고. 엊그저께 기사를 보니 이탈리아에서 트러플 오일은 세금을 감면해주고 생리대는 여전히 20프로 세금을 붙인다고 하더라구요. 여전히 세계는 엄청 더디게 변하거나, 혹은 변하지 않으려고 저항하고 있는 상태인데 한국은 그래도 문제도 많은 사회지만 또 어떤 면에서 빠르게 변하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셀럽 맷말씀하신 생리컵에서 월경혈을 받아서 세면대에 쏟아붓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잖아요. 월경혈이라는 게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깨끗하지 못한 것이고. 나의 몸 안에서 나온 피를 보여준다는 것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일인데, 감독님이 직접 하셨잖아요. 처음에 두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지금은 이렇게 관객을 만나지만, 그때는 관객을 만나기 전이어서 별 생각이 없었어요. 원래는 카메라가 들어와서 찍으려다가 여성분들이라면 그 장면을 좀 이상하게 느낄 것 같았어요. 누가 들어와서 찍는 게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일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 좀 거칠어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로 했어요. 여성분들이라면 화장실 벽만 나와도 뭘 하는 과정인지 아실 거고, 남성들은 경험을 못해봤지만 이게 어떤 과정인지, 어떤 노동인지를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장면을 썼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그 장면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면 어떡하지, 누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안했던 건 아니에요. 근데 이 영화를 위해 저만큼 많이 애쓰고 노력하고 함께해준 친구가 , 어차피 영화 개봉해도 아무도 안 봐.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해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아, 어차피 아무도 안 보는구나 하고.(웃음) 그 친구는 독립영화를 만들어 본 친구인데 독립영화는 워낙 잘 알려지지 않으니까요. 근데 그런 것 치고 이 영화는 많이 보셨죠. 아무에 여러분이 해당되는 거죠.

 

셀럽 맷: 독립영화로서 만 명을 넘기가 되게 어려워요, 역시나 예상대로 여성 관객이 굉장히 많고, 간간이 남성분들이 여자친구 손에 끌려온 분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후기가 되게 좋았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어요. 여성들에게도 생리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니 남성들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생리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아서, 남성분들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바뀐 게 많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최근에 전라남도 강진군하고 작업을 같이 하면서 새롭게 느끼신 것이 있다고.

 

김보람: 강진군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한 남성 공무원분이 <피의 연대기>를 봤고, 제 책 <생리 공감>도 읽었고, 한 번 강진에 초대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갔는데 그 분이 알고 보니 아들만 셋이 있는 사십대 남성분이셨어요. 어느 날 아내분이 갑자기 면생리대를 쓰시는 걸 보고 물어보니 아내 분이 생리통을 없애고 싶어서 면생리대를 쓰신다고 하셨대요. 때마침 그때 <피의 연대기>가 개봉을 한 거죠. 강진군에는 여학생이 다 합해서 천명밖에 안 된대요. 그래서 여학생 천 명이면 무상생리대 할만하다고 생각을 하신 거예요. 국민디자인단사업이라고, 지자체들이 사업공모를 하는 게 있는데 거기에 기획서를 내서 채택이 되셨어요. 그래서 강진군에 있는 여학생들을 모집을 해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신 거죠. 환경물질 전문가 불러서 생리대 유해물질도 다 분석을 하시고, 저를 불러서 영화도 보고 얘기도 하시고, 면생리대 만들기, 탐폰 생리컵 체험기, 이런 사업도 하시면서 6개월 동안 진행하셨어요. 제가 되게 놀란 건, 그 사업을 나와서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우수 프로젝트 11개를 뽑아서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전국의 270개 중에서 그 프로젝트가 뽑힌 거예요. 근데 발표를 그 공무원분이 안하시고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던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나와서 하게 되었어요. 되게 고무적이었던 건 그 자리의 발표자가 모두 50대 가량의 공무원이었는데, 2 여학생이 나와서 발표를 너무 잘했고, 질문도 받고, 박수도 많이 받았어요. 거기서 개발을 한 게 급식카드를 찍으면 생리대가 나오는 방식이에요. 생리대가 다 떨어지면 문제잖아요. 카드를 찍으면 전산시스템에 얼마나 나가는지 재고량이 다 보이는 거예요. 한 사람이 성별을 떠나 페미니즘 이슈를 받아들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고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는, 너무 좋은 예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시 같이 홍보가 잘되는 시에서는 무상생리대 사업한다고 하니까 해외매체도 타고 엄청 이슈가 됐는데 강진은 워낙 작아서 크게 화제가 안 되었지만 제가 보기엔 엄청 내실있는 프로젝트였거든요. 작품 제작하며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었는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을 보며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절대 완벽한 영화도 아니고 부족한 게 많은 영화지만, 그런 데서 기쁨이 있었어요.

