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장미의 추억 〉리뷰: 잇따른 우연 끝에 다다른 결말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구성은 단순하다. 배우들은 오래 전 작고한 영화감독 노필 선생의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을 낭독극으로 펼쳐나간다. 백재호 감독의 〈붉은 장미의 추억〉은 원작의 대본을 낭독하는 배우들과 이들 주변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을 폭넓게 담아낸 영상 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전개에 몇 가지 우연이 신비로운 가루처럼 톡톡 뿌려지며 이색적인 맛과 향을 풍기기 시작한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은 모두가 생생하게 공감하는 사태일 것이다. 이처럼 오래되지 않은 과거가 지금으로 끌려오며 우리는 현실감에 한껏 젖어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다 갑자기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사내는 잔잔한 관성을 깨뜨린다. 이렇듯 각각 일상과 비일상의 영역에 놓인 영화적 성분들이 프레임 주변에 아른거리며 영화를 한층 매혹적으로 만든다.
낭독극이 뿜어내는 정적이면서도 활력넘치는 액션도 흥미롭다. 마치 원기옥이 뭉치는 것처럼, 온 몸에 퍼져있다 성대에 모여 이윽고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몸과 목의 소리를 듣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표정을 창조해내는 얼굴의 근육들을 보며 배우란 결국 온몸의 예술가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배우들은 고전 영화의 질감을 어떻게 모사할지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은 해낸다. 〈붉은 장미의 추억〉 속 인물들은 눈 앞에 닥친 숱한 불가능들을 어떻게든 뚫고 나가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이를 영화 전체로 확장해 본다면, 〈붉은 장미의 추억〉은 쇄도하는 우연들을 기어코 아름답게 주물러 운용해 나가는 영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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