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독립영화전용관 설립 발기문
다시 독립운동을 시작하며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려면 독립운동 하듯 모든 것을 바쳐야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돈과 열정뿐 아니라
신변의 위험까지 감수해가며 영화를 만들어야했고 사수대의 엄호아래 대학 강의실에서 상영투쟁을 벌이
던 그 시절, 몸은 피곤했지만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향한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우린 떳떳했고 모든
난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독립영화도 합법화되고 지원제도도 생기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20년 숙원이던 독립
영화 전용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록 200석이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우린 그 공간을 마련해준
영화진흥위원회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신명나게 일을 했습니다. 많은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되
었고 각종 영화제와 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노력이 보상을 받는 듯 느껴졌고 더
이상 스크린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그 소중한 공간을 잃게 되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영진위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전용관 정책과 운영주체를 교체한 것입니다.
이에 독립영화계는 물론 전 영화인들과 언론이 영진위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숱한 문제제기를 해왔습
니다. 그 후 영진위 위원장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최근 전용관 정책이 재조정된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
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돌아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었기 때문입니다.
독립영화를 한다는 일은 애초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운동이었다는 사실, 전용관을 세우고 운
영하는 일도 그 운동의 연장이며 권력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
시 한 번 확인 했습니다. 또한 그동안 우리자신도 모르게 정부의 지원에 의존적이 되어 갔다는 뼈저린
반성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다시 독립운동을 시작합니다.
우리 힘으로 전용관을 세우는 일, 우리가 운영을 책임지는 일. 우리가 진짜 주인인 극장을 가지는 일.
그것은 빼앗긴 표현의 자유를, 독립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되찾는 일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의
모든 노력을 바쳐야 가능한 모험찬 과업입니다.
이 과업에 우리 발기인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전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또한 영화가 오락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믿는 모든 분들이 우리의 모험을 지지와 격려로 지켜봐 주
시길 부탁드립니다.
2011년 6월 9일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설립 발기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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