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접촉하며 시작되는 몽환적인 영적 여행, 그리고 그 끝 위로‘  

 〈밤의 문이 열린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9년 8월 15일(목) 오후 2시 상영 후

참석 유은정 감독|배우 한해인, 전소니, 이주영

진행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신소영 님)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에는 두 가지 리얼리티가 공존한다. 하나는 삶, 또 다른 하나는 죽음이다. 산 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 영역만이 진정한 리얼리티이겠지만, 망자 혹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자의 입장에서 죽음의 영역은 또 다른 리얼리티다. 극 중 혜정(한해인)은 유령이 되어 두 가지 리얼리티를 오고 간다. 그녀의 움직임 덕분에 삶과 죽음의 영역이 서로 부딪히면서 몽환적인 여행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다. 처음에 혜정은 갑자기 유령이 된 사실 때문에 좌절감을 느꼈지만, 여행을 거듭할수록 그동안 외면했던 본인의 감정, 타인의 감정 그리고 관계를 점차 마주하게 됐으며, 그로 인해 묵은 체증이 찬찬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처럼 가벼워진 마음이야말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묵직한 위로이지 아닐까 싶다. 815일 오후 2시 상영 후 진행된 인디토크에서는 몽환적인 여행과 위로의 관계를 더욱 더 다양한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김현민): 안녕하세요. 오늘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김현민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감독님과 배우님께서 의상을 다 맞춰서 입고 오신 거 같아요. 전소니 배우님부터 관객 분들에게 인사 먼저 부탁드릴게요.

 

전소니 배우 (이하 전소니): 안녕하세요, 전소니입니다.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효연을 연기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안 좋은데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유은정 감독 (이하 유은정): 안녕하세요. 밤의 문이 열린다를 연출한 유은정입니다. 오늘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해인 배우 (이하 한해인): 안녕하세요.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혜정 역을 맡은 한해인입니다. 오늘 영화 상영 후에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주영 배우 (이하 이주영): 안녕하세요. 저는 밤의 문이 열린다를 열렬히 사랑하는 배우 이주영입니다. 오늘이 개봉일인데, 개봉 첫 날에 많이 보러 와주셔서 제가 감사드리고 오늘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민: 이주영 배우님께서 특별 게스트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셨는데 본인이 밤의 문이 열린다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이 영화를 언제 보셨는지 궁금해요.

 

이주영: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처음 상영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봤어요. 그리고 최근에 부산에서 영화 홍보하고 계실 때 저도 마침 부산에 있어서 한 번 더 관람했습니다.

 

김현민: 저도 이 영화를 세 번 정도 봤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들더라고요. 주영 배우님께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이주영작년에 처음 봤을 때는 생각보다 무거운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근데, 이번에 다시 봤을 때는 그렇게 무거운 이야기만 하는 영화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볼 때마다 다른 잔상이 남는 영화인 거 같아서 몇 번 더 볼 생각입니다.

 

김현민: 해인 배우님께서는 오늘 관객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셨잖아요? 어떠셨어요?

 

한해인: 저도 오랜만에 이 영화를 봤는데 계속 울컥하더라고요. 비도 오고 그래서인지. 영화를 다시 보니까 모든 인물들이 가여웠어요.

 

김현민: 저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인물들의 얼굴이 유독 강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느껴요. 효연과 같은 경우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인상적이었어요. 볼 때마다 강도가 강해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약해지는 게 아니라.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이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혜정의 경우 처음에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상대방을 거절해서 보내는 얼굴에서 조금씩 절실해지면서 처음과 다른 마지막 얼굴 변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감독님께서 이런 이미지를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하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배우들이 들어오면서 이런 이미지가 강력해진 건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당연하게도 배우들이 들어와서 강력해진 게 있어요. 두 배우 분들께서 에너지를 더 불어넣어주신 거 같아요.


김현민: 배우 분들에게도 이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요. 해인 배우님은 본인의 캐릭터를 접근할 때 혜정이 어떤 감정 상태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는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한해인: 저는 혜정이라는 인물은 살아있을 때보다 유령일 때 표정이 더 살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와 어울리지 못하고 떠돌면서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왔기에 대화를 할 때도 생동감이 떨어진 무미건조한 반응을 표현하도록 노력했어요. 그리고 유령이 되고 나서야 살아있는 사람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어떤 생명체로 존재해야겠다는 마음을 버렸어요.





