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RMATION 


제목: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감독: 정윤석

출연: 권용만, 장성건, 박정근, 단편선

장르: 다큐멘터리

제작: OPOT PICTURES

제공/배급: 찬란

러닝타임: 120분

개봉: 2017년 8월 24일






 SYNOPSIS 


북한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던 진짜 멍청이들. 밤섬해적단의 데뷔 앨범은 국가보안법 재판에 회부되고 드러머는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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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리브 올리브한줄 관람평


송희원 | 다시 이 땅에 올리브 나무를

이현재 | 올리브 나무 사이로, 사람이 산다

이지윤 | 올리브 나무를 심는 사람들

김은정 | 정의란 '뭣'인가?






 <올 리브 올리브> 리뷰: 다시 이 땅에 올리브 나무를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점령은 삶을 파괴했다. 모든 것이 금지되었다. 자신의 땅에서 내쫓겼고, 다시 그 땅에 들어가기 위해선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 부당한 상황에 저항하자 일상을 영위하기 힘들어졌다. 어떤 이들은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감옥에 갔다. 여자들은 일을 구하지 못하는 남자들을 대신 해 직장을 얻어야 했다. 이스라엘 점령으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고향으로부터 이방인이 되어버린 사람들. 바로 <올 리브 올리브>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야기다.  





서안지구 나블루스 주의 작은 마을 세바스티아에 거주하는 위즈단은 워킹맘으로 평범하지만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 위즈단의 부모님은 오래전부터 올리브 나무를 수확해 10남매를 키워냈다.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인구 70%의 주 수입원인 동시에 그들의 민족성과 역사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그 올리브 나무가 뿌리 뽑힐 위기에 처했다. 선조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올리브 농장은 이스라엘 점령 하에 일 년에 단 열흘만 통행이 허락된다. 우물을 파는 것마저도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접경지 주민들의 집과 사원이 피해를 당했다. 농경지 주민들 가옥 역시 공격으로 무너져 이제 그들은 구호단체 텐트에서 생활하며 가축을 돌본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통행의 자유를 거두어가는 동시에 그들을 ‘지붕 없는 감옥’에 가둬놓고 숨통을 조인다. 인티파나(intifada, 이스라엘의 통치에 저항하여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으킨 봉기) 때 자식을 세 명 잃은 무함마드 할아버지와 그 통한으로 온갖 병을 얻은 할머니. 반란 운동에 참여하다 친구를 잃고 11년 동안 감옥에서 젊음을 보내야 했던 알리. 역시 인티파나에 참여했다가 일자리를 잃고 지금은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핫산. 그리고 영화 내레이션을 맡아 자신의 아이들과 남편의 일상을 들려주는 위즈단까지. 카메라는 그동안 말해지지 않았던 팔레스타인 개개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가족 프로덕션 ‘상구네’의 김태일, 주로미 감독은 아들 상구, 딸 송이와 함께 팔레스타인에 갔다. 약 2년간 현지인들과 함께 살며 가까이서 촬영했기에 그들의 힘 있는 증언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었다. 그들의 증언에는 분노와 한이 서려 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기억은 그렇게 <올 리브 올리브>에 차곡차곡 담겼다.  





팔레스타인인은 다음 세대에게 그들의 역사와 현재의 참상을 알리려 노력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기억된 과거뿐이기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필사적으로 말하고 또 말하는 것이다.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기억하고 또 알려서 그들의 잃어버린 땅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결코, 이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고. 비록 그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오직 구호와 돌멩이뿐일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감독은 그 모습을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루에 다섯 번 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처럼 그들의 고통스러운 일상은 계속된다. 하지만 그들이 행복하게 살고 싶은 곳 역시 고통스러운 바로 이곳, 점령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땅이다. 높은 분리 장벽 앞에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좌절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그들은 다시 이 땅에 올리브 나무를 심고 행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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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감독: 정윤석

출연: 권용만, 장성건, 박정근, 단편선

장르: 다큐멘터리

제작: OPOT PICTURES

제공/배급: 찬란

러닝타임: 120분

개봉: 2017년 8월 24일






 SYNOPSIS 


북한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던 진짜 멍청이들. 밤섬해적단의 데뷔 앨범은 국가보안법 재판에 회부되고 드러머는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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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보라>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1604







<보라> 리뷰: 이 멍을 보라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영화 <보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해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현장보건관리 실태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법률이다. 영화는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산업 근로자의 모습을 기록하는 한편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할머니와 인터넷데이터센터 관리자와 하드디스크 데이터 복구 전문가, 사진동호회 사람들을 보여준다. 감독은 언뜻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풍경을 직조하며 현대 사회의 노동과 여가에 대해 고찰한다.





