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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공(O)존 <꿈의 제인>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은 2017. 7. 6.


 공(O)존 <꿈의 제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6 22일(목)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조현훈 감독, 이상희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더 좋은 영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는 세 번, 네 번째에도 그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선사하는 듯하다. 영화 <꿈의 제인>은 그런 영화들 중 하나다. 물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보는 데에도 큰 에너지를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드는 영화 <꿈의 제인>. 진행을 맡은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와 감독 조현훈, 그리고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이상희 배우가 인디토크게 함께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이번에 두 번째로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희 배우는 <꿈의 제인> 어떻게 봤는지?



이상희 배우(이하 이): 아름다운 영화다. 아름답다는 표현을 슬플 때도 쓸 수 있다더라. 나에게 <꿈의 제인>은 그런 영화다. 저도 오늘 극장에서 두 번째로 봤다. 내 기준에서 말로 전달하기 편한 영화가 있고 어려운 영화가 있다. <꿈의 제인>으로부터 받은 게 많은데 여러분들에게 말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싶은 영화이기 때문에 다시 봐도 역시나 아름다웠고 어딘가 꼭 존재했으면 하는 ‘제인’같은 영화다.



조현훈 감독(이하 조): 극장에 오는 일도, 영화를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그리 친절하지도 않은데 메시지에 귀 기울여주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저를 비롯한 스태프들 모두, 우리가 보낸 편지에 답장을 받는 기분인 요즘이다. 



진: 여름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눅눅한 여름 공기에 네온사인이 켜진 종로 거리를 걸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희 배우는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해서 볼 수밖에 없었을 텐데, 연기할 맛 나는 캐릭터들이 담긴 영화라 부럽기도 했을 것 같다.



이: 캐릭터들이 다들 살아있어서 되게 좋은 자극을 받았다. 이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구교환 배우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촬영 전 피팅을 막 마쳤을 때였는지 제인 풀 착장을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이었다. 깊고 음습한 분위기. 그래서 대체 무슨 역할을 맡았을까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나오더라. 제인이라는 캐릭터의 아픔이나 힘듦의 기저는 공유하되 다른 양상으로 표현을 해내서 연기가 훨씬 풍성하고 다채롭게 느껴졌다. 웃고 있어도 아픈 듯, 그러면서도 함께 즐거운. 그리고 이민지 배우는 영화 맨 처음부터 극중 ‘소현’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해서 그 캐릭터가 하는 말과 행동, 그 모두를 온전히 나에게 담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정말 캐릭터 구축에 함께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인이 해변을 걷다가 쓰레기를 줍는 장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한 장면인데도 그 캐릭터의 성격이 온전히 다 묻어나오는 느낌이었다. 부연설명 없이도 다 느껴지는 부분들이 참 좋았다.



진: 사실 저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구교환 배우에게 너무 놀라서 다른 배우들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그래서 실례되는 말이지만 그때는 소현 역이 다른 분으로도 대체가 가능한 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까 소현 역이 얼마나 깊이 있고 무거운 역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저처럼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봐서 제인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던 분들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이 이야기가 소현에게 얼마나 아픈지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상희 배우 말대로 이 영화는 배우들과 감독님이 함께 하모니를 잘 이뤄낸 영화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 제인이라는 인물을 가장 먼저 만났다. 구교환 배우가 제인을 맡겠다고 결정한 이후 다른 배우들에게도 그 사실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가 함께하게 되었을 땐 거의 캐스팅이 마무리 되어가던 시점이었다. 두 배우가 캐스팅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셈이다. 구교환 배우가 모든 장면에는 나오지 않는 반면 이민지 배우는 대부분의 장면에 나온다. 그래서 저에겐 이민지 배우가 의지할만한 배우였고 믿을 수 있는 배우였다. 한편 제인은 저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제인이 등장하는 장면과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제인과 함께 작업을 하고 나면 또 다시 힘과 용기를 얻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은 두 사람과 함께하는 장면이었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렇게 두 배우로 시작해서 두 배우로 끝나는 영화가 된 것이다. 어디선가 제인과 소현 두 사람이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고 쑥스럽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진: 영화에서 특정 장면이 특히 가슴에 와 닿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저의 경우에는 바닷가 장면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터널 장면이 와 닿았다. 이상희 배우는 어떤 장면을 가슴에 담았는지 궁금하다.



이: 처음 볼 때도, 오늘도, 영화 맨 처음 제인이 고개를 들며 “다시 돌아왔구나”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듣기로는 그 장면이 첫 날 첫 촬영이었다고 한다. 구교환 배우를 영화에서 처음 봤을 때 장국영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렇게 깊이감 있는 눈빛이 첫 촬영에서부터 가능했다는 게 너무 놀랍고 질투 났다. 그 장면이 너무 좋다.