김현민: 해인 배우님은 극 중에서 걷는 장면을 보면 무중력 상태로 걸어 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해인: , 맞아요(웃음). 걸을 때 으스스하게 걸어 다니려고 노력했고, 몸의 상태도 유령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김현민: 그리고 본인이 처음 깨어났을 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볼을 꼬집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감독님과 상의한 후 그렇게 찍으신 건지 아니면 본인이 즉흥적으로 연기한 건지 궁금해요.

 

한해인: 감독님하고 별 이야기 안 하고 즉흥적으로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었어요.

 

김현민: 어떤 아쉬움이 있었나요?

 

한해인: 시나리오에는 혜정이 물건을 하나하나 만지며 안도감을 느낀다고 적혀 있었어요. 관객 분들이 이 과정을 모르실 수도 있어서 감정선을 천천히 이어갔는데, 너무 천천히 한 거 같아 아쉬웠어요.

 

김현민: 감독님이 보기에는 어떠셨나요?

 

유은정: 저는 그 맥락 안에서 흐르는 속도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도 처음 혜정과 같은 입장에서 이 인물이 죽은 건지 아닌지, 아니면 상상인지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보는 거라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김현민: 효연이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무언가에 사로잡힌 연기로 접근했어야 했는데 소니 배우님께서 연기할 때 심적인 부담감이 있으셨나요?

 

전소니: 아무래도 한 작품 안에 있으니까 효연이라는 캐릭터가 혜정과 비교되다 보니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어요. 혜정은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면 혜정은 숨어있어야 하고, 누군가로부터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여기에 있다는 에너지가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제 자신을 생각했을 때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디테일 분석이나 계획을 구상하기보다 그 의구심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촬영하면서도 혼자 고립되어 있던 적이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서럽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제일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현민: 방금 배우님께서 감춰져 있지만 존재감이 느껴지는 인물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로 이 영화에서 효연이라는 인물이 누구보다 살고 싶고, 남들만큼 잘 살고 싶은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주영 배우님은 영화를 보면서 배우님들에게 궁금했던 점이 있었나요?

 

이주영: , 제가 미리 질문을 적어 왔어요. 효연과 혜정이 정반대 느낌을 지닌 캐릭터지만, 두 인물 모두 잘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느낀 바로는 여성들은 자기 검열을 많이 하고, 누군가에게 진화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두 인물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두 인물이 역할이나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혜정도, 효연도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독님의 캐릭터 활용 방식에서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만 않고 드러낸다는 점이 좋았어요.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조금씩 성장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를 위해 감독님께서 신경 쓰신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배우들도 어떤 점을 신경 쓰고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배우님께서 영화를 잘 봐주시고 잘 해석해주셨어요. 두 인물은 상반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혜정은 자기 자리를 안전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런 과정에서 사람을 피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효연도 잘 살고 싶었는데 그저 미끄러졌을 뿐이에요. 저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두 인물 모두 미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쓸 때 기본적으로 제가 만든 캐릭터를 제가 좋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해인: 혜정과 효연이 직접적으로 호흡을 주고받는 장면은 거의 없었어요. 효연은 혜정을 볼 수 없지만, 혜정의 삶에 있어서 효연은 처음으로 호기심이 가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끌림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효연이 왜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혜정 스스로 자극되기도 했고요. 커튼 장면 같은 경우 효연의 감정이 드러난 후 혜정이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지켜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효연이 혜정에게 자극제라고 생각해요. 또한, 효연이 혜정의 무의식 속에 있는 한 부분 혹은 조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혜정은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면서 살아왔지만, 효연을 만나면서 삶의 감각이 되살아났기 때문에요. 그래서 혜정을 연기할 때 효연과의 연결지점을 많이 고민했어요.

 

전소니: 저는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 인물이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지점에서 위안을 받았다고 말해왔어요. 두 여성 캐릭터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결국 성장한다는 게 좋았어요. 연기할 때는 효연 편에 서서 생각했지만, 영화를 볼 때는 혜정의 내레이션이 흐르는 엔딩 시퀀스에서 혜정에 대한 감정도 느꼈어요. 엔딩에서 혜정이 인사를 하는 순간 혜정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성장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효연이 혜정에게 그런 자극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호텔 장면은 정말 어려웠어요. 시나리오 그대로 수행하는데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조명이 따뜻할 뿐만 아니라 무언가 풍족하게 채워진 호텔 안에서 분노하고 감정을 터뜨리는 게 마음에 와닿지 않은 거예요.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몇 안 되는 효연의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이 잘 완성된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김현민: 두 배우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두 인물이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연대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주영 배우님께서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만큼 좋은 질문을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오늘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지금 관객 분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마이크 드릴테니까 질문하고 싶으신 관객 분은 손들어 주세요.

