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극장을 들여다 볼 때, 나를 들여다보는 극장  <너와 극장에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6월 30일(토)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 | 배우 김예은, 문혜인, 이태경, 박현영, 우지현

진행 변영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채영 님의 글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 극장이란 공간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독립영화일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전국에 얼마 있지도 않은 전용관 중 한 곳에 찾아간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극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하루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극장을 찾은 적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찾은 적도 있었다. 극장에 얽힌 많은 추억이 있는 만큼, 그 모든 순간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극장은 어쩌면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영화를 누구와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생각보다 금방 떠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좌석과 조명,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옆 사람까지 극장이 갖는 요소들이 영화 관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독립영화를 관람하고자 할 때 우리는 여러가지 경험적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고르듯 관람할 극장을 고르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극장으로 찾아가는 과정까지도 영화 감상이라는 총체적인 경험의 일부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너와 극장에서>가 개봉했다. 6월 30일, 인디스페이스에서 변영주 감독의 진행으로 <너와 극장에서>의 인디토크가 시작되었다.





변영주 감독(이하 변영주): 영화 재밌으셨죠. 영화를 이루는 세 편의 단편을 연출하고 출연한 감독과 배우 분들이 나와 계신데요, 인사 말씀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지영 감독(이하 유지영): 안녕하세요. 첫 번째 에피소드 <극장 쪽으로>를 연출한 유지영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김예은이라는 배우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고요.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예은 배우(이하 김예은): 저는 <극장 쪽으로>의 선미 역을 맡은 김예은이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감독님처럼 되게 궁금하네요.

 

문혜인 배우(이하 문혜인): 안녕하세요, <극장 쪽으로>에서 수영 역을 맡은 배우 문혜인입니다.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온 유지영 감독님께서 같이 하자고 해주시고, 또 좋아하는 동료배우가 함께한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하루 동안 소풍처럼 대구에서 촬영하고 돌아왔는데, 관객들과 만나는 기회로 이어져서 굉장히 뿌듯하고 좋습니다.

 

정가영 감독(이하 정가영): 두 번째 에피소드 <극장에서 한 생각> 연출한 정가영입니다. 작년 이맘 때쯤에 영화 찍을 준비 했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1년이 지나서 개봉을 하고 이렇게 관객분들도 만나게 되어서 기분 좋고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이태경 배우(이하 이태경): 안녕하세요, <극장에서 한 생각> 감독 역을 맡은 이태경입니다. 오늘 이 영화를 오랜만에 보니까 되게 재밌더라고요. 같이 보신 분들이 재밌게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진 감독(이하 김태진): 세 번째 에피소드 <우리들의 낙원>을 만든 김태진입니다. 감회가 남다르네요. 이렇게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함께 만나서 얘기를 한다는 게 뜻 깊은 일인 것 같아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영 배우(이하 박현영): <우리들의 낙원>에서 은정 역을 맡은 박현영입니다. 그저께 개봉해서 관객분들 만나고 있는데 모두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오늘도 어떤 만남이 될지 궁금한데요, 재밌는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지현 배우(이하 우지현): <우리들의 낙원> 출연한 우지현이라고 합니다. 오늘 같이 영화를 봐서 떨리네요. 사실 저는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잡혀버렸어요(웃음). 좋은 얘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영주: 저는 <너와 극장에서>를 보면서 선언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독립영화가 이렇게 재능 있는 감독들과 훌륭한 배우들을 가지고 있다는 선언문이요. 물론 그 재능과 훌륭함을 통해 상업영화로 가버리면 그들은 이곳을 잊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배우와 감독들이 낯설지가 않죠. 독립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 그 영화 속 배우구나’, 혹은 그 영화의 감독이구나하고 알아보셨을 것 같습니다. 2018년 한국 독립영화가 갖고 있는 힘을 확인시켜준 영화여서 개인적으로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극장과 자신보다는 독립영화와 자신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먼저 질문을 드려 볼게요. 세 작품이 모두 감독들의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해요. <극장 쪽으로>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려고 스스로 결심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 속 주인공이 극장으로 들어갔을 때 영화가 화면은 나오지 않고 사운드만 나오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유지영: 어떤 영화가 되던 간에 관객 중 누군가는 영화를 알아보실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러면 스토리상 개입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극장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다만 깨알같은 재미로 <극장 쪽으로>라는 영화와 연결할 수 있는 작품을 사운드만 넣어놓는다면 찾아낸 분들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Cleo From 5 To 7, 1962)라고 한 여성이 배회하는 영화를 넣었어요. 초반부에 선미가 집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는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를 보고 있는 걸 정확하게 보여줘요. 창문 밖에 있는 남자의 공포스러운 느낌과 연관성도 있고요.