 

셀럽 맷: 이게 성공사례로 남아서 더 확대되면 굉장히 좋을 것 같네요. 

 




관객: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도 새로운 느낌이 드는데요, 주입식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듯이 흘러가서 좋았던 거 같아요. 특히 할머님을 표현하는 것(가사노동 은퇴)은 처음 보는 단어여서 놀랐었거든요. 그 외에도 한 분 한 분 다 섬세하게 작업을 하신 것 같아서,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저희가 다 여성 창작자들이고, 나이가 다 비슷해요. 제가 30대 초반이었고 당시에 제일 어린 분이 20대 후반이었는데. 다 경력이 별로 없었어요. 보통 저희가 영화 현장에서 나이 많은 남자 작업자분가 한두 번 얼굴보고 바로 이름 부르거나 반말하거나, 이런 게 너무 싫었거든요. 우리가 이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한번 실험을 해보자, 서로 이름을 누구누구 님이렇게 부르고 나이와 상관없이 존대를 쓰자, 이런 약속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인터뷰이들의 이름이랑 직업을 쓸 때도 고민하게 됐어요. 오프닝 시퀀스에도 작업자들의 성을 빼고 이름만 넣기로 했는데, 그러면은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된 거죠. 사실 영화에는 못 넣었는데 저희 할머니가 장장 세 시간동안 저를 앉혀놓고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쫙 해주셨어요. 일제 강점기 때 만주까지 다녀오신 분이거든요. 그 역경이랑, 살아온 시간을 들어보니까 정말 상상도 못할, 엄청난 강도의 노동을 하고 살아온 사람인 거예요. 새벽부터 밤일을 나가야 하니까 생리대를 빨 시간도 없어서 생리대를 던져놓고 가면 둘째이모가 그걸 빨았대요. 그래서 이모가 엄마의 생리양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는 거예요. 새벽에 그렇게 일하고 들어와서 그 다음부터 따온 곡식 말리고 정리하고, 빨래하고, 밥 차리고, 다다미질하고, 주말에는 뒷산으로 감 따러가고, 별의 별 일이 내내 이어지는데 한 번도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고, 거기다가 지금은 양로원에 계시잖아요. 그럼 이분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가사노동 은퇴라는 말을 붙이게 되었고, 우리가 노동하면서 피흘리는 존재라는 게 중요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너무 감사한 게, 사실 저희 영화가 정보가 엄청 많은 영화예요. 그게 내러티브 안에 좀 잘 녹아나길 바라서 많이 고민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름이랑 직업이었어요. 그걸 다르게 해야 계속 인터뷰가 이어질 때 관객분들도 조금 더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인물에 조금 더 감정이입 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객: 저는 초등학교 교사구요. 생리관련 이야기를 아이들과 해보면 어떤 아이들은 정말 생리혈이 파란색인줄 알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년에 아이들과 같이 봤어요. 사실 되게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부모님이 혹시나 항의하면 어떡하나 고민도 했는데 그런 일도 없고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생리에 대해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차기작을 준비 중이시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보람: 지금 섭식장애 있으신 여성들의 모임에 대해 찍고 있고요. 내년쯤에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리는 제가 겪은 일이라서 저도 영화에 좀 나오는데. 이번에는 제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오로지 그분들의 목소리를 담는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셀럽 맷: 저도 궁금합니다. 다음 작품으로 이 테마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김보람: 저는 사실 저는 더 가벼운 걸 찍고 싶었어요. 여성 코미디언 얘기를 찍고 싶었고 생각해둔 분들이 있었는데, 제가 2년 동안 기다리는 사이 여성 코미디언들이 굉장히 잘됐죠. 그래서 전혀 접근할 수 없는 분들이 되어버렸고. 그럼 셀럽맷님을 찍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다가(웃음) 저한테 제안이 먼저 왔어요. 이런 모임을 하는데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제안이 와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했을 때 가지는 선입견이 있는데 정말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고 산뜻한 느낌으로 재밌게 봤는데요. 영상이 굉장히 좋고, 음악이나 애니메이션도 중간 중간 나와서 제작비가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좋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셀럽 맷: 눈물 나는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웃음)