 

관객: 안녕하세요. 저는 혜정의 자극제가 효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양이라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수양이만 혜정의 말을 듣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 순간을 촬영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한해인: 수양이라는 인물은 혜정의 삶에서 지키고 싶은 존재죠. 수양한테서 연민도 느꼈을 테고요. 또한, 같은 유령으로서 같은 길을 겪었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 수양한테 마음이 더 갔어요. 실제로 누구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못할 때 느끼는 외로움을 알고 나서는 수양의 존재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수양의 말을 들어줬을 때는 응어리졌던 감정이 터져 나왔고 떨렸어요.

 


관객: 영화 굉장히 잘 봤습니다.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 거 같아서 저는 연출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혜정이라는 인물이 유령이 된 후에 형광등이 깜빡 거리는 설정이 있더라고요. 혹시 어디서 영감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빛은 사실 많은 호러나 미스터리 영화에서 주로 쓰는 클리셰, 전형적인 장치죠. 소름(2001)이라는 한국 공포 영화가 이런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해요. 이승과 저승이 섞일 때나 죽음의 기운이 다가올 때 그런 장치를 활용하죠.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그런 장치에서도 활용하잖아요. 그런 작품들에서 저 역시도 영향을 받았어요. 그리고 혜정이라는 인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빛이 깜빡거리는 설정을 활용했어요.

 




관객: 제목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밤의 문이 열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해인: 저는 밤이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면서 놓치던 부분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열려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사라지기 전에 갖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밤이라는 시간은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 혹은 과거의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밤이라고 생각하면 외로운 이미지, 어두운 이미지, 혹은 어딘가에 갇힌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영화를 통해 밤을 희망과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인식하게 됐어요.

 

전소니: 효연의 입장에서는 밤이라는 시간보다 문이 열린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숨어 살다가 결국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위로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밤의 문이 열린다고 했을 때 밤이 과연 안 좋은 쪽인지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시간일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효연에게 낮과 밤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시간을 분리하지 않고 그저 유영하려고 했어요.

 

김현민이주영 배우님의 의견도 궁금한데요.

 

이주영: 저는 보다 열린다라는 단어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물들이 앞으로 헤쳐가야 할 길들이 놓여있다는 게 중요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밤의 문이 열린다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에도 공감하고요. 기자님은요? (웃음)

 

김현민: 사실, 저는 이 영화를 장르가 결합된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요. 오늘 느낀 게 혜정이 유령이 된 다음 느낀 핵심 감정이 죄책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 죄책감이 주변 사람으로부터만 느끼는 죄책감에 국한된 게 아니라 과거 상처 때문에 들여다보지 않은 자신의 내면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밤의 문은 상처로 인해 지하실처럼 어두워진 내면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의 생각은요?

 

유은정: 제목의 의미가 여러 개 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해주신 의미도 좋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이 생각도 했다가 저 생각도 하게 되는데 영화 제목이 그런 다양한 생각을 수렴시키는 긍정적인 제목이지 아닐까 싶어요.

 

김현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지막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느낌이 충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영화를 만들 때 의도했던 부분은 아니었지만, 만들고 나니 새롭게 생긴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유은정: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되는데, 제가 머리로 상상한 걸 시나리오로 썼을 때, 프리 프로덕션을 할 때, 제작진과 배우와 미팅할 때, 촬영하기 위한 공간을 찾으러 다닐 때 등 무언가를 할 때마다 처음에 생각했던 의도가 계속 가공되더라고요. 심지어 오늘 관객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영화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고요.