영화는 전반부 보건기관 직원과 전문의가 사업장을 방문하여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근로자를 진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업환경측정이란 작업환경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해당 근로자 또는 작업장에 대하여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도루코 칼, 마네킹, 피아노, 타이어, 채석장 노동자들은 전문의에게 원인불명의 두드러기, 기계소음으로 인한 난청, 고혈압, 근육통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노동자들의 멍 자국은 건강검진 후에야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이 멍 자국은 매일 노동의 강도가 축적되어 신체에 서서히 새겨진 것이며 지우려면 그 발생의 원인일 생계의 동작을 중지해야 한다. 노동자의 신체적 고통은 의사에게 전문적 용어의 병명으로 진단되지만, 금주와 금연이라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처방이 내려질 뿐이다. 진찰하는 의사도 고통의 원인이 노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생계가 끊기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죽음의 선고와도 같다는 것을 알기에 일하지 말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다. 설령 당장 일을 그만둔다 할지라도 멍은 잠복해 있다가 언제 다시 표면 위로 드러날지 모른다. 과거 2년 동안 석면 작업을 했다가 몇 십 년 뒤에서야 후유증이 발병한 노동자처럼 말이다.


“전반부는 육신이 거하는 공간으로서의 공장을, 후반부는 정신이 거하는 네트워크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전반부가 산업재해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보랏빛 멍을 보여줬다면, 후반부는 인터넷데이터센터와 하드디스크 복구 기술자를 보여주며 디지털 시대에 현대인이 느끼는 쓸쓸함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어느 한 인터넷데이터센터 야간 교대 근무 노동자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일한다.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남는 시간에 디엠비로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하고 관처럼 생긴 박스에 들어가 쪽잠을 잔다.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복구하는 다른 한 노동자는 하드가 높게 쌓인 어둡고 좁은 방에서 홀로 작업한다. 그러다가 잠깐 게임을 하며 온라인상에서 사람들과 접속한다. 기계 소음과 분진이 날리는 앞의 작업장 환경에 비하면, 정보화 기기가 들어선 사무실은 조용하고 신체에 치명적인 유해요인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환경을 관리하고, 우주라고 표현되는 하드 속 데이터를 복원해내는 노동자들은 고독해 보인다. 그들은 인터넷으로 자신이 어딘가 접속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정서적인 허기를 달랜다.  





가끔 멍을 세게 눌렀을 때 너무 아파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보라>는 어떤 장면들에서 내게 지독한 농담을 던지는 것 같았다. 장면 하나, 소음으로 청력을 손실한 노동자가 “지금 약 드시는 거 없으세요?”라는 전문의의 질문에 “그니까 소주 두 병이요”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산업재해 교육 현장에서 재생되고, 그걸 본 노동자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시차를 갖고 발생하는 웃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에게 웃음을 터뜨리는 이 역설적인 상황이 자못 씁쓸하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영화 후반부 사진동호회 사람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다시 발생한다. 감독은 청소년 야구단, 수영강습 장면을 짧게 보여주며 연이어 사진동호회의 한 남자를 인터뷰한다. 카메라 기능을 낱낱이 외우며 새로운 기종이 나올 때마다 종류별로 기기를 산다는 남자는 자신의 활동에 “즐거움은 없어요. 결과물 하나 보려고 찍는 거죠”라고 고백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소진되는 삶은 정서적인 불안과 공허함을 불러오고 스포츠나 취미활동에 집착하게 만든다. 현대인들은 여가마저도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소진하는 강박적인 노동으로 대체해 가는 것이다. 





<보라>는 여러 면에서 기존 고발 형식의 다큐멘터리 문법을 비껴간다.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의도로 수렴되지 않고 이질적인 장면들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설명 없이 전개되는 화면들이 언뜻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멍을 가까이에서 들춰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의 성과는 분명해 보인다. 이는 공장 기계 소음에 묻히는 노동자의 말을 담기 위해 화면 안에 잡힐 정도로 가깝게 다가가는 영화 속 붐오퍼레이터의 태도처럼, 감독의 치열하고 끈질긴 응시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영화는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포착한 이것을 관객에게 보라 한다. 그리고 이 멍을 이미지의 잔영으로 관객에게 오랫동안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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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 파밍 보이즈(Farming Boys)

제     작: ㈜콘텐츠나무

공동제공/배급: ㈜영화사진진

감     독: 장세정, 변시연, 강호준

출     연: 권두현, 김하석, 유지황

장    르: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98분

개 봉 일: 2017년 7월 13일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SYNOPSIS 


땅 파서 꿈 캐는 벼랑 끝 청춘들의 전 세계 삽질 월드 어드벤쳐!


농사로 지구를 구하고픈 지황, 꿈을 찾고픈 하석, 고향을 멋지게 가꾸고픈 두현. 목적은 다르지만 땅을 꿈꾸는 세 청년이 모여 무일푼 농업세계일주 도전을 결심한다. 여행도 하고, 영어도 배우고, 농사도 배울 수 있는 일석삼조의 기회!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해외농장 컨택, 80군데의 농장 중 회신이 오는 곳은 겨우 7군데다. 과연 이들은 프랑스의 애플 사이다부터 네덜란드의 양젖 아이스크림까지 유기농 먹킷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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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파밍 보이즈(Farming Boys)

제     작: ㈜콘텐츠나무

공동제공/배급: ㈜영화사진진

감     독: 장세정, 변시연, 강호준

출     연: 권두현, 김하석, 유지황

장    르: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98분

개 봉 일: 2017년 7월 13일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SYNOPSIS 


땅 파서 꿈 캐는 벼랑 끝 청춘들의 전 세계 삽질 월드 어드벤쳐!