 


변영주: <극장에서 한 생각>은 연출자가 정가영 감독이라는 걸 듣고 영화 시작 1분 만에 , 누구 하나 죽고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권총으로 죽일지는 몰랐어요.(웃음) 먼저 배우님께 질문을 던지고 싶은데, 실제 정가영 감독을 연기한 건가요? 극 중에서 정가영이라고 나오지만, 실제 정가영 감독하고 똑같이 연기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이태경: 그렇죠. 처음에는 정가영 감독님을 따라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테스트 촬영 때 촬영감독님들이 지적을 해주셨어요. 정가영 감독님은 제가 차마 따라할 수 없는 감독님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 감독님과 똑같이 해버리면 영화에 해를 끼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할 때는 정가영 감독님처럼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고요, 다만 저의 원래 말투를 최대한 버리고 평소 해왔던 연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변영주: <극장에서 한 생각>은 영화가 두 부분으로 나뉘잖아요. 한 부분에서는 감독님이 직접 연기를 했는데, 둘 중에 어떤 걸 먼저 찍으셨나요? 또 어느 파트가 먼저 구상되었는지도 궁금해요.

 

정가영: 이태경 배우 나오는 GV 파트를 먼저 찍고, 마지막 촬영 때 제 부분을 찍었어요. 처음엔 앞부분만 생각하고 GV에서 제가 갖고 있었던 긴장과 충동을 시나리오에 담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영화가 끝나기는 애매해서 어떻게 이 느낌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뒷부분을 쓰게 됐어요.


 



변영주: <우리들의 낙원>은 이 영화를 기획한 서울독립영화제가 가장 원했던 영화일거라고 생각을 해요. 왜 삽입작품으로 프랭크 카프라 영화를 선택하셨나요? 프랭크 카프라 영화는 저도 되게 좋아하고, 영화를 하고자 하는 지망생은 누구나 보지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독립영화 감독이 카프라를 인용한다는 것, 가장 미국적이고 상업적인 할리우드 감독의 영화를 선택한다는 지점이 되게 재밌었거든요.

 

김태진: 극장을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것에 대해서 여쭤보실 줄 알았는데 프랭크 카프라로 귀결되니까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답변을 쓸 수가 없게 되었네요.(웃음) 처음에는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틀 지에 대해서 정해두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생산직 반장 여성이 사라진 사원을 찾으러 가는 소동극을 쓰자는 생각이었고, 그럴 때 어떤 영화가 가장 좋을지 고민해보았습니다. 해당 영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겠지만 언급되었을 때 나름대로 이 영화 전체의 주제나 감상에 일조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독립영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여러 영화들을 떠올려봤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를 가장 쉽게 정의할 수 있는 말이 가장 미국적이다라는 말이에요. 할리우드 엔딩처럼 엄청나게 많은 이항 대립 문제들이 마지막에 가서는 마법처럼 하나가 되어서 유토피아를 그리면서 끝나기 때문에요, 어떤 면에서 봤을 때는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시절의 추억들, 낭만들에 향수를 느끼기 때문에 또 마음이 애틋한 영화라는 생각도 해요. 저도 한동안 굉장히 염세적이고 비판적인 영화들을 좋아하다가 이 영화를 만들기 직전에 우연히 카프라의 영화를 극장에 와서 보게 되었어요. 그 때 영화를 새롭게 보게 되더라고요. 영화라는 게 현실세계 안에서 대항하고 저항하는 역할도 하지만,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극장에 와서 만났던 순수도 영화의 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특히 그런 영화들이 민철이라는 아이에게는 굉장히 감명 깊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관객: 김태진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서현우 배우가 맡은 정우의 캐릭터 설정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극중에서 혼모노라고 일본어로 말을 하는데요.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개그 캐릭터로 기용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혹시 서현우 배우님이 어떤 생각으로 연기를 하셨는지 알고 계신다면 그것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태진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소동극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 속 각자의 역할들을 두었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유머를 담당하는 역할로 정우라는 캐릭터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많은 생각들을 했어요. 직업이나 성별, 나이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었는데 특히 게임에 빠져 심취한 BJ라는 설정을 가지게 된 것은, 정우도 말마따나 혼모노잖아요? 한 분야에 굉장히 미쳐있는, 영화인에게는 시네필이라는 말과 동일한 거죠. 그런데 그 사람은 게임에 심취해 있으면서 영화에 심취한 사람에게는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현우 배우님과는 첫 미팅 때 무려 18시간정도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한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밥도 먹고 공연도 보고 술도 마시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서현우 배우님이 좀 숨기셨지만 게임 덕후시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조언을 해주셨어요. 캐릭터의 현실적인 요소나 유머의 상당수를 배우님이 준비해주셔서 저는 메소드 연기라고 생각해봅니다.

