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페이스 소셜클럽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처음: 초기 다큐멘터리에 관하여
일정: 2023년 7월 29일(토)
주최: 사단법인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주관: 인디스페이스, 체크포인트 찰리
후원: 서울시, 서울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7월 29일(토) 오후 2시 | 7월 29일(토) 오후 4시 30분 |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인디토크 참석: 송경원 씨네21 기자/평론가 |
<또 하나의 교육> |
* 행사 당일 온라인 예매 환불이 불가합니다.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However しかし…福祉切り捨ての時代に>
1991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다큐멘터리 | 47분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는 두 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나는 일본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미나마타병의 보상금 처리를 담당한 보건복지부 고위 관리 야마노우치의 자살이요, 다른 하나는 잘나가는 호스티스였으나 말년에 복지 급여가 끊겨 스스로 삶을 버린 여인 노부코의 죽음이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힘든 두 사람의 스토리가 병치되면서 의미의 공명이 발생한다. 표제로 쓰이는 ‘그러나...’(しかし…)는 열혈 문학도였던 야마노우치가 열다섯 살 때 창작한 시의 제목이다. 두려움을 떨치고 자신감을 찾고 싶다는 시의 어조는 그가 지키려던 가치가 무엇인지 웅변한다. 야마노우치는 복지 관료로서 이상과 소명에 헌신하지만 일본 사회의 현실은 이상과의 거리를 만들어낸다. 추념과 애도의 형식을 취한 이 영화는 옴진리교 사건을 소재로 한 <디스턴스>, 스가모 어린이 유기 사건을 영화화한 <아무도 모른다>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야마노우치의 미망인으로부터 받은 감흥은 <환상의 빛>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교육 Lessons From a Calf もう一つの敎育>
1991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다큐멘터리 | 47분
<또 하나의 교육>은 '로라'라는 송아지를 키우는 초등학생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카메라는 로라를 돌보는 아이들을 따라잡거나 그들의 생생한 표정을 근거리에서 담아낸다. 소에게 먹일 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는 산수 시간을 비롯해 미술, 토론, 야외 활동 등 모든 교육이 소 기르기와 결부된다. 로라를 다시 농장으로 보내게 되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을 기록한 장면은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또 하나의 교육>은 고레에다의 미학적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아이들이 카메라를 의식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그는 편집 과정에서 카메라를 보며 웃거나 V자를 그리는 아이들의 장면은 모두 들어냈다. 이후 그는 카메라의 존재와 흔적을 작자가 지워버리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자각에 도달하게 된다. 이 계기적 작품을 통해 고레에다는 자신의 영화 세계를 규정하는, ‘삶의 자발적인 재현’이라는 재현의 철학에 도달하게 된다. 어린이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내는 고레에다의 비기가 잘 드러나 있다.
프레임 안의 휴머니즘, 프레임 바깥의 시대정신
“이번에 찍은, 아니 앞으로 찍을 작품이 나의 최고작이었으면 좋겠다.” 감독을 인터뷰할 때마다 매번
듣는 볼멘소리가 하나 있다. 평론가나 기자들은 신작에 대해서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데 반해
초기작은 다소의 조악함이나 모자람마저 좋은 쪽으로 감싸준다는 불만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새삼
창작자와 비평가의 차이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창작은 현재를 말하는 진행형의
작업이기에 언제나 지금 만들고 있는 작업이 최우선일 것이다. 반면 비평은 뒤돌아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이다. 평자들은 마치 고고학자처럼 지나간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하여 과거를 현재로 끌고 온다.
그들이 감독의 초기작을 사랑하는 건 거의 숙명에 가깝다는 말이다. 이건 단지 추억을 보정하고 지나간
것들을 미화하는 것과는 다르다. 초기작을 본다는 건 지나온 길을 되짚어간다는 의미다. 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궤적의 선을 그리는 작업. 출발점에서의 사소한 차이는 시간이 흘러 결국 큰
변화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본질을 탐색하고 관찰하기 제일 좋은 장소는 결국 초기작(혹은
데뷔작)이다. 작가라는 세계의 탄생 비밀이 숨겨진 창작의 옹달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
다큐멘터리 두 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세계가 넓고 깊어질수록, 세월이 더해질수록 점점 더 귀한
빛깔로 무르익어 반짝인다.
- 송경원 씨네21 기자/평론가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雲は答えなかった)』
고레에다 히로카즈 글
송태욱 옮김
체크포인트 찰리 발행
인스타그램 @checkpoint_charlie_
https://checkpointcharlie.neocities.org/
“영화든 소설이든 그 작가의 모든 것이 첫 작품에 담겨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만약 그 말이 옳다면 내게 그 작품은 영화 데뷔작이 아니라 분명히 이 책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다.”
1991년 3월 12일 일본 후지텔레비전에서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은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당시 텔레비전 디렉터였던 그가 기획부터 취재, 편집까지 맡아 완성한 첫 다큐멘터리였다. 그날의 47분짜리 방송은 끝이 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취재는 계속되어야 했고,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담겼다.
환경청 소속 관료 야마노우치 도요노리.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미나마타병 관련 국가 측 책임자로, 정부와 피해환자 간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었다. 관료의 죽음이 사회면 기사에 연신 보도되며 세간의 관심을 받는 사이, 사회복지 문제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야마노우치가 과거에 임한 복지 행정 책임자의 직위에 주목해 취재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취재를 거듭할수록 고급 관료가 아닌 야마노우치 도요노리라는 한 인간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의 부인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와 작은 노트. 방송 이후에도 취재를 이어나가야 했던 이유가 그 안에 있었다. 야마노우치가 적어 내려간 ‘그러나’라는 말, 그의 마음속 ‘구름’은 무엇을 뜻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죽음이라는 사태 너머에 바라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구름은 대답하지 않았다』는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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