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RMATION 


제목 후쿠오카 (FUKUOKA)

감독/각본 장률

출연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장르 트리플&트립풀 드라마

제작 ㈜률필름

배급 ㈜인디스토리, ㈜률필름

상영시간             85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영화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019, 독일)

제9회 베이징국제영화제 (2019, 중국)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2019, 대만)

제19회 뉴 호라이즌 국제영화제 (2019, 폴란드)

제29회 후쿠오카 국제영화제 (2019, 일본)

제16회 홍콩 아시안 영화제 (2019, 홍콩)

제57회 히혼국제영화제 (2019, 스페인)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2019)

개봉 2020년 3월 12일






 SYNOPSIS 


“여기 왜 오자고 했어?”


책방 단골 ‘소담’ 때문에 불쑥 후쿠오카에 도착한 ‘제문’은 그녀와 함께 작은 술집 ‘들국화’를 찾는다. 그곳은 28년 전 첫사랑 ‘순이’를 동시에 사랑한 ‘해효’의 가게다. 순이가 좋아하던 책방의 주인으로 사는 제문과 순이의 고향 후쿠오카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해효에게 “둘이 똑같아”라고 말하는 ‘소담’.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세 사람의 3일 낮밤 기묘한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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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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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지만 치열한 관계의 역학  인디포럼 월례비행 〈에듀케이션  대담 기록


일시 2020년 1월 29일(수) 오후 7시 30분

참석 김덕중 감독배우 문혜인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복잡다단하고 난해해 질수록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형태의 문제들은 나날이 새롭게 등장한다. 비단 특정 분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도처에 널려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과 사의 영역은 갈수록 애매모호해지고, 그에 따른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지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고민하고 갈등하게 된다.

 

2020년 첫 번째 인디포럼 월례비행의 상영작 에듀케이션은 이러한 관계 속의 내밀한 역학을 들여다본다. 장애인 활동 지원 일을 하는 주인공 성희는 중증장애인을 어머니로 둔 현목의 집으로 배정받게 된다. 각각 다른 조건과 상황에 처해 있는 두 인물의 잔잔하지만 치밀한 관계를 그린 영화 에듀케이션상영 후에 진행된 대담에서는 영화 안팎의 현실과 관계에 대한 담론이 오고 갔다. 김덕중 감독과 성희 역을 맡은 문혜인 배우가 참석하였고, 정지혜 평론가가 비평 및 진행을 맡았다.

 




정지혜 평론가(이하 정지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정지헤입니다. 올해 첫 번째 인디포럼 월례비행이고요. 김덕중 감독님의 첫 번째 장편영화인 에듀케이션이 오늘의 상영작이었습니다. 작년에 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을 때 굉장히 화제가 되었어요. 김준형 배우와 문혜인 배우가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김덕중 감독님과 문혜인 배우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덕중 감독(이하 김덕중):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에듀케이션을 만든 김덕중입니다.

 

문혜인 배우(이하 문혜인): 안녕하세요, 에듀케이션에서 성혜를 연기한 배우 문혜인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지혜: 아마 들어오시면서 비평지를 받으셨을 거예요. 영화에 대한 짧은 글인데 함께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허용치를 시험하는 기막힌 훈육이라는 제목을 달아봤습니다. 감독님께서 주목했던 부분들은 관계 속 힘의 역학일 것 같은데요. 단순히 선하고 악하거나, 피해와 가해라는 이중의 구획이나 구분 같은 것들이 이 영화에서는 무용한 것 같고요. 그 사이에 있는 것들에 조금 더 주목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사건으로 전개되는 스펙타클하고 강렬한 드라마이기 보다는, 성희와 현목이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관계가 켜켜이 발전하고 증폭해 나가는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엔딩에서 폭발적인 응징을 보여주는 방식이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의문스러운 관계여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끝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하나하나 쌓아가 마지막 순간에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놀라운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 먼저 여쭤보고 싶어요. 제가 찾아본 바로는 실제로 장애인 활동 보조를 하신 적도 있고, 노들장애인야학에서의 경험이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이러한 관계에 대해 주목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스토리를 기획하게 되셨나요?

