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를 만나 기억은 기록이 되고, 기록은 역사가 된다 

 '일본 다큐멘터리의 다섯 빛깔 톺아보기'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5년 10월 25일(일) 오후 6시 30분

참석: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 허은광 인디다큐페스티발 해외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일본 다큐멘터리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 다섯 편이 관객들을 만났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아시아의 초점’ 섹션에 속한 작품들 중 선별된 다섯 작품은 모두 개인의 삶에 초점을 두지만 궁극적으로 개인을 둘러싼 세계를 조망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상영작은 나리타공항 투쟁 45년 후 투쟁공간을 다시 찾아간 <산리즈카에 살다: 나리타 이야기>(2014), 일본 청년들의 현실과 자살 문제를 다룬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2013), 살인죄 누명을 벗는데 노년을 바치는 부부를 담은 <보이지 않는 수갑>(2014), 현의원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의 본성을 폭로하는 <선거2>(2013), 정부탄압에 맞서 신념을 지켜내고자 투쟁하는 교사들을 기록한 <나의 신념>(2010)이다. 마지막 상영 날, <산리즈카에 살다: 나리타 이야기>의 상영 후 열린 인디토크는 이번 특별전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일본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한 대화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미래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허은광 인디다큐페스티발 해외프로그래머(이하 허): ‘SIDOF 아시아의 초점 특별전 - 일본 다큐멘터리의 다섯 빛깔’의 기획 배경과 취지를 알려주세요.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장(이하 오): 특별전에서는 다섯 편의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했는데 이 다섯 편으로 일본 다큐멘터리의 전체 지형을 본다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일본 다큐멘터리를 더듬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일본 다큐멘터리를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 다큐멘터리를 좀 더 찾아본 사람 입장에서 오늘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제 설명에서 부족한 부분은 이 자리에 와 계신 김덕철 감독님이 보완하실 것입니다.(웃음) 3일간 상영된 다섯 편을 보며 ‘재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다큐멘터리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며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나’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들이죠. <보이지 않는 수갑>(의 김성웅 감독이나 <나의 신념>의 도이 토시쿠니 감독의 경우 90년대 초반쯤에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하였고, 출발 배경은 다르지만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일본 다큐멘터리의 색깔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선거2>의 소다 카즈히로 감독은 뉴욕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TV 다큐멘터리나 극영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선거1>(2006)같은 경우는 해외 많은 방송사에서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감독인 오타 신고는 80년생입니다. 일본 다큐멘터리에도 새로운 세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타 신고 감독의 영화는 일본 다큐멘터리의 젊은 색깔을 볼 수 있는 기회였죠. 이번 기획전을 통해 일본 다큐멘터리의 변화지점을 살펴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디토크 이전에 보신 작품은 <산리즈카에 살다: 나리타 이야기(이하 ‘산리즈카에 살다’)>란 영화입니다. 1962년 일본 정부는 하네다공항의 이용객들이 포화 상태라는 이유로 나리타에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다시피 정부는 그 곳에 살고 있던 거주민들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나가라고 합니다. 68년에 이를 소재로 <일본해방전선: 산리즈카의 여름(이하 ‘일본해방전선’)>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해에 공산당원이나 학생 운동가들이 지역에 들어와 주민들과 함께 싸웁니다. 그 현장에 오가와 신스케 감독이 들어가죠. 오가와 신스케 감독은 ‘이와나미 프로덕션’을 창립했는데 <산리즈카에 살다>의 감독인 오츠 코시로 감독은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덕션에 들어가 촬영감독으로 일했습니다. 오츠 감독은 <일본해방전선>을 찍을 때 오가와 신스케 감독을 따라 산리즈카에 들어갔습니다.

