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러지며 피어나는 꽃처럼 <재꽃>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2일(일) 오후 1 상영 후

참석 박석영 감독 | 배우 정하담, 장해금

진행 이경미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바람 부는 들가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들꽃>(2014)은 많은 생채기를 안고 단단해지려는 <스틸 플라워>(2015)로 피어난다. 그리고 종국에 그 꽃은 무수히 많은 잿가루로 바스러져 공중에 흩날리며 만개한다. 일요일의 오후, ‘꽃 3부작’의 마지막 <재꽃>의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작품을 연출한 박석영 감독과 정하담, 장해금 배우가 함께했다.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모더레이팅으로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이경미 감독(이하 이): <재꽃>의 배우들은 쉴 새 없이 달리고 움직인다. 전작에서도 그랬고. 감독님의 인물들은 왜 그렇게 계속 뛰는 것인가?



박석영 감독(이하 박): 실제로 정하담 배우가 많이 뛴다. 예전에 <들꽃>으로 영화제에 간 적이 있다. 다른 분들과 술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뛰는 소리가 들렸다. 봤더니 정하담 배우가 혼자 뛰고 있더라. 답답해서 뛰는 것인지, 기분이 나빠서 나간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왜 뛰는지 이유를 물어봤다. 뛰면 심장이 같이 뛰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정하담 배우가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웃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설정을 하게 된 것 같다. 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눅눅해지는 느낌이 싫었고 도전하고 부딪히는 용감함이 좋았다. 누군가 잡아주기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시작은 갑자기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정하담 배우의 특징이었다.



이: 정하담 배우는 왜 뛰는가?



정하담 배우(이하 정): 어렸을 때부터 잘 뛰었다. 산책을 많이 나간다. 집 앞에 불광천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계속 뛴다. 기숙사에 살 땐 친구들이 내가 오는 소리를 다 알아맞히곤 했다.



장해금 배우(이하 장): 촬영을 할 때 논길이 있었다. 정하담 배우가 촬영을 들어가기 전, 이어폰을 끼고 계속 그곳을 산책했다. 그래서 ‘언니 뭐해?’라고 물어봤는데 ‘그냥 산책해.’라고 대답을 하더라. 그래서 ‘언니는 진짜 뛰는 걸 좋아하고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웃음)



이: 감독님은 배우를 만나면서 인물을 만들어 가나?



박: 첫 영화가 <들꽃>인데 거기서도 정하담 배우와 함께했다. 비밀이 많은 거리의 소녀 역을 맡았다. 가출 청소년의 리얼리티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어렵지 않나. 우리는 실제 아이들을 취재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하담 배우가 한 달 동안 허름한 옷을 입고 밤에 거리를 걸어 다녔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그 뒤를 따라다녔다. 뛰어다니기도 하고 어딘가에 들어가기도 하고 편의점에 가서 무엇인가를 사기도 하더라. 이렇게 한 달 정도 스스로 해내고 난 후 카메라 앞에서 첫 촬영을 시작하는데, 그 안에 옷과 분장으로는 만들 수 없는 거리의 아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내비게이션 정도고 그 길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스틸 플라워>와 <재꽃>도 마찬가지였다. <재꽃> 촬영 때는 밤마다 작품에 등장하는 집에서 잤다. 집을 느끼고 편안해지기 위해서 정하담 배우, ‘철기’ 역의 김태희 배우와 같이 있었는데 밤마다 정하담 배우가 없어졌다. 뛰고 있겠구나 생각해서 밖에 나가면 그냥 뛰고만 있는 게 아니라 울고 있었다. 잘해놓고 도대체 왜 우냐고 물어보면 잘한 것 같지가 않다고,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답답해하더라. 본인은 그게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이 정말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했다. 모든 배우를 볼 때 그 기준으로 보게 되니까, 참 어렵다. 어쨌든 이 과정은 정하담 배우와 함께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녀가 찾아나가는 것이었다.





이: 정하담 배우는 박석영 감독과 세 작품을 같이 했다. 극 중 이름도 실제 이름과 같은 이름을 쓰면서 혼신을 불살라 연기했다.



