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가현이들’을 응원합니다 인디피크닉 2017 <가현이들>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월 9일(일) 오후 4시 상영 후
참석 윤가현 감독
진행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가현이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 만난, 감독과 이름이 똑같은 두 명의 가현이를 통해 알바노동자와 알바노조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 섹션에서 소개된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인디토크에서 윤가현 감독을 만나 스스로의 이야기를 구호로 만들어 외치며 연대하는 알바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지연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이하 이): 먼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그리고 과정들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윤가현 감독(이하 윤): 영화에서 보셨다시피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하 알바노조)에서 1기 집행부 일을 하고 있었고 김미례 감독님의 <외박>(2009)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어요. 여러분들이 아시는 ‘송곳’이라는 드라마 이전에 <카트>(2014)라는 극영화가 있었고 그 이전에 <외박>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어요. 보고 나서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바로 다음 날 알바노조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겁도 없이 만들게 되었어요. 집행부 일을 하면서 신문, 라디오 같은 언론 매체 인터뷰를 정말 많이 했어요. 다른 이야기를 해도 결국 나가는 것은 “한 달에 알바로 60만 원을 벌면 그중에 30만 원이 월세로 나가요” 같은 불쌍한 이야기더라고요. 삼각 김밥이나 컵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요. 제 인생은 사실 그렇게 불쌍하고 초라하지 않은데 미디어가 그렇게 만들죠. 그래서 그렇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한 거예요.
이: 감독님의 첫 영화입니다. 영상 작업에 취미가 있었나요?
윤: 2학기 정도, 잠깐 방송연출학과를 다녔어요. 그때도 카메라를 드는 것보다 과정이 즐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다큐멘터리는 전혀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미디액트에서 독립다큐 제작과정을 듣고 나서 바로 만들게 되었어요.
이: 저는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일하고 있어요. 다들 독립영화 하는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모든 언론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취재하러 온 분으로부터 “컵라면 먹는 장면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런 얘기를 들을 때 한계를 많이 느껴요. 우리가 늘 컵라면을 먹는 건 아닌데. 선입견과 편견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외박>을 비롯, 노동을 다룬 독립영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현이들>은 다른 영화들보다 밝고 유쾌한 분위기에요.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첫 영화라서 톤을 잡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윤: 영화를 굉장히 열심히 찾아 봤어요. 제가 염두에 둔 첫 번째 관객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들과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보통 다큐멘터리라 하면 ‘인간극장’이나 ‘다큐멘터리 3일’ 같은 방송을 생각하죠. 영화는 어쨌든 그것들과 조금은 달라요. 노동 소재 영화들을 보면 감정이 가라앉고 진정되지 않아 힘들죠. 그런 현실들은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미디어에서 ‘불쌍한’ 노동자들을 많이 보여주니까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렇게 온 것 같아요.
관객: 크레딧에 ‘고(故) 권문석 님’이 나오는데 어떤 의미가 있어 넣은 건지 궁금합니다.
윤: 고(故) 권문석 님은 같이 집행부 일을 하다가 과로사로 돌아가신 분이에요. 왜 최저임금이 1만 원이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전략을 열심히 짜던 분이었는데 그때 과로를 하다 돌아가셨죠.
관객: 십시일반 약자끼리 모여서 자본가에 맞서 싸우는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저도 영화를 만들려고 자료 조사하다가 경산의 씨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살해당한 사건을 알게 되었어요. 대표가 사과했지만, 사과 아닌 사과로 유가족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알바노조도 그 사건에 개입했습니다. 앞으로 알바노조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알바노조를 후원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약간 설명을 해드리면, 경산 씨유 편의점 알바노동자가 살해를 당했고 봉툿값에서 시작된 사건이에요. 어떤 매장은 값을 받지 않고 봉투를 주기도 하지만 그 알바노동자는 봉툿값을 꼭 받아야했던 거죠. 그래서 취객과 알바노동자가 시비가 붙었고 취객이 알바노동자를 칼로 찔렀어요. 보통 편의점은 좁고 안에 물건을 많이 채우기 때문에 당시 알바노동자가 도망갈 곳이 없었던 거죠. 알바노조는 본사에게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사건이 뉴스에 나왔을 때 본사가 분명히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지금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에요. 본사가 나서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본사 앞에 가서 사과 요구도 하고 재발 방지 일인 시위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있어요. 알바노동자가 재수가 없어서 죽은 게 아니라 모두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본사가 무엇을 약속하는지 지켜보고 계속 대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알바노조는 매해 책정된 최저임금을 최소 조합비로 내요. 온라인으로도 가입할 수 있어요. 만약에 노조에 가입하는 게 어렵다면 ‘알바연대’라는 단체도 있습니다. 알바연대로 후원할 수 있어요.