 


관객: 유지영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고전 공포영화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영화 시작이랑 끝에서 현관 구멍으로 우유를 집어가는 장면이 웃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연출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유지영이 영화의 주제와 맞물린 키 이미지 같은 건데, 처음에 손이 나와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갈망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마지막에는 그게 변주가 되어서 다 그렇게 누군가를 찾고 있지만 각자의 생활공간에 갇혀있는 느낌이고요. 선미가 극장에 들어갔을 때 다들 혼자 있잖아요. 그것도 섬처럼 외로이 앉아 있는 이미지인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속 극장들을 어떻게 선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유지영저는 사실 영화광이 아니고, 어릴 때도 거의 영화를 안 봤어요. 대학교 들어가서 어머니가 좀 많이 아프셨는데,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무기력한 상태에서 2년 정도 탐욕스럽게 영화를 봤어요. 평생 살면서 멀티플렉스에서 본 것보다 그 시절에 대구의 동성아트홀이라는 예술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횟수가 몇 배는 많기 때문에 저한테 극장이란 이미지는 동성아트홀이거든요. 전 대구 토박이이기 때문에 사실 거기서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내려와보니 40년 가까이 극장을 운영하셨던 사장님은 그만두시고 완전히 리모델링이 된 거에요. 선택지는 오오극장밖에 없었어요. 멀티플렉스는 저에게 극장으로서의 무드를 전혀 주지 못하고, 변해버린 동성아트홀은 찍을 수가 없고요. 요새 복합에무시네마나 오오극장처럼 카페를 겸한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들이 많잖아요. 현대적인 느낌도 반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오오극장을 선택했습니다.

 

정가영: 저는 강남구 신사 쪽에 위치한 이봄시어터 라는 극장에서 영화를 찍게 되었는데요. 제 데뷔작 <비치 온 더 비치>를 개봉하고 이봄시어터에서도 GV를 했어요. 그날 배급사 직원 분이랑 같이 갔는데 관객이 한 분 계시다는 거예요. 그 한 분 마저도 GV가 있는지 모르셨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가시려는 걸 저희가 붙잡아 가지고 1:1 GV를 했거든요. 그런 각별한 기억이 있고, 지금은 관객이 많은 것 같은데 그 당시만 해도 관객이 더 없었어요. 어떻게 운영이 되는 걸까 궁금할 정도로, 그래서 촬영하기에 가장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촬영을 하려고 장소섭외를 할 때 대관료를 되게 싸게 해 주시더라고요. 촬영에도 협조적이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음 주에 이봄시어터에서 <너와 극장에서> GV를 해요. 그때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변영주: 저도 동성아트홀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20세기 일이에요.(웃음) <낮은 목소리>를 동성아트홀에서 틀어서 서울에서 간 거예요. GV를 하러 간 건 아니고 그때만 해도 필름으로 상영할 때니까 영사기랑 다 들고가서 상영을 했는데 관객이 딱 한 분 오셨어요. 그래서 저도 영화 끝나고 직접 커피를 타서 주면서 GV를 한 10분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아마 독립영화를 만들어서 GV를 하는 감독들이라면 무대에 있는 사람보다 앉아 계시는 관객분이 더 적은 경험들은 한 번씩은 하니까요.

 

김태진사실 저도 개인적인 극장들을 먼저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좋아한 극장들이 다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남아있는 곳들 중에 생각해보니 서울아트시네마는 일단 한국에서 유일한 시네마테크 전용관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현재 여건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면으로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낙원에 대한 기본적인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위치가 서울극장 내부 3층에, 인디스페이스라는 비슷한 성격의 극장 옆에 있다보니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영화를 찍고 GV를 하면서도 느꼈는데 사람들은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곳이 서울극장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CGV 아트하우스같은 극장이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운영하는 독립된 주체가 있는 극장이 아니라요. 그런 정체성이 제가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에 장치가 되었고, 길을 찾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도 이유입니다.

