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모양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광주 단편-〈오늘의 자리〉, 〈돌아가는 길〉, 〈신기록〉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5월 25일(토)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허지은, 이경호 감독
진행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성혜미 님의 글입니다.
프레임 안으로 욱여넣기 위해 많은 이면들을 잘라내는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제를 넘어서 영화적 이미지로 타인의 고통을 염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고민의 결과를 ‘약자와의 연대’라는 이름으로 내어 놓은 단편영화 〈오늘의 자리〉, 〈돌아가는 길〉, 〈신기록〉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광주 단편]의 인디토크는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과 허지은 감독, 이경호 감독과 함께했다.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이하 이지연): 저는 이번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이지연입니다. 감독님께 인사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허지은 감독 (이하 허지은): 안녕하세요. 광주에서 영화 만들고 있는 허지은이라고 합니다.
이경호 감독 (이하 이경호): 같이 하고 있는 이경호입니다.
이지연: 영화 재밌게 보셨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과 좋아하는 감독님들이신데 저도 처음 뵙게 돼서 떨리고, 팬의 입장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세 작품을 각각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허지은: 〈오늘의 자리〉는 2016년 12월에 처음 촬영했어요. 그 때 제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저의 일자리 혹은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주변 친구들도 다르지 않았죠. 그 와중에 기간제 교사인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우리 여성들이 각자 다른 위치에 있지만 자기 자리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찾을 수 없어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스스로의 결정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여성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들을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이에요. 그 다음 연도에 나머지 두 작품을 만들게 됐는데, 먼저 〈돌아가는 길〉은 광주여성영화제에서 제안을 해주셔서 만든 영화예요. 광주여성영화제와 서비스직 노동자로서의 여성에 대해 다뤄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전시킨 작품입니다.
이지연: 감독님들의 세 작품은 공동 연출작으로 명기가 돼요. 그런데 가끔 작품마다 편집에서 성함의 순서가 다르게 표시되는데, ‘두 분의 작품마다 지분이 있는 건가?’ 생각을 해봤어요. 두 분이 작업하실 때 좋은 점이나 어려우신 점, 또 어떻게 같이 하게 되셨는지 편하게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허지은: 편집할 때 이름의 순서가 다른 건 저희로서는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아요. 의견이 서로 맞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해봤는데 어때?’,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이렇게 하다가 최종 선택된 작품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되면 크레딧의 앞에 이름을 넣는 편입니다. 또 공동 작업을 어떻게 하냐고 많이 여쭤보세요. 일단 저희는 같이 하는 게 마음이 편할 때가 많아요. 늘 현장에서 불안하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같은 작품에 같은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의견을 나누면서 덜 불안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 팀명이 ‘믿는 구석’이거든요.
관객: 광주에서 작업하시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하고, 지역에서 활동하시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건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허지은: 전에는 사실 그렇게 특별한 이유가 있진 않았어요. 제 고향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이기도 했거든요. 새로운 변화나 그것에 대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익숙한 공간의 사람들과 하는 작업이 편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작업하다보니 동료들도 많이 생기고, 좋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이들과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반복해서 작업하고 만나면서 생기는 끈끈한 작업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것도 좋은 점이죠.
이지연: 그렇지 않아도 이번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이 지역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영화들을 같이 보는 자리잖아요. 좋은 점도 말씀해주셨지만 현재 광주의 인프라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허지은: 아까 말씀드렸던 장점이 또 단점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최근 다양성영화 제작지원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서 작년 하반기에는 7-8편이 동시에 광주에서 만들어져야하는 상황이었어요. 광주에 있는 촬영감독님과 스탭분들 사정은 뻔한데, 2-3달 안에 엄청 많은 작품을 동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또 영화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대학교나 전문 기관이 현재 광주에는 없다보니 새로 유입되는 분들은 다시 외부로 많이 나가죠. 그래도 광주에 독립영화관도 생기고, 광주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드셨던 분들이 계속 하고 싶어 하셔서 지원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이렇게 나아지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 〈신기록〉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으로서 저는 감독님들께서 이태경 배우님과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배우님과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와 작업을 하면서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허지은: 이태경 배우님하고는 2016년 〈오늘의 자리〉에서 처음 뵈었는데요. 동료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보시고 본인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가 있는데 역할에 잘 맞을 것 같다며 소개해주신 분이 이태경 배우님이에요. 당시에 준비기간, 촬영기간이 촉박해서 힘든 상황이었어요. 또 저희가 서울에 있지 않고, 배우님도 다른 지역에 계셔서 문자나 메일, 전화로 소통하는 상황에서 불안감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세심한 표정 연기를 통해 제가 생각한 게 표현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죠.
