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을 가진 소년  한줄 관람평


승문보 | 인간, 가장 나약하면서도 무서운 존재

김정은 갖은 고통과 불행을 진열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의 연속

최승현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넘나드는 호기로운 시도와 상상력

성혜미 | 실한 믿음과 절대적 믿음, 그 사이

김윤정 기이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이야기의 연속








 〈뿔을 가진 소년  리뷰: 인간, 가장 나약하면서도 무서운 존재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19회 부산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김휘근 감독의 뿔을 가진 소년은 산 속에 사는 한 소년을 둘러싼 인물들을 조명하는 영화다. 어느 사전을 찾아보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는 큰 맥락에서 볼 때 거의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사전에 정의된 인간은 동물의 일원이지만 조직사회를 이루며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는 등 다른 동물에서 확인할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다른 동물과 달리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동물이다. 하지만 뿔을 가진 소년은 이와 같은 인간에 관한 정의를 지적 혹은 반박하는 영화다.





극 중에서 인물들로부터 추적을 당하는 한 소년은 머리에 뿔이 달린 사슴 소년이다. 그리고 인물들이 그 소년을 쫓는 이유는 그 소년의 머리 뿔로 보약을 달여 먹으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는 괴상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믿기 때문이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미신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준배는 암이 온몸에 전이되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나서 살고자 더 거세게 발버둥을 친다. 희진은 사랑하는 동생 진아가 예기치 못한 불치병으로 쓰러지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리고자 애쓴다.





이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를 살리고자 하는 인물들은 처음에는 작은 희망을 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불씨마저 사라지려고 하자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살리기 위해 절박한 절망을 품고 마지막으로 발광하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절박한 절망을 마지막 소망으로 여기기 전까지 인물들은 거리 위에서 보약을 파는 장사꾼 혹은 민간요법을 가장한 상술을 비웃었다. 그러나 막상 구석에 몰리자 그들의 절실함은 안타깝게도 맹목적인 믿음으로 변질되었고, 그들은 결국 단 하나밖에 없는 사슴 소년의 뿔을 차지하기 위한 처량한 사냥에 엮이게 된다.

 




이처럼 뿔을 가진 소년은 극 중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변형과 피를 볼 수밖에 없는 추격전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지적한다.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차원이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고등동물이라고 규정하는 게 옳을지 몰라도, 극한에 몰리는 순간 인간은 어느 존재보다 가장 나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사슴 소년을 사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근거 없는 잘못된 믿음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한다. 결국 뿔을 가진 소년은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독특한 설정으로 풀어낸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그리고 양쪽에서 들려오는 총성 뒤 블랙아웃으로 영화를 마무리하는 대신 시간이 흐른 뒤의 인물들의 얼굴을 대조 방식으로 명확하게 끝맺음을 했기에 영화가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더 날카롭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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