 

변영주: 결국 이 영화의 기획주체는 서울독립영화제이고 한국독립영화협회인데 아무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촬영하지 않았다는 거.(웃음)

 




관객: 유지영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은데 영화를 흑백으로 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유지영그냥 시나리오 쓸 때부터 제 머릿속 이미지가 흑백이였어요. 직관적인 것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플랫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단조로움을 살리기 위해서 흑백이 맞다고 생각을 했어요. 촬영 감독님 역시 동의했기 때문에 찍을 때부터 흑백으로 찍었습니다.

 


관객: 저는 김예은 배우님께 여쭙고 싶은데요. 영화를 보면 미로처럼 되어있는 골목에 갇혀서 계속 빙빙도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다 보니 관객인 저도 답답하고 때론 단절감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촬영 시간이 어느 정도였는지, 촬영할 때 배우님이 느꼈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 지 궁금합니다.

 

김예은: 하루 만에 찍었고요, 아마 관객 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실 텐데 찍으면서 구간마다 감정이 달랐어요. 제가 길치여서 실제로 길을 잘 잃어버리거든요. 상상만 해도 미치겠는데 정말 짜증나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감정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관객: 김태진 감독님께 민철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글을 쓰고싶어 하지만 현실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결국 작품이 당선되었는데 사라졌잖아요. 꿈과 현실에 대해 갈팡질팡 하다가 도망친 것 같은데, 이유가 궁금해요.

 

김태진민철이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저를 바탕에 두고 만들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를 만들거나 다양하게 향유하는 법은 잘 모르는 사람으로 상상을 하고 시작을 했어요. 나름대로 노력하고 영화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부터 영화를 시작해야하는지 몰라서 방황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민철은 영화잡지에서 비평가를 모집하는 공모에 도전했고 이번에는 당선이 된 거에요. 근데 이 사실을 본인은 모른 채로 시간이 가니까 결국에는 그 사람을 찾겠다고 사람들이 직접 이 극장까지 당도하게 된 거죠. 민철이 그 모든 사실과 사람들을 한 번에 알게 되면서 일종의 충격을 넘어선 공포를 마주하는 장르적인 상상을 한 것 같습니다.

 




변영주: 저 역시도 세 분의 감독, 배우님들의 팬으로서 다음 작품 계획이 궁금한데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지영저는 <수성못>을 개봉 후 한 일주일 쉬다가 <너와 극장에서>를 개봉했어요. 일단 바쁘게 홍보활동을 할거고요. 사실은 하기로 한 시나리오 작업아 있는데, 제가 너무 소진되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아서 잠시 저만의 휴가를 떠나려고 하고 있고요. 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더불어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내년에 개봉하는데 제가 배우로 잠깐 나와요. 정가영 감독님 못지않게 몇 편 출연하고 있습니다.(웃음) 봐주시길 바랍니다.

 

김예은: 미장센단편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하나 상영할 것 같고요. 시간 되신다면 오셔서 영화를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요즘 열심히 이것저것 계발을 하고 있어요. 춤도 추고 노래도 듣고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제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건강한 모습으로 앞으로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혜인: 저는 일단 준비 중인 영화가 있고 다가오는 것들을 하나하나 잘 맞이하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고요. <혜영>이라고 작년에 찍었던 단편이 있는데, 오래된 연인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 작품의 프리퀄이 될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완성되면 관심 가지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가영: <너와 극장에서> 개봉했으니까 열심히 홍보활동도 하고 관객 분들 많이 만났으면 좋겠고요. 하반기에 <밤치기>라는 저의 두 번째 장편이 개봉을 할 예정이에요.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에너지 넘칠 때 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 중이고, 빨리 찍고 싶습니다. ‘가영정이라는 제 유투브 채널이 있는데요. 제가 찍은 단편영화들을 쭉 올려놨어요. 많이 구독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감사했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태경저도 <너와 극장에서> 개봉 홍보에 최대한 참여하면서 지낼 것 같고요. 하반기에 <죄 많은 소녀>라는 작품이 개봉하게 되었어요. 일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어서 뭘 한다고는 못하겠지만 들어오는 대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진저도 <너와 극장에서> 홍보 열심히 할 계획이고요. 새로운 영화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전혀 찍어본 적 없는 주제와 장르에 빠져있어서 정신이 좀 오락가락한데, 빠른 시일 내로 영화를 찍어서 다른 자리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영: 저는 월드컵을 시청할 거고요. 촬영이 연기되었던 단편들 몇 개를 하반기에 촬영할 것 같고, 작년 말에 찍었던 장편이 곧 상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영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지현: 저는 9월쯤에 장우진 감독님과 같이했던 <춘천 춘천><새출발>이라는 영화가 각각 2년과 4년의 시간을 돌아서 개봉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때 또 인사드릴게요, 성실하게 해서 좋은 작품에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진다고 하니까 물 많이 드시고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끝까지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영주이 영화를 한국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잘난 척의 프리퀄 같은 느낌으로 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영화제에서 지원을 해서 옴니버스로 만든 영화가 이정도로 짜임새가 있을 수 있을까요.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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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없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모든 오리배에게  <수성못>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28일 오후 3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유지영 감독ㅣ배우 이세영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채영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화창한 날씨의 토요일이었다. ‘배우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13번째 작품으로 <수성못>이 상영되는 날이었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을 고민하다가 상업 영화 한 편을 찍으면, 독립영화 한 편을 지원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유지태의 관객 초대 이벤트는 올해로 벌써 7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수성못>은 대구에서 자란 필자에게 아주 반가운 영화였다.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도 친숙했지만, 마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이 그 곳에서 내가 했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수성못이 실재하는 지명인지 몰랐을 관객까지도 모두 영화 속 '희정'에게서 자신의 일부분을 발견했을 것이다. <수성못>의 마지막 장면이 주는 수수께끼와 여운 속에서, 영화저널리스트 이은선 기자의 진행으로 유지영 감독, 희정 역의 이세영 배우와 함께 하는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이세영(이하 이세영): 안녕하세요, <수성못>에서 희정 역을 맡은 이세영입니다.