 

김덕중: 영화에 나오는 노들장애인야간학교이자 자립센터는 제가 십여년 전부터 인연을 맺은 곳이었어요. 일한 기간이 한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도 인연은 이어졌어요. 나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해보자는 취지에서 예전의 기억들을 반추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답을 내리지 못하는 곤궁 같은 것을 느꼈어요. 평소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와 같은 문제의식이었는데요. 주관적으로 조금 더 곤궁한 삶의 형태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의 의지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제 의지가 불쾌할 수도 있고, 제 방식이 그들에게는 필요로 하지 않은 형태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장애활동지원일을 하다보면 일의 경계에 대한 모호함도 있거든요. 업무 경계가 서로 간의 합의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삶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이 완전히 소거될 수도 없고, 동시에 타인과 타인의 관계이기 때문에 완전히 맞닿아 있을 수도 없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영화에서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지혜: 말씀하신 것처럼 교육의 매뉴얼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상황별로, 사례별로 적용을 할 때는 계속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면 개인이 순간순간 판단하고 선택하고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시스템 안에서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자신의 적극적인 선택의 결과인지에 대해서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성희와 현목의 관계에 기본적인 차이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성인과 청소년, 서비스를 이용하는 쪽과 공급하는 쪽, 그리고 또 영화에서 중요한 차이라면 젠더가 있고요.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런 차이들을 두고 두 사람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덕중: 주인공 성희는 타인과 단절하고 싶고, 앞뒤가 맞지 않는 사람과는 관계를 끊고 싶어하고,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기도 한 캐릭터인데요. 활동보조인이라는 속성과는 맞지 않는 주인공이 타인과 엮여서 같이 있게 될 때 누군가가 완전한 우위를 차지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할 공간이 없는 어지럽고 작은 집에서 힘의 균형이 확 쏠려 버리는 건 성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미성년이기는 하지만 젠더적으로 남성인 현목이라는 인물을 설정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 같고, 누군가가 조금 더 불쌍해 보이죠. 성희와 현목 모두 내가 더 불쌍하니까 나를 더 챙겨 달라고 외치는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그런 팽팽함이 유지되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혜: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쓰실 때부터 문혜인 배우님을 염두에 두고 쓰셨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여러모로 어려운 연기였을 것 같아요. 두 인물이 계속해서 촘촘히 감정을 주고받는데, 가만히 보니까 성희가 어떤 면에서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대부분 현목에게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관계의 역학에 불씨를 지필 때도 거의 현목이 불씨를 당기는 쪽인 것 같아요. 성희는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계속 우왕좌왕하며 여러모로 내적 갈등과 괴로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요. 문혜인 배우님께서는 인물에 대한 어떤 그림이나 욕심을 갖고 임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문혜인: 일단 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개인적인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이전에 못나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어떤 인물을 연기하면 나라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쉽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 에듀케이션대본을 받아서 성희라는 인물을 보았을 때도 뭐 이런 못난 사람이 다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이기적이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무책임해지기도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배우로서 고민을 갖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못나고 못되고 모가 난 인물을 연기해서 설득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영화 안에서 성희의 어떤 특징들이 부각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안에 성희의 못난 모습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또 성희의 역사 안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이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성희라는 인물에 대해서, 성희의 약한 모습이나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서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고, 이 인물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힌트들을 영화에 조금 더 넣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어요. 성희가 이 영화 안에서 많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대본을 읽었을 때 가장 와 닿았고 유일하게 진심이라고 느껴졌던 대사는 처음에 박 코디에게 활동보조 일을 달라고 이야기할 때 왜 그렇게 절실하게 일을 구하냐는 질문에 숨 좀 쉬고 살려고요.’라는 대답이었어요. 다른 말들은 성희가 진심을 회피하거나 어떤 수단으로써 하는 말이었다면, 이 말만큼은 진심이라고 느꼈어요. 그만큼 숨 쉬고 살기에도 버거운 현실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대사와 다른 것들이 작용을 해서, 저에게는 성희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물이 자박자박하게 남아 있는 어항 안에 있는 금붕어의 이미지, 물이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는 수조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 이미지가 작업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저에게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정지혜: 저는 성희가 못난 사람,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물론 끝까지 상황을 회피하거나 다른 선택을 했던 성희가 마지막 장면에 앞서 현목의 어머니를 보고 아마도 연민 어린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겠는데요. 혜인 배우님께는 어떤 의미였을지에 대해서 조금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문혜인일단 영화의 시작에서 성희가 허리를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제 흐름으로 보았을 때, 나름의 치열함을 가지고 긴 시간동안 알바를 하며 고시 준비를 하던 자신의 상황 안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다는 깊은 좌절감이 찾아왔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세상이 나에게 이렇게 불친절한데 내가 왜 세상에 친절해야 하냐는 생각으로 내 한 몸만 챙기는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고요. 영화 안에서 사건과 사건 사이를 연결하는 부분들이 많이 편집되었는데, 자신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은진이 알아서 잘 하는데, 이라는 생각으로 졸거나 자기도 하고요. 현목과의 관계에서도 현목의 요구를 거부하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만 저는 어떤 면에서는 태만함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가장 결정적으로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을 때, 성희가 한 번에 모든 변화를 만난다고 했어요. 현목과 기싸움을 했던 전반부의 과정이 있다면, 어머니가 죽을 뻔한 상황을 겪고 튕겨 나가서 활동보조일을 당분간 하지 않기도 하잖아요. 쉽게 생각하고 편한 알바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내가 무책임하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걸 느끼고 역시 나는 안 돼, 나는 못났어라는 생각 속으로 스스로 굴러 들어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잠깐동안 일을 하지 않는 모습이 무책임하다고 느꼈어요.