 

김보람:: 저는 영화가 엄청 잘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엄청 투자했죠. 제가 첫 연출이라서 지원금도 못 받고, 거의 쌩돈을 부은 건데. 어떤 물건을 만들 때에도 이건 사람들한테 필요한 물건이고, 지금까지 시장에 없는 물건이라고 하면 자신감이 생기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재밌고 때깔 좋고 음악도 좋게 해서 내놓으면 사람들도 많이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페미니즘 이슈도 딱히 관심사가 아니었어요. 누워서 생각하다가 , 이건 된다하고 자신있게 회사 그만두고, 사업자 등록하고, 혼자 달려왔죠. 피디님이 장비를 바꾸면 돈이 얼마가 더 든다고 하면 , 쓰세요!’하고, ‘네덜란드 촬영 갑시다!’하고. 사실 독립영화 쪽에서는 1만 관객 들었으니까 엄청 잘됐다고 좋아해주시고 제가 돈을 좀 번 줄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야말로 빚더미에 앉았어요. 이제 조금씩 빚더미에서 내려오는 중인데..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독립영화판에서 그 인건비를 제대로 안 주는 게 너무 싫어가지고 처음에 스텝들과 약속했어요. 인건비는 내가 이 업계 최고로 주겠다고 데려오고. 지분도 나눠줬어요. 그런데 지분이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됐죠. 저한테 지분이 얼마 없어요. 스텝들한테 지분 다 주고 그때 되게 뿌듯했어요. 되게 잘 돼서 스텝들에게 독립다큐를 해도 내가 돈을 벌 수 있고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거에 비해서는 좀 아쉬운 숫자가 됐죠.

 

셀럽 맷: 저도 최근에 빌어먹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남을 후려치던지, 내가 갈리던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독립영화 현장에서 제대로 인건비를 주기가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상업영화 안에서도 스텝들은 굉장히 좋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와중에. 진짜 너무 호기로웠어요. 다음 차기작에서도 지켜나가실 건가요?

 

김보람: 차기작은 굉장히 작게 갑니다(웃음). 보통 작품을 찍을수록 장비가 커져야 되는데 저는 무조건 작은 카메라로 가려고요. 그래도 퀄리티를 낮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피의 연대기>는 보시다시피 애니메이션이 들어가야 했고, 상업영화도 이렇게 안하는데 저희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열 다섯개예요. 그러니까 음악감독님도 음악을 기계처럼 만드셨어요. 그 모든 스텝들의 노고가 들어가서 5퍼센트씩 나누어줬지만..,.그렇게 됐습니다.

 

 

셀럽 맷: GV를 하면서 되게 좋았던 게 여성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굉장히 나누고 싶어하시더라고요, 생리에 대해서 어디 가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하겠어요. 그런 경험들이 저도 처음이었고,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승희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작업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생리와 관련된 것들을 찍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성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직접 찍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보니 밝고 경쾌한 느낌을 내려고 애니메이션을 넣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김승희 감독님하고 컨택을 하게 되셨나요?