이경호: 저도 그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계속 함께하게 됐는데, 배우 분께서 ‘이미지를 비슷한 쪽으로 쓰시니까 제가 그렇게 보이나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게 안타까워서 고민을 하다 〈해미를 찾아서〉라는 작품에서 ‘이 배우를 그렇게만 쓰는 건 아니야’라는 의미로 다른 느낌의 배역을 드렸어요. 이 작품을 보시면 저희가 이태경 배우와 협력하는 다른 방법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더 생기 있는 모습이죠. 배우의 이미지를 한 가지로 소비하기보다 좋은 배우가 있으면 다양한 가능성을 활용할 수 있어야 제가 풍부하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식도 해야 하고 많은 공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연: 감독의 입장에서, 연출자의 입장에서 ‘배우를 단순히 소비하지 않는 감독이 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오늘 상영한 세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들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비정규직 여교사와 가정과 일 사이에 놓인 여성, 가부장제 혹은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을 관통하는 주제들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감독님들이 이런 주제들을 주목하시는 이유도 조금 더 깊게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경호: 이런 주제에 대한 고민의 흐름들은 독립영화에서 계속 있어왔다고 생각해요. ‘이게 영화의 소재인가?’라는 고민을 크게 하지 않고도 당연히 이 시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허지은: 여성이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사소한 것들은 느끼고 있었어도 ‘너무 부당’한 큰 문제로 생각하게 된지는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당시 사회적 흐름이었던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 삶과 제 주변을 돌아보니 안 보이던 문제도 보이게 되면서 외부에서 찾던 소재를 제 안에서 찾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이 일종의 해소이기도 했고 동시에 공감을 요구하는 표출이기도 했거든요. 〈오늘의 자리〉 같은 경우에는 저희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보신 제 영화인데요. 영화를 상영하는 전주로 올라가는 길에 아버지께서 〈돌아가는 길〉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여자들은 결혼하면 집에서 살림해야지. 직장에서 버티고 있어서 뭐하냐.”는 거였어요. 그런데 영화 보시고 나서 딱 한 마디 하시는 거예요. “내가 아까 했던 이야기가 똑같이 나오더라.” 그 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영화를 보시고 바뀌시진 않겠지만 한번이라도 생각할 기회를 드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제가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원동력이 되어 준 것 같습니다.
이지연: 말씀하셨던 것처럼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서 여성의 문제, 미투 운동의 사회적 확산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양적으로 증가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오히려 전시한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어요. 폭력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게 윤리적이고 맞는 방식인지, 고민하고 지치는 상태를 경험하다가 〈신기록〉이라는 작품을 보게 됐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폭력의 상황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잖아요.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폭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영화였는데, 그래서 굉장히 감독님들께서 고민을 거듭하여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를 작업하시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은데 영화 안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셨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지은: 저도 한국 영화 속에서 여자들이 살해당해 죽거나 폭력적으로 다뤄지는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 ‘공감할 만한 것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해야만 진짜 공감일까?’에 대하여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나리오 쓸 때도 최대한 직접 가해를 가하는 장면들을 넣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포를 상상할 수 있잖아요. 시나리오에 ‘현숙이 매달려 있는 걸 본다’라는 지문을 보시고 PD님께서 매달리는 걸 표현하실 거면 와이어 액션을 준비하겠다고 하셨는데, 저희는 고민하지 않고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들의 감정이 매달려 있는 특이한 상황이 신기한 장면으로 표현되지 않기를 바랐고, 오롯이 서로의 고통을 떠올려 보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점을 이동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이경호: 〈오늘의 자리〉에서는 교사가 슬퍼하면서 끝나잖아요.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서는 한 명을 더 붙여주고 싶었던 거죠. 같이 싸우는 동료의 탄생,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저희끼리도 폭력의 표현에 대한 문제, 예를 들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 이건 아이러니잖아요. 폭력을 반대하기 위해 폭력을 해야 한다는 건데, 그 한계를 극복해보고 싶었어요. 전작보다 연대의 향기를 풍기자, 그 다음에는 손이라도 잡자. 그래서 〈신기록〉에서는 손을 맞잡아요. 모두 단독적인 작품이지만 저희의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서 말씀드렸습니다.