 

정지혜감독님께서 현목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현목의 성희에 대한 관심은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현목이 굉장히 우왕좌왕하고, 원하는 바가 명확해 보이지도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말하거나 표현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무엇을 어찌해야 할 지 잘 모르는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조금 과하게 말하면 성희를 계속 건드려보고 놀잇감처럼 보는 듯한 선택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덕중현목이 같이 살아가고 있는 인물은 엄마 뿐인데, 엄마와 소통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고 자신이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예요. 고립된 상황이라 현목은 성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오더라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고, 상대가 남자더라도 관심을 얻으려고 적극적으로 반응을 이끌어냈을 것 같아요. 청소년기에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고 교류하고 싶은 마음으로요. 그런데 우애로운 관계로는 생각하지 못하고, 이성간의 연애 감정으로만 생각하는 미성년의 코드를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애정전선이기 보다는, 청소년기에 상상하는, 지속적으로 맺을 수 있는 관계는 이성애적 관계라서 성희에게 불쾌할 수 있는 장난을 치는 걸로 그렸습니다.

 

정지혜: 성희 입장에서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성희가 아니어도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남거든요. 성희라는 인물이 현목에게 주는 건 매혹일 수도 있고 호기심일 수도 있는데요. 현목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따라서 현목이 보이는 반응도 달라지는 것 같고요.

 