 

김보람: 일단은 여성 신체 이미지가 무조건 나와야 되는데, 절대 성적으로 소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처음부터 있었고 애니메이션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승희 감독님의 <심경>이란 작품을 영화제에서 본 적 있는데 거기에 나온 여성의 몸이 너무 특별하고 좋은 거예요. 울퉁불퉁하고, 살도 접히고, 출렁이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아서 애니메이션 협회에 연락해서 김승희 감독님을 만났어요. 시놉시스도 없었어요. 생리에 관한 다큐를 만들고 싶고, 지금 돈은 없지만 감독님과 꼭 하고 싶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돈 안 받고 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본인이 월경에 대한 이미지 너무 그려보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물론 돈은 다 드렸습니다.(웃음) 근데 작업을 하면서 재밌었던 게, 감독님하고 처음엔 친하기보단 격식을 딱 차리는 사이였거든요. 새벽에 작업을 하시다가 전화를 주세요. 받으면 , 김보람 감독님, 젖꼭지 되나요?’ 물으셔서 , , 됩니다.’ 하고 끊어요. 그러면 또 삼십분 후에 전화가 와서 음모는 되나요?’, ‘, 음모 돼요.’ 그러고 끊죠. 그리고 작업한 이미지가 오는데,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시발, 귀찮아하는 그 장면도 처음에는 욕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초원을 달리는 여자 이미지를 보내주셨을 때 딱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그때 사람들이라고 그게 안 귀찮았을까? 귀찮으면 더 귀찮지. 사냥도 하고 채집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딱 들어서 승희 감독님이 주신 아이디어로 그 장면이 나오게 됐어요. 네이버 영화정보를 보면 명대사에 딱 그거 하나 떠요.(웃음) 저희 영화가 12세이상관람가인 게 그 욕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관객: 저는 개봉할 때 못보고 오늘 처음 영화를 봤습니다. 오늘 오면서 검색을 해보니까 감독님께서 쓰신 생리공감이라는 책도 있더라고요. 책을 먼저 쓰시고 영화를 만드신 건지,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책은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매우 좋은 질문이네요. 책이 되게 안 팔렸어요. 그 책은 영화 나오고 제의를 받고 썼습니다. 출판사 쪽에서 영화 뒷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인 얘기를 다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제가 2년 동안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것들과 제가 생리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엮은 책이고, 영화를 위해 찍었으나 넣지 못했던 것들, 공부하면서 발견한 진귀한 자료들, 시간상 편집했던 것들을 넣으면서 만들었어요. <피의 연대기>를 만들면서 저한테 제일 크게 일어났던 변화는, 여성의 몸이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 공부하면서 단 한 번도 내가 내 몸을 중립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그리고 그 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연애할 때마다 굉장히 큰 악영향을 줬던 거 같아요. 내 몸을 내가 인정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으니까 남이 내 몸을 함부로 대하고 예의를 갖추지 않았을 때에도 그걸 당연히 여기거나, 내 몸 탓으로 여겼던 경험들이 10, 20대 때 많이 쌓여서 자존감을 엄청 떨어뜨리고, 자꾸 악순환을 가져왔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들면서 32살이 되어서야 그걸 알게 됐어요.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 중에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몸을 인정하는 게 생리를 알아가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책에 담았죠.

 


관객: 저는 이번에 6차로 관람한 사람인데요. 저는 <피의 연대기>를 너무 좋아하고, 김보람 감독님한테 너무 반해서 검색해보다가, ‘영혼의 노숙자를 알게 된 케이스거든요.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두 분 케미를 볼 수 있어서 인디스페이스와 투표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구요.(웃음) 두 분 너무 좋아해서 월간 김박보람같은 프로젝트로 팟캐스트에 나왔으면 좋겠는데, 구체적인 계획 여쭤보고 싶습니다.

 

셀럽 맷: 최근 영혼의 노숙자에 김보람 감독님 오랜만에 나오셔서 반응이 엄청 좋았거든요. 저도 초반 6개월을 김보람 감독님과 같이 했기 때문에 되게 편안했어요, 감독님 얘기 계속 듣고 싶고요. 지금 차기작 찍으시느라 되게 바쁘실 텐데, 어떠세요? ‘월간 김박보람’.

