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 소소대담] 청춘의 영화, 시 같은 영화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청춘이 스크린을 차지한 영화가 유달리 많았던 3월. 지난달의 영화를 되돌아보며 청춘으로서, 인디즈로서 낸 목소리는 ‘단편영화’와 ‘크라우드펀딩’까지 이어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디즈의 두 번째 소소대담을 통해 영화에 대한 짧은 사색을 나눠보고자 한다.
김수영: 소소대담 두 번째 만남이에요. 첫 번째 소소대담 때는 두꺼운 옷을 입고 계셨는데 이젠 다들 옷차림이 많이 가벼워지신 것 같아요. 첫 모임 때, 글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많이 토로하셨는데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부담도 가벼워지셨는지 궁금하네요.
박정하: 저는 가면 갈수록 한줄평이 어려워요. 그래서 마감이 늦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나겠지’라는 생각하고 막상 아침이 되면 마감시간까지도 생각이 안나요.
김수영: 근데 항상 한줄평 볼 때 ‘나빼고 다들 잘 썼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은혜: 아직도 글 쓰는 건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김수영: 3월에는 <글로리데이>, <수색역>과 같이 청춘이 화자로 등장한 영화가 많이 개봉했어요. 이와 같이 청춘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아진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은혜: <파수꾼>(2010) 이후부터 반복되는 코드가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스토리로 풀어나가긴 하지만 대부분 ‘미숙한 소통’이라든지 ‘불안함’과 같은 공통된 코드이거든요. 이것도 하나의 클리셰가 되는 건 아닐지 싶어요. 어두운 이면만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 <족구왕>(2013)이 풍자를 하면서도 발랄하고 유쾌하게 풀어서 흥행했다는 칼럼을 봤는데 이젠 밝은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홍보팀장: 저도 비슷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파수꾼>에서부터 시작된 네 명의 남자 고등학생, 그 사이에 소녀 한 명이 껴있는 설정, 남성 감독에 의한 남성의 어린 시절. 이런 것들이 너무 소비되는 것 같고 이런 이야기가 이제는 조금 지겹다는 느낌도 들어요.
위정연: 같은 또래로서 공감은 되어서 좋지만 계속 반복되니까 가치가 가벼워지는 건 아닐지 걱정되기도 해요. 다른 분위기로 밝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민형: 저는 왜 이런 영화가 개봉하는가가 궁금해요. 클리셰고 영화의 완성도도 높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왜 이 영화들이 독립영화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또 개봉하는지 의문이에요.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청춘들을 어떻게 재현하는지에 대해서 이 영화가 중요한 레퍼런스인가?’에 대해서는 독립영화 안에서,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박정하: <글로리데이>는 어른들에 의해서 상처 입고, 때 묻은 청춘을 표현하잖아요. 뻔하긴 하지만 실제로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뻔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소재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어요. 그런데 <수색역>은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다른 리뷰도 많이 찾아봤는데 다들 청춘 드라마에선 볼 수 없는 무엇이 있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한 아이가 관심을 못 받고 삐뚤어지는 건 알겠는데 청춘으로서 그도 피해자란 느낌이 들진 않아요. 어디까지 옹호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살인이 용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영화 끝 무렵으로 갈수록 연민의 눈빛으로 주인공을 바라보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여자들로 구성된 사총사 이야기 영화가 한번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성 감독의 영화에도 욕이 난무할지 궁금하네요.
김은혜: <여름의 끝자락>(2015)과 같이 단편영화에서는 여고생에 대한 영화가 많았던 것 같아요. 뻔한 클리셰여도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면 재미있을 것 같고,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홍보팀장: 보통 이러한 영화들이 기본적으로 흥행이 돼서 그런 것은 아닐지 싶어요. 신인남성배우의 등용문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고요.
김수영: 단편영화 기획기사("짧음의 미학: 단편영화 본연의 호흡과 색깔" >> indiespace.kr/2841) 재밌게 읽었어요. 단편영화를 선정하신 기준이 따로 있었나요?
위정연: 각각 세 편씩 썼는데 저는 아는 영화가 두 개 밖에 없어서 민형씨에게 하나 얻었어요. 단편영화의 특징이 뭐가 있을지 생각했을 때 ‘찰나의 순간을 담는 것’과 장편영화에선 볼 수 없는 ‘실험적인 영화’ 몇 가지가 생각났어요.
김민형: 저는 유명한 단편영화로 선택했어요. 독립영화 중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영화가 있잖아요.
박정하: 저는 단편영화를 단편소설 같다고 생각했었고 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특별히 시 같다고 느낀 부분이 있으신가요?
김민형: 단편영화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스토리로 이끌어가는 형식이 있고, 짧은 이미지로 찰나의 순간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고요. 단편의 매력은 스토리보다 좀 더 압축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를 한 순간에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꼭 이래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지향하는 단편영화의 가치, 매력은 좀 시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금 단정적일 수 있지만 시 같은 단편영화가 좋다는 제 표현 일수도 있고요.
김수영: 항상 친구들이 “너는 단편영화가 왜 좋아?”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 해줘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데 이젠 “시 같아서”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김민형: 저도 사실은 수업시간에 들은 이야기예요. 이송희일 감독님의 단편영화 수업을 들었어요. 감독님께서는 장황한 스토리보다도 단편영화만의 강렬하고 압축적인 시 같은 매력에 끌려서 단편영화를 만드신다고 하셨어요. 그 때, ‘아! 이거 표현이 참 좋다!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웃음)
김수영: 크라우드펀딩 기획기사("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된 영화들" >> indiespace.kr/2856)는 제작지원을 받은 영화, 개봉지원을 받은 영화, 제작지원과 개봉지원을 받은 영화로 나눠서 기사를 작성하셨어요. 정보 수집을 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박정하: 저희는 이런 분류 없이 처음에 도움 받은 영화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세 편 정도? 많아야 네 편 정도가 있을 꺼라 생각했어요. 크라우드펀딩에 있어 유명한 영화를 찾기 위해 검색했는데 유명한 영화가 너무 많은 거예요. 저희 기준에서는 다 버릴 수 없는 영화들이었어요. ‘왜 우린 몰랐지?’란 생각도 들었고요. <귀향>이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도 말하고 싶었기에 더 많은 영화를 소개하게 된 것도 있어요.
김은혜: 독립다큐멘터리는 사회성이 강해서 그런지 펀딩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후원을 받고 이슈화된 작품들이 많았어요.
김수영: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제나 영화관의 크라우드펀딩도 기사로 쓰셨는데 영화제, 영화관까지 묶으신 이유가 있나요?
박정하: 영화 산업이라고 크게 봤어요.
김은혜: 얼마 전 <해피 엔드>(1999) GV에 갔을 때, 어떤 분이 이 작품이 펀딩을 받아 제작된 영화가 아닌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이야기 들어보니까 <해피 엔드>부터 명필름에서 처음 펀딩을 시작했다고 해요.
누군가와 함께 곱씹으면서 영화를 조망하고 집중하듯, 인디즈는 소소대담을 통해 조망과 집중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인디즈는 오늘도 짧은 사색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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