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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된 영화들

by indiespace_은 2016. 3. 28.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된 영화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귀향>은 관객이 만든 영화였다. 7만 3164명의 사람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에 동참했고, 그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우리는 <귀향>을 극장에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큰 영화든 작은 영화든,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함에 있어 자본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은 분명할 터. ‘과연 크라우드펀딩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 가득한 질문에 <귀향>은 제대로 응답했다. 하지만 이는 비단 <귀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처럼 화제가 된 적은 없지만, 그간 영화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독립영화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관객과 만나왔다. 



1. 제작지원 크라우드펀딩 받은 영화들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야근 대신 뜨개질> <족구왕> <1999, 면회> <울보>



한국영화 최초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오멸 감독의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역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 지원을 일부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의 후반 제작지원을 받았기는 하나 일정 시기 안으로 영화를 완성해야만 지원이 가능했었기에 사람들의 후원이 지슬을 완성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지슬’은 제주어로 감자를 칭하는 말로 영화에서 가장 큰 상징이었는데, 20만원 이상 후원한 사람들에게는 덤으로 제주산 감자 10Kg를 집으로 배송해주는 이색적인 후원 선물이 있기도 했다.

인디스페이스에서 ‘으랏차차 독립영화 2016’ 기획전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던 <야근 대신 뜨개질>(2015). 노동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뜨개질에 빗댄 이 다큐멘터리는 예상보다 길어진 촬영 기간으로 프로덕션 비용이 늘어나 후반작업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였다. 리워드로 주인공들이 만든 노란 리본과 오색 팔찌를 증정하고, 공정여행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주인공들의 직업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10만원 이상 후원한 선착순 2명에게 국내외여행 상담을 해주기도 했다.

안재홍이 출연한 <족구왕>(2013), <1999, 면회>(2012) 역시 크라우드펀딩으로 후반 제작비를 마련해 작업을 완성했다. 반면, 10대의 성장기를 다룬 <울보>(2015)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후원 덕분에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던 만큼, <울보> 제작진은 캐스팅부터 크랭크인 소식, 영화가 완성된 이후 영화제 상영 소식 및 개봉 소식까지 꾸준히 후원자들에게 메일 및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세세한 경과를 보고해주었다.




2. 개봉지원 크라우드펀딩 받은 영화들 <자, 이제 댄스타임> <춤추는 숲> <잡식가족의 딜레마> <그리고 싶은 것>



2009년 한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임신중절 시술한 병원과 동료 의사를 고발한 사건 이후, 임신중절 당사자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말한 <자, 이제 댄스타임>(2013). 이렇다 할 배급사를 찾지 못해 감독이 직접 배급에 나섰고, 개봉지원마저 받지 못해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후원으로 (광화문에 위치했었던) 인디스페이스의 좌석 110석을 다 채우자는 목표로 진행했는데, 목표 인원을 충분히 넘어섰을 뿐 아니라 목표 금액 중 131%가 모여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서울의 마을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성미산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춤추는 숲>(2012)도 크라우드펀딩의 힘으로 개봉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최소 후원 금액을 100원으로 책정하였고, 단돈 100원만 후원하더라도 춤추는 숲 특별뮤직비디오영상을 메일로 발송해주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감독은 이 영화의 후속작이자 성미산 마을 시리즈 2부작에 해당되는 <소년, 달리다>(2015)도 개봉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돈가스 마니아인 감독과 그의 가족이 돼지의 참혹한 사육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내는 과정을 그린 <그리고 싶은 것>(2012) 역시 개봉후원 크라우드펀딩을 받았다.




3. 제작부터 개봉까지 크라우드펀딩 받은 영화들 <카트> <또 하나의 약속> <업사이드 다운>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싸움을 그린 영화 <카트>(2014) 또한 관객들의 응원이 십시일반 모여 영화를 개봉할 수 있었다. 보통 후원금액에 따라 이미 정해진 리워드를 받지만, <카트>는 영화사에서 준비한 굿즈 중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는 ‘응원 장터’라는 컨셉으로 진행돼 174%라는 높은 목표율을 달성했다. 이후 한 번 더 있었던 개봉지원 크라우드펀딩 또한 목표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은 채 진행되었음에도 1억원이라는 놀라운 후원금액이 모였다.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딸을 대신해 회사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2013)은 평소에도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사회적 문제를 다룬 터라 1억원이라는 높은 목표금액에도 불구하고, 2천명이 넘는 관객들의 참여로 목표금액의 2배에 가까운 후원금이 모였다.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제작 두레’라는 이름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성공적으로 개봉을 마칠 수 있었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3번째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4월 14일 개봉) 역시 제작비와 개봉비용 모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지원받았다. 불과 작년에 같은 주제를 다룬 <나쁜 나라> 역시 크라우드펀딩의 도움을 받아 개봉한 이력이 있다. <업사이드 다운>(2015)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킥스타터’라는 유명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도 펀딩이 진행되는 등 많은 관객들이 후원을 해주었다.




* 영화 제작 지원뿐만이 아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영화제작지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를테면 ‘인디다큐페스티발’이나 ‘정동진독립영화제’, ‘들꽃영화상’과 같은 영화제들의 크라우드펀딩이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특별전이나 특별상영회의 크라우드펀딩도 열리는데, <천안함 프로젝트>(2013)가 상영금지처분을 받았을 때 청계광장에서 열렸던 특별상영회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던 ‘故 이성규 감독 특별전’이 바로 그 예이다.

여러 이유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예술영화관도 크라우드펀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작년, 불가피한 이유로 낙원상가를 떠나야 했던 서울아트시네마는 관객라운지 조성 및 이전 비용 마련에 필요한 금액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 받아 지금의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작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인디스페이스도 곧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소셜펀치’를 통해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캠페인의 일환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다.


크라우드펀딩! 어디서 할 수 있나요?
다음 스토리펀딩 https://storyfunding.daum.net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밥 한 끼, 커피 한 잔 등이 모여, 영화가 제작되고, 개봉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은 참으로 따뜻하다. 이 따뜻한 과정에 우리가 참여하는 이유는 아마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그 메시지를 함께 외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지속되어 이 따뜻함이 계속되길, 우리들의 ‘티끌’과도 같은 참여로 더 많은 독립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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