정: 실제로 연기를 할 때, 하담이라는 인물이 나와 유사하다기보다는 기본적인 그릇이 나보다 조금 더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스틸 플라워>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나보다 훨씬 커다란 사람을 이해하고 닮아가려 연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같은 이름이긴 하지만, 다른 캐릭터로 느끼게 됐다. <들꽃> 때는 관객 분들이 ‘하담’이라고 이야기하면 꼭 나를 개인적으로 칭하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담이라는 인물이 나와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은 <스틸 플라워> 때부터 들었다. <스틸 플라워> 속 하담이라는 인물은 정직하고, 여리고, 강하지만 따뜻한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예쁜 사람이다. <재꽃>에서 그러한 인물의 크기와 사려 깊음, 훌륭함이 좀 더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 인물의 현재와 내가 이 인물에게 해주고 싶은 것, 그리고 하담이 ‘해별’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것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이: 장해금 배우는 정하담 배우에 대해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나?



장: 오디션을 볼 때는 그냥 ‘나랑 같이 할 언니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정하담 배우를 검색해봤는데 그때까지는 얼마나 연기를 많이 했는지, 잘하는지를 몰랐다. 같이 <재꽃>을 찍으며 보니 감정이입을 하면 바로 눈물을 흘리더라. 후시 녹음을 할 때 정하담 배우가 갑자기 운 적이 있다. 왜 우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 물어보지 않았지만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굉장히 감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배우와의 작업 방식이 조금 달랐을 것 같다. 어떻게 달랐는가?



박: 오디션 과정은 내가 느끼기에 비슷했다. 정하담 배우가 연기를 하지 않았을 때 <들꽃>의 오디션을 봤고 장해금 배우도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다. 둘이 비슷한 지점이 있었다. 그 비슷한 지점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정하담 배우의 오디션을 볼 때 거리의 아이라는 설정을 주고 눈물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울지를 않았다. 연기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해서 감히 배우의 연기 안으로 들어가 지나가는 아저씨처럼 ‘너 누구냐?’, ‘이름이 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랬는데 정하담 배우가 대답을 안 하고 보기만 하더라. 오디션을 마치고 같이 걸어 나오며 ‘도대체 왜 이름을 얘기 안했어요? 이름 정도는 얘기할 수 있잖아요?’라고 물었더니 상대가 부드럽게 말하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느껴져서 대답을 하면 위험해질 것 같았다고 말하더라. 보통 오디션에서 이름을 말하라고 그러면 뭐라도 할 것 아닌가. 그게 이해가 안 돼서 많은 선배님들한테 물어봤다. 그 때 들었던 말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 아이는 음색을 듣는다.’는 말이었다. 보통 표현력에 있어서 건반이 많은 사람들, 자기 소리를 잘 내는 사람들을 좋은 연기자 내지는 좋은 아티스트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배우에게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진실에 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하담 배우는 듣는 건반이 매우 넓다. 그리고 들은 소리로 자신의 윤리적인 판단을 해서 연기를 한다. 그래서 기계적이지 않은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3년이 지나고 장해금 배우의 오디션을 볼 때 ‘200m 앞에 아버지의 집이 있다.’라 말을 하고 캐리어를 들게 했다. 이미지를 보고 싶었다. 장해금 배우가 가다가 중간에 서더라. 그러더니 옆에 있는 풀밭을 한참 보다가 또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왜 그랬냐고 물어봤다. 거기에 꽃이 있었던 모양이다. ‘꽃이 예쁘잖아요.’라고 답하더라.


얼굴의 유사성은 나중에 느꼈다. 처음에 두 배우가 닮았다는 말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유사성이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탭댄스 신발을 신겨주는 매우 긴 장면이다. ‘제발 조금만 빨리 신겨주면 안될까?’하는 마음이 감독으로서 있지 않겠나.(웃음) 한 쪽만 신겨주고 넘어가야하는데 두 쪽을 다 신겨주고 있고. 그 다음에 장해금 배우가 다시 앉아서 보더니 자신의 신발을 내주더라. 디렉션에는 없었던 장면이다. 나중에 장해금 배우에게 물어봤더니 정하담 배우가 맨발로 있으면 아플 것 같아서 신발을 내주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과 영화를 하면 ‘나의 카메라는 도대체 뭘 원해서 이 자리에 있는가?’를 본질적으로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다. 많이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실제로 두 배우가 굉장히 친밀하고 가까울 것 같다는 느낌이 저절로 든다. 정하담 배우는 장해금 배우와 작업을 할 때 어땠는가?