관객: <가현이들> 첫 상영 이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 가현이들은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윤: 놀랍게도 맥도날드 해고 노동자 가현이는 알바노조 위원장이 되었어요. 또 다른 가현이는 ‘불꽃페미액션’에서 ‘페미들의 성교육(언니들의 성교육)’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가현이들은 영화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윤: 처음에는 저랑 똑같았어요. 저는 눈을 가리고 봤거든요. 너무 창피해서요.(웃음) 두 가현이들도 되게 부끄러워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저랑 다르게 연예인 기질이 있어요. 카메라를 절대 두려워하지 않아요. 마이크 잡는 것도 그렇고요. 지금은 매우 좋아하고 만족해하고 있어요. 두 친구 모두 진행하는 사업이 바빠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관객: 앞으로 다큐멘터리를 또 찍을 건지, 찍는다면 어떤 내용으로 찍을지 궁금합니다.
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영화 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의 가장 큰 투자자는 저거든요. 돈도 시간도 많이 들었어요. 기획, 촬영, 편집 다 제가 했고요. 그런데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내가 나한테 보내는 위로의 편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너는 하찮지 않아’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저처럼 느낀 관객 분들이 많았나봐요. 이 영화가 큰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행복했어요.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제 인생 최고의 행복이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더 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해서 한 번 더 만들어 보려고 해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꾸미기 노동에 관한 이야기에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영화관에서 알바 할 때 화장이 의무고 머리망, 구두, 스타킹 등을 본인이 다 사야 해요. 어느 날 이사하려고 짐을 싸다 보니 머리망이 다섯 개도 넘게 나오더라고요. 검정색 단화가 종류별로 네 켤레나 나오고요. 다 제가 직접 산 거에요. 심지어 롯데시네마는 교육시간에 화장법에 대한 교육도 해요. 립스틱 색깔을 어느 회사의 제품 몇 호까지 지정해주기도 해요. 이런 꾸미기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어요. 두 번째는 청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 주위에 대학 진학을 거부한 친구들이 있어요. 미디어 또는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청년들은 4년제 대학을 나온 대상으로 국한되곤 하는데 저는 그 청년이라는 단어를 좀 해부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기본소득은 왜 청년 기본소득일까요? 줄 거면 다 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런 명칭 자체가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청년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가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배급 계획, 그리고 마무리 인사까지 부탁드립니다.
윤: 공동체 상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각 단체로부터 알음알음 연락이 와요. 알바노조 지역분회에서도 공동체 상영을 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에서 ‘가현이들’ 검색하면 상영 정보를 볼 수 있어요. 부담없이 연락주세요. 영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주변 분들과 같이 보고 얘기 나누면 좋겠어요. 최저시급 1만 원이라는 말이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구호라는 생각이 들어요. 허황되거나 어색하지 않아요.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수많은 가현이들, 그리고 감독님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가현이들>에는 국회, 명동 거리, 광화문 등지에서 “헬조선 탈옥 매뉴얼”,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피켓을 들고 외치는 수많은 ‘가현이들’이 등장한다. 부당한 기업 매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외치는 세 가현이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정당한 요구를 당차게 해내는 가현이들. 그리고 이름은 다르지만, 용기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가현이들’. 그들이 있었기에 알바노동자들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다. 수많은 ‘가현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Community > 관객기자단 [인디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즈] 공상과 일상 사이의 매력 '인디피크닉 2017' <일어나기> <천에 오십 반지하> 인디토크 (0) | 2017.04.20 |
---|---|
[인디즈] 흑백 악보가 다성악을 그리듯이 '인디피크닉 2017'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인디토크 (0) | 2017.04.19 |
[인디즈]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얼굴 '인디피크닉 2017' <분장> 인디토크 (0) | 2017.04.17 |
[인디즈 Review] <다시, 벚꽃>: 봄의 마음으로 (0) | 2017.04.13 |
[인디즈_기획] 삼인행(三人行): 영화 공간 탐방기 (0) | 2017.04.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