문혜인: 기본적으로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관계의 형태가 많이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여성과 남성의 코드나 갑과 을의 관계와 같은 것들이 미묘하게 전복이 되는데요. 많은 경우에 현목은 을의 입장에 있었지만, 성희와의 관계에서는 갑이 되기도 하고요. 연기를 하면서 전반부에 서로 우위를 점하려는 기싸움에 조금 더 집중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성희가 현목에 대해 방어하고 계속 밀어내기 때문에 현목이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걸 수도 있어요. 사실 성희는 많은 부분에서 일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둘 안의 관계에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둘의 관계가 거리가 좁혀지는 듯한 순간들이 있기도 하지만, 성희는 끊임없이 현목을 밀어내고 거리를 두려고 해요. 마지막이 크게 달라지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지혜: 이들이 만난 것은 현목의 엄마 때문인데요. 엄마를 그리는 이 영화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 또는 나름의 성취 혹은 아쉬웠던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엄마를 연기한 배우 분이 고난의 연기를 보여주셨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이 영화에서 엄마는 두 사람 사이에서 심정적으로, 또 영화의 이미지로도 계속 중간에 있기도 하고요.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고정적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심지어 평상에서의 장면 같은 경우는 대화가 이어지다가 현목이 뒤로 물러나면서 엄마가 그곳에 있었다는 게 드러나는데요. 있지만 보지 못했던, 가시화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엄마를 이 영화가 보여주었는데, 감독님께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덕중: 현목의 엄마는 이 상황을 만들게 된 근본적인 배경이나 전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시나리오 때부터 제일 마음에 걸렸던 인물이기도 해요. 인물로서 다른 사람과 소통이나 갈등, 감정적인 교류를 적극적으로 해내지 못함에도 나타나야 했는데,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고민이 되었어요. 장애인 캐릭터가 영화에서 소비되어 왔던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이 부분을 바꾸었을 때 이미 설정한 성희와 현목의 캐릭터나 상황에 맞춰서 대응할 만한 여유가 솔직히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 현목 엄마라는 캐릭터가 영화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장애인 캐릭터가 아니고 또 다른 각양각색의 모습을 담고자 노들장애인야학을 보여주고자 했거든요. 얼마나 만회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기도 하고, 현목 엄마가 어떻게 다가갈지에 있어서 답을 내리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정지혜: 은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혜인 배우님께서 조금 더 이야기해주실 게 많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은진을 연기한 배우님과 이전에도 같이 연기하신 적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문혜인: 이 영화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예전에 장애인들과 같이 연극을 했던 경험 덕분이기도 했어요. 장애인이 영화 안에 등장한다면 내가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하게 된 것도 있는데요. 그래서 은진이라는 인물을 읽고 배우를 추천했고요. 영화의 유일한 웃음포인트인 내가 스페인에서 안 돌아오면 어떻게 할 거냐는 말에 버려 버려야지라고 통역기가 대신 말을 해주는 장면이 있죠. 유일하게 성희가 편하게 느끼고 웃게 해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성희와 되게 다른 입장에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진이라는 인물이 그려지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고요. 사실 감독님께 드린 아이디어가 몇 가지 있었는데 반영되지는 않았어요.(웃음) 이를테면 은진에게 남자친구가 있으면 어떨 것 같은지와 같은 이야기요. 편견 속 장애인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불쌍한 모습이거나 어떤 어려움을 극복한 영웅적인 모습, 양극단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런 식으로 영화 안에서도 많이 비춰지지만, 그 사이 정말로 살을 가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정지혜: 대부분 집이라는 공간에서 감정이 오고 가는데요. 흔치 않지만 몇 차례 야외로 나가기도 해요. 숲으로 가는 장면도 있고, 아치형의 터널 같은 공간으로 나가는 장면이 영화에서 잠깐의 환기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해 어떤 선택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고요. 숲길을 통과하고 술을 마시면서 영화의 절정에 이르기 직전의 연출에 대해서 감독님께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김덕중: 그 장소는 시나리오에서 원래 팔당댐이라고 명칭이 되어 있었거든요. 현목이라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서울 근교로 소풍을 가려고 하는데, 아주 멋진 곳이기 보다는 조금 의아한 느낌이 나는 이색적인 공간을 찾고 싶었어요. 물이 있는데 흐르는 물이 아닌 갇힌 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시나리오에 적어뒀어요. 그런데 실제로 팔당댐 근처를 돌아보니까 댐이 워낙 커서 돗자리를 펴고 앉을 수 있는 장소가 없었어요. 그래서 팔당댐 근처의 공원을 돌다가 영화 속 장소를 발견했는데요. 마을주민들이 관광객을 모으고자 꾸며 놨는데 아무도 잘 오지 않고, 뮤직 박스 같은 것에서 클래식이 장엄하게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음악이 싱크가 맞지 않아서 메아리치듯이 여기 울렸다가 저기 울렸다가 하는 이상한 곳이었어요. 노력과 성의는 들였는데 잘 안 돼서 안타까운 공간이면서도 마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공간에 가면 상황이 우스꽝스러워지면서도, 나름대로 이탈한 느낌이 들겠다는 생각해서 그 공간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관객: 장애활동보조에 대한 지식을 영화가 의도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잘 모르다 보니까 명확히 알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성희와 현목이 카드 같은 것을 만날 때마다 찍고, 잘 안 맞는 지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보조인으로 교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보였어요. 활동보조인이 집에 도착하고 떠날 때까지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항목들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김덕중우선 활동보조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 한 번씩 체크를 하게 되어 있고요. 요새는 단말기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어플로도 가능하다고 해요. 계약서를 써서 하는 노동의 형태가 아니다 보니까 활동보조 이용자를 집에 두고 이탈하는 행동이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는 조항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현목의 엄마가 혼자서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대응할 수 없는 상태여서, 성희와 현목이 서로 그 점을 이용해서 못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고요. 활동보조인은 코디네이터가 시간대 등을 고려해서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교체는 어려운 상황예요. 지자체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활동보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들었거든요.