정: 처음에 캐스팅이 정해졌을 때 굉장히 보고 싶었다.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캐릭터의 관계가 언니동생 사이이긴 하지만 이 친구에게 하담이 완전히 어른으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처럼 대하면 캐릭터가 훼손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니는’이라는 말을 안 하려고 했다. 실제로 장해금 배우가 밝고 똘망똘망 예뻐서 영화에서처럼 하담이 해금을 좋아하는 게 쉬웠다. 정말 예쁜 친구다.



이: 장해금 배우는 어땠나?



장: 제일 친했던 사람이 정하담 배우였다. 같이 놀고, 쉬는 시간에도 정하담 배우와 같이 있었다. 정말 잘해주고 연기도 잘해서 좋았다.



관객: 하담이 독백을 하는 장면이 있다. 감독에게도, 배우에게도 중요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어떻게 줬는지, 그리고 배우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정: 사실 독백은 <들꽃> 때 오디션을 본 대본이다. 어렸을 때 버려진 하담이라는 인물의 전사다. 그 대사를 오래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하담이라는 인물이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스틸 플라워>를 찍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재꽃> 때 그 대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해별이 가고 난 후 든 큰 죄책감 때문이다. 본인이 조작한 서류, 그리고 ‘명호’가 그것을 알아챘을지 아니면 믿고 있을지 불안하지 않나. 그런데 명호가 해별을 그렇게 데려갔을 때 너무 큰 죄책감이 든 거다. 그래서 그때 처음 얘기해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혼자 독백을 했다. 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박: 독백은 하담의 전사고 거의 비슷하게 오디션을 봤다. 사실 대사가 뒤에 더 길다. ‘혼자서 걸어갔는데 검고 어두운 사람들이 계속 옆을 지나가고 있었어. 계속 걸었어. 난 무서웠는데 그러다 길에서 쓰러졌나봐. 그리고 여기야.’ 이런 식의 대사였다. 원래는 엄마를 기다리다 3일을 보내고 혼자 걸어가다가 어딘가에 쓰러진 것이었다. 그 다음에 고아원이나 시설에 있다가 다시 나오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전사를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 이미 많은 판단을 내려서 보게 되고 그 이야기만으로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그 전 영화들에서는 2시간 안에 캐릭터의 뒷이야기로 이해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독백을 한 것은 그게 자기연민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죄책감이나 미안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어떤 사람에 대해 느끼는 스스로의 감정 때문에 나의 정체를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독백 장면을 연기하는 걸 앞에서 보며 나뿐만 아니라 함께했던 스태프들도 굉장히 어려웠다.





<재꽃>은 마지막으로 보이는 순간, 바스러진 행복의 잔재에 절망하지 않고 그 끝을 꽃잎 삼아 피어난다. 그리고 손을 꼭 맞잡은 채 마을을 떠난 하담과 해별 또한 바스러지며 피어나는 재꽃처럼 아름답게 만개할 것이다. 상처와 통증을 안고 피어났기에 그 꽃은 더 아름답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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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또 만날 것 같은 여운이 남는 영화 <러시안 소설> 인디돌잔치

영화: <러시안 소설>_감독 신연식

일시: 2014년 9월 30일

참석: 신연식 감독, 배우 경성환 이재혜 이경미

진행: 맹수진 영화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정희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영화를 만나게 된다면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고 배우들의 대사와 나레이션을 통해 많은 해석이 가능한 영화 <러시안 소설>의 인디돌잔치가 9월의 마지막 날에 진행되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일생과 27년 후 다시 깨어난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자신의 소설이 원작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27년 전 기억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의 몰입도 높은 한 편의 소설 같은 영화 <러시안 소설>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시간이었다.



맹수진 평론가(이하 맹) : <러시안 소설>은 배우들이 연기하기 참 어려운 캐릭터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고 연기를 할 때 어땠나.

