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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ESPACE, since2007

[퍼옴] 캐논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의 이야기, 청년불패-조난 프리타를 보고

by Banglee 2009. 9. 16.

어느덧 '20대 대학생'을 가리키는 말 중에 '88세대'가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수많은 20대는 비정규직의 비율이 OECD 평균의 2.5배인, 여성 3명 가운데 2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이 쯤 되면,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해! 외치고 싶어지는데요.

바로 우리의 목소리를 아주 담담히 담아내고 있는 인디영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하고 있는 '청년불패-조난 프리타' 입니다. 9월 9일 조난 프리타를 보기 위해 저는 열심히 인디 스페이스로 향했답니다 씨익 :)

 

 

 인디 스페이스가 뭐죠?

인디 스페이스는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 중앙시네마 5개관 중 3관 시설을 이용하여 영화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인디 스페이스를 가려면 어떻게 가아하죠?

저는 2호선 을지로입구 5번 출구에서 출발했는데, 한참 해맸답니다 ㅎㅎ 가장 찾기 쉬운 방법은 명동으로 가 명덩 성당을 향해 걷습니다. 성당 방면으로 쭈욱 올라오시면 큰 사거리 보이고 좌회전해서 내려오면 중앙 시네마가 보이더군요 ^ ^

 

 

극장에 도착하니, '청춘불패-조난프리타'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었습니다. " 음 바로 찾아왔군! "

 

 

 

 

이날 영화 상영 후 '88만원 세데' 저자인 우석훈 박사님과 '명랑하게 삽시다'라는 토크쇼가 진행된다고 하니 더욱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 조난 프리타'는 이와부치 히로키 감독의 작품으로, 감독이 캐논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을 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어쩔 수 없지만 재미없는 하루" 라고 표현하면서 잉크 카트리지 뚜껑을 닫는 일을 하고 있었죠. 한달에 12만엔 정도를 벌지만 학자금 대출 등으로 6만엔 정도가 빚으로 빠져 나갑니다. 오늘날 학자금 대출로 대학교를 마쳐서 빚을 안고 사회로 나가는 우리네 대학생들과 모습이 닮았습니다.

 

보 면서 특이했던 점은 그는 도쿄에 대한 동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도쿄로 가서 다른 일용직을 찾아 나서죠. 하지만 잠잘 곳이 없어 끼니도 제 때 때우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하곤 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습니다. 한편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리 집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TV에 출연해 오늘날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청년으로 그려지기도 했는데요.

 

저 는 간간히 주인공이 내뱉은 자신을 향한 또는 세상을 향한 '질문'이 와닿았습니다. 이 영화가 그렇게 유쾌 통쾌하게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담고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담백하게 현실 그 자체를 담아내고 있어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는데, 간간히 흘러나오는 노래, 그리고 주인공의 독백들이 저를 깨워줬달까요? ㅋㅋ

 

-이와부치 독백 중

" 10년 후의 나를 상상할 수 있을까? "

" 나는 누구랑 싸워야 하는 걸까? "

" 세상은 나를 패배자 또는 노예로 규정하지만, 나는 누구에게 진 것일까 나는 누구의 노예인가? "

 

 -비정규직 노동자 거리 집회 장면 중

우리는 불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위해 걷는 것입니다.

 

-주변인 인터뷰 중

프리터의 '프리'는 일하는 자의 자유, 나의 자유가 아니라 경영자의 자유 입니다.

 

주 인공은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또 그를 위해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불확실하고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이 같은 모습은 오늘날 한국 대학생들과 비슷하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상영 후에는 바로 우석훈 박사님과의 토크쇼가 진행되었는데요. 생각했던 것과 달리 매우 소탈한 ㅋㅋ 대화법을 쓰시더군요.

이 날 우석훈 박사님과의 토크쇼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20대의 둔감" 이었습니다. 왜 20대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자신의 미래 이야기에 둔감한가? 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는가?  20대들은 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으려 하는가? 20대 안의 빈부격차를 어떻게 셜명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이 줄기차게 이어져 나갔습니다.

 

 

 

 

이날 우석훈 박사님은 맨 밑의 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고 정부가 이를 이끌어 가야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0대가 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에 둔감한가에 대해서는 20대가 너무 '간지'를 추구해서 라는 ㅋㅋ 답을 내놓기도 하셨어요. 또한 정치로 모든 것이 바뀐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정치를 활용해야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20대의 정치 참여도 중요하게 강조하셨죠.

 

밤 10시가 넘도록 이어진 토크쇼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지만, 그 안에서 오고간 고민들은 어떤 고민들보다 깊고 치열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지루했지만 너무나 현실적이었던 '조난 프리타'는  우리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을, 그들이 하는 고민들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영화를 보고 나온 후 '나는 진짜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라는 의문이 제게도 들었으니까요 ^ ^ ;

 

신 자유주의, 무한경쟁 등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 속에서 한번 쯤은 20대, 우리네 목소리를 귀 기울여보고 나의 목소리와 나를 둘러싼 세상의 목소리에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고민 거리를 하나 얻어가기 좋은 '조난 프리타' 였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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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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