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너와 내가 마주할 때
〈미지수〉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미지수〉는 우주의 부재 이후, 우주를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에 주목한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함’으로 서로를 껴안는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당신의 고통에서 나의 고통을 볼 때,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을 보냈음을 느낄 때. 거창한 위로보다 한 번의 포옹이, 얼떨결에 튀어나온 한마디 말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아들 우주를 잃은 인선이 남자친구를 잃은 지수에게 품을 내어주었듯, 기완이 아내 인선의 목소리에서 삶을 향한 애착만큼이나 커져 버린, 우주를 향한 그리움을 읽었듯 말이다.
이별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균열을 메우는 관계의 이야기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사고로 명지는 남편을 잃었고 지은은 동생을 잃었다. 남편을 잃은 명지는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니?” 인공지능은 답한다.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명지의 질문은 남편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해야 살아갈 수 있을까.
명지는 남편을 이해하고 싶었다. 남편이 학생을 구하려 물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그녀의 기억 속에서 남편은 매번 다른 표정으로 학생에게 나아갔을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표정을 읽어내려 부단히 애썼을 것이다. 명지는 남편을 이해해야 했고 애도해야 했으며 다시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왜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해소되지 못한 질문은 응어리로 남아 그녀를 괴롭게 했다.
명지에게 지은의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를 읽던 명지가 남편과 함께 사고를 당한 소년의 이름을 불러본다. 자신과 ‘같은’ 상실을 겪은, 어쩌면 자신보다 더 아파했을 한 소녀를 떠올린다. 자신도 남편도 아닌, 다른 아이를 걱정한다. ‘동생을 잃었다던 그 아이는 괜찮을까? 밥은 잘 먹고 있을까?’ 명지는 편지에서 삶을 마주하고 그렇게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다.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삶이 삶에게 뛰어든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타인의 얼굴에서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한다. ‘나’는 ‘당신’의 얼굴에서 ‘나’의 삶을 발견하고 ‘나’의 상실을 마주한다. 그렇게 ‘우리’는 나아지고, 나아갈 것이다.
*작품 보러 가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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