 


관객: 저는 영화가 좋았어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부분들이 있었고요. 영화의 초반에는 미성숙한 두 인물을 내세워서 사회적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한계 안에서 부딪치는 과정들과 대상화하지 않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틈새를 파고들어서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좋았어요. 초반부에는 켄 로치 감독이 영화에서 다룰 만한 사회적인 시스템에 관한 문제들을 제시하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두 인물의 관계가 많이 부각되는 영화의 흐름을 통해서 어떤 것들을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덕중: 초반에 활동보조인의 직업적인 궁금함이 있어서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말씀했는데, 아직 답을 내리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이제 해결책을 향해서 가야하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결론에서 그친 것 같고요. 제가 조금 더 관심이 있었던 건 청년의 마음가짐이었어요.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돌이켜봤을 때, 맞지 않는 사람과는 단절하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과연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 같아요. 완전한 사람은 없고,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정서적인 교류가 필요하니까요. 사회 안의 구성원과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관심사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극단화된 형태의 성희라는 캐릭터가 조금이나마 타인에게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아까 평론가님과 배우님께서 말씀하셨던 은진과의 관계를 감독님께 다시 여쭤보고 싶은데요. 감독님께서 성희는 타인과 단절을 원하고 활동보조사 일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런데 은진과 관계를 맺어 가면서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은진이 그린 그림을 안 준다고 하니까 서운해 하기도 해요. 은진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조금 더 있었을 것 같아 궁금합니다.

 

