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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낯선 나라다] Production note

by Banglee 2008.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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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복원하는 과정,          
‘무엇을 찍을 것인가?’의 문제
                      

  1986년 4월 28일 9시, 서울 관악구 신림사거리 가야쇼핑 근처에서 당시 서울대학교 4학년 학생이었던 김세진 이재호 두 사람이 전방입소거부 투쟁을 하다가 건물 옥상에서 분신하는 사건이라는 명백한 사실이 존재한다.

남아있는 기록은 연기, 허공, 그들이 찍힌 몇 장의 사진, 신문기사 스크랩, 과거의 시위장면, 님을 위한 행진곡,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나레이션이다. 그것들은 신비화된 과거이지 그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과거에 대한 고착화된 이미지들이지 이 사건의 실체가 아니다.

김응수 감독은 이 모든 기록 이미지들을 버리고 단 하나, 이미지 불꽃에서 그들의 구체성과 생명을 불어넣고자 한다. 영화는 바로 그 불꽃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현재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감독은 인터뷰이들에게 과거를 무리하게 기억하기보다는 현재 그들의 생각을 묻는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 감독 본인 역시 인터뷰이로 위치를 바꾸어 증언한다. 그 역시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단순한 결심이었다.”라고 김응수 감독은 인터뷰이로 본인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서정적인 영상으로 표현된 공간과 끈질긴 인터뷰         

 <과거는 낯선 나라다>는 현란한 영상과 편집 기술을 배제한다. 그래서 이 영화 안에는 고스란히 공간과 인터뷰만이 남는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에서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는 공간이다. 영화는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각 장소마다 대표되는 하나의 이미지만을 제시한다. 하지만 텅 빈 공간들-가로수길, 이재호의 집, 서울대 자하연, 댐-과 인터뷰이들이 등지고 있는 배경을 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공간의 형태나 인터뷰를 행하는 사람의 감정과 움직임에 밀착 되어있어 그 정서적인 울림은 더욱 커진다.

인터뷰는 감정적인 밀착보다는 냉정하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이유는 인터뷰이들이 상흔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친구를 떠나보내고 살아남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뷰는 영화 내에서 보여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인원과 다양한 층위-목격자, 비목격자, 현 세대, 가족-들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인터뷰는 감독 스스로 진행하였다. 이 다양한 층위의 인터뷰이들을 어떤 위치에서 촬영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감독에게 큰 고민 지점이 되었다. 이 문제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정립이기도 하면서, 카메라와 대상의 관계정립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였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 김응수 감독은 밀착형 인터뷰를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인터뷰이들을 피해자로 만들면서 그들에게 감정 이입을 강요하는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감독은 첫 번째 시도를 과감히 버렸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인터뷰이들과 거리 두기를 시도하였다. 비로소 이 거리 두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현재에 과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또는 현재라는 프리즘을 통하여 과거가 보이는 것을 보았다.”라고 감독은 그 순간을 회고한다. 김응수 감독은 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제였던 <대화>에서 <과거는 낯선 나라다>로 제목을 바꾸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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