‘영화가 어떻게 사회와 민중과 만나는가’하는 질문이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다큐멘터리에 담겨있습니다. 오가와 신스케 감독은 산리즈카에서 농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의 투쟁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한편에서는 정부 및 공무원과 소통하며 사과를 받고 합의를 받자고 선택하는 노선이, 다른 한편에서는 계속 싸워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졌던 것이 흥미롭습니다. 78년 3월에 공항 관제탑 점거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싸움이 계속되었지만 감독은 단순히 투쟁하고 싸운다기 보다는 싸움 자체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나 밀양 같은 경우를 봐도 정부사업에 대항하는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공동체 자체가 깨지잖아요. 오츠 감독은 그런 과정을 계속 보면서 3년 정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변화’라는 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신념>을 만든 도이 코시쿠니 감독은 원래 저널리스트였습니다. 90년대 초반에 영상작업을 시작해 비디오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면서 저널로서의 다큐멘터리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전쟁과 분쟁을 다루는 다큐를 많이 만들었죠. <보이지 않는 수갑>의 재일동포 김성웅 감독도 재일동포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연작을 계속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수갑>은 일본 내에서 재일동포의 시각을 담고 있죠. 이런 자양분들을 토대로 90년대 다큐멘터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극장 상영 뿐 아니라 공동체 상영을 위한 작품들도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사토 마코토, 모리 타츠야 감독 같은 분들이 있죠.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학교에서도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감독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소다 카즈히로입니다. 어쨌든 이전처럼 감독들이 공동체에 직접 들어가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다기보다 개인이 겪은 일들이나 현실을 관찰한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속한 ‘개인’을 다루지만 개인이 가진 사회적 의식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허: 엄선된 다섯 작품이 일본 다큐멘터리의 경향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되기도 하죠. 이 다큐들을 통해 또 하나의 일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 작품들은 한국 다큐멘터리의 현실과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섯 편을 보면서 이 작품들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권력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산리즈카에 살다>는 나리타공항 이야기를 사건 40년 후에 다루고 있는데 다른 작품들과 달리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로 소환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기록으로 남은 다큐는 또 하나의 역사 투쟁으로 진입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산리즈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없었다면 나리타공항 이야기를 여기 계신 관객들이 알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한국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보면, 한국 다큐멘터리는 과거에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다가 점차 개인적인 이슈와 일상적 소재를 다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소재는 사회적인데 동시에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사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한국독립다큐멘터리 영역에서 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재와 이슈는 사회적 선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적 이야기는 오히려 터부시 되었죠. 하지만 미디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사적인 이슈들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 한국 다큐의 경향을 볼 때 소재와 이슈에 있어서 지나치게 사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최근 한국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당대 이슈는 많이 다루는데 <산리즈카에 살다>처럼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에 소환하는 경우는 적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에는 제주 4.3사건,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없는데 이것이 현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 다큐에 대한 접근방법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출발 자체를 왜 안으로부터 시작 하냐는 질문이죠. 또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거대 담론을 다루는 다큐는 왜 제작되지 않는가하는 질문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사회 자체가 본격적으로 민주화되고 있습니다. 열린사회가 되면서 개인적 욕망을 분출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적 사건을 다룬 다큐는 경순 감독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03),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1, 2>(1997, 1999) 등이 과거에 있었지만 요즘은 이를 다루는 감독 자체가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린 민주주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이기도 하죠. 노동 이슈에 대한 사회적 압박 속에서 이런 문제를 감독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감독들이 사회적 의제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요. 최근에 만들어진 원전 비리,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삼척 핵발전소 설립 문제 등을 다루는 영화들이 있었죠. 이 영화들을 포함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을 보면 사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안에 현대사를 개인적 시점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초점을 ‘개인’에 맞추는가, ‘사회’에 맞추는가)가 떨어져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출발자체를 개인적 소재로 가는가의 문제는 화법이나 수사학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드는데 어떤 시점이 중요한가하는 질문에서 나오는 거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의 끝>같은 경우는 ‘일본 사회에 만연한 자살 문제에 대한 안전망은 없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출발은 뮤지션 선배의 죽음에 있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사회’속으로 확장되는 거죠.


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종의 사이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종의 대서사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다큐에서 다루는 내용을 두고 ‘이게 정말 역사다’고 말하는 거죠. 다큐멘터리 양식에 관한 고전서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역사성을 강조합니다. 기록이 역사로 넘어갈 때 다큐멘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최근의 다큐멘터리는 90년대의 엄숙주의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산리즈카에 살다>같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오: 사회 곳곳에서 분쟁이 많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김동원 감독도 ‘상계동 올림픽2’를 만들겠다는 기획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고, 조성봉 감독도 지리산 빨치산에 관한 얘기나 제주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갖고 가시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 같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분쟁 현장도 기록해야 해요. 히스토리 자체를 만들 수 있는 이벤트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기록을 잘 하지 않지 않나 싶어요. 밀양, 평택, 요즘의 광화문, 고공농성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가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몰리는 데에만 몰려요.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다큐 감독은 어떤 삶의 좌표 속에서 어떤 삶의 현장을 만날 건가 하는 고민을 가지죠.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다시금 정리하는 차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와니-1989 아세아스와니 원정투쟁의 기록>(2014)처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시점은 현재이지만 과거와 현대가 이어진 작품들이 있는데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허: 이런 고민이 다큐 감독과 기획자들 사이에서 많이 논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리즈카에 살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들었는데 촬영장에 사랑방이 있었다고 해요. 다방이나 선술집 같은 분위기의. 다큐멘터리 감독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계속 논의를 하는 거예요. 감독의 고민을 현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죠.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감독들이 의견을 나누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 오츠 감독이 촬영감독으로 작업 후 프로덕션을 그만두면서 그 때 두 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첫째는 너무 강성이라는 것. 투쟁을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었던 거죠. 둘째는 프로덕션 이름으로 ‘오가와 프로덕션’이 적절하지 않나 하는 거예요. 예술로서의 입장을 가졌던 것 같아요.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을 만드는데 그 안에 운영되는 방식은 제국주의적이었던 거죠. 오츠 감독이 프로덕션을 떠난 후에 오가와 감독과 다시 만났는데 두 감독이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 작품에 대한 코멘트를 계속 했다고 해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거죠. 다큐 작업하는 감독들이 동일한 목적과 스타일을 갖고 간다면 경직되고 편협한 영화들만 낳을 거예요. 각자 다양한 입장을 가질 텐데 서로 싸우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분위기, 서로의 영화에 대한 입장을 얘기해주는 분위기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허: 최근 신경숙 씨 표절문제를 두고 문학계에선 계간지 마다 원로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가 ‘비평에서 비판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우리도 그렇지 않나싶어요. 작품이 나오면 냉철한 비판보다는 온정주의가 주가 되어왔죠. 보다 나은 큰 성장을 위해 서로를 향한 냉철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 영화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포럼을 열 수도 있고요. 다큐 잡지가 나와서 비평 담론이 활성화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네요.


