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ion Note
연변에서 영화를 만다는 다는 것의 의미
전 세계적으로 영화는 가장 광범위한 관객을 보유한 예술장르임이 분명하지만, 정작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에게는 ‘연변’이라는 지명으로 익숙해진, 중국 조선족 동포들 중에서도 ‘영화제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꿈’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하나의 ‘로망’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조선족 동포들만으로 스텝을 구성하여,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하기에 조선족 동포들이 연출한 영화는 있을 수 있지만, ‘연변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는 없었던 것이다.
북경영화학원 출신의 엘리트가 생각하는 형제들
김광호 감독은 북경영화학원에서 촬영을 전공했다. 중국에서 영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이 학교를 졸업한 김광호 감독은 ‘동포 형제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을 만큼, ‘연변’을 지키면서, ‘연변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는 꿈을 오래 전부터 꿈꿔왔다. 그리고 실제 어릴 적에 전기누선 사고로 양팔을 잃은 ‘최금호’씨에 관한 다큐멘터리 ‘금호의 삶의 이야기’을 연출하면서, 시나리오 <궤도>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제작방법을 고민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목표는 한 가지! 연변에서 찍고, 감이 형제라고 부를 수 있는 동포들로 스텝을 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디지털의 힘! 그리고 한국 제작지원시스템과의 절묘한 만남
김광호 감독이 근무하는 연변 TV방송국도 디지털화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카메라도 조명
기도 준비할 수 있었으며, 디지털 편집도 가능했다. 하지만 정작 자금은 없었다. 물론 스텝
들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장비에 대한 이해력도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6년, 2007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주최로 ‘연길 디지털 워크샵’이 개최되고, 스텝들 사이에서 ‘우리도 해보
자!’라는 움직임이 형성됐다. 급기야 영화진흥위원회가 ‘재외동포 저예산영화 제작지원작’으
로 <궤도>을 선정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펀드 후반작업 제작지원작’으로 역시 선정
되면서, 영화 <궤도>는 완성될 수 있었다.
독립영화는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적 제약을 늘 가지고 있다. 전작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며, 실제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인 최금호씨를 주연배우로 선정하였으며, 철저하게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 의해 극을 이끌어 가겠다는 김광호감독의 결정은 ‘장애인의 정서와 시각’에 대한 오랜 경험에 바탕을 둔 형식이었다. 주인공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씬을 배분하고, 세트를 감독이 직접 제작하고, 열악한 조명을 농촌이라는 공간 배경 속에 어색하지 않게 배치함으로써 저예산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망종>의 장률 감독,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를 프로듀싱하면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본인, 연길 디지털 워크샵을 주최했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박기용 원장 등 흔쾌히 <궤도>의 완성을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은 지인들의 도움과 김광호 감독의 뚝심이 적절하게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을 비롯, 세계 유수의 영화제의 경쟁부분에 초청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궤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연변’의 힘을 기대한다
중국에서도 작은 도시인 연변조선족 자치주의 연길시는 <궤도>의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소식에 크게 들썩였다. 젊은 후배들은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고, 그리고 2008년 현재, 두 편의 장편 독립영화가 완성되었다. 물론 김광호 감독 또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중국도, 한국도 아닌 독특한 분위기의 색다른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선 영화가 바로 연변최초의 독립영화 <궤도>이다.
프로듀서 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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