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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도 주민들의 일기장 [살기 위하여]프로덕션 노트 & 인물 소개!

by Banglee 2009. 3. 27.


 Production Note


“이제 너도 떠나고, 우린 추억으로 남겠지…”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한 마디.
이강길 감독이 계화도를 처음 찾은 것은2000년이었다. 새만금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할 무렵, 당시 감독이 활동하고 있었던 ‘푸른영상’에 새만금 문제를 다룬 기획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고,3개월 정도의 촬영기간을 예상하며 이강길 감독은 계화도를 찾았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마을의 사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고, 무언가 예감이 있었던 것인지 마을 주민들도 동갑내기 감독의 카메라에 대고 이런 저런 속사정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속한 3개월이 지날 무렵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한 마디, “이제 너도 떠나고, 우린 추억으로 남겠지…”

당시 계화도 주민들을 힘들게 했던 많은 일 중 하나는 바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주는 언론이 없었다는 것. 중앙매체는 환경운동가의 의견에 집중했고, 지역 매체들은 새만금 사업 찬성의 의견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막혀가는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당장 막막해진 생계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매체에서도 다루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예정된 3개월이 지났지만 차마 그 곳을 ‘추억’ 속에 남겨놓지 못한 감독은 카메라 한 대와 6mm테잎만을 싸들고 아예 계화도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과의 정도 정이지만,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중요했다.


계화도 주민들의 일기장이 된 카메라,

<어부로 살고 싶다> 연작 다큐멘터리의 탄생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10년을 이어지면서 <어부로 살고 싶다> 연작 다큐멘터리로 태어났다. 2001년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시작하여 2006년 <살기 위하여>로 이어진 작품들은 새만금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완성시킨 ‘계화도 주민들의 일기장’과 다름없다. 화가 나고, 답답하고, 때로는 서로 상처를 내고, 그러다 웃기도 하고… 어디서도 내보일 수 없었던, 누구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주민들의 깊은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결국 바다는 막히고 새만금 물막이 공사는 완료되었지만, 주민들과 이강길 감독이 함께 쓰는 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갯벌이 완전히 육지로 바뀌기 전에 공사를 중단하고, 해수를 유통시킨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마음으로 그들은 마지막 힘을 모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People

사람은 고문하면 신문 나고 방송 나고 난리지.
갯벌에 저 많은 생명을 물이 없어 죽어가는 걸 보면 견딜 수가 없어... 이순덕
다부진 표정으로 어디서든 당당하게 새만금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순덕 이모. 새만금 문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열성적인 ‘투사’지만, 갯벌에서 생합들과 물새들과 노는 시간이 행복하다 말하는 표정에서는 그 따뜻하고 소박한 마음이 느껴진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시절,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그녀는 푸근하고도 강인한 우리 모두의 ‘이모’다.

 

바다 보면 가슴 답답하고 한숨만 나지 뭐..
좋은 직장 뺏기는 것이. 그거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통하고… 故류기화 
큰 키와 시원시원한 눈매 만큼이나 활달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故류기화씨. 막혀가는 바다를 보며 내뱉던 한숨이 눈물이 되고, 분노가 될 때 까지도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 절박한 외침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성실히 갯벌에서의 삶을 이어가던 그녀가 ‘자기 집 앞마당’이나 다름없던 공간에서 맞이한 죽음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고 가슴아프다.

 

어민의 자식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래.
우리 딸은 판사도 되지 마라. 시인이나 철학자가 되서 이 세상 비판이나 해라! 홍성준
대법원이 결국 주민의 의견을 묵살하고 정부의 편을 들어주던 날, 홍성준씨는 어린 딸 앞에서 답답한 마음을 풀어놔 본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시인이 뭐야?’라고 묻는 딸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가슴 아프다. 이제 바다가 막히면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지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갈 곳이 없다.

 

우리가 보상받으러 나왔습니까! 바다를 못 막게 해야지요!
뭣 때문에 싸웁니까! 뭣 때문에 싸우냐구요! 김하수
보상금 몇 푼 받자고 애초의 맹세를 져버리고 주민들을 분열시키는 대책위 사람들이 답답하기만한 김하수씨. 벌개진 얼굴로 지금의 힘겨운 싸움이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는지를 끈질기게 상기시키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 마저 울컥하게 만든다. 바다가 막히던 날,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지만 우렁차던 그 목소리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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