 

김보람: 월간은 아니라도, 재밌는 걸 보면 저도 어디 가서 얘기하고 싶은데 얘기할 데가 없잖아요. 그럼 셀럽 맷 님한테 한번 나가게 해달라고 하면. 3월쯤에 다시 한 번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분기별로. 계간 김박보람. 지금 영혼의 노숙자를 안 듣는 분들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된 거냐면, 영화에서 제가 나레이션을 하잖아요. 그런데 원래는 셀럽 맷 님한테 부탁드렸었어요. 제가 셀럽 맷 님이 하신 독일 언니들이라는 팟캐스트를 보고 반해서 직접 연락을 했어요. 그래서 셀럽 맷 님이 <피의 연대기> 나레이션을 맡아주기로 하셨는데, 그게 취소가 됐습니다.(웃음) 팟캐스트를 새로 시작한다고 해서 저도 죄송한 마음에 패널로 출연해 6개월 동안 같이 했는데요. ‘영혼의 노숙자듣고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오늘도 새로운 관객분들 많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어요. 맷을 독립영화계의 이동진으로 만들자.(웃음)

 





셀럽 맷: 지금 인디스페이스 관계자분들이 보고 계시고, 맷의 티켓파워를 확인하셨으니.(웃음) 아까 잠깐 얘기를 하셨는데, 영화에 시간상 담지 못한 얘기들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것들이 빠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김보람: 이 영화의 시작은 샬롯과의 만남인데요, 샬롯이 생리를 안한지 12년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샬롯이 저랑 나이가 같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생리를 했는데, 18살 되자마자 산부인과 주치의랑 상담을 했대요. 내가 피임을 하려면 어떤 방식이 제일 좋은지 상담했는데, 이 친구는 피임약이 잘 안 맞고 제일 잘 맞는게 미레나라고 T자형 로프를 자궁에 삽입해서 배란을 억제하는 시술이었어요. 미레나를 하니 생리가 아주 소량으로 나오거나 아예 안 나오게 된 거죠. 자기를 생리 안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자기는 생리를 안 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3년마다 한 번씩 그 시술을 받고 있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그 개념이 전혀 이해가 안됐어요. 한국에 와서 산부인과 가보니까 실제로 피임법이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제가 영화를 만들며 만난 분도 너무 일이 많아서 도저히 생리를 관리할 수 없을 때 딱 3년 동안 임플라논시술을 받으셔서 그 기간 동안 생리를 안 하셨대요, 그리고 바로 결혼 준비하시면서 기간 끝나서 생리하고, 그후 임신도 하시고요, 내가 어떤 중요한 시험이나 시합을 앞두거나 했을 때 생리가 발목을 잡잖아요. 그럴 때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저도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뉴욕에 촬영하러 갔을 때 스타벅스에서 짐을 놓고 쉬고 있었어요. 공간이 작아서 테이블에 다 합석을 하는데 저희 맞은편에 노부부가 계셨어요. 저희가 이렇게 있으니까 너무 궁금해서 커피를 사주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거예요.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그래서 저희 영화 찍는 사람들이고, 할아버지는 뉴욕시에서 이번에 무상생리대 법안이 통과되는 거 아시냐고 하시냐 했더니 본인은 시카고에서 와서 모르신대요. 무슨 영화 찍느냐고 물으셔서 월경에 대한 영화 찍는다고 하니까 너무 재밌어 하시면서 의사면허증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자기는 시카고대학의 산부인과 의사라고. 우리가 궁금한 게 많다고 막 물어봤어요. 생리를 안하는 게 정말 여성의 몸에 어떤 의미냐고 물었거든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생리를 하면 여성의 몸에 좋은 것이고 생리혈은 나쁜 피가 배출된다는 잘못된 의학적 미신도 있으니까요. 그때 그 할아버지 선생님이 생리를 하고 안하고는 그 사람의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고, 생리를 안 하겠다고 선택했다면 그건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저랑 촬영감독님이 듣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누구도 살면서 우리한테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해준 적 없었거든요. 생리에 관해서요. 그 때 잠시 부탁드리고 카메라를 돌리면서 이야기를 들어서, 그 장면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스타벅스가 너무 좁아서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지를 않고 너무 급하게 꺼내서 찍은 탓에 초점도 다 나갔어요. 그리고 맥락상 생리를 안 할 권리를 다루기가 좀 힘들었어요. 그런 내용을 못 넣었습니다. 근데 2월에 DVD를 제작을 하거든요. 거기에 이제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풀버전으로 넣었습니다. 컵 초점으로...(웃음) 미공개장면이 몇 개 들어갈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셀럽 맷오늘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보람: 오늘 준비한 GV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이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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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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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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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일정 