진: 영화 속 호흡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끝나고도 함께 작업을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조: 아직 그럴만한 경황은 없었다. 이번에 이 영화로 뉴욕아시아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오며가며 비행기 안에서 배우님들과 이야기 한번 나눠보겠다.



이: 아주 사소한 부분인데도 인물들의 성격이 비추어지는 장면들이 있다. 쓰레기를 줍는 제인이나 미러볼을 훔쳐오는 제인 등 대본에 적혀있던 것인지 아니면 배우의 아이디어였는지, 함께 의논한 것인지 궁금하다.



조: 대본에서의 제인은 훨씬 까다롭고 까칠한 이미지였다. 구교환 배우가 소화한 캐릭터에서 보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부분들이 있다. 좀 더 유머러스하고 사려 깊게 변했다. 가령 제인이 휘파람을 부면서 기차소리를 흉내 내는 장면 같은 경우는 처음엔 제가 빼려고 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는데 너무 우스꽝스러워지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다. 그러나 연기로 잘 살려서 결과적으로 더 멋진 장면이 되었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는 본인이 캐릭터를 아주 세밀하게 잡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편집을 하는 도중에 알아차린 부분이 많다. 예컨대 제인이 구토하고 소현이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이 있다. 대본에는 ‘등을 두드린다’와 같이 평이하게 적혀있었다. 편집을 하면서 보니 이민지 배우가 제인의 등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더라. 좋았고 감사했다. 특히 이민지 배우는 시선처리나 타이밍 같은 것들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해낸다.



진: 구교환과 이민지라는 두 배우가 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민지 배우는 외모에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큰 눈동자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흠칫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 몇 있기도 하다.



이: 저도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런 순간들이 특히나 많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착한데 너무 무서운 그런 느낌.





진: 혹시 구교환 배우의 대사에서 애드리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 워낙 많이 중얼중얼 하는데,(웃음) 이번 작업에서 특히 감사한 게, 저의 의도를 많이 배려해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준비를 해서 그대로 연출을 했을 때 가장 애드리브처럼, 실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부분을 많이 존중해줬다. 배우님들이 대본에 충실했고 의논이 필요한 부분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이야기했다. 분명 애드리브가 있었을 텐데 기억나는 건 없다.



이: 구교환 배우는 문장을 소화할 때 절반은 그대로고 끝부분만 살짝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연기를 하기 때문에 딱히 애드리브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애드리브가 아니지만 애드리브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는 배우다. 어미를 바꾸거나 살짝 첨언을 하는 식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구교환 배우에게 배우로서의 어떤 매력이 있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게 무엇인지 완전히 깨닫게 됐다. 그에게는 풍자와 해학이 있다. 어떤 단어나 손짓을 해도 잘 묻어난다.



진: 그러한 풍자와 해학의 미는 그가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들에서 특히 잘 묻어난다. 그래서 다음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이자 연출자이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레옹>(1994)이 떠올랐다. 제인과 소현 두 사람이 마치 레옹과 마틸다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 속 두 사람은 마주보기보다는 유난히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걸어 다니는 장면이 많다. 특별히 의도한 것인지?



조: 우선 <레옹>을 언급해주셨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영화의 모태가 된 작품이 존 카사베츠 감독의 <글로리아>(1980)인 걸로 알고 있다. <꿈의 제인>의 제인 역시 그 작품의 ‘글로리아’ 캐릭터를 참고했다.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순 없지만 제인의 인물상을 그 영화에서 따왔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마 그런 제인의 생각이 반영된 장면들이 아닐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어가는.



관객: 유독 제인이 동그란 것들에 주목하고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이 영화 속 인물들이 다들 어딘가 결함이 있고 상처가 있다고 느꼈다. 그 중에서도 다른 이들 모두를 감싸주고 안아주는 제인은 특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조: 구교환 배우는 이렇게 답하더라.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 특정한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이유를 가지고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이 영화 전반의 주제의식이 동그란 것들의 형체에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필자가 영화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을 때마다 하는 고루한 말이지만 어쨌든 또 한 번 <꿈의 제인> 역시 비단 영화 속 제인과 소현에게만 종속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제인과 소현이 꼭 실제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마치 꿈과도 같은 제인의 모습은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아스라이 사라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붙잡고 싶어지는 현실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지, 가 아니라 함께 오래 오래 힘들게 같이 살아가고 싶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해서 죄송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어리광부리듯, 이기적이지만 나의 이야기인 냥 소중히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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