 

유지영(이하 유지영): 안녕하세요, <수성못> 연출한 유지영이라고 합니다.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라면서 질문 많이 부탁드립니다.

 

이은선(이하 진행): 저는 진행을 맡은 영화전문 기자 이은선입니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왜 대구의 수성못인가요?

 

유지영: 석촌호수여도 사실은 문제가 없는 스토리긴 하죠. 그런데 제가 대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거든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장소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20대 초반에 힘들 때마다 수성못으로 새벽에 산책을 많이 갔는데 그 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화 속 희정 같은 삶을 살면서 대구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독립하고 싶었고,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시기였거든요. 수성못을 대구라는 도시에 빗대어 말하면, 그 안에서 열심히 발버둥 치고 있지만 앞으로 가봤자 제가 못 안에 갇힌 오리처럼 느껴졌달까요. 그런 마음들이 작업노트에 기록이 되어 있었고 첫 장편 영화를 만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게 딱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 장편은 내 얘기였으면 좋겠고, 내가 나고 자란 장소에서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수성못>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행: 수성못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겠다는 결심을 한 후 처음 생각한 시나리오는 현재의 영화와 같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전에 생각했던 스토리가 혹시 또 있나요?

 

유지영: <수성못>이라는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는 대사가 많이 없고 장소 위주의, 말하자면 포토제닉한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전위영화에 가깝다고 할까요? 수성못을 배경으로 영상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구상 중에 저의 20대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어요. 그러면서 희정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여 그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서른다섯인 제가 보는 이십 대의 제 거울이랄까요. 처음엔 이미지 중심으로 구상되었던 영화가 희정의 등장과 함께 스토리 중심으로 나아갔던 것 같아요.

 

진행: 희정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치열하게 사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도 그 치열함을 강요하는 사람이기도 한데요, 솔직히 조금 피곤할 것 같기도 하죠?(웃음) 희정이라는 인물을 처음 대했을 때의 배우님의 마음이 어땠을 지 굉장히 궁금해요.

 

이세영굉장히 오지랖이 넓고,(웃음자기도 모르면서 쉽게 말하고, 자기 세상에 갇혀있는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한 편으로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을 할 때 저랑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요. 또 열심히 살고 있는 20대 청춘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허투루 보여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진행: 그 노력의 일환이 영화 속 대구 사투리겠죠? 사실 감독님이 이세영 배우에게 대구 사투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해요. 이세영 배우가 희정을 그 캐릭터처럼 치열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희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배우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부분이 있나요?

 

유지영: 이세영 배우와 제가 유머코드가 되게 잘 맞아요. 극 중 오리배 관리소장님한테 거짓말로 엄마 아프다고 하면서 뒷걸음질 치면서 나가잖아요. 그런 유머코드들이 세영 배우의 아이디어였어요. 가끔 스태프들은 그게 뭐냐고 핀잔도 주는데 저는 너무 웃긴 거예요. 각 씬, 각 쇼트마다 함께 논의하며 촬영했고 연기에 있어서는 제가 이세영 배우에게 의존한 것도 많았다고 봐요.


