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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가을밤에 꾼 봄날의 꿈 '인디돌잔치' <춘몽>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은 2017. 11. 9.

가을밤에 꾼 봄날의 꿈  인디돌잔치 <춘몽>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0월 31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장률 감독 | 배우 한예리, 이주영, 윤종빈, 박정범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김은혜 님)




시월의 마지막 밤, <춘몽>의 돌잔치 손님들이 인디스페이스 가득 봄을 몰고 왔다. 기분 좋은 북적임이 대기 시간을 채웠고, 순간순간 터지는 웃음소리가 상영 중 또 하나의 음향이 되었다. 흑백의 스크린이 색색이 물들기까지, 관객들의 따스한 기운이 영화에 전달된 것만 같았다. 봄날의 꿈을 기억하는 이들이 모인 가을밤. 1년만의 꿈 풀이를 위해 <춘몽>의 감독과 배우들도 자리해주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행): 개봉 1년이 지난 지금, <춘몽>은 어떻게 기억되는 작품인지 여쭙고 싶어요.



장률: 벌써 1년이 지났네요. 배우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재밌게 찍은 영화입니다. 오늘 이렇게 배우들 다시 보니까 너무 좋습니다.



한예리: 작년에 촬영할 때 되게 행복했어요.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찍은 영화인데, 영화 안 예리도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렇게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이주영: 되게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엊그제 일 같기도 합니다. 비록 봄에 찍은 영화임에도 가을이 많이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윤종빈: 저에게 <춘몽>은 앞으로 술자리에서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입니다.(웃음) 장률 감독님과 술자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영화를 찍어보자 했을 때, 실현이 될 줄은 몰랐어요.



관객: 예리가 중국에서 온 역할인데, 말투만 들으면 그걸 느끼기 힘들어요. 감독님께서 디렉팅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장률: 예리는 좀 일찍이 한국에 왔습니다. 그러면 말투가 다 서울 말투로 변하게 됩니다.



한예리: 감독님 말씀처럼 예리는 좀 일찍 한국에 왔고요, 외국에서 온 어린 친구들은 빨리 말을 습득하고, 말투도 바꾸려고 노력한대요. 예리도 어린 나이에 한국에 왔고, 본인이 연변에서 왔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 <춘몽> DVD를 보니 삭제된 장면 중에 예리와 주영의 키스신이 있더라고요. 이 장면의 의미, 그리고 최종적으로 삭제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률: 두 사람이 키스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찍었습니다. 편집 단계에서 아쉽게 그 장면이 날아갔습니다. 예리 씨와 주영 씨는 많이 아쉬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DVD에 넣었습니다.(웃음)





관객: 굉장히 신기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리가 자꾸 춤을 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률: 예리 씨가 (실제로) 무용 전공입니다. 언어로 표현이 잘 되지 않을 때 몸을 움직이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한국영상자료원에 가끔 가서 영화를 보는데...



한예리: (한국영상자료원) 트레일러에 제가 나와요. 감독님이 그걸 봐서 제가 춤을 추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진행: 예리가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할 때 말로 옮기지 못하고 춤을 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되게 자연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속 예리에게 춤이 있다면 주영에게는 오토바이가 있고, 종빈에게는 우유가 있고.(웃음) 소품과 관련해서 해주실 말씀 있나요?



이주영: 저는 항상 오토바이나 축구공과 함께 등장을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풀 샷으로 한 컷 정도 있었어요. 담배 피우는 촬영은 꽤 많이 했는데, 아쉽게 편집이 되기도 했습니다. <춘몽> 찍을 때 항상 제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을 했어요. 되게 아득한 기억이네요. 당시에 살던 혜화에서 수색까지 넉넉잡아 4-50분 되는 거리였는데, 이동할 때부터 영화 안 주영이 되어서 가는 느낌이라 되게 색달랐고 좋았어요.



윤종빈: 우유를 빨대로 마시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별 생각 없이 마시다가 배가 아파서 나중에는 우유를 물로 바꿨던 기억이 납니다.



박정범: 소품은 아니고 영화상에 나오는 집이 제 집입니다. 현재 철거를 하게 돼서 이제는 다른 곳에서 사는데, 이 영화에 담긴 집이 이제 없어질 곳이라는 게,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 끝 부분에 영정사진이 나오고 나서부터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리 배우가 있었던 순간이 꿈이었던 건가요?



장률: 이 영화는 거의 흑백 영화라고 볼 수 있죠. 영정사진이 나왔다하면 영화 안의 예리가 다른 세상으로 갔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영정사진까지는 흑백이에요. 그 후에 카메라가 바 쪽으로 건너가서 세 친구를 찍는데, 그렇다함은 카메라가 위치를 바꾸면서 예리의 시선이 됐지 않았겠는가.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예리가 다른 세상에 갔다면 이쪽 세상 사람들인데 어떤 시선을 주겠는가. 그러면 조금 더 따뜻한 칼라의 색감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컬러로 바꿨습니다. 이거는 제 생각이고 예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한예리: 작년에도 누군가 그런 질문을 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든 본인이 하는 생각이 맞는 거라고 답했어요. 꿈에서 깬 건지, 꿈에서 시작을 한 건지, 예리의 꿈인지 아닌지조차도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춘몽>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붙인 건지 궁금합니다.