김덕중: 원래는 야학에서 은진과 성혜의 장면들이 조금 더 있었고, 촬영한 부분도 있었어요. 이건 제 책임인데 촬영본이 실수로 날아간 적이 있었거든요. 지금 보신 야학에서의 촬영본 대부분은 빡빡한 스케쥴 안에서 재촬영을 해서 살린 건데요. 은진과 다른 수업에서 조금 다른 풍경으로 관계 맺음을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스토리에서 크게 발전하진 않지만 성희가 은진과 있을 때는 현목과 있을 때처럼 긴장 상태는 아니고 은진이 성희를 불쾌하게 하지도 않으니까요. 졸업을 위해 실습 시간을 채우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성희도 은진에게는 조금이나마 무장해제를 했던 순간들이 있고,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나는데요. 은진 뿐만 아니라 야학의 다른 수업의 광경이나 분위기가 날아가버려서 함께 만드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저도 야학 장면 중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었어요. 악기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수업 장면이 있었는데요. 성희가 원래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가 지도하시는 분께서 일으켜 세웠는데, 억지로 일어난 듯 하지만 이내 춤을 춰요. 감독님께서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출을 하셨는지, 그리고 배우님께서는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덕중그 장면을 초반에 기획했을 때는 단순한 의도에서 시작을 했어요. 성희라는 캐릭터에게 야학이라는 공간이 불편하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친절의 형태로 수업에 함께 임하는데, 성희는 그런 모습을 띄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야학에서 성희에게 참여를 요구했을 때 성희가 어떻게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지를 보여주고자 그 춤에 나쁜 춤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 그렇게 단순하게 연결이 될 지 의구심이 들었고, 여러 생각이 겹쳤던 것 같아요. 촬영에 앞서서 문혜인 배우님께서 준비를 많이 해 주셨는데, 실질적으로 야학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있고 그 춤이 오묘한 감정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는 그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했는데, 편집을 하면서 그 춤이 그저 나쁜 춤으로 성립한다면 너무 단순해질 것 같았어요. 그 상황을 만들어낼 때 느꼈던 다른 감정들까지 가져가고자 하는 욕심이 들더라고요. 정답을 정해 놓고 이 편집본을 선택한 것은 아니어서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성희가 이번만큼은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성희의 애절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연민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수업보조라는 일이 그 수업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박자를 맞춰주는 차원인데 자신이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모습에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문혜인: 대본에는 나쁜 춤이라고 단순하게 써있었어요. 성희가 춤을 추는 동작이 장애인의 모습을 흉내 내기 때문이거든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 순간 우월감을 느끼고자 했던 치기 어린 마음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요. 저는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심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렵기는 했어요. 오히려 전체적인 맥락으로 성희가 현목과의 관계 안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가는 시점이기도 해서 이 안에서의 해방감으로 표출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쁜 춤의 형태를 띌 수 있도록 섹시한 춤을 추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장애인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 같다고 대본에 적혀 있었거든요. 충실하게 준비했던 것과 즉흥적인 부분이 함께 들어갔지만, 디렉션 속의 성희의 감정과 제가 이 안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섞여서 영화 안에 표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관객: 안녕하세요. 영화 잘 봤습니다. 도식적인 이분법일 수도 있겠지만, 등장인물들을 움직이지 못하는 부동의 상황에 몰아넣은 채 시작되고 전개되는 영화라고 느꼈어요. 현목의 어머님은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고, 현목도 그런 어머니가 있고 고등학생 신분이고 고시생이기 때문에 집과 책상 앞에 묶여 있어야 하는 인물이고요. 성희라는 캐릭터도 허리디스크 때문에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문제를 심어 주셨는데요. 저는 윤리라는 게 어떤 행동이나 실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윤리적인 행위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입장에 필연적이고 불가항력적으로 묶여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각 인물에게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의도하고 주셨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성희가 스페인으로 갔는지도 궁금해요.(웃음) 성희를 움직이게 해주고 싶으셨던 건지, 아니면 이 상황에 성희를 묶어 놓고 어떤 다른 행동으로 나아가게 해주고 싶으셨던 건지 궁금하고요

혜인 배우님께도 질문이 있는데요. 옛날에 배우님께서 출연하신 나가요: ながよ(2016)를 본 적이 있거든요. 그 영화에서 랩을 하셨는데, 달걀을 사 들고 가면서 하는 랩이 진짜 귀엽고 쫀쫀하거든요.(웃음) 성희가 무기력하고 지쳐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툭툭 던지는 대사 때문에 되게 얄밉게 보이는데요. 일을 달라고 조를 때나 은진을 대할 때, 그리고 현목한테 이것저것 시킬 때 배우님 특유의 말투나 톤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발화에 있어서 의식적으로 조절을 하신 건지 궁금해요.

 

김덕중: 현목 엄마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강하게 적용이 되었고,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현목과 성희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 했어요. 공무원 준비는 두 인물이 어떻게 시간을 같이 보낼 지를 고민했을 때 필요로 했던 것이고,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고, 현목에게는 유일한 해결책처럼 보이는 있는 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했고요. 그리고 성희가 허리 디스크에 걸린 건 신체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한 번 손상되면 어떻게 복구가 될지 잘 모르는 극한의 상황을 위한 장치였던 것 같아요. 성희가 스페인으로 떠나는 건 영화에서는 도저히 유추할 수 없게끔 되어 있기는 하거든요. 관객들이 성희가 스페인으로 떠날 지 말지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유도하려고 하진 않았는데요. 한 명의 관객으로서 유추해보자면 아마 스페인으로 갔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곳에서 영영 살지는 못하고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해요. 로망이 있어도 막상 그 나라에 가서 살아보면 어려운 지점도 많고 외국인이 정착하기 나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스페인으로 설정했습니다.