 



진행: 이 영화에서는 내가 모르는 것은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느껴져요. 특히 인물들의 마지막을 처리하는 방식이 그렇죠. 각 인물들에게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도 있지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결론을 모두 열어 준 것도 감독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이 난 섣불리 희망 같은 건 얘기 하지 않겠어라는 굉장히 단호한 의지인데요, 실제로 영화를 만들면서 가져가고 싶었던 목표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지영: 저는 미대를 나왔어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영화도 만드는데 이런 창작의 과정에서 항상 경계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예술로써 메시지를 던지는 거예요. 저도 희정이처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모르고 저에게도 인생은 한 번뿐이고 모든 것이 첫 경험인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예술의 몫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항상 예술이란 사회 혹은 개인의 거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 때도 ‘2015년도 대구의 어떤 젊은이의 풍경으로 큰 퍼즐 속 한 조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비전이 있었어요. 차이밍량 감독이 했던 말 중에 “세계의 미래를 걱정하면 상업 영화고, 나의 미래를 걱정하면 예술 영화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되게 와 닿아요.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 서툰데 영화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그나마 서툴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모르는 것까지 내가 말할 수 없고, 저 역시 어떤 사람에게 악한 사람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모호하다는 얘기를 듣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답을 내리는 영화를 만들진 못하고 오히려 질문을 드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진행: 감독님이 얘기하는 부분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는 생각에 드네요. 동시대를 얘기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나부터 스스로를 굉장히 열심히 들여다 봐야 하는 작업이거든요. 내가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아니면 내가 이 주인공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치열하게 해야 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상당히 깊숙하게 들어가는 작업일 수 있는데요, <수성못>이라는 치열한 과정을 두 분이서 통과하면서 각자에게 어떤 식의 위로가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이세영: 희정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또 저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 사람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그런 과정을 지나면서 저도 제 스스로가 부족한 면을 좀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됐어요. 내가 희정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나도 착하지만은 않구나, 나도 오지랖이 넓은 스타일이구나, 그렇게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영화를 촬영하던 당시에도 희정이랑 너무 비슷하게 살아서 누가 연락하면 바쁜데 왜 전화해!” 이런 식으로 굴었거든요.(웃음) 모두 다르다는 걸 알고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유지영: 이 영화를 통해서 통과의례를 지난 것 같았어요. 단편을 6편 작업하고 이게 첫 장편작인데, 다 제 이야기를 했거든요. 저에 대한 이야기, 혹은 제가 투영된 이야기를 했는데, <수성못>을 찍고 나서는 이제는 내 이야기를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것 같아요. 또 개봉일에 <수성못>을 보면서 참 희정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20대 때의 저를요. 그 때는 정말 힘들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누구도 너 정도면 괜찮지 않니하며 저를 위로해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그 때는 힘들어서 몰랐지만 지금 영화를 보니 희정이를 안아주고 싶었어요. 그러면 제 자신에게도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진행: 이 영화는 청춘들의 얘기잖아요. 젊은 세대를 그려내는 영화에서는 그들을 둘러싼 기성세대를 묘사하는 방식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기성세대들은 주인공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구체적으로 미치지 않는 모호한 인물들입니다.

 

유지영: 강신일 배우가 연기한 박 씨라는 인물은 말씀하신 대로 이 젊은이들의 곁을 끊임없이 맴돌면서도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어른들이 없는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서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박 씨의 입퇴장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희정의 엄마 같은 경우는 희정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어른들이 없는 세계라는 것은 박 씨를 통해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어른들은 스치듯 지나가게 연출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빠도 있지만 없는 듯한, 대구의 가부장 같은 느낌으로요.

 





진행: 희정이가 서울에서 '퍽치기' 당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어쩌면 그 장면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는 관객 분들도 있을 거예요. 잘 해결해나가면 될 것 같은데, 왜 한 번 더 이런 시련을 만들까 하고요. 그런데 이런 방식이 감독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절대 순탄하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어쩌면 이 감독의 장기라고 느껴졌는데요, 편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상황들이 싫어요?(웃음)

 

