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날것의 영화, <숫호구> 리뷰
영화: <숫호구>
감독: 백승기
출연: 백승기, 손이용, 박지나, 조한철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 줄 관람평
윤정희: 뭔가 싶다가도 공감되고 웃기다가도 울컥한다. 정말 그야말로 감성코믹SF연애판타지.
김은혜: 자신있게 당당하게 C급 무비라 외친 그들의 재치가 돋보인다.
이윤상: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날것의 영화. 터져나오는 웃음에 몸을 맡기게 된다.
신효진: 사랑하고 싶은 순간, 우리 모두 한번쯤은 호구가 되곤 한다. 서툴지만 공감가는 웃픈이야기, '숫호구'
윤진영: 대놓고 C급 무비라고 말하는 뻔뻔함이 매력.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만든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다. 주연 배우가 감독일 경우엔 더 그렇다. 영화 자체에 몰입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 동서고금 어디서도 비슷한 영화를 찾아볼 수 없는 신기한 영화를 볼 때, 창작자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더 커진다.
<숫호구>는 날것 그대로의 영화이다.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 엠티에서도 홀로 멀쩡히 곱게 잠들어 있는 이 남자 원준. 결국 쓸쓸하게 스스로 자기 얼굴위에 낙서를 한다. 그는 뭐든지 스스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고 스스로 하려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사는 원준은 혼자 침을 뱉어도 제 몸에 묻고 만다.
그렇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여자 ‘지나’에게 로맨틱하게 스케치북에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적어 표현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호구딱지를 떼 보려 더 호구 같은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늘도 그런 원준을 동정한 걸까. 그렇게 되는 일 하나 없는 처절한 이 남자의 인생에 기적 같은 일이 생긴다. '슈퍼 섹시 아바타'의 몸을 얻은 원준은 원하는 대로 여자를 꼬시게 된다. 그 파워는 가히 충격적이다. 온몸으로 페로몬을 뿌리고 다니는 아바타 덕에 원준은 지나의 마음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내 씁쓸해지고 만다. 지나에게 아바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랑받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거나 말거나 영화는 어떠한 강박에도 시달리지 않고 자신만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영화를 배워본 적이 없다는, 그렇지만 10년간 꾸준히 몇 백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 왔다는 백승기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의외성을 영화 곳곳에서 보여준다. 모두가 당연시하는 틀에서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의 말을 들어보니 대본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부모님과 밥을 먹을 때 아무런 말없이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한 장면과, 감정이 폭발하는 가장 중요하고 슬픈 장면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배우를 볼 때는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감탄사가 나온다.
<숫호구>는 ‘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느꼈다.’ 라든지 ‘어떤 영화다.’ 라고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직접 극장에서 씹고 즐기고 맛보아야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오감을 동원해 영화에 몸을 맡기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화법에 동화된 자신을 발견할 즈음에 당신은 자연스레 자신 내부의 호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대사 전달과 배경, 그리고 퇴폐적임과 찌질함이 영화와 현실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숫호구>처럼 뻔뻔하고 당당한 영화 앞에선 정형화된 리뷰도 굉장히 우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답답한 정의와 장황한 설명은 여기서 이만 줄이겠다. 백승기 감독은 ‘슈퍼 섹시 아바타’인 손이용 배우와 함께 ‘리스키’라는 댄스 가수 팀을 이루어 공연과 GV를 자주하니, 영화와 함께 감독과 대화하는 자리까지 갖는다면 더욱 더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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