농사로 지구를 구하고픈 지황, 꿈을 찾고픈 하석, 고향을 멋지게 가꾸고픈 두현. 목적은 다르지만 땅을 꿈꾸는 세 청년이 모여 무일푼 농업세계일주 도전을 결심한다. 여행도 하고, 영어도 배우고, 농사도 배울 수 있는 일석삼조의 기회!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해외농장 컨택, 80군데의 농장 중 회신이 오는 곳은 겨우 7군데다. 과연 이들은 프랑스의 애플 사이다부터 네덜란드의 양젖 아이스크림까지 유기농 먹킷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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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목) 17:20

7월 7일(금) 15:20

7월 8일(토) 10:40 | 17:00

7월 9일(일) 13:00 | 19:40

7월 10일(월) 11:00 | 15:30

7월 11일(화) 13:00

7월 12일(수) 15:30

7월 13일(목) 17:30

7월 15일(토) 10:20

7월 17일(일) 15:30

7월 18일(화) 10:30

7월 19일(수) 17:20

7월 20일(목) 15:00

7월 23일(일) 12:30

7월 24일(월) 14:20

7월 25일(화) 19:30 인디토크

7월 26일(수) 11:00

7월 27일(목) 13:00

7월 30일(일) 20:00

7월 31일(월) 13:20

8월 2일(수) 17:30 종영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다음 http://bit.ly/2qtAcPS

●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노후 대책 없다> 인디토크

● 일시: 2017년 7월 25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이동우 감독 외 출연진

● 진행: 서동진 문화평론가


● 일시: 2017년 6월 30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이동우 감독 외 출연진

● 진행: 김태용 감독, 변영주 감독






 INFORMATION 


제    목  노후 대책 없다

감    독  이동우

출    연  스컴레이드, 파인더스팟, 반란 외

배    급  서울독립영화제

장    르  펑크음악 다큐멘터리

상    영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제31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아르헨티나) 파노라마 부문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부문

제08회 DMZ국제다큐멘터리 한국다큐쇼케이스 부문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 

러닝타임  100분

개 봉 일  2017년 6월 29일 





 SYNOPSIS 


펑크란 무엇이고,

펑크로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펑크가 뭐냐면 무지하게 화가 나서 그걸 발산하는 음악이지”

“굉장히 과잉되어 있고, 시끄러워도 더 시끄럽고, 빨라도 더 빠르고,

미쳐도 더 미치고, 발광해도 더 발광하고”


서울의 펑크 밴드 ‘스컴레이드’와 ‘파인더스팟’은 

도쿄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하드코어 펑크 음악 페스티벌에 초대된다.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가장 시끄러운 펑크 밴드들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알 사람은 이미 다 알지만 모를 사람들은 평생 모를 것들을 

가까이에서 유쾌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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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맞물려 자라나는 우리의 역사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개의 역사>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5 21일(일) 오후 4 30분 상영 후

참석 김보람 감독, 정경희 '세컨드' 필름 매거진 에디터

진행 손경화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개의 역사가 있다. 너무도 소소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그런 역사다. 카메라는 그런 개의 역사를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간이 흐르면 카메라 안으로 주변의 풍경들이 서서히 스며든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과 그곳에 오롯이 서있는 인물들은 서서히 맞물리며 하나의 역사가 된다. 카메라 안에 담긴 그런 역사는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5월 21일의 늦은 오후,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기획전 <개의 역사>의 대담이 있었다. <개의 역사> 김보람 감독과 최근 2호가 발간된 ‘세컨드’ 필름 매거진의 정경희 에디터가 함께했다. <의자가 되는 법>(2014)을 연출한 손경화 감독의 진행으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개의 역사> 발제문: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개개(個個)의 역사 http://indiespace.kr/3436








손경화 감독(이하 손): 대담의 진행을 맡게 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손경화다. 김보람 감독님과 세컨드 필름 매거진 정경희 에디터님이 자리해주셨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김보람 감독(이하 김): <개의 역사>를 만든 김보람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지 벌써 오년 째에 접어들었다. 처음 만든 긴 영화이자 세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해왔던 고민들을 다 끌어 모아서 만든 영화가 <개의 역사> 같다.



정경희 세컨드 필름 매거진 에디터(이하 정): 세컨드 필름 매거진의 정경희다. 세컨드는 작년 5월에 창간호가 나왔고 올해 5월에 2호가 나왔다. 이번 2호는 크라우드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서 나온 신간이다. 



손: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김: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의 제목이 <독립의 조건>(2014)이다. 독립을 하기 전의 고민에 대한 영화였다. 그 작품을 만들고 난 후 독립을 해서 살게 된 곳이 <개의 역사>의 첫 배경이 된 후암동이다. 동네에서 만난 ‘백구’라는 늙은 개와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 이 영화를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느끼고 있었던,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의 근원지를 한번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감정을 개의 이야기와 연결지어봤다. 영화를 만들면서 감정을 계속 표현하고 찾아가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딱 한 단어로 명명하기에는 완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살고 있는데 살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 분명 행복해야 맞는 조건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붕 떠있는 것 같고 스스로의 존재감 같은 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가까웠던 것 같다. 개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그 생각들과 연결된 지점이 많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원래 매일 지나다니면서 보던 개였고 스마트폰으로 장난삼아 찍어놓은 몇 개의 사진과 영상들만 있었을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백구가 항상 지켜보고 있었던 대관령 슈퍼가 어느 겨울 갑자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쪽지만 남겨놓고 쫓겨난 걸 목격했을 때다. 그때 처음으로 ‘개의 역사’라는 제목을 생각했다. 개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하찮은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개 같은’이라 말하기도 하지 않나. 잘 이야기되지 않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런 개와 같은 존재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역사를 기록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들면서는 눈여겨보지 않은 존재들, 거대하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 있는 이야기들과 존재들에 시선을 둬보고 싶었다.