 

경성환(이하 경) :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쓸 때 실제 이름을 시나리오에서 사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다. 처음엔 내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니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그때 당시 연기 경험이 없어서 해석한대로 연기하기도 바쁜 시간이었다. 내가 맞게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재혜(이하 이) : 영화 스터디를 하면서 감독님을 소개받았다. 시나리오를 받고 실제 내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영화 속 캐릭터와 내 모습이 분간이 안 돼서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재혜라는 캐릭터가 참 좋은 여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경미(이하 경) : 처음엔 나와 성격이 너무 다른 것 같아서 대본을 보고 감독님이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을 하신 건가 싶었다(웃음). 하지만 감독님을 믿고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매력 있는 캐릭터라는 느낌도 들었고 영화에서 경미가 갖춘 능력이 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극 중 신효를 무시하면서도 이성이니까 끌리는 부분을 보면 조금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웃음).

 

: <페어 러브>라는 작품을 하고 나서 억대의 빚이 생겼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 영화를 관두려고 맘먹고 평소 가르치던 학생들을 데리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찍고 끝낼 생각이었다. <러시안 소설>은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에겐 수업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공부를 같이 도와주고 자주 본 친구들이라 이들의 성격이 시나리오에 어느 정도 녹아 있다.

 




 


관객 : 영화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 느낌이다. 1부는 긴장감 있는 느낌으로 몰입도가 강했고 27년 동안 잠들어있던 신효가 깨어나면서 2부가 새로 시작되는 것 같은데, 2부에서는 긴장감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 1부와 2부로 나뉘게끔 영화를 만든 건 사실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던 터라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물론 1부와 2부를 나눈다는 의미는 개인에게 어떤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또 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1부에서 신효는 실제로 죽기 때문에 2부에서부터는 소설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준 걸 수도 있다. 처음 봐선 모르는데 두 번째부터 보게 된다면 알 것이다. 영화 안에 작게나마 장치를 해두었다. 일부러 다르게 찍은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서 신효와 성환은 내 분신 같은 느낌이다. 나의 콤플렉스를 둘이서 각각 나눠가지고 있다.

 

 

관객 : 27년 만에 깨어났을 때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다면 내 글을 보고 싶었을 것 같은데, 왜 글을 확인하지 않나.

 

: 굉장히 많이 받는 질문이다. 실제로 나는 시나리오도 초고만 쓰고 절대 수정하지 않고 영화도 만들고 난 뒤 절대 보지 않는 편이다. 물론 보는 감독도 있겠지만 나는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질문을 받을 때면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웃음). 이건 여담인데 얼마 전 멕시코 영화제를 다녀왔다. 무대 인사를 하기 전 시간이 좀 남아서 예전에 잠시 살던 곳을 다녀왔다. 근데 놀라운 건 오랜 세월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다 그대로더라. 아마 신효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27년을 잠들어 있었더라도 깨어나면 그것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사도 하고 소설을 읽기도 하고 나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세 가지가 전부 섞인 느낌인데 관객은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내 삶을 돌아보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영화는 뭘까라는 생각으로 다시는 못할 시도를 다 해보려고 만든 영화였다. 원래는 대사 없이 전부 나레이션으로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너무 모험일 것 같아서 대사를 넣게 된 거다(웃음). 후반부로 갈수록 나레이션도 줄이고 조금씩 바꿔나갔다. 실제로 관객들이 복잡하고 모호하게 느끼도록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하나를 나눠서 분석하듯 생각하기보다는 대사든 나레이션이든 전체 다 하나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저들이 말하는 나레이션이나 소설 일부분이 한 소설의 내용일 수도 있고 여러 소설의 내용일 수도 있다.

 

 





: 성환의 캐릭터는 영화 속 주인공 중에 제일 어려운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연기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 계획을 세울 만큼 여유가 있진 않았다. 그냥 닥치는 대로 해결하기도 급급했기 때문이다(웃음). 실제로 영화 속 성환과 나는 닮은 데가 많았다. 배우를 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배우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내 모습을 연기하려고 하니 막상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 영화에 등장하는 김기진이라는 작가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존재로 보인다. 우연제라는 독특한 공간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

 

: 신효는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다. 잘 배우지 못해 유명해지지 못했고 그들의 재능이 부럽기도 하다. 우연제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우연제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작가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고 실제로 몇몇 소설가들도 이런 공간을 만들거나 우연제같은 곳에서 글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종종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와서 봐달라고 한다. 김기진 작가가 신효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확답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 또 고쳐주지 않는다. 실제로 김기진 같은 분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관객 : 오늘 처음 영화를 봤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영화에서 물고기를 찾는 낚시꾼의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신효를 보면 중요한 것은 눈앞에서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의미인가.

