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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탐욕의 별> : 마비된 돈, 마비된 사람들

by indiespace_은 2016. 5. 4.





 <탐욕의 별줄 관람평

김은혜 | 정의의 별은 사라지고 탐욕의 별만 남았구나

박정하 | '산수'가 아닌 '수학'이 지배하고 '투자'라는 이름으로 거대규모의 '착취'가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이 곳, 탐욕의 별

김민형 | 마비된 돈, 마비된 사람들

위정연 | 탐욕과 부패로 점철된 '보이지 않는 손'

김수영 | 탐욕의 기지가 된 한국, 그 이면에 대하여




 <탐욕의 별리뷰: 마비된 돈, 마비된 사람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금융업은 몸에 흐르는 피와 같다. 한 인터뷰이가 말한다. 그의 말대로 피는 손끝 발끝까지 잘 닿아야 한다. 뇌와 몸을 움직이기 위해 피가 골고루 흐르는 것처럼 자본은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잘 흘러야 한다. 그는 몇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금융업 전반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금융업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이라는 피가 이 사회에서 잘 흐르고 있는가. 알다시피, 어느 곳에선 자본이 흐르지 않고 굳어있다. 자본이 흐르지 않자 몇몇 부분은 마비 증세를 보인 지 오래다. 투기자본과 재벌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이, 노동자는 더는 희망을 얘기할 수 없게 되었고 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되었다. 이제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용어로 사회의 병든 모습을 지적하고 풍자한다. 동시에, 마비된 일부분에 자신이 있다는 걸 알고 한탄하기도 한다.



단지 자조와 한탄으로 그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귀현 감독의 <탐욕의 별>은 병든 사회의 이면을 추적하고 진단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영화는 마비된 사회의 일부분을 비추며 시작한다. 쌍용차 노동자를 둘러싸면서 잔인하게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의 모습과 그 공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여성의 얼굴이 교차된다.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구조조정은 강행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삶과 목숨을 구조하고 조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왜 이런 폭력을 당해야만 하는가. 왜 죽음에 내몰려야 하는가. 영화는 병든 사회 이면에 ‘투기자본’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IMF 이후, 외국자본에 기업을 넘기는 것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외국자본은 어떠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이익만을 추구했고, 그 결과 끝없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갔다. 그렇게 외국자본에 의해 약 300조의 국부가 대한민국에서 유출된다.



영화는 국가의 자본 유출 경로를 밝히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감독은 자기 시선을 주식과 국민연금 그리고 자본시장법으로 확장한다. 무지막지한 외국자본의 횡포를 본 뒤, 이 나라 자본은 그들이 행했던 악행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답습한다. 특히 자본시장법은 그야말로 투기를 활성화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힌 법이다. 더는 자본의 사회적 책임인 생산, 고용, 납세를 하지 않게 된다. 자연히 노동의 가치는 외면되고 돈을 매매하는 행위만 강조된다. 노동은 서로의 재화를 교환하면서 일정한 가치를 만들어내지만, 돈을 가지고 돈을 사는 것이 무슨 가치를 만들어낼지 의문이다. 나아가, 감독은 주식과 펀드가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활동에서 이타적인 것만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돈이 돈을 버는 끝없는 탐욕의 고리가 어떤 가치를 생산하지 않을뿐더러, 그 탐욕이 개인에게 불행으로 다가온다면 일정 부분 제동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순간 감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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