정: 발제문의 제목을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개개(個個)의 역사’라 지었다. <개의 역사>라는 제목을 길게 풀어서 쓰면 그런 제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의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개도 나오고 고양이도 나오고 비둘기와 오리도 나온다. 잘 보면 많은 동물들이 나오는 영화다. 동물뿐만 아니라 골목 모퉁이나 계단, 엘리베이터 등 많은 사물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작품이 말하는 ‘개’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과 사물이 포함된다. 또한 공간이 그 안에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한 개개(個個)의 역사라 느꼈고 인간중심주의가 많이 해체되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작품 속 카메라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개의 역사>에는 픽스샷이 많다. 카메라가 픽스된 상태에서 감독님이 의도치 않았던 사물들과 사람들이 개입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이사를 갈 때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었다. 차에 탄 지친 얼굴이 잠깐 카메라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얼굴 하나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이 영화 안에 굉장히 많다. 그렇게 픽스된 상태에서 얼굴이나 사물들이 개입될 때 관객들은 카메라 밖을 의식하게 된다. 카메라 안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관객도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들어왔을 때 카메라 밖에 어떤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안 카메라의 권력이 많이 해체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다루는 대상과 찍으려는 연출방식이 굉장히 잘 조합돼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초반보다 내레이션이 많이 나온다. 그것이 시 같다고 생각을 했다. 내레이션에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흩어져있는데, 어떤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언어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렇게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님이 그 존재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느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과 사물들 곳곳에 스며있는 애정 어린 시선을 많이 느꼈다. 살갑게 부둥부둥 하는 애정은 아닌데 멀리서 지켜보고 바라보는, 존재가 계속해서 여기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길 바라는 어떤 식의 바람들이 담겨있다. 결국 기억을 통해서 소중한 이의 마지막을 지키는 힘이 되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지워져 가는 시간들을 지연시킨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기억의 방식으로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획전의 이름이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지 않나. 영화를 보고 ‘이게 왜 페미니즘 다큐멘터리지?’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감독님 스스로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페미니즘 영화를 찍고 있어. 여성의 권리를 위한 영화를 찍고 있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굉장히 페미니즘적이라고 느꼈다.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구도를 옮겨오는 게 아니냐는 식의 오해들을 받아 많은 마찰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요즘 SNS 상에서 남성들, 때로는 여성들조차도 그런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오인하고 있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악용되거나 혹은 페미니즘에 접근하지 않으려는 경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의 권리를 처음에 가장 표면적으로 외치는 게 맞지만 결국에는 역사에서 주류로 분류되어왔던 것들이 아닌, 여성처럼 중간으로 분류되어왔던 것들의 가치를 조명하고 그것을 새롭게 중심으로 편입시켜 다양한 중심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행하려는 모든 태도들과 삶의 방식, 작품이 이야기하는 ‘개의 역사’를 쓰는 것과 조명 받지 못한 것들을 발굴해서 조명하는 것도 페미니즘을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정상과 비정상, 핵심과 핵심이 아닌 것으로 정의 내렸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지려 하는 것도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여성 영화에 여성 특유의 경험이나 시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아니면 마치 페미니즘 영화가 아닌 것처럼 생각을 하지 않나. 하지만 결국 여성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여성 영화’라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다. 굳이 여성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지 않는 것, 성별과 계급, 인종을 명명하는 특유의 명사를 붙이지 않고 감독 자신만의 고유한 성찰로 영화가 평가 받는 게 결국 페미니즘이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 발제문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페미니즘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를 만들었을 때의 상황들이나 그때의 고민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정리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삶에 대한 회의감에 스스로가 젖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을 알기 위한 노력들이나 어떤 사람과 관계 맺기 위한 시도들, 내 노력과 관계없이 세상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경험들이 회의감 같은 걸로 남았었다. 어쩌면 그것이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가장 마지막에 썼던 ‘삶을 살아가는 법을 찾고 싶었다’는 내레이션이 나오기까지 힘든 시간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 문장을 영화 안에 넣어 놓고 나서도 이게 얼마나 전달이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써주신 글을 읽으며 스스로의 생각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전달이 된 것 같아 울컥하고 감사했다.





정: 장면 선택이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뭘 넣을지 보다 뭘 덜어낼지를 생각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 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덜어낸 장면이 있었는지?



김: 정말 많았다. 마지막 편집 때 20분 정도를 덜어냈다. 후암동에서 만났던 주민 분들과의 인터뷰 중에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꽤 많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을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웃음) 초반엔 그 장면들을 넣어놨는데 마지막에 많이 덜어냈다. 개를 산책시키며 ‘왜 저 개를 찍냐, 똑똑하지도 않은 개인데.’라고 이야기하는 아주머니가 짧게 나오지 않나. 아주머니가 키우는 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자랑을 한참동안 한 장면이 있었다.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는데 빠지게 되었다. 홍은동으로 이사를 가서 만난 이웃집 할머니를 계속 팔로잉을 했다. 촬영분이 굉장히 많았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촬영분에 비해서 조금 들어가 있다. 성형 프로그램에 지원에 대해 논쟁을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마지막 편집 때 다 들어냈다.