 

: 처음 영화에 나오는 말은 괴테가 아들에게 한 말이다. 실제로 내가 만드는 영화는 얕게나마 혹은 깊게 크리스천의 마음이 묻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간 크리스천 내용을 다루는 영화를 찍고 싶기도 하다. 어제 잡다가 놓친 물고기 때문에 지금 잡아야 했던 많은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길 바랐다.

 

 

: 왜 하필이면 27년 후에 신효가 깨어나는가. 27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 특별한 의미는 없다. 원래 다루려 했던 내용은 신효가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자신이 유명해져 있는 얘기를 다루려고 했다. 그런데 배우가 정해지고 나서 영화를 찍다 보니 시나리오가 수정이 된 거다. 그래서 27년 후로 설정되었다.

 

 

: 신연식 감독님은 본인 영화에 무조건 나온다. 혹시 연기에 욕심이 있는 건가(웃음).

 

: 절대 아니다(웃음). 이젠 안 하려 한다(웃음). 항상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출연했다. 작은 역할이니 배우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것보단 내가 직접 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해서 하게 되었다. 항상 상황에 맞물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들이다. 곧 개봉하는 <조류인간>에서도 나오긴 하는데, 이젠 정말 안 하려 한다.

 

 

: 성환이 신효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어땠나.

 

: 영화의 제일 마지막 장면이었다. 이것만 찍으면 영화가 끝나는데, 뺨을 때리는 장면이라 긴장했었다. 영화가 끝나고 파티를 할 예정이라 촬영을 하는 카페에 지인들이 와있는 상태였다. 지인들이 다 지켜보는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는데, 신효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한 번에 가려고 차지게 때렸다(웃음).

 

 

: 영화의 톤이 인상적이다. 세피아 톤에서 점점 흑백으로 가기도 하고.

 

: 원래는 완전 흑백이었다. 근데 흑백으로 보여주기엔 배경이 예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세피아 톤으로 가고 완전히 흑백이 되었다가 다시 컬러가 되는 설정으로 진행했다.

 

 

: 감독님과 배우 분들의 마지막 소감을 부탁한다. 또 앞으로 일정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린다.

 

: <조류인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 분들에게 감사하다. 27년 뒤 다시 오늘 오신 분들과 <러시안 소설>을 보고 싶다. 조만간 현대 예술인 인물사를 주제로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특별한 프로젝트로 <조류인간> 이후에 또 관객 분들을 찾아뵐 것 같다.

 

경 : 연극 공연 연습 중이다. 117일부터 1116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쁠 것 같다.

 

: 단편영화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아직 졸업하지 못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오늘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웠다.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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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9월의 상영작 <러시안 소설>


인디돌잔치는 1년 전 개봉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개봉과 함께 관객들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상영된 영화의 1주년을 다시 한번 관객들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자리. 

이제는 온라인 다운로드, IPTV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들이 너무 많아졌지만,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일시: 2014년 9월 30일(화) 저녁 7시 40분

  장소: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입장료: 6,000원 (인디스페이스 후원회원/멤버십 무료)

●  부대행사: 상영 후 인디토크 (참석: 신연식 감독, 배우 강신효 이경미 | 진행: 맹수진 평론가)








Synopsis. 


이런 이야기… 잘 믿는 편이에요? 

올 가을, 한국영화의 새로운 클래식 <러시안 소설>


27년 간의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소설가 신효.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현실에서 그는 ‘전설’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출판된 소설들이 자신이 쓴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의문을 풀기 위해 ‘우연제’와 단서를 쥐고 있는 27년 전의 인물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 ‘우연제’를 만든 당대 최고 소설가 김기진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을 감추고 있는 성환, 신효의 재능에 헌신했지만 결국 그를 파멸로 몰고 가는 여자 재혜, 여공 출신의 성공한 젊은 소설가지만 문단의 질시로 주저앉고 마는 경미. 과연 신효를 대신해 불멸의 명작을 완성한 이는 누구일까?






Information


각본•감독: 신연식 

출연: 강신효, 경성환, 김인수, 이재혜, 이경미, 김정석, 이빛나, 이유미  

러닝타임: 140분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제작: ㈜루스이소니도스

제공•배급: KT&G 상상마당 

영화제: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수상 

        제 4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스펙트럼 부문 초청 

        제 36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초청







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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