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가 2005년 2월에 제작 완료 되었으니, 3년8개월 만에 극장에서 개봉이 되는 셈이다.
솔직히 한국땅에서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것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다. 오히려 나의 기분은 착잡하고 창피한 게 사실이다.
이 느낌이 어떤 거냐 하면…
2년 동안 열렬히 사랑했던 그러나 3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러 가고 있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시라! 3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어떠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맴돌 것 인지... 내가 상대에게 했던 치졸하고 유치한 행동과 나의 쪽 팔렸던 실수들, 미안함과 함께 상기되는 어설펐던 나의 스타일과 태도 등등.
잊고 있었던 나의 과거를 통째로 기억해야 되는 상황이니…
아!!! 창피하다…
그러나…
모든 복잡한 심경의 한 구석에 조그마한 설레임도 없다면 또 거짓 일 것이다.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번 한국 개봉이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거라 믿는다.
비록 단관 개봉이어서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보지는 못하겠지만,(솔직히 다행이라 생각함^^) 이 영화를 보게 될 소수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를 꿈꾸고, 공부하는 아직 데뷔 못한 미래의 훌륭한 영화인들이 “아! 저렇게 후지게 영화를 만들어도 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되는구나!” 라는 깨달음(?)과, 시스템 안에서 전문 배우들이 출연하는 큰 영화만을 꿈꾸는 이들이 “일인 체제로도 충분히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나는 저거 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나로서는 이번 개봉이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이 3년 전의 기록임을 상기하고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극장개봉의 기회를 주신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08년 9월 배연석
배연석 Biography
- 1973년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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