3월 28일(목) 10:40

3월 29일(금) 18:00

3월 31일(일) 13:00

4월 1일(월) 14:40

4월 3일(수) 16:00

4월 5일(금) 11:00

4월 8일(월) 14:40

4월 10일(수) 16:30 종영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내가 사는 세상> 인디토크

● 일시: 2019년 3월 11일(월) 오후 7시 30분

● 참석: 최창환 감독 | 배우 곽민규, 김시은

●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 일시: 2019년 3월 6일(수) 오후 7시 30분

● 참석: 최창환 감독 | 배우 곽민규, 김시은

● 진행: 김간지





 INFORMATION 


제       목    | 내가 사는 세상

영       제    | Back From The Beat

감       독    | 최창환

출       연    | 곽민규 & 김시은 

제       작    | 전태일 47주기 대구시민 노동문화제 &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 민예총 대구지회

배       급    | ㈜인디스토리

러 닝 타 임    | 67분

관 람 등 급    | 12세관람가

개       봉    | 2019년 3월 7일





 SYNOPSIS 


일은 부당계약! 사랑은 정리해고! 꿈은 열정페이!


꿈은 DJ 밍구스! 현실은 퀵 알바 ‘민규’

꿈은 아티스트! 현실은 새끼강사 ‘시은’

오늘도 비겁하거나 내일이 겁나거나

그래도 사는 진짜 요즘 애들의 둠-칫 둠-칫 청춘 스케치


넌… 요즘 어때?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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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일정 

4월 12일(금) 10:40

4월 14일(일) 12:20

4월 15일(월) 17:50

4월 16일(화) 14:40

4월 18일(목) 16:30

4월 22일(월) 16:00

4월 23일(화) 13:10

4월 24일(수) 10:40

4월 30일(화) 17:40 종영



 예매하기 

맥스무비 http://bit.ly/2vULqyh (좌석 선택 가능)

예스24 http://bit.ly/an5zh9

다음 http://bit.ly/2qtAcPS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칠곡 가시나들> 인디토크 

● 일시: 2019년 3월 13일(수) 오후 7시 30분

● 참석: 김재환 감독

● 진행: 최광희 평론가


● 일시: 2019년 3월 3일(일) 오후 3시

● 참석: 김재환 감독 | 바버렛츠




 INFORMATION 


제목 칠곡 가시나들(Granny Poetry Club)

감독 김재환

출연 박금분, 곽두조, 강금연, 안윤선, 박월선, 김두선

이원순, 박복형, 주석희 외

장르 웰컴투에이징 다큐멘터리

제작/제공 단유필름

공동배급 인디플러그 I 더피플

상영시간 100분

개봉 2019년 2월 27일

등급 전체관람가





 SYNOPSIS 


‘묵고 시픈 거, 하고 시픈 거’ 더 없는 인생 팔십 줄

별일 없던 칠곡 할머니들 인생에 별일이 생겼다!?


때론 컨닝도 하고, 농띠도 피워가며 ‘가갸거겨’ 배웠더니

어느새 온 세상이 놀 거리, 볼 거리로 천지삐까리!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르, 열일곱 가시나가 된 할머니들

이제 매일매일 밥처럼, 한 자 한 자 시를 짓게 되는데…

"고마 사는 기, 배우는 기 와 이리 재밌노!"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 할머니들의 

두근두근 욜로 라이프가 시작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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