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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밀양 아리랑> : 날 좀 보소.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by indiespace_은 2015. 7. 23.

<밀양 아리랑>










 SYNOPSYS                                                        

“고향 땅에서 눈을 감고 싶었던 밀양 할매들은 

오늘도 싸움을 살아냅니다”


우리 밭 옆에 765인가 뭔가 송전탑을 세운다케서 농사꾼이 농사도 내팽겨치고 이리저리 바쁘게 다녔어예. 그거 들어오면 평생 일궈온 고향땅 잃고, 나도 모르게 병이 온다카데예. 동네 어르신들이랑 합심해가 정말 열심히 싸웠는데 3천명이 넘는 경찰들이 쳐들어와가 우리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어 놨었습니더. 산길, 농로길 다 막고 즈그 세상인 냥 헤집고 다니는데 속에 울화병이 다 왔어예. 경찰들 때문에 공사현장에도 못 올라가보고, 발악을 해봐도 저놈의 철탑 막을 길이 없네예. 아이고 할말이 참 많은데 한번 들어보실랍니꺼. 







<밀양 아리랑>줄 관람평

양지모 |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김민범 | 날 좀 보소. 밀양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

이도경 | '전자레인지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잊을 수가 없다

전지애 | 국가는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밀양 아리랑>리뷰

<밀양 아리랑> : 날 좀 보소.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범 님의 글입니다.


경상도 지방의 민요 ‘밀양 아리랑’은 흥겨운 노래다. 세마치장단으로 밀양지방의 명소인 영남루와 아랑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밀양 아리랑의 한 대목에는 ‘날 좀 보소’라고 여러 번 반복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밀양 아리랑>은 흥겨운 민요와 다르게 밀양에 765kV 송전탑이 세워지면서 벌어졌던 처절한 장면을 봐달라고 하고 있다. 영화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서울, 경기권의 대도시로 보내기 위해 765kV 송전탑을 밀양 지역에 세우면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담고 있다.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을 근거로 밀양 지역 개인 소유의 땅을 강제수용하고 송전탑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밀양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와 부딪친다. 정확한 설명이 없었으며, 토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의 선로 문제로 송전탑 건설의 당위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의 자살, 합의 문제로 인한 주민간의 갈등 등 문제가 심화되었다. 



주민들은 경찰들과 싸우고, 분노하고, 소리 지른다. 자신들이 살아왔던 집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을 먹여 살린 논과 밭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쟁한다. 영화는 처절한 투쟁의 모습뿐만 아니라 투쟁하는 이들의 일상 역시 담고 있다. 농사짓는 일, 여군이 되고 싶었다며 매일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어무이, 밥을 지어 먹는 일, 귀농한 부부의 모습까지 그들의 보통 날을 보여준다. 그들은 작은 일에 웃으며 열심히 사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송전탑이라는 거대 공권력이 들어오면서 많은 것이 달려졌을 뿐이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내부에서도 싸움이 벌어진다. 주민들 간에 의견이 갈라져 이웃사촌이 원수가 되었다. 또한 송전탑이 세워졌던 다른 지역에서는 암 발생률이 늘었다. 송전탑 주변의 땅에 형광등을 꽂으면 밝게 빛난다. 탑 주변에 항상 전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밀양 주민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 밀양은 아수라장으로 변해간다.



공권력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연대를 하고 밤낮으로 싸워도 상대는 너무 크다. 밀양 시민을 제압하기 위해 수 천 명의 경찰이 투입되고, 출처가 불분명한 소식이 보도된다. 무력감이 느껴진다. 송전탑은 예정대로 세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 주민들이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의 고통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765kV 송전탑을 반대하는 일은 원전을 반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밀양 아리랑>을 보면서 사람은 얼마나 많은 빚을 져가면서 살고 있는 지를 생각했다. 방을 밝히고 있는 불과 리뷰를 쓰고 있는 노트북 역시 밀양의 송전탑을 통해 올라온 전력인지도 모른다. 내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 하는 데에 어떤 이의 값을 매길 수 없는 희생이 있음을 보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밀양 아리랑’을 생각한다. 밀양 아리랑에 나오는 아랑의 설화는 절개를 지키기 위해 죽은 젊은 여인의 이야기이다. 아랑도, 밀양의 주민들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절박하게 노력한다. (절개가 현 시대에도 중요한 가치라는 것은 아니다.) 아랑은 죽었고, 밀양에는 송전탑이 세워졌다. 그렇지만 아랑은 노래로 남겨졌고, 밀양의 싸움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널리 퍼져 송전탑이, 핵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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