정: 부연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홍은동 할머니가 등장한다. 어떻게 처음 만나고,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김: 반장 할머니였다. 이사를 한 첫 날부터 앨범을 보여주며 촬영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저소득층을 지원해주는 제도에 포함되어있는 건물이었고 1인 가구들만 살고 있었다. 특히 노인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할머니가 외롭구나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그냥 이웃으로, 서로 친하지 않은 채로 살았다. 카메라를 들고 다시 할머니를 찾아간 건 이사하는 장면에 공과금 정산 장면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날도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한참동안 했다. 그때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생각이 복잡했다. 당시에 이미 백구 파트의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 된 후였고 백구가 죽고 나서 방향 자체가 약간 변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백구를 아무에게도 눈길 받지 못한 존재로 그려내려 했다가 백구가 죽고 후암동 촬영을 조금 하고 나서는 그것 또한 스스로가 지어내려고 했던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구는 어떤 대상도 아닌 그냥 ‘백구’였구나, 그 존재 자체가 확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도시화에서 소외되는 현대인들보다 그걸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걸까 궁금해졌다. 그게 내 이야기와 더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할머니를 만나다 보니 갖고 있는 어떤 욕망과 과거를 잊지 못하는 마음,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를 계속 붙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 아프게 다가왔다.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쫓아가보고 싶어서 그때부터 촬영을 하게 되었다. 이사를 가고 난 후에 할머니를 더 많이 만났고 더 친해졌다.



관객: 엔딩에 하얀 개가 나오지 않나. 어떻게 만나고 촬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 그 개는 홍제역에서 만났다. 촬영을 하는 날 특이한 경험을 했다. 원래 다른 촬영을 하러 가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역인데 그날따라 마을버스를 두 번이나 잘못 탔다. 촬영 시간도 늦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하철역에 하얀 개가 있었다. 보자마자 너무 놀라서 정신없이 개를 찍었다. 하얀 개가 사라져버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마음이 쓰여 계속 트위터에 ‘홍제역 백구’라고 검색도 해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궁금하다. 후암동에서 만난 백구와 종류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른데 그 촬영을 하면서는 ‘영화가 끝이 나긴 나려나보다’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웃음)



관객: 영화에서 노인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노인들의 문화나 삶을 피상적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나.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비춰졌던 것 같다. 왜 노인들에게 주목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 노인이어서 찍게 된 건 아니었다. 백구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공간을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후암동은 거리에 서 있으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분들을 만났다. 홍은동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홍제천 옆 정자에 항상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있었다. 그림 같았다.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 건지 궁금했다. 사실 정자 할머니들은 <개의 역사>가 아닌 정자라는 공간만을 다룬 다른 단편을 만들고 싶어서 촬영했다. 찍고 나서 <개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정서와 정자가 갖고 있는 정서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넣게 되었다. 그 할머니들의 시간이 백구의 시간처럼 느리게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궁금해서 접근했는데 실제로 그 안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은 마냥 아름답지 않았다. 그 안에서 개개인의 삶이 갖고 있는 어떤 무게나 소멸해가는 생에 대한 생각들을 찍으며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관객: 엔딩 크레딧에 사람들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등장하지 않더라. 의도적 배제 같은데 그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김: 촬영을 했던 분들 중 이름과 연락처를 아는 분도 있고 한 번만 만나서 찍고 사라진 분도 있다. 물리적으로 모든 분들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백구도 우리가 백구라고는 부르지만 백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런 것처럼 이름을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이름들은 스크립트를 만들 때 그 분들을 구분하려고 별명처럼 붙여서 부른 이름들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받은 인상들이 어쩌면 그 분들에 대한 가장 솔직한 소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손: 영화가 주변 공간을 많이 담고 있지만 중간 중간 감독님의 사적인 장면들이 나오기도 한다. 점점 감독님의 내면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적인 장면들을 넣기로 한 이유와 그것들을 넣으면서 있었던 어떤 염려나 기대에 대해 듣고 싶다.



김: 전의 작업들이 다 가족, 친구가 나오는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그래서 <개의 역사>엔 개인의 이야기를 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넣지 말자고 다짐을 몇 번이고 했다.(웃음) 하지만 출발점이 스스로가 느끼는 어떤 감정이었고 그것을 설명하려면 백구의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했다. 가편집본을 만들면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타협일 수도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고 스스로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편집 단계에서부터 사적인 이야기를 넣기 시작했고 지금의 완성된 형태가 되었다. 


<개의 역사>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를 고백하는 이야기로 읽힐까 걱정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작품을 어떻게 볼까 하는 고민도 조금 있었다. 어쨌든 가족의 이야기지만 스스로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작업을 하면서 계속 되돌아가게 되었던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성립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사적인 부분들을 넣게 되었다.



