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우물〉리뷰: 그럼에도 계속되는 삶
*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느리지만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했던 여성들이 있었다.
격동하는 산업화 시대, 생존과 노동의 문제는 오롯이 개인이 짊어져야 할 몫으로 떠넘겨졌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일해야 했지만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한계 속에 놓여있는 여성 노동자에게는 쉽지 않았다. 일터에서는 해고와 폭력의 위험에 맞서야 했고 그동안 홀로 남겨질 아이들도 어떻게든 돌봐야 했다. 그렇게 이들은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며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갔다. 여성의 삶에서 노동과 아이 돌봄은 연결되어 있었기에 노조를 만들어 싸우는 것만큼이나 탁아소를 만드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변혁의 한가운데, 여성들의 위대한 연대가 있었다.
〈열 개의 우물〉은 인터뷰와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해 70~80년대 인천의 빈민 동네였던 만석동, 화수동, 십정동 일대에서 행해진 여성운동과 이에 뜻을 모았던 여성 활동가들의 서사를 켜켜이 쌓아낸다. 사실적이고도 구체적인 기록은 머물러 있던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다시 소환해 내며 굵직한 역사에 가려져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시금 풀어낸다. 인천 빈민 운동가이자 책방 대표인 김현숙 씨를 중심으로 과거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로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안순애 씨부터 여성 노동자와 그녀들의 아이를 돌보는 데에 함께 했던 과거 큰물 공부방과 민들레 공부방의 선생님 홍미영, 유효순 씨까지. 그녀들의 연대는 빈민 운동으로 불리며 마을을 살리고 또 서로를 구했다. 가장 약하고 낮은 존재로만 여겨졌던 여성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힘을 모아 막막했던 삶 속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직접 증명해 낸 것이다.
더 나아가 영화는 이들의 과거를 비추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삶도 함께 조명한다. 몇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 시절의 원동력은 여전히 이들 안에 계속 남아 있다. 누군가는 여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국회의원으로, 누군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의 대표로, 누군가는 공부방 선생님으로, 누군가는 한 마을 농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존재하며 계속해서 또 다른 형태의 연대를 실현하고 있다.
이후의 삶은 과거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으며 시간이 흘러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열 개의 우물〉 속 여성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밀려오는 순간들 속에서도 말이다. 그렇게 이들의 ‘계속되는’ 삶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기록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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