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 한줄 관람평
이지윤 | "보세요, 똑같은 인간입니다. 단지, 이 세상이 비극입니다."
박범수 | 타인에 대한 이해, 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수사에 대하여
조휴연 | '이해한다'는 말의 무게
최대한 | '이해'라는 의미에 대한 잔잔한 파장, 진정성에 대한 의문
이가영 | 자신의 정체성이 세상으로부터 부정당하는 고통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나
김신 |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어쩌면 배우의 운명론
남선우 | 스토리가 새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주인공과 관객을 함께 윤리적 심판대에 올려 놓는다
<분장> 리뷰: '이해'라는 의미에 대한 잔잔한 파장, 진정성에 대한 의문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남연우 감독이 연출한 <분장>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많은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올 가을, 극장 정식 개봉을 통해 대중들에게 찾아왔다. <분장>은 이전까지 <가시꽃>(2012) 등의 작품에서 배우로 익숙했던 ‘남연우’라는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무명 연극배우 ‘송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송준의 일상은 쉽지가 않다. 매번 오디션에 떨어지고 우연히 치킨집에서 만난 선배로부터 ‘재능이 없으면 포기해야한다’는 말을 듣는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그는 이러한 굴욕을 버텨내고 ‘다크라이프’라는 성소수자를 다루는 연극의 오디션을 보게 된다. 진정성 있는 연기를 위해 성소수자에 관한 영상들을 찾아보고 성소수자인 '이나'를 직접 만나 그녀의 삶에 대해 묻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덕분일까? 송준은 ‘다크라이프’의 주연을 얻게 된다. 성소수자를 이해하게 된 그는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스타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동생 ‘송혁'과 절친한 친구 ‘우재’의 섹스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고, 성소수자를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과 친동생에 대한 모멸감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그의 삶은 망가져간다.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남연우'
영화 <분장>의 관전 포인트 하나를 꼽자면 남연우 감독이 느낀 무명 배우로서의 삶이 디테일하게 송준에게 투영되어있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부 송준의 모습에서 남연우 감독의 무명 시절이 얼마나 고됐을 지 추측된다. 송준이 겪는 이 일련의 시련들은 남연우 감독이 직접 겪은 시련일 것이다. 이 시련은 ‘다크라이프’의 ‘안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남연우’를 만들었다.
'이해'라는 의미에 대한 잔잔한 파장
<분장>은 이전까지의 퀴어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퀴어 영화는 성소수자를 담담하게 보여주거나 옹호, 지지하는 방향성을 가지곤 했다. 또한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분장>의 주인공인 송준은 중반까지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섹스를 목격한 이후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분장>은 ‘이해’라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잔잔한 파장을 만들었다. 관객들 앞에 보여지는 송준은 성소수자인 ‘안나’를 연기해야한다. 그는 연기를 위해서 진심으로 성소수자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관객들 역시 송준이 성소수자를 진심으로 연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인 것이다. 자신의 친동생이 성소수자인 것을 알게 되자 ‘이해’는 ‘위선’이라는 본 모습을 드러낸다. <분장>은 관객들에게 ‘이해’라는 의미에 대해 날카롭게 의문점을 제기한다.
진정성에 대한 의문
최근 한 선생님과 식사를 하면서 ‘작가’와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영화’와 ‘작가의 삶’이 일치했을 때 영화에 ‘진정성’이 생기고, 그것이 진짜 ‘영화’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화를 나눈 후에 영화를 보는 시각이 조금은 변화했음을 느꼈는데 <분장>을 보면서 가끔 ‘진정성’에 대해 의심이 가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동생 송혁과 친구 우재의 동성애는 섹스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영화에서 관계의 과정에 대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았고 사랑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섹스만으로 둘의 관계가 구축되어있다. 또한 둘의 섹스는 적나라하게 노출되었고 파격적이다. 둘의 섹스를 목격한 송준은 마치 심판자인 것처럼 둘에게 주먹질을 하면서 벌을 주고 둘을 죄인으로 만든다. <분장>은 어떤 측면에서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기도 하다. 남연우 감독이 그들의 입장을 생각했다면 과정 없는 섹스로 그릴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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