관객: 〈돌아가는 길〉에서 주인공과 시누이 두 분이 아주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동료직원만큼이나 연대, 공감하는 관계로 그려진 것 같아서 재밌게 봤습니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는지 궁금하고, 세 작품 모두 결말이 딱 떨어진다는 느낌보다는 상상하게 만드는 결말이에요. 희망을 주는 느낌은 뒤로 갈수록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결말을 만들 때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허지은: 〈돌아가는 길〉의 정연은 집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동의 가치를 무시당하지만 동시에 새언니의 자리를 빼앗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잖아요. 사회에서는 둘 다 힘든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지만, 가족 내에 들어오면 새언니는 시댁 안의 최하위 약자가 되고 다시 감정 노동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죠. 이런 걸 염두하고 두 인물을 엮어 나가려고 했습니다. 오빠가 결혼하고 제가 새언니를 보면서 느꼈던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들을 많이 떠올리면서 썼던 것 같아요. 또 〈오늘의 자리〉를 찍고 나서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너무 슬픈 거예요. 마지막에 지원이 “내년에 저희 반 담임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지만 그 걸음이 무겁고 앞으로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할지 상상이 됐거든요. 이 인물을 계속 어두운 영화 속 현실에 가둬놓고 저만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영화에서는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경호: 결말이 딱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편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다음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궁금하게 만드는 것들 말이죠. 장편이라면 장대한 서사를 끝맺는 것에 투자할 텐데 이건 단편들이라 우선 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표현되는 게 먼저였어요.
이지연: 이렇게 여러 영화를 같이 보는 기회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편 찍을 때마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영화를 찍고자 하는 노력과 더 나아가는 결말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이어서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감독님들께서 글을 쓰셔서 그런지 제목 자체도 문학적이면서도 중의적이고,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너무나도 정확한 표현이라는 느낌도 있었어요. 제목을 지을 때 어떠한 고민을 하셨는지, 지금의 제목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허지은: 〈신기록〉은 원래 제목이 ‘오래 매달리기’였어요. 소재 자체가 제목이 된 사례였죠. 그런데 순차적인 구성을 조금씩 편집하면서 ‘오래 매달리기’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서 바꾸고자 했어요. 〈신기록〉이란 제목은 인물을 구하고 싶어 하는 마음, 지금 사회를 바꾸려는 여성들의 노력처럼 새로운 기록의 갱신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돌아가는 길〉도 처음에는 ‘선택’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광주여성영화제 분들과 회의를 하면서 제목이 별로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저도 아쉬움이 남는 제목이기도 했고요. 제게 집은 편안하면서도 얼른 도망치고 싶은 공간이었어요. 따라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내가 집에 안착을 하면 아빠의 보살핌 속에서 조금 더 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제목이었습니다. 〈오늘의 자리〉는 이태경 배우님께 전사나 설명이 적힌 캐릭터 노트를 드리면서 거기에 ‘이게 오늘의 지원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자리다’라는 문장을 썼었어요.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남아 이런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관객: 저는 광주 사람인데 낯익은 장소들이 나올 때마다 생경하게 느껴졌어요. 그만큼 광주에서 만들어지는 영화가 없고, 광주에서 활동하시는 분조차 어려워하신다고 들은 것 같아요. 광주에서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또 저도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사람이라 〈오늘의 자리〉에서도, 〈돌아가는 길〉에서 서울로 자리 잡은 주인공들의 심경이 공감이 됐습니다.
허지은: 〈오늘의 자리〉에서 선생님의 “내가 지방교대에 가라 그랬는데 서울로 간다고 그랬잖아”라는 말은 지방에 살고 있는 여성이면 정말 많이 듣는 말인 것 같아요. 이런 말들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다보니 교사가 좋은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반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돌아가는 길〉에서도 이유는 잘 모르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이유는 사실 ‘나의 가치를 더 이상 인정해주지 않는 곳에서 도망가고 싶다’, ‘조금 더 자유로운 나를 나대로 표현하고 싶은 공간으로 가고 싶다’는 제 10-20대의 주요 정서가 반영된 것 같아요. 광주에서는 작년에 〈신기록〉만 따로 상영을 했고, 현재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이 광주독립영화관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관객: 향후계획과 장편계획이 궁금합니다.
허지은: 올해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될 〈해미를 찾아서〉라는 작품까지 2017에 2편 2018년에 2편, 총 4편의 작품을 2년 동안 찍다보니 그동안의 갈증은 풀리긴 했는데, 소진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까지는 짧게 모아 짧게 풀었다는 생각이 있어서 인물에게 더 서사를 주고 풍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긴 합니다. 일단 시나리오를 천천히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지연: 마무리 인사와 함께 자리 마무리하겠습니다.
허지은: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에서 세 작품을 같이 돌아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하고, 저희는 6월 말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맞서 싸우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영화 〈해미를 찾아서〉로 찾아뵐게요. 그 와중에도 틈틈이 다른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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