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땐뽀걸즈> 한줄 관람평
박범수 | 마냥 엄혹할 것 같은 그곳에도 꿈꾸는 아이들의 경쾌한 스텝이 있다
조휴연 | 원하는 '것들'을 가져보기 위해
최대한 | 소녀들에게 선생님은 노력의 결실을 제시했다
이가영 | 막막한 현실에서 회상할 추억이 있다는 든든함
김신 |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법한 올해의 무표정이 여기에 있다
남선우 | 무언가 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을 돕는 사람들.
<땐뽀걸즈> 리뷰: 원하는 '것들'을 가져보기 위해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내가 원하는 걸 두 개는 못 가지는 거잖아요”
땐뽀(댄스 스포츠)반의 ‘현빈’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게 됐다. 선생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댄스 스포츠 동아리에 재미를 붙여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마음껏 몸을 던져 연습하기는 힘들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텝을 밟아보는 게 현빈이 할 수 있는 나머지 연습이다. 하지만 친구들한테 그런 사정을 모두 이야기 하기는 힘들다. 연습이 잘 되지 않아서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면 술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고 학교를 빠진다. 현빈의 경우 땐뽀반에 더 마음을 쏟을수록 '하나쯤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커진다. 취미를 마음껏 누리기에 생활은 팍팍하지만, 춤이 재미있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있으면 즐겁다. 현빈의 상황을 알게 된 선생님은 네 잘못이 아니다’라거나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라고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현빈이 조금 더 ‘땐뽀’에 마음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빈을 비롯해 거제에서 여상에 다니는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일터로 나가게 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학교와 가정과 지역이라는 울타리는 아이들로 하여금 먹고사는 문제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나 선생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 승진을 포기하고 땐뽀반을 맡아 가르치는 선생님의 존재는 영화를 떠받치는 큰 기둥처럼 느껴진다. 많은 어른들과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과 같이 웃고 떠들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선다. 학교 바깥에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춤을 출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현빈을 포함한 땐뽀반의 아이들은 다르다. 춤을 추며 더 많이 웃고, 더 열정적인, 능동적인 사람이 된다.
<땐뽀걸즈>는 고등학교 시절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될 동아리 활동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땐뽀반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을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취업을 앞두고 있거나 가족의 해체를 경험했거나 생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삶에서 하나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는 게, 가질 것을 꿈꾸는 게 사치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땐뽀걸즈>는 아이들의 입과 표정, 행동을 통해 '그럼에도 꿈꿔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일' 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의 말미, 얼마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무사히 대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학교 축제에서 공연을 하는 동안 현빈의 얼굴이 땐뽀반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은 그래서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원하는 ‘것들’을 가져보려는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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