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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 감독과의 대화(GV) 후기_20120628

by indiespace 2012. 7. 30.



[두 개의 문] 감독과의 대화



변영주     애초에 기획했던 것처럼 조금은 가볍고 기분 좋게 1만 명 돌파 기념을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몇 번을 보더라도 저를 들끓게 만든다. 관객 평점은 낮지만 관객들이 많이 보는 영화들이 있다.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영화가 대부분인데, <두 개의 문> 1만 명 관객 돌파와 네이버 평점 4점을 축하드린다. (웃음) 개봉관이 20개도 되지 않는 영화에 이런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이 자리를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들은 용산참사 이후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가서 폐허를 보고, 가족의 시신이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유가족을 목격했을 텐데, 그때 왜 연분홍치마는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유가족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유가족의 모습을 담아내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나. 연분홍치마로서도 전혀 해본 적 없는 방식이고,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서도 처음 접하는 방식인 것 같다.


김일란     아마 재판 과정으로 방청객으로 모니터링 하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힘들었을 거다.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으로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구조'를 생각했다. 철거민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으로 호소하는데 법정은 들어주지 않았다. 경찰특공대의 진술에 오히려 철거민들의 정당성을 더해주는 증언이 있었음에도 그것이 재판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더라.

때문에 더욱 진실을 사실에서 발라내는 방식보다는 거짓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특공대원에게 묻는 방식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이것이 과연 옳은 방식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유가족 분들로부터 우리가 옳다고, 옳다고 이야기를 해도 당사자인 사람들은 잘 들어주지 않지만 특공대가 우리를 지지하는 말을 해주면 더 믿을 거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것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홍지유     요즘은 용산참사 같은 일이 일어나면 '잊지 말자'라는 말을 하는데 용산 사건에 대해서 저희는 '계속 기억될 사건이니 더욱 부추기는 것을 하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하였다. 영화 끝에 보면 1심 판결문이 나오는데 아직도 저희는 만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끼친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누군가의 어떤 얘기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하고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는 건 익숙한 이야기지만, 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국가가 국민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방식으로 택했다.


변영주     어쩌면 <두 개의 문>이라는 제목은, 과연 진실로 향하는 문은 ‘농성자들이 다 잘못이다’라는 문과 ‘그렇지 않다’라는 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대부분은 다큐멘터리 영화 관람객들은 죄의식을 털러, 면죄부를 받으러 오는 분들이 많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이 문제 관한 모든 이야기를 해줘야 해’라는 기대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반대 증언을 통해, 역으로 진실의 문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걱정에 굴복하는 유혹을 벗어나 처음의 목표로 갈 수 있었는 계기는 뭔가.


김일란      철저한 철거민들의 입장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철거민들에 대한 차별적인 생각,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더불어 관객여러분들이 너무 죄의식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죄의식을 가지고 영화적인 해석을 하기보다 사회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변영주 감독님이 언젠가 '찰나적이고 유치한 분노는 필요 없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유치한 분노'가 때로는 필요하지만 용산 참사와 관련 되서는 차가운 분노가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야할 시퀀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변영주    <두 개의 문>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전형적인 특징을 봤을 때, 많은 음악과 효과음이 사용되어 있다. 화면을 변형하는 방식이나 씬과 씬을 이어주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효과를 사용하고 있는데, 고민이 되었을 것 같다. 당신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특공대 채증과 녹음되어진 사운드, 영상들, 법정에서 있었던 것들이 좋았을 리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 중에는 상업적인 얄팍한 수법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혁상     그런 반응을 듣더라도, 용산 사안에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수 있다면 이런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진정성'을 다큐를 통해 만든다고 했을 때 영화와 대중과의 접점을 효과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이다 라는 비난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한국 다큐멘터리 전통 내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기법을 과감하게 시도하였다.


