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13일)에 민병훈 감독님의 작품들이 상영되었습니다.
그 중 <포도나무를 베어라>와 <괜찮아, 울지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는데요.
어두운 극장 조명 아래서도 끝까지 관객과의 대화를 이끌어주신 민병훈 감독님과 관객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20여분의 시간 동안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내용을 조금 정리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셨거나 혹은 나중에 영화를 보실 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괜찮아, 울지마> 관객과의 대화.
무하마드에게 연민의 정을 느낌과 동시에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이 영화는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와 토닥여 주는 영화였으면 했다. (민병훈 감독)
Q. 국제비평가상 등 영화제에서 많은 상들을 받고 평가도 좋았던 영화였는데 상영이 힘들었던 것 같다.
A.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이 되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1년 정도 작업하고 후반작업, 영화제, 개봉의 과정이 힘들었었다. 100만 관객도 중요하지만 1만 관객, 여기 계신 관객 모두 중요하다. 오랜 시간 개봉 기다렸지만 상영의 기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도 기쁨이고 보람이다.
Q. 돌산의 돌은 다 깬건가.
A. 당연히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무척 예뻤지만, 공간 자체가 세트라고 생각했다. 마을의 길, 집, 물 수로까지 전부 다 만들었다. 인부만 100명 정도 고용해서 3개월 동안 세트 작업을 했다. 처음에 돌산을 오른쪽에 만들었는데, 이것을 왼쪽으로 다시 옮기는 작업까지도 했었다. 자연물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들어가서 재구성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노동력을 통한 작품이었다.
Q. 주인공 주변의 변함없는 마음을 주는 인물들이 있었고, 참 담담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을 실었던 주변 인물이 누구였나. 나는 개인적으로 소녀가...
A. 나도 소녀였다. (웃음) 주인공이 거짓말을 하는 내면의 두려움, 그런 인물들의 애잔함이 단순히 용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계속 묻고 있었던 게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이다. 주변환경은 전혀 바뀌는 것 없지만 주인공 마음만 변화된다. 그런 것들을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Q. 아들과 할아버지 사이의 '사랑'의 표현 방식이 돌산이다. 이것은 일종의 감독의 상징인가.
A. <벌이 난다>도 이와 유사한데, 육체적 노동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산에서 돌을 깨는 장면에서 단순히 "깨는 행위"가 분노와 자학이 될 수도 있지만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Q. '사랑'에 관한 정서를 담고 계시는데,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서 영화를 찍으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A. 차기작 <천국의 향기>를 준비중이고 남녀간의 사랑 얘기다. 간단히 얘기하면 한 소녀와 어른의 사랑인데, 이성적인 구원에 관한 밝고 경쾌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금기를 뛰어넘은 우리만의 새로운 방식과 형태의 새로운 영화이기를 희망한다.
Q. 두려움과 구원의 테마이고,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용하는 영화인 것 같다.
A.따뜻한 정서도 중요하지만 차가운 정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한가지 템포로 얘기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하고 상상력을 자극했으면 좋겠다. 혹은 모르거나...
영화는 열린 구조였으면 한다. 관객들도 그런 소소한 기쁨을 공감했으면 좋겠다.
Q. 기독교적 요소가 강하고, 사랑도 그런 느낌이었다.
A. 나의 종교가 기독교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이 무슬림인데, 알라도 하느님과 같다고 생각한다. 단지 취하는 형태가 다를 뿐이다.
특히나 나는 성경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는다. 성경은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은유적 방법과 비유로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간단하지만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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