 

문혜인: 먼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나가요: ながよ라는 영화를 봐주신 관객 분이 계셔서 굉장히 반갑고요. 말투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도 생각이 드는데요. 한 가지는 제가 실제로 스페인에 가고 싶었던 적이 있어서 스페인어를 오래 공부한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스페인어의 어조가 단조롭지 않고 후루룩 말하는 특징이 있거든요. 제가 말을 할 때도 그런 경향이 있기도 하고요. 또 한 가지는 영화에서는 편집이 되었지만 성혜의 가족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타인이고 남이라는 생각하는 인물이라, 그 만큼의 먼 거리감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굳이 그들에게 친절하려고 하지 않고, 마음이나 에너지를 쓰지 않고 건조하게 말을 툭툭 내뱉는 것이 성희의 말하기 방식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영화에서 현목이 어머니를 실수로 떨어뜨리면서 피가 나는 장면이 있어요. 그리고 엔딩에서 성희가 현목의 어머니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성희가 불을 켰다 껐다 하는 것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여주는 표정을 비감이라고 표현을 해봤는데요. 죄책감이나 인간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고, 도망쳐 온 것에 대한 자기반성 혹은 죄의식, 동시에 현목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는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표정일 것 같아요. 그런데 일부러 표현하고 분출하는 표정이 아니라 처연한 듯한 얼굴로 보여주고 있어서 그 때의 성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배우님에게 여쭤보고 싶었어요.

 

문혜인: 말씀하셨던 감정들이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 상황 안에서 방황하는 감정들을 하나씩 규정하거나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에도 표현하려고 한 것은,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현목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부분들이 있었어요. 현목의 엄마가 있는 그대로 괜찮은 존재로 그려지면 어떨지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저 장애인으로 장치나 수단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쉬울 것 같다는 것에 공감을 하기도 했고요. 은유적으로 엄마를 비유해보면 고양이와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고양이를 마주하는 장면이 있기도 했고요. 그리고 식물 같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같이 하기도 했어요. 편집되긴 했지만 그런 점에서 엄마가 빛을 보면 깨어나는 설정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현목이 슬쩍 지나가면서 햇빛 드는 곳에 어머니를 모시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빛을 본 다음에 현목 엄마가 깨어난다는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도 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어머니의 반응을 재차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정지혜앞선 대사들과 같이 생각해보면 성희로서는 불을 켜는 게 아니라 꺼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더 암울한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은 처음으로 성희가 현목에게 나름의 응징을 가하거나 맞대결을 하는, 정면으로 현목을 바라보고 자신의 몸을 던져가면서 싸워보는 첫 번째 순간인데요. 굉장한 육탄전을 벌이는 그 상황이 어떤 분께는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을 것 같고, 성희로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그 장면을 촬영하실 때도 쉽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육체적인 방식으로 가격하는 것을 택한 감독님의 의도를 먼저 여쭤보고 싶고, 연기를 하신 혜인 배우님께도 그 장면에 대해서 조금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덕중: 엔딩은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정해졌고, 그것을 향해 가자고 생각을 했고요. 성희라는 캐릭터가 올바른 방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이 튀어나오는 순간, 꽤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방식으로 삶이 뒤엉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을 만들고 싶어서 육탄전을 선택했거든요성희라는 캐릭터가 이전까지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왔고 몸이 다쳤기 때문에 모가 난 부분이 있는데  물리적인 힘에 있어서는 현목이 우위에 있을 텐데도 그를 감수하는 순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은 조금 더 촬영된 부분이 있거든요. 더 과격해지는 순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촬영하면서 무리가 될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배우 분들은 촬영하는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있고, 스태프들은 오케이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똑같은 포지션이 절대 아니라는 걸 느꼈거든요. 배우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이후의 동선에서 사실 사고가 있었어요. 배우님이 실제로 다치시고,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고요. 그리고 현목을 연기한 배우는 청소년 배우인데, 저희가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나 대비를 충실히 하지 못했고 배우가 문제제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일 거란 걸 체크하지 못했어요. 영화를 만들자고 요청했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핑계를 댈 수도 없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생각을 해요. 조금이나마 위험한 순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히 준비하고, 함께 만드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문혜인: 저는 여러모로 힘든 촬영이었거든요. 좁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졌고, 일종의 액션씬이고 긴 동선이 있는 촬영이었어요. 감독님과 조감독님이 짜 놓은 합을 저와 김준형 배우가 연습해서 진행했는데요. 실제로 물리력이 가해지면 그것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동선을 수정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고 실제로 제가 다쳐서 긴 시간 동안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치유가 필요했어요. 그런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 때 많은 상상력이 들어가게 되죠. 인물과 상황, 사건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이 촬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와 같은 과정에 대한 상상도 필요해요. 어떠한 인물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이 더욱 더 예민하게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촬영될 수 있을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안전을 위한 액션 전문가가 현장에 필요했어요. 물론 처음이고 서툴기 때문에, 예산 등 그 밖의 부족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것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반복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추후에 감독님과 긴 이야기를 나누고 충실한 사과를 받고, 동의에 이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배우와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더 예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성희와의 몸싸움에서 현목이 성희에게 맞게 되는 동선이 있었는데. 물론 준형 배우의 합의가 있었고 팔이나 다리에 보호장비를 했지만 실제로 배우가 물리력을 몸으로 감당해야 했고, 가학을 하는 입장에서도 너무 괴로운 경험이었고요. 지금은 그 선택이 준형 배우에게 있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도 함께하는 동료로서 그 순간에 더 예민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성인 연기자라면 그런 폭력을 사용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물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저로서는 모든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해요. 실제로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네요. 앞서 말했던 관계 사이의 미묘함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시스템으로써 설명이 되지만, 우리가 잘 모르거나 무감하거나 놓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 밖의 현실적인 문제와 연동이 되면서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관객 분들께도 같이 느끼고 계실 것 같아요. 저는 엔딩을 보면서 성희와 현목의 관계는 더 이상 어떤 방식으로도 진행될 수 없을 것이고, 관계의 실패라고 제 나름의 결론을 내렸고요. 성희 식의 응징 혹은 훈육이라고 표현을 했을 때, 그것 역시도 실패라고 봤거든요. 이들의 관계가 다른 방식으로 진척이 될 수 없기도 하고, 성희에게도 충격을 가한 만큼의 힘 혹은 그 이상이 쏠렸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성희의 응징 역시 긍정적인 신호이기 보다는 실패의 방식으로 끝이 났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충격적인 엔딩이라고 표현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다층적인 관계 내의 부분들을 생각해보게 되고요. 오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영화 안팎으로 고민거리를 던져주네요. 감독님과 배우님께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들었던 이런저런 고민들을 용기 있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뀌어 나가야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해결의 지점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마무리 인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문혜인: 되게 이상한 영화를 보러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웃음)