김일란      이 다큐멘터리는 어쨌든 25시간의 사건과 법정을 함께 담아내고 있는데, 그것을 연출하며 생생하게 마치 보고 있는 것 같은 것에 초점을 두어 제작했다. 사실 멀리서 찍은 영상이기 때문에 사운드도 그렇고 밋밋하다. 그런데 관객들이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걱정에서, 사운드를 최대한 같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또 영상을 그렇게 만들면 어떻겠냐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려고 많은 걱정을 하면서 이혁상 감독이 정말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만들었던 장면들이다.


변영주     개인적으로 음악이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다음 장면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엮어주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좋았다.


이혁상     또 두 개의 문을 보시고 관객들이 사운드나 영상에 대한 비난보다는 용산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받아들이시고 고민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영주    경찰분이 보시고 꽃다발을 주시고 갔다고 하는데, 그 분들의 영화 본 소감을 들으셨나.


홍지유     오늘 꽃다발을 주신 분은 3년 정도의 영화제작 기간 동안 진압 작전에 대해 진술해 주신 분이다. 어렵게 만난 분이고 오늘 영화를 보셨다고 하더라. 그 외에도 엊그제 홍대 개봉관에서 40명의 서울기동대가 단체관람을 하였다는 트윗을 보았다. 사이사이에 경찰관들이 영화를 보시고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과잉진압이었다는 경찰들의 진술에도 나왔듯이, 경찰 측에서도 용산참사는 경찰의 과잉진압이었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서, 경찰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 진압작전에 나가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본인은 용기가 부족하지만 영화가 더 잘 되면 경찰 내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 영화가 잘 돼서 좋다 라는 의견을 주셨다.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게 언젠지 궁금하다. 대법원 판결 직후였는지, 아니면 사건목격 이후였는지.


김일란     용산참사 직후에 현장에 들어갔던 것은 아니고, 6월 이후 현장 근처에서 용역의 폭력, 경찰의 폭력을 알리는 영상을 제작을 하다가, 재판을 계속 참관을 했었다. 참관할 때까지만 해도 영화제작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데, 1심 판결 나오고 나서 이 재판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생각과 다큐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야겠다 라는 생각을 천천히 하게 됐다. 채증 영상과 재판 녹음을 하면서, 그리고 2010년 11월에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이 영화의 제작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됐다. 



배급위원단을 더 모으실 생각은?


홍지유     3월 달 공개시사회 이후 800명 넘는 분들이 배급위원이 되어주셨는데, 개봉 전에 마감되었다. 배급위원단은 아니지만 7월 4일 김석기 전 경찰청장에 대한 고발을 하는 시민 기자회견이 있고, 9월에 있을 국정조사에 우리의 힘으로 소환해서 그 사람의 입으로 <두 개의 문>에 나왔던 것에 대한 답을 하는 그림을 만들어야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관객분들께서 고발에 동참해 주셔도 좋겠다. 그 외에 개봉관 외의 극장에서 대관하여 영화상영활동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기억과 기록의 투쟁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영화 중간에 ‘어떤 문이 진압 장소에 들어가야 되는 문인지도 몰랐다’는 경찰 수뇌부의 무능함을 집어내는 말도 있었는데, 왜 <두 개의 문>이라는 제목을 쓰셨는지 궁금하다.


김일란     성급한 진압을 상징하는 측면에서 쓴 것도 있고, 개입할 것인가, 방관할 것이가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 작품을 편집하는 동안 <블라인드>라는 영화가 상영 직전이었는데, 그 영화 포스터의 “나는 살인사건의 목격자입니다”라는 카피가 참 많이 와 닿더라. 관객들 모두가 그 위치에서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목격자인데 우리도 이 사건에 개입할 것인가의 선택의 위치에 있고, 관객들에게 결국 선택의 몫은 달려있다라고 생각하면서 편집을 했다.


변영주     저는 개인적으로 "'다 죽어'라는 대사가 처음에는 적대적으로 들렸지만 나중에 “우리다죽어 안에 사람이 있어” 라는 것으로 들렸다"는 대사가 전율적이었다. 결국 그 대사가 이 영화에서 말하는 굉장히 적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면 우리 모두 조종당하고 있었다라는 것, 또 다큐멘터리 구성이 좋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진압하던 경찰특공대원도 어떻게 보면 희생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분들을 위해 단체시사나 관람을 제의하실 의향이 있나.


