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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영화진흥위원회의 일방적인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폐지 시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by indiespace 2015. 2. 3.
영화진흥위원회의 일방적인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폐지 시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지난 1월 23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을 개편하겠다며 비공개간담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간담회에서 영진위는 독립·예술영화가 안정적으로 상영될 수 있도록 전용상영관의 유지·확대를 지원하는 기존 사업을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였습니다. 또한 간담회는 새로운 사업 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추진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자리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영진위는 사업 개편의 사유로 최근 몇 년간 예술영화 인정을 받는 영화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예술영화전용관의 과도한 교차상영으로 인해 전용관을 찾는 예술영화 관객이 감소하고 있음을 들었습니다. 이런 시장 환경 변화와 관객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전용관들이 영진위의 지원금에 기대어 안일하게 대응해왔기 때문에 기존의 지원사업의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은 이렇게 간단히 폐지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닙니다. 

현재의 독립·예술영화 시장 성장에는 영진위의 정책 지원만이 아니라 예술영화관들의 오랜 노력이 뒷받침되어왔습니다. 2009년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성공은 물론이고, 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전주/강릉/안동/거제 등의 지역에서 관객들이 쉽게 독립·예술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예술영화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또 하나의 가족>,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의 상업영화가 정치적/경제적 논리에 의해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밀려난 후, 이 영화들과 관객을 이어주는 마지노선 역할을 한 것 역시 예술영화관들입니다. 

무엇보다 해당 사업을 간단히 폐지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는 이 정책이 영화계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해당 사업은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등 영화시장에서 밀려난 영화들을 되살리자는 자발적인 관객의 요구를 수용해 영화계가 합의하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빈약한 근거에 기반한 개편 방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영진위의 개편 방향은 법에 근거한 예술영화전용상영관에 대한 지원 정책이 아닙니다.

현행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8조(전용상영관에 대한 지원)에 근거합니다. 영진위는 이 법에 따라 독립·예술영화의 유통의 안정적인 기반으로 전용상영관을 설정하고 지원해 왔습니다.

하지만 개편안은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이 아닙니다.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으로 알려진 개편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1년 간 상영이 지원되는 26편의 한국 예술영화를 선정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들을 상영할 35개의 스크린을 선정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영화를 선정된 스크린에서 정해진 회차만큼 상영할 경우에만 지원을 받게 됩니다. 이는 법이 정한 것과는 다른 것으로 예술영화전용상영관에 대한 지원이 아닙니다.

영진위의 개편 방향은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큽니다.

또한 영진위의 개편안은 예술영화관의 작품 선정 및 편성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앞서 정리한대로 개편안은 사업에 의해 선정된 26편의 영화를 정해진 회차만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합니다. 또한 지원 대상 26편 안에 선정되지 못한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예술영화관에서의 상영기회 마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정책이 도입되면, 특정한 영화가 지원에서 배제되는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정치적 논란이 된 영화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시장에서 배제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상영해야하는 26편의 영화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일이 재현될 경우, 지원정책이 독립·예술영화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정책 개편을 위한 민관 공동의 협의체를 제안합니다.

우리는 영화계와 관객이 합의하고, 영진위가 이끌어온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이 지난 십여 년간 문화 다양성에 기반한 영화 생태계와 관객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지켜온 기반임을 확신합니다. 영진위의 긍정적인 역할 또한 인정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지원 사업이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방식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도 겸허히 수용합니다. 

하지만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 정책의 개편이 영화계의 합의 없이 영진위의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추진되고 있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그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정책 당국과 현장의 영화관 사업자와 제작·배급사 그리고 관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영진위의 일방적인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의 폐지와 신규 사업 추진 중단을 정중하게 요청합니다. 그리고 지원사업의 개선을 위해 독립·예술영화 상영시장의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합니다.
 

2015년 2월 2일
 
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 (사)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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