 

정지혜이 영화를 배우로서 여러 고민을 하던 시기에 만났다고 하셨는데요. 이상함이 나쁜 의미만은 아니고, 때로는 기분 좋기도 하고 다른 의미의 칭찬이 될 수 있기도 하죠. 그 때의 고민과 작업을 마치신 지금의 고민이 달라지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문혜인: 너무 복잡다단하고, 평범한데도 특이하고, 일상적이면서도 낯설고, 디테일한데 거칠기도 한 이상한 느낌을 말한 거였어요. 저는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서 보여주지는 않지만 영화 안에 쌓여 있는 많은 것들이 덩어리로 다가와서 이상함을 느꼈던 것 같거든요. 저는 디테일한 대본의 설정을 모두 보았고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영상으로 봤을 때는 하나하나가 다 보이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희한한,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서 좋아하는 영화예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영화가 영화로도 존재하지만 그 밖의 시간을 같이 경험하고 있으니까 스스로 안에서 상충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영화를 봤을 때 이상해지는 지점이 생기기도 하고요. 영화의 제목이 에듀케이션인데 영화가 저에게 준 교육 내지는 교훈은요. 그 이전의 저는 워커홀릭이었고 일에 모든 것을 내어 던지는 타입의 배우였다면, 그 이후의 저는 어떤 경우에도 삶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작업을 하는 것만큼 삶을 잘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요. 그 사이에서 좋은 균형을 잡으면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흉흉한 상황에 극장으로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덕중: 찾아와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요. 영화는 처음 아이템 기획부터 만들어 나가는 것, 그리고 상영에 이르기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영화가 우리와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삶과 맺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모두 우리라고 할 때, 이 과정이 오롯이 좋은 기억들로 남을 수 잇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지혜: 늦은 시간 끝까지 함께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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