관객: 첫 장면에서 감독님이 개를 찍는다고 했을 때, 왜 그 개를 찍느냐는 사람들의 말에 굉장히 울컥했다. 그런 주변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서 어떻게 스스로를 붙잡고 이 작품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는지,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김: 나 또한 그 방법을 알고 싶다.(웃음)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다. 이중적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만들 때 누군가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라고 물으면 ‘개를 찍고 있어요’라고 말하려니 스스로 민망했고 뭐라 설명이 잘 안 됐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더 작품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일상에 있는 것들이 가져다주는 느낌을 분명히 받고 있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아주 사소한 곳곳에 놓여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쑥스럽고 알아주지 않을까봐 걱정되고 위축되었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가지고 계속 갔던 것 같다. 어쨌든 끝을 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다들 자신의 이야기들이 있지 않나. 같이 위축되지 않는 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관객: 여성들이 찍는 영화가 소소하게 취급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또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 작품이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다른 감독님과 함께 촬영하고 있는 작업이 있다. 음악인들에 대한 영화다.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 작업으로는 계속 스스로가 고민하고 있는 어떤 세상 안에서의 존재감이나 소통하는 법, 관계 맺는 법에 대한 것을 다루지 않을까. 고민을 만나는 지점에서 항상 작품을 시작할 것 같다.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개의 역사>는 객체로 치부되는 존재들을 되뇐다. 단조로운 삶 속에 놓인, 쉽게 잊히고 밀려나며 사라지는, 다시는 찾지 못할 그리운 존재들. 그런 ‘사라져 가는 것들의 지워져 가는 시간들’을 기억하려는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페미니즘과 손을 맞잡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품 속 존재로 자리하는 모든 역사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커다랗고 따뜻한 하나의 역사로 맞물린다. 그리고 하나로 맞물린 역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그렇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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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불온한 당신(Troublers)

연출 : 이영

출연 : 이묵, 논, 텐, 이영

제작 : 여성영상집단 움

배급/마케팅 : 무브먼트.MOVement

러닝타임            : 99분

개봉 : 2017년 7월 20일

영화제 : 2016 올해의 여성영화인 다큐멘터리상 수상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15)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2015) 

인디다큐페스티발 올해의 초점 상영 (2016)

독일 도르트문트/쾰른 국제여성영화제 상영 (2016)

서울인권영화제 상영 (201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 (2016)

한국퀴어영화제 특별상 수상 (2016)

토론토한국영화제 상영 (2016)

전북여성영화제 개막작 (2016)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작 (2016)

목포인권영화제 개막작 (2016)

대만국제여성영화제 상영 (2016)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스트라 드 도나 국제영화제 상영 (2017)





 SYNOPSIS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찾아서”


1945년생 이묵은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 ‘바지씨’로 평생을 살았다. 서울에선 김승우로, 고향 여수에선 이묵이란 이름의 여자를 사랑한 사람으로 살아온 세월. 손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자를 사랑했고, 떠나 보냈지만 세상의 눈에는 그저 불온한 존재였던 사람. 한편, 2017년 대한민국의 광장에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지만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혐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가는데…


우리 중에 누구인가요, 불온한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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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비디오에서 버블경제로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5 21일(일)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마민지 감독, 천주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저자

진행 박혜미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DMZ국제다큐영화제, 신나는 다큐모임, 찍는 페미, 인디스페이스가 함께한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기획전의 <버블 패밀리> 대담.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박혜미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마민지 감독, 그리고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의 천주희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버블 패밀리> 발제문: 욕망의 교차로에서 태어난 http://indiespace.kr/3437








박혜미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이하 박): 서울에서 첫 상영을 했습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가족의 이야기, 한국사회의 이야기까지 엮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민지 감독(이하 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보다 더 떨렸어요. 일요일 저녁에 시간 내서 와주신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먼저 <버블 패밀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영화 안에도 들어가 있지만, 제가 사춘기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들이 있었어요. 아버지와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종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죠. 그 이후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후 문화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리서치 작업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직장사’가 사실은 정부의 도시개발 역사와 맞닿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다음 작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찍게 되었어요. 



박: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마: 사실 아버지는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어머니는 처음에 되게 협조적이었고요. 초반에는 부모님과 가족 이야기보다는 도시 개발, 부모님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그러다 점점 카메라가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 등을 찍게 되니 의심을 하시더라고요. 특히 화장을 안 했을 때 찍는 걸 되게 싫어하셨어요. 이번에 전주로 어머니가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 전에 어머니 허락을 먼저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버지가 모르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요. 어머니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고 다음 상영 때는 친척 분들도 다 모시고 온다고 하셨어요.