유지영: 시나리오를 쓸 때 수정을 거치면서 여러 장면이 바뀌잖아요. 그런데 그 장면만은 처음부터 쭉 있었던 장면이었어요. 오히려 거기서 거슬러갔겠죠. 목표가 없이 인 서울만을 바라보고, 내가 무슨 과를 가고 싶은지, 왜 편입을 하고 싶은지, 왜 서울을 가야 하는 지 모른 채 가던 이 아이에게 네가 '뭣이 중헌지' 알아야 한다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영화에서 감독은 어쩌면 이 세계를 창조해낸 신이잖아요. 여기서 심리적인 타격이 있는 방식으로 각성을 한 번 주고 싶었어요. 너에게 세상이 녹록하지 않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이상 서울에 온 것만으로는 잘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진행: 그 씬을 중심으로 거꾸로 이 영화를 돌아보면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장치가 있어요. ‘영목이 만들고, 결국엔 희준까지 가세하게 된 자살클럽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중요한 축인데요, 나이브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들에게 죽음은 삶에 대한 예찬과 또 다른 방식의 매혹적인 소재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럼에도 작품 안에서 죽음을 다루려면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할 텐데요, 게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동반자살이라는 소재는 무겁고 대하기 어렵고 극으로 만들려면 난감한 이야기인데 자살클럽은 어떤 의도로 연출했나요?

 

유지영이 영화는 희정을 중심으로 따라가는 플롯인데, 영목희정과 대비되는 위치에 있어요. 희정이 빛이고 삶을 의미한다면, 영목은 그림자, 죽음을 감염시키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희정과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죽음의 무게를 대변하는 입체적인 요소가 필요했는데 그 때 떠오른 소재가 동반자살이었어요. 항상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거나 혹은 충동적으로 죽으려고 하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서 나의 삶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그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살예방센터에 취재를 갔을 때 처음에는 기록일지들을 보면서 좀 더 드라마틱한 아이템을 시나리오에 끌어오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들은 내 옆에서 내일 죽는다고 해도 내가 알아채지 못할 만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평면적이고 피상적인 묘사는 피하려고 했어요. 이를테면 내가 지금 목을 매려고 자살을 시도하는 그 순간에도 바퀴벌레가 있으면 '왁' 하고 놀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저에겐 중요했습니다. 영목과 자살클럽은 관객에게 죽음을 상기시키는 기능을 같이 하길 원했죠.

 

진행: 마지막 장면 이후 희정의 모습을 관객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희정의 마지막 표정을 보며 쟤가 바로 집으로 갈까?’ 아니면 설마 수성못으로 걸어 들어갈까?’하며 아리송해지죠. 배우도 그 장면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요.

 

이세영: 마지막 장면 촬영을 앞두고 대사 수정을 계속 했어요. 그런데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은 저도 싫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에도 저는 5050이다, 희정은 살았을 수도 있고 금방이라도 물에 뛰어들었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습니다. 물에 뛰어 들어도 죽는 것조차 쉽지 않아서 다시 살 수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요라는 대사가 있잖아요. 수성못의 물을 바라보면서 정말 모르겠다는 감정으로 연기를 했어요.

 




관객: 영화 속 희정은 곧 제 모습이었어요. 저도 대구에서 어떻게든 서울에 오겠다고 졸업하고 올라와서 살고 있는데, 꼭 목표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요새 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동생 희준이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이 무슨 책인지 궁금했습니다.

 

유지영: '이방인'이라는 책입니다. 희준이 읽었던 부분은 마지막 구절인데요, 그 장면에서 희준이 도서관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잖아요. 그 장면을 희준이 이후에 자살클럽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복선처럼 생각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방인'이 계속해서 사회의 대열의 이탈자로 살면서 편입되지 못하는 사람이 대중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어주겠다며 조롱하는 내용이거든요. 그것이 희준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영목의 심리에 대한 갈피가 잘 잡히지 않았는데요, 영목이 왜 그렇게 자살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적극적으로 자살클럽을 만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영상을 찍지만 그게 단순히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인지, 영목에 대해서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유지영저도 처음에 시나리오 쓸 때 굉장히 고민을 했던 부분입니다. 우선 희정과 영목은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인데, 둘의 공통점은 목표가 없이 실행한다는 거거든요. 영목 역시 자기가 왜 죽어야 하는지, 왜 죽고 싶은지 모르는 채로 중증 우울증을 가진 미루라는 여자친구한테 우울증이 감염이 된 거죠. 그래서 무기력하고 만성적인 죽음,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죽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희정도 맹목적으로 인 서울만 하려고 하잖아요. 그 둘이 그렇게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면서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제 의도였습니다. 영목의 전사(前史)를 넣은 적도 있어요. 아픈 어머니가 있고, 요양원에 있고, 여자친구는 우울증이고, 삶이 너무 우울하고, 그런 내용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넣다 보니까 영목의 드라마가 너무 강해지면서 습관적으로, 또 만성적으로 자살에 젖어있는 모습에 방점이 찍히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작은 단서인 미루 하나만 남겨놓고 그 원인을 보여주는 대신에 자꾸 죽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주인공이 묻지마 폭행을 당한 후에 씩씩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와서 울어버리잖아요. 그런데 지갑을 뺏겼는데 어떻게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었는지(웃음)