장률: 봄날에 찍었습니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사실 춘몽이라는 것은 '야한 꿈'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이 제목으로 하면 관객이 좀 더 들지 않겠는가.(웃음) 봄날에 잠깐 꾸는 꿈?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관객: 제목이 영화 중반에 나오는데, 그렇게 편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장률: 제목을 보통 앞에다 놓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는 어디에 제목을 두는 게 제일 맞겠는가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카메라 시선과 예리의 시선이 겹쳐지다가 비몽사몽의 느낌으로 보이도록 해서 거기에 두는 게 제일 맞지 않겠는가.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했습니다.







관객: 캐릭터들을 구상할 때의 순서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이자 배우인 분들을 캐스팅했는데, 실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구상했는지,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장률: 처음 시작할 적에는 예리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세 명 감독과 술자리를 하다가 같이 영화를 하는 게 어떻겠는가 얘기했고, 세 명만 나오면 관객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 예리에게 부탁했죠. 그렇게 세 명이 예리를 다 사랑하고, 아름다운 주영까지 나서서 예리를 좋아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두지 않았어요. 다 찍다보니 그렇게 된 거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사실 우리가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실제로는 있는데, 주변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수색역 부근에 가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 감독의 전사나 이전 캐릭터들의 어떤 부분을 끌어들여오고, 찍으면서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진행: 이 캐릭터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를 찾아보면 <춘몽>을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 시작할 때부터 거울이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거울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장률: 그런 동네에 가보면 거울이 많이 보여요. 다른 동네에는 길에 거울이 잘 보이지 않아요. 또 이렇게 얘기하면 재미는 없는데, 꿈과 거울이 어느 정도 연상이 되잖아요. 꿈속의 공간, 그 밖의 공간. 그런 재미없는 생각도 해봤고. 아무튼 그 동네의 분위기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관객: 극중 주영이 예리에게 써주는 시가 되게 좋더라고요. 어떤 분이 쓴 시인건지 궁금합니다.



장률: 이 영화의 스크립터가 시인입니다. 그분께 부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이주영: 사실 감독님이 저한테 써보라고 했어요.(웃음) 예리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써봐라 해서 문자로 보내드렸는데, 좋은데 안 되겠다고 하셨습니다.(웃음)



진행: 언젠가 그 시도 공개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주영: 안 될 것 같아요.(웃음)



관객: 영화 중간에 고양이가 나오잖아요. 그 고양이를 현장에서 섭외한 건가요?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장률: 동물을 찍는 게 제일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좀 잘 찍는 것 같습니다. 훈련한 고양이를 데려올 수는 없었고 그 동네가 철거 중이다보니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운명에 한번 맡겨보자! 그래서 예리가 나섰습니다. 예리가 고양이를 오랫동안 키웠습니다. 예리가 나타나니까 그 고양이들이 거짓말처럼 오고, 말 잘 듣고. 예리 저세상에 간 다음 주영이가 집 앞에 앉아있지 않습니까. 그 고양이가 또 와요. 그렇게 운 좋게 찍은 겁니다.



진행: 거의 전지전능 예리, 전지전능 주영이지 않나 싶습니다.





관객: 예리가 옷장 속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영정 사진이 나오기 전인데도 그 옷장이 왠지 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거기서 기도를 했다는 대사가 영화 속에서 나오는데, 무슨 기도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장률: 헌팅 할 적에 지다가다 보니 어느 집에서 자개장을 버렸어요. 그게 눈에 인상 깊게 들어왔어요. 그래서 소품팀에게 그걸 누가 실어가지 않도록 어느 구석에 갖다 놓으라 했습니다. 그러다 촬영에 들어갔는데, 누군가 거기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 겁니다. 관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들어가서 어떤 기도를 하겠거니 생각했고, 그 기도의 내용은 전혀 모르고, 물어도 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저도 궁금합니다.



한예리: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죽음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옷장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도를 할 때 저는 다음 장면에 양익준 배우님을 만나면 할 얘기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 대사를 생각하고 있었어요.(웃음) 예리는 죽음을 계속 예감해왔고 준비했습니다. 내가 죽고 나서도 별 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영에게 ‘싫어’가 아니라 ‘미안해‘라고 한 것도 본인이 죽을 사람인 걸 알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싶지가 않았던 거고 세 명의 남자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영상자료원에서 네 사람이 보는 영화가 장률 감독님 작품으로 아는데, 왜 그 영화를 넣은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과 <춘몽>을 보다보면 영화에 대한 스타일이라든지 주제가 조금씩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왜 점점 변화된 건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장률: 재미없는 영화를 욕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감독에게 피해를 줄 순 없고! (영상자료원에서 영화 보는) 그 장면 찍을 적에 좋았습니다. 대사로 욕설도 크게 할 수 있고, 다들 촬영을 즐거워했습니다. 영화 스타일이 좀 변하는 건, 삶이 다 변하는 것 같아요.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지 이제 5년 됐습니다. 학교에서 영화 강의를 하고 영화인들을 만나고 그러면서 정서도 변하고 모든 게 많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정서에 맞게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것 같습니다. 



진행: 마지막으로 감독님과 배우 분들 끝인사와 함께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또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률: 감사합니다.



한예리: 감독님이 올해 찍은 장편이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고요, 제가 알기로는 <춘몽>보다 더 재미있다고 하니까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소리, 박해일 주연입니다. 여러분 기대하시는 것보다 더 재밌을 겁니다. 저도 나와요. 아주 짧게 한 컷 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저는 올 겨울에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고, 새 작품으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주영: 영화를 찍고 있는데, 이옥섭 감독님의 <메기>라는 작품입니다. 개봉하고 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윤종빈: 영화 후반작업 하고 있고요, 예리와 주영이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감사합니다.



박정범: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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