박: 천주희 작가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천주희 작가(이하 천): 처음에 의뢰를 받았을 때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이 텍스트를 분석해달라고 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보고 나니까 저와 되게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여성 감독이 오늘 날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거기서부터 분석을 하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심정적으로 동일시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의 중산층 문화를 드라마나 책으로 배웠어요. 심정적 거리감이 있었지만, 만약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어요. 이 영화에서 제가 관심을 가졌던 건 ‘버블 패밀리’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 그 역사를 추적해 가는 감독입니다. 감독에게 이입을 해서 봤어요. 어쨌건 역사라는 건 누가 어떤 관점으로 기록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독립한 딸, 그러나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는 ‘나’의 현실 상황과 불편하지만 만날 수밖에 없는 가족을 만나고 이 가족의 과거를 추적해 가면서 그것을 역사화 하는 과정을 봤습니다. 제가 ‘부채’를 연구하면서 이 시기 문헌들을 살펴보면 거칠게 도표화 되어 있어요. 저는 이 텍스트를 통해 다층적인 차원에서 한국의 거품경제에 대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계획과 'IMF'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추적하고 이것에 문헌을 병치하면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는 세대적으로 황금기를 살았던 부모 세대와 몰락할 수밖에 없는 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자녀 세대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이 텍스트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부모를 크게 설득하지 않는 자녀의 모습, 본인이 살아왔던 시간을 과감하게 비추는 부모의 모습이었어요. 자녀와 부모가 집이라는 욕망, ‘강남’과 돈이라는 욕망에 대해 서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갈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저는 오히려 좋더라고요. 오늘날 ‘버블 패밀리’의 역사를 다시 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현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태로운 경제 상황 속 어머니와 딸의 극복 방식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엔 땅을 투기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마음, 이 돈으로 차라리 학자금 대출을 갚았으면 하는 딸의 욕망이 솔직히 들어나는 것이 굉장히 좋았어요. 가족의 서사를 통해서 거품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아요. 한국사회의 역사적 요소들이 어떻게 개인의 삶, 가족의 삶에 들어오고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텍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경제의 모습이 어떤가 생각을 해봤을 때 저는 두 가지가 보였습니다. 하나는 일상생활이 변화하는 것들이 보였어요. 어머니의 홈비디오에 드러나는 당시 중산층의 삶과 그때와는 다른 지금의 낡은 벽지, 고장한 싱크대, 보일러 같은 것들이죠. 일상의 내가 늘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지고 어머니의 언어가 달라지는 모습 등이 감독의 시선으로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경제를 말하는 주체는 늘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조연, 카메오처럼 등장합니다. IMF 이후 아버지의 부채 때문에 집이 몰락했을 때 수습은 어머니가 했잖아요. 이 가족의 사례가 특수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빚을 어머니가 갚는 구조, 그러면서 자식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비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런 이야기가 한국의 보편적 가족이 부채를 극복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같아서 좋았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내’가 가장이 되어서 집으로 컴백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단순히 내 개인 서사로 머무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적 서사로 이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우는 장면은 없지만 절망이 느껴지는, 가족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힘들었을 것 같은데 꿋꿋하게 매듭을 지은 것처럼 보여서 굉장히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제 생각에도 영화에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돋보이는 것 같아요. 



마: 사실 천주희 작가님의 글을 받아서 보다가 좀 울었어요. 어떤 교수님 한 분이 20대인 너희 세대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고, 저는 IMF라고 대답을 했어요. 교수님이 잘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너희까지 영향을 받았을 줄 몰랐다고요. 실질적으로 제 삶이 뒤집힌 때가 외환 위기였어요. 20대 중후반이 되어서 텍스트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없더라고요. 노동운동의 관점, 경제구조의 관점으로 쓰인 글은 굉장히 많았지만, 저나 제 친구들을 설명해줄 수 있는 텍스트가 없었어요. 그래서 더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 부분을 영화 안에서 읽어내 언어화해주신 것을 읽으면서 제 자신도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단편 영화를 계속 찍어왔는데, 마지막으로 찍은 게 어머니와 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영화였어요. 거기에도 아버지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를 아예 배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닌데, 찍고 나니까 아버지의 존재가 영화 안에 잘 안 보이더라고요. 분명히 편집 단계에서는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추고 감정이입을 해서 작업을 했는데, 스크린으로 보니 어머니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관객 분들도 어머니 캐릭터에 호응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놀라운 경험이에요. 왜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어머니의 캐릭터가 더 살아난 것 같습니다. 



천: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게 타인의 입장일 때보다 어려울 수가 있죠. 너무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머니가 몰래 사둔 땅과 학자금 사이에서 갈등을 했는데, 그 땅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웃음)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저희 어머니는 가족 한 명당 3, 4개씩, 보험을 많이 들어뒀어요. 그러다 일을 그만두게 되자 보험금을 내기 위해 빚을 졌더라고요. 아버지들과 달리 어머니들이 경험하는 경제적 불안감이 있습니다. 감독님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마: 첫 질문에 먼저 답변하자면, 아버지와 정말 친하지 않아서 일단 휴대전화 번호 교환을 했어야 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부모님과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찍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니 가족으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되었고 인물들을 객관화하게 되었어요. 땅에 관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지난 GV 때 그 땅 근처에 사는 관객이 있었던 거예요. 그 근방이 ‘핫플레이스’라고 하더라고요. 영화 마지막에 제가 의도했던 건 개인의 욕망입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경제흐름과 거시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스템 안에 개인이 휘말리거나 놓였을 때 굉장히 쉽게 편승하고 휩쓸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고 생각했고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 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보니 땅을 보러 간 현장에서 제가 시종일관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웃음)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어요. 막상 땅을 보고 나니까, 땅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즐거워하게 되는 제 자신이요. 언젠가는 이 땅이 나에게 보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욕망이 저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사실 개인의 욕망이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정된 행복을 기다리는 데서 온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내레이션으로 ‘내가 발 딛고 선 이 땅을 믿지 않겠다’고 하는 건 미래에 담보된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내 기반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관객: 거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화를 자전적 내레이션 형식으로 끌어간 이유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대상과 작가의 거리가 확실히 최소화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가족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낼 수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 내레이션은 처음 기획에서 잡고 간 가장 주요한 방법론이고, 미시사와 거시사를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가족 안에 들어있는 한국경제와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편집하면서 고민이 되게 많았습니다. 중간 중간 피드백을 받았는데 가족 이야기를 늘리면 너무 사적이라고, 푸티지 사용을 늘리면 너무 거시적이라고 그랬어요.(웃음) 이 밸런스를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편집감독님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 분이 가족의 스토리를 잡았고 저는 거시적인 부분을 맡았어요. 그렇게 두 흐름을 접합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단순 해설자로서의 내레이션이 아니라 제가 경험한 도시, 제가 바라본 가족, 제 관점에서 본 경제 흐름을 제 목소리로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작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건 가족에 대한 제 감정적인 부분 보다는 영화적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기승전결이 뚜렷한 사건 위주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되게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언제 찍고 언제 찍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찍고 윤리적 판단은 편집 과정에서 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집요하게 촬영을 계속 했습니다.



