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 인디토크
일시: 2019년 12월 24일(화) 오후 7시
참석: 박석영 감독 | 배우 정은경, 장선, 김태희
진행: 정성일 평론가
*참석자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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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평론가가 관객에게 보내는 <바람의 언덕> 크리스마스 초대장
안녕하십니까. 정성일입니다.
당신과 함께 영화 <바람의 언덕>를 보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에 초대의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는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영화 <바람의 언덕>은 박석영 감독이 연출하고, 장선, 정은경, 김태희, 김준배 배우가 출연한 작품입니다.
당신보다 먼저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당신을 위해서 줄거리를 말하는 결례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가을 부산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한 작품입니다.
박석영 감독의 영화를 맨 먼저 본 작품은 <들꽃>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보는 쪽을 소진시킬 만큼 그렇게 밀고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방점은 내려간다, 입니다. 그 추락의 강도, 아무 것도 방어하지 않는 상태로 그냥 떠밀어버리는 무정함. 세 명의 소녀들이 처한 상황은 참혹했고, 힘겹고, 아프고, 소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많은 영화들이 비슷한 소재, 비슷한 주인공들, 비슷한 촬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좀 더 멀리 나아가긴 하였습니다. 제가 눈길을 돌린 것은 다음 영화인 <스틸 플라워>를 보았을 때였습니다. 박석영 감독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더 밀고 들어가려 했습니다. 이번에는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보는 저에게 어떤 위기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좀 더 밀고 들어가면 영화가 부서질 텐데,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위기 속에 설명하기 힘든 슬픈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제 말을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주인공이 아니라 영화에 슬픔이 배어들었다는 뜻입니다. 갑자기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박석영 감독과 정하담 배우와 함께 자리하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게 우리가 만난 첫 번째 자리였습니다.
<들꽃>과 <스틸 플라워>는 마치 드릴을 손에 든 것처럼 파내려가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어디까지 파내려갈 수 있는 지 있는 힘을 다해서 빙빙 돌리면서 그 바닥을 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바다에 닿아서 더 내려갈 수 없을 때,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 영화. 그런데 세 번째 영화 <재꽃>을 보았을 때 당황하였습니다. 박석영 감독은 그 드릴을 어디선가 잃어버린 것처럼, 어디서도 그런 순간을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냥 내다 버렸을 것입니다. 아낌없이, 망설임도 없이, 그냥 버린 것입니다. 저는 드릴이 박석영 감독의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도구라는 방법.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버리는 순간은 그저 결단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놀라게 만든 것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영화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박석영 감독은 자신의 인물들을 어루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그들이 다치기라도 할 듯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저는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래서 두 번째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 다음 <바람의 언덕>을 보았습니다. 박석영 감독은 다시 시작하는 그 발걸음을 더 멀리 내딛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이 영화의 제목은 영화에 바쳐진 것이기도 하지만 박석영 감독 자신의 발걸음처럼 여겨졌습니다. 언덕을 오르는 발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것은 힘겨운 무게로 잡아끌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언덕길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고 다짐을 하는 것만 같은 걸음. 당신에게 약속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어떤 장면들은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아무리 단단히 여며도 당신을 안아주듯이 그렇게 다가갈 것입니다. 저는 신기하게 이 영화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만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장소는 종로 3가에 있는 인디스페이스입니다. 그리고 날짜는 다소 놀랍겠지만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7시입니다.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바람의 언덕>에 출연한 김태희 배우가 기타 연주를 하고 장선과 정은경 배우가 함께 노래하는 자리도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 박석영 감독과 세 배우들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해볼 참입니다. 한 가지 더 마음 설레는 것은 끝나는 시간 없이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잠들어서 산타할아버지가 착한 아이들을 위해 돌아다닐 그 시간까지, 아주 늦은 밤에도 우리는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습니다. 고맙게도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그걸 허락했습니다. 아마 당신께도 마이크를 드릴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따뜻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볼 참입니다. 우리는 그날 그저 기약 없이 영화를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 그 시간에 당신이 함께 해주시면 정말 신날 것 같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정성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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