 

이세영: 예리하시네요. 저도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가방 안에 굴러다니는 동전이라거나 바지 주머니에 천 원 몇 장이 있었겠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사 먹었다고 설정을 했는데, 사실 그때 당시 나온 신제품을 먹었거든요. 촬영이라고 좋은 걸로 주시더라고요. 감정연기를 하면서 햄버거를 먹는데 치즈가 막 늘어지고 이걸 후루룩 해서 먹을 수도 없고 우는데 치즈가 막 흘러가지고 더럽다고 NG나고.(웃음) 저도 햄버거에 굉장히 의문을 많이 가졌거든요. 왜 그랬나요?

 

유지영: 저는 항상 주머니에 천 원짜리를 갖고 다녀요. 지갑은 잃어버려도 집에는 가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너무 자연스럽게 그렇게 설정을 해버린 것 같고햄버거의 경우는 저희가 7000만원으로 만든 저예산 영화 아닙니까.(웃음) 가게를 섭외하는데 그 조건으로 신상품이 나와야 된다는 거예요. 근데 치즈가 쭈욱 늘어나고 우는데 질질 흐르고도저히 안 되겠어서 여섯 번 정도 찍다가 햄버거를 바꿨습니다. 그 햄버거가 아니면 섭외가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웃음)

 

 




관객: 희정이 엄마랑 싸우고 나서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희준에게 듣는 말은 여자라서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인데요. 영화 속 희정은 여성을 향한 폭력에 다양하게 노출되지만 남자형제에게 여자라서 편하게 사는 거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장면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지영: 그 상황에서 보면 희준이란 인물은 군대 문제로 정체가 되어있는 인물이잖아요. 희정영목은 그냥 목표가 없이 달려나가고 있다면, 희준은 그 중간에서 머무르고 있고 그런 상황들이 숨막혀오는 인물인데, 자기 입장에서 보기에는 달려나가는 사람이 부러운 거죠. 그게 순간 자기 안에서 꼬인 거였어요. 그 씬은 희준의 감정에 제가 이입을 해서 썼는데, 희준의 입장에서는 그 순간만큼은 누나가 부러운 거예요. 누나의 모든 걸 알지도 못하니까요. 누나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희정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른 채 얘는 목표도 있고, 달려나가고, 꿈도 있는데 나는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관객: 주인공이 호수에서 헤엄치면서 날갯짓을 해야만 바다로 갈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자각한 오리배처럼 느껴졌는데요, 혹시 지금의 두 분이 극 중 희정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유지영: 달리다가 넘어져도 되니까 그냥 너무 힘들 땐 콱 넘어져버려서 옆에 뭐가 지나가는 지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고속도로를 달리면 풍경들이 쌩쌩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들꽃도 보이고 하늘도 볼 수 있고 창을 내려서 향기도 맡을 수 있죠. 그렇게 비포장도로 가듯이 좀 천천히 가고, 힘들면 좀 세웠다 가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이세영: 저는 희정과 굉장히 비슷했어요. 맹목적으로 발버둥치고 열심히 하면서 목표가 여기서 벗어나자인 거요.(웃음) 다이어리 앞장에 항상 한 해를 다짐하면서 쓰는 글이 있는데, 2015년에 써놓은 걸 보니 가끔 앞만 보고 가면 맞게 가고 있는지 모른다. 잠깐 멈춰서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주변을 좀 돌아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도 된다는 말을 썼더라고요. 누가 쫓아오는 거 아니니까 좀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진행: 우리는 관성적으로 젊은 세대들은 꿈 꿔야 하고, 도전해야 하고, 뭔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잖아요. 뭔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스스로 굉장한 실패자가 된 것처럼 생각하고 매체도 그런 것들을 강요하죠. 최근 젊은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면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반가운 시선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유지영: 많은 관객분들이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다 눈에 담아서 가겠습니다. 저희 영화와 배우들, 영화 속 희정, 영목, 희준을 마음에서 오래오래 안아주시길 바라며 조심히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이세영: <수성못> GV를 하면서 가장 많은 관객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고, 저희 영화 오래오래 기억해주세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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