홍지유    충분히 있지만 경찰조직이 개개인의 선택에 맡길지 의문이다. 사실 <두 개의 문>을 봐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바로 현장에 있었던 경찰이다. 그 개인들을 우리와 같은 사람, 시민으로, 내 옆으로 불러내는 의견들을 계속 표출해주셨으면 좋겠다. 극장에서조차 서로 적대해서 누구의 말이 옳았다고 보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2년 동안 작업 중 생활은 어떻게 하셨나.


이혁상     활동가 단체이다 보니 주변 인권단체 영상을 아르바이트를 조금씩 하면서, 개인적으로 번역이나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 가지셨고,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받으신 때는 언제인지.


김일란     속으로는 '아, 되게 많이 컸다'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처음 <마마상>이라는 작품을 만들 때에는 이혁상감독 이외에 나머지 활동 감독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했다. 최근에 연분홍치마를 오래 지켜봤다는 분께서 서로의 역할이 잘 조화로워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성숙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현실생활하다 보면 활동할 용기를 내기 힘들 것 같은데, 사회를 보는 시선을 직접 표현하는 분들로써 정치적일 수도 있는 목소리를 내는 그런 용기가 어디에서 나오나.


홍지유     다큐멘터리에 대한 용기라기보다는,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저희의 관점이나 태도에 좋은 리액션을 주셨던 분들이 계셨기에 아주 집약적인 다큐라는 것을 통해 저희의 생각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용기보다는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



예전부터 사회운동을 계속 하고 그것의 일환으로 영화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여성인권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홍지유     제가 대학교 3학년 집에서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는데, 집에 남겨뒀던 책이 있다. 작년에 <두 개의 문>을 보고 나오는 제 동생을 봤는데 눈물을 글썽이더라.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자기와 같이 사회운동이나 인권운동에 편견이 있는 사람에게도 이 영화가 뭔가 꿰뚫는 게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해주었고, 그 때 참 고마웠다. 질문에 대한 답은 따로 해주겠다.



여성주의자로서 <두 개의 문>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다.


김일란     <마마상>에 나오는 분들은 미군기지 근처에서 성매매를 하시는 분들인데 나이가 듦에 따라 점점 성매매에서 밀려나지만 성매매를 가해와 피해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셨다. 그 사이의 틈새를 더 중요하게 본 저희의 시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당성을 계속 설명해야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그분들을 둘러싼 구조의 문제를 더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편견들이 그 분들로부터 가진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편견 가진 사람들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다큐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집중된 영화다.



유가족 분들과, 감옥에 계시는 분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홍지유     유가족 분들은 <두 개의 문> 개봉에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셨다. 아직도 그분들은 마음의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사회적 애도를 하지 못한 것과 억울함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재판 역시 모든 결과를 농성민들에게 돌리고 있죠.<두 개의 문>을 통해 왜 사회가 그것을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감독에 계신 분들 외에 두 분이 거동도 못하실 정도로 많이 다치셨는데, 항소심을 재개한다고 한다. 앞전의 재판 때문에 속전속결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관객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었으면 한다.



용산참사와 관련된 변호사들 인터뷰 선별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홍지유     세 분 정도 더 계셨는데, 한 분은 감정을 많이 토해내셔서 감정이 앞서갈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다른 한 분은 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힘쓰는 분이 계시는데 용산참사 이후 범대위 대표를 하셨던 분이다. 그 분 역시 저희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정황을 알고 계셨다. 지금 영화에 나온 분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차분하게 전달할 수 있는 분들이셨기 때문에 톤을 조절하는 면에서 담게 되었다.



20120628 pm8:00 <두 개의 문> GV

녹취 및 기록 : 김현진 (인디스페이스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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