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한줄 관람평


조휴연 | 계속될 전쟁을 앞두고,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의 기록들

김신 | 토론이 오고가는 교실의 경치는 인상깊다만 섣부른 낙관과 의제간 동일화 전략은 결국 또 다른 응고된 '정치'의 형태로 화석화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

남선우 |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최대한 | 취지는 좋았지만, 중구난방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리뷰 : 계속될 전쟁을 앞두고,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의 기록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 역사는 대화가 아니라 전쟁이 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경우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전쟁이었으며, 어느 순간 그 전쟁에는 국정교과서가 있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를 사이에 두고 한 편에는 보수정권과 그 정권의 부역자들이, 반대편에는 시민들과 선생들, 학자들이 있었다.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은 이전 정권이 시도한, 단 한가지의 역사 교과서로 역사를 교육하는 일의 문제점을 학자들의 입을 빌려 비판한다. 카메라의 시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 정권이 만든 국정화 교과서에 담긴 뜻, 역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의 구도, 해외의 역사 갈등,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것의 의미, 역사 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뻗어나간다.



 




영화는 역사 재건축을 시도한 전 정권의 터무니없는 노력의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전 정권은 역사 전쟁이 아니라 역사 재건축을 하려 했다. 그 재건축은 전 대통령이 그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제사와 비슷한 의미였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자료가 교과서에 사용됐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자료로 전 대통령의 아버지를 미화한 내용이 교과서에 담겼다. 전 정권은 이런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을 넘어, 이 교과서만으로 중, 고등학생에게 역사 수업을 시킬 것을 강요하려 했다. 일본에 후소샤 교과서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국정교과서(다행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가 있었다.

 

국정교과서의 시범 모델격이었던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등장하자 재건축은 전쟁으로 바뀌었다. 전쟁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완성된 재건축 교과서 안에서 학생들은 과거와 대화하는 법은커녕 과거에 대해 회의하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거창한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거에 대해 회의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세대가 자라나 어떤 세계관으로 스스로의 세계를 바라볼 지는 자명하다.



 




영화 안에서 감독이 주목해 바라본 독일의 68세대는 2차세계대전을 치룬 부모세대와 부모세대가 가진 역사적 가치관에 대해 회의하면서 기존세대에 반항했다. 68세대가 일으킨 '68년 운동(68혁명)'은 반 권위주의적인 운동으로 현재까지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화는 독일의 68세대를 통해 역사전쟁은 필연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감독은 역사전쟁의 필연성에서 나아가 어떤 역사여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역사를 위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다시 교육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아갈 한국 역사교육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채워진, 아이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역사 수업을 계획하고 고민한 선생들의 목소리는 감독 본인의 고민과도 맥이 닿아 있다.

 






대화가 아니라 전쟁에 훨씬 더 가까운 몇 년이었다.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는 아직 한국의 상황에서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역사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에 등장한대로, 다른 역사관을 가진 두 세계가 강렬하게 충돌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국정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전쟁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는 모양새다. <국정교과서 516: 끝나지 않은 역사 전쟁>은 그 마무리되어가는 전쟁의 순간순간들을 기록했고 그 기록을 통해 후대에게 대화를 걸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17년에 이 노력들이 기어이 우리 옆에 찾아온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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