박: 영화에서 아버지를 5년 동안 안 봤다는 내용이 굉장히 쿨하게 스쳐지나가요. 분명 이전에 가족에 대한 상처나 갈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가족 다큐멘터리의 경우 이런 지점을 결국 해소하거나 보듬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아서 놀랍기도, 낯설기도 했어요. 



마: 그 점에 대해서 편집자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편집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 상처를 보듬고 해소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태프들을 강력히 설득했어요. 왜냐하면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그래도 우리 가족은 극복했습니다’는 식의 이야기는 전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분명 관계가 나아진 부분은 있지만 이것이 진짜 회복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절대 웃으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비판적인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태프들과 상의를 굉장히 오랫동안 했어요.



천: 분명히 보통 가족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것 같아요. 감독이 외부인이었다면 더 극적으로 갔을 텐데, 감독님은 그 삶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덤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의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았어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인 것 같아요.



마: 조금 더 덧붙이자면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했던 때는 오히려 영화를 찍기 전이에요. 아버지를 보지 않았을 때요. 촬영을 시작한 시점은 이미 어느 정도 부모님에 대한 격한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라서 크게 혼란이 없었던 것 같아요. 



관객: 89년생이고 서울에서 쭉 살아온 사람으로서 영화가 너무 제 이야기 같다고 느껴졌어요. 가족에 대한 징글징글함과 IMF 이후의 경험들이 굉장히 많이 와 닿았어요. 제 삶이 기록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5년을 안 본 아빠와 같이 사는 게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어요.



마: 감사합니다. 저도 89년생이고요, 비슷한 경험을 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은 매우 힘들어요.(웃음) 집에 잘 안 들어갑니다. 다행인 건 아버지와 제가 생활패턴이 달라서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거죠.





관객: 혹시 만들면서 참고한 작품이 있나요?



마: 처음에 참고로 한 것은 강유가람 감독의 <모래>(2011)였어요. 참고한 작품이 많지는 않은데 아슬라우그 홀름 감독의 <브라더스>(2015)를 재밌게 봤고 편집자 레퍼런스로 보여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박: 천주희 작가님을 통해 <버블 패밀리>를 페미니즘적 시각뿐만 아니라 부채, 청년세대와 연결하여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서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마지막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대학을 권하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지만, 감독님과 저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그러면서 점점 가난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제 책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을 했어요. 공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을 왜 빚을 져가면서까지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었어요. 자신을 ‘아파트 키드’라고 소개를 하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 키드는 기존의 담론이에요. 한국 사회의 욕망이 아파트를 통해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담론인데, 그것에 갇히지 않고 나아가서 ‘버블 패밀리’라는 개념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의 청년부채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결혼할 때, 차를 살 때 등 늘 빚을 지게 되는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이름을 붙이는 일에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곳에 발을 딛고 있는지 질문하고, 드러내고, 공적인 이야기로 끌고나가는 좋은 사례가 된 영화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가 됩니다. 



박: 감독님은 인터뷰에서 도시라는 공간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던데요,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작업을 할 생각인지, 현재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끝 인사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 주변에서 지금 타이밍에 잘 쉬는 게 중요하다고 말을 많이 해주셔서 일단 잘 쉬는 것이 목표인데 이미 틀린 것 같아요.(웃음) 내년에 단편 작업을 할까 생각중이고 아카이브 푸티지 작업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여성 운동에 관한 이야기, 지역사 등을 다뤄볼까 아이디어를 내놓는 중입니다.






<버블 패밀리>는 늘 경제를 이야기할 때 소외되었던 엄마와 딸이 주인공이 되어 서사를 끌어간다. 이들의 불안감과 욕망에 대해서 정직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성찰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 경제사라는 거시적 흐름을 가족이라는 미시적 집단으로 끌어오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인상적이다. 개인의 이야기는 늘 시스템과 얽혀있으며 때로는 시스템에 가려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은 개인에게서 나온다. 그것이 욕망이든, 윤리의식이든. 그것을 깨달으면서 관객인 나는,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고 말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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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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