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기획 영화를 말하다
2022년 6월 25일(토) 오후 2시
김병규가 <얼굴들>을 말하다
"얼굴에 관한 아홉 가지 장면과 질문들"
<얼굴들>의 초반부 장면에서 혜진(김새벽)은 만년필을 들어 노트에 ‘2016. 6. 5 하루 종일 비.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다.’라고 적는다. 이상한 것은 이 장면이 나오기 전에도, 그 이후로도 영화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화면에는 시종일관 조금 어둡고 삭막한 하늘이 담겨 있을 뿐이다. 혜진은 지금 일기가 아니라 사실과 무관한 소설이나 시를 쓰는 걸까? 아니면 오늘은 6월 5일이 아닌 걸까? 시작과 끝을 모호하게 배치하는 이 영화에서 무던하게도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이 작은 메모는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걸까? 그런가 하면 밖으로 나온 혜진은 공터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바른다. 하늘과 비와 태양의 문제들, 그 사이를 잇는 ‘뜬구름 잡는’ 얼굴들에 관해서 몇 가지 질문을 마련해 볼 수 있다면…
김병규 평론가
영화평론가,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 2018년 '필로FILO'와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 상영 후 강연이 진행됩니다.
* 행사 당일 온라인 예매 환불이 불가합니다. (현장에서만 가능)
<얼굴들 Possible Faces>
2017 | 이강현 | Fiction | 132분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기선(박종환)은 어느 날 문득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기선의 옛 애인 혜진(김새벽)은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의 작은 식당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유일하게 자유로운 택배기사 현수(백수장)는 이들 사이를 스친다.
각자의 세계 안에서만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은 희미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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