 

김현민: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나아가고, 여러 제작 과정을 거치고, 많은 분을 만나면서 변화하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의미가 한 번 더 발생하고요. 이 질문에 이어 다른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장편 독립영화를 만드는 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감독님에게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유은정: 첫 경험이기도 했지만, 장편의 무게감이 단편영화 제작보다 2~3배를 넘어서서 굉장히 크더라고요. 단편은 서로 도와준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장편은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즉 각자의 일을 하러 온다는 무게감이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다른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 목표는 정말 영화를 완성하는 거였어요. 같이 참여해준 스태프와 배우의 노고가 공중분해가 되지 않도록 영화를 어떻게서든 완성하자고 생각했어요. 목표를 이룬 제 자신한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김현민: 박수 한 번 부탁 드려요.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다 찍어놓고 나서 완성하지 않는 감독님도 계세요. 이 영화를 완성한 감독님에게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제 오늘 이 자리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관객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주영: 저도 오늘 정말 축하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어요. 영화에 대해 궁금해하며 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영화가 상영관에 걸리기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게 어려운데 관객 여러분들께서 힘을 더 실어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이런 관심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한해인: 개봉이 실감이 안 났는데 개봉하니까 지금 정말 행복해요. 또한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뻤고, 관객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자리를 비우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 같아요. 오늘 영화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주변에 힘을 불어넣어주셨으면 더욱 좋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유은정: 저도 여기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밤의 문이 열린다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이주영 배우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전소니: 이런 자리가 항상 좋고 어려운 거 같아요. 영화에 대해 대답을 내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달라진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오늘 이 자리에서 이런 저런 감상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모더레이터라는 역할이 항상 중요한데, 진심으로 저희 영화를 궁금해하며 보아주신 김현민 기자님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현민: 오늘 자리 끝까지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타미 준의 바다  한줄 관람평


이성현 빛과 그늘을 위한 여백을 잊지 않는 건축가의 마음

김윤정 자연, 시간, 공간에 따른 삶 그 자체

최승현 삶과 건축의 일치, 그것을 꿈꾸었던 이타미 준

김정은 꾸준한 자취를 쫓아가며 사랑과 존경을 담은 열정적인 찬사를 투영하다








 〈이타미 준의 바다  리뷰: 물질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승현 님의 글입니다. 




이타미 준, 한국 이름은 유동룡. 재일교포 2세인 그는 경계인으로서 삶을 살아온 건축가다. 그는 제주를 사랑했다. 제주에 많은 건물을 지었다. 방주교회, 포도호텔, 두손지중 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이다.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의 해안 도시 시즈오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까. 이타미 준은 산과 바다를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물질을 사랑한 건축가. 이타미 준은 일본의 현대건축 양식을 비틀었다. 극도의 미니멀리즘 양식으로 지어진 일본의 건축물을 그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추구한 건축은 인간의 온기와 건축의 야성미가 깃들어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 그 자체였다. 건축의 재료가 되는 돌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땅의 지형과 산의 능선을 고려하고, 빛과 그림자를 응용하여 자연의 인장을 새긴, 자연이 낳은 건축물을 짓는다. 세밀한 조형을 통해 돌, 바람, 물을 공간 안에서 연금술처럼 변용하고, 자연의 새로운 풍경과 운동들을 건축물에 안착시키며 빛과 그림자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가 지은 공간의 바닥과 벽면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물고기처럼 꿈틀거린다. 원형적이고 신화적이다. 그의 건축은 시대를 초월한다. 물질이라는 미시적인 세계와 시간이라는 거시적인 세계를 엮어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그는 창조주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재일교포, 일본에서는 자이니치로 구분 지어졌던 이타미 준은 건축을 통해 국경과 시간, 모든 경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이타미 준은 건축만큼 사람을 사랑했다. 자신의 클라이언트와는 친구 이상의 관계를 지향했다. 클라이언트는 건축가의 파트너라고 자신의 딸에게 말하던 그였다. 건축가와 후원자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다. 가우디에게 후원자 구엘이 있었듯이 이타미 준에게는 일본의 도시락 업체인 혼케 가마도야김홍주 회장이 있었다. 핀크스 골프클럽 하우스, 포도호텔, 수풍석 박물관, 두손지중 박물관, 비오토피아 주택단지까지 두 사람은 제주에서 함께했다. 재일교포였던 두 사람은 건축을 매개로 서로에게 의지했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타미 준은 사람보다 건축을 우위에 두지 않았다. 그에게 건축은 결국 사람과 자연의 온기를 담는 용기와 같은 것이었다.

 




노년에는 20평 남짓의 집에서 살았다. 설계는 신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건축 철학을 지녔던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아름다운 건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삶과 건축의 일치, 그것을 꿈꾸었던 이타미 준. 그의 삶이 정직했기에 그의 건축 또한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지녔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