허: 저는 <보이지 않는 수갑>을 보면서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을 보고 놀랐어요. 구성원들이 결합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더라고요. 시민단체들이 주인공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동선에 따라 활동 루트를 짜기도 하구요. 이런 게 한국과 다르구나 싶었어요.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일본 시민단체 활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오: <보이지 않는 수갑> 크레딧을 보면 800명의 사람과 단체 이름이 나옵니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누구누구 외 몇 명’ 등으로 표기했죠. 한 영화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건 시민단체 모임의 힘이 컸던 것 같습니다. 다큐 제작 방식에서도 요즘에는 펀딩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이 재원을 만드는 식의 모델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사회적 제작’이라는 이름으로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영화를 만들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있죠.

<보이지 않는 수갑>같은 경우 공동체 상영만 생각하고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보기 위해 극장 상영도 실시했죠. 홈페이지를 가보면 1000개 넘는 학교에서 단체를 조직해서 상영회를 열고자 하는 노력을 볼 수 있었죠. 우리는 요즘 극장에 나오는 다큐멘터리들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방식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문화재단이나 민간 재단에서도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에 대한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관객: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일본에는 어떤 다큐멘터리들이 있나요.


김덕철 감독: 다양한 작품이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은 극장에 자기가 만든 작품을 올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일반 영화관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을 처음부터 만들려고 하죠. 일본의 경우엔 사회적이라거나 의미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이나 작품에 대한 기사를 크게 씁니다. 그러면 전국적으로 다큐에서 다뤘던 사회문제가 크게 알려지지요. 이런 점이 좋은 측면입니다.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사가 신문의 사회란 보다는 문화란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비평적인 측면에서도 관객이 얼마 들었다 하는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적은 편이죠. 한국에서도 그런 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하네요. 일본에는 다큐만 상영하는 극장들도 따로 있습니다. 이것도 특징적인 부분이죠. 이런 곳을 통해 극영화 뿐만 아니라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볼 수 있죠.


오: 작품이 보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나의 신념>과 <보이지 않는 수갑>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죠. 다양한 푸티지가 삽입되고 내레이션이 따르는. 반면 <선거2>는 롱테이크가 많은데 다큐멘터리로서 일반적인 제작 방식은 아닙니다. <선거>는 BBC, KBS 등에서 40~50분 분량으로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방송에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죠. 채널자체가 열려 있는 게 한국과 다른 점입니다. 한국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될 수 있는 채널이 거의 닫혀져 있는 것 같아요.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작업에 관한 원칙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다 감독은 작업에 있어서 열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조사하지 않는다. 둘째, 등장인물과 만나지 않는다. 셋째. 대본이 없다. 넷째, 혼자 촬영한다. 다섯째, 가능한 한 오래 찍는다. 여섯 번째, 세밀한 부분까지 접근한다. 일곱 번째, 편집 전에는 주제나 목표 설정을 하지 않는다. 여덟 번째, 내레이션과 타이틀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홉 번째, 롱테이크로 찍는다. 열 번째, 프로덕션에 관한 비용은 모두 감독 자신이 치른다. 2015년에 <굴공장>이란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이 작품도 무척 기대됩니다.


허: 대학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있을 텐데 이렇게 말해주면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웃음)


오: 인디스페이스 자주 와 주세요.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만 있고 보는 사람이 없으면 대화를 할 수 없는 영화가 됩니다. 





사흘 동안 소개된 다섯 빛깔의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에게 일본 사회의 명암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보수화되는 교육 현장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교육자들의 노력부터 사회의 경계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청년들의 고군분투까지, 스크린에 담긴 이야기들은 실로 다양했다. 한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기에 다섯 편은 적은 수 일지 모르겠으나 한 편 한 편에 담긴 실험적 시도와 깊은 통찰은 ‘다큐멘터리가 사회를 담는 하